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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 효율적으로하는 방법

ㅇㅇ(122.35) 2022.08.25 17:43:37
조회 28113 추천 114 댓글 68

일단 제가 이런 거창한 제목의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진지하게 쓸테니 존대로할게요. 저는 우선 영어를 꽤 할 줄 압니다. 독일어, 스페인어도 배워본 경험이 있어요. 이 둘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상 거의 못하는 언어가 됐지만 나름대로 이런저런 경험을 해봤다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언어학이나 교육학 전공자가 아니니 어려운 전문용어를 쓸 생각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최대한 제 경험과 제가 봤던 것들을 위주로 쓸게요.


제 기준 언어의 유창성을 가르는 기준은 언어를 잘 쓰고, 잘 말한다는 것입니다. 언어를 잘 말한다는 것은 해당 언어 수준에서 요구되는 어휘를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문장이 구성되는 원리를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또, 본인이 알고 있는 어휘들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발음되어지는지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외에도 원어민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말 빠르기와 악센트, 강세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본인의 입을 통해서 발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상술한 내용을 조금 더 풀어보겠습니다. 충분한 어휘를 알고 있다는 것은 단어를 많이 안다는 것입니다. 문장이 구성되는 원리를 알고 있다는 것은 문법적인 사항을 안다는 것이고요. 어휘들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발음되어지는지 안다는 것, 원어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말 빠르기와 악센트, 강세 등에 대해 숙지하고 있고, 발화할 수 있다는 것은 발화는 물론 청해도 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말을 할 수 있으면 듣는 것도 상당히 되기 때문에요.


말을 잘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은 독해 능력입니다. 해당 언어의 문자체계에 대해 숙지하고 있고, 본인이 말할 수 있는 어휘들이 해당 언어의 문자체계에서 어떻게 대응되는 방법 정도를 알 수 없겠네요. 그래서 잘 쓸 수 있으면 이부분까지 커버가 됩니다.



그럼 어떻게해야 잘 쓰고, 잘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해답으로 읽기듣기, 반복, 자연스레 해당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 노출 등을 꼽습니다. 그냥 언어는 잘 쓰고, 잘 말할 수 있으면 끝입니다. 그것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해나가면 됩니다. 그러한 연장선 상에서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해나가야해요.


이 글을 쓰면서 언어적인 '앎'에 대해 여러차례 이야기했는데요. 이 언어적 '앎'은 명시적인 것이 아닙니다. 묵시적인 앎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여러분은 몸을 움직일 때, 각각의 매커니즘의 생물학적, 물리학적 원리를 숙지하고, 해당 매커니즘에 적합한 방식에 대해 사고한 후 몸을 움직이십니까? 당연히 아닙니다. 걷고 싶을 때 그냥 걷고, 핸드폰을 만지고 싶을 때 손을 주머니에 쓱 넣어서 폰 꺼낸 다음, 손가락으로 터치 슉슉하면서하죠.


말을 할 때는 뇌의 언어학적인 작용에 대해 생각하며 말 하시나요? 아닙니다, 그냥 말합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냐면, 오늘 단어 외운 것들, 문법 공부한 것들 그거 다 명시적 지식이지 묵시적 지식이 아니란 소립니다. 쉽게 말하면 명시적 지식은 사전적 정의화 된 지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묵시적 지식은 사전적 정의처럼 딱 잘라서 표현은 못하지만 대충 감으로아는 것들입니다. 마치 우리가 한국어를 배우고 말할 때처럼요. 우리가 한국어를 구사하는 방식처럼요.


그러니까, 님들은 언어를 명시적 방법으로 배워서 묵시적 방법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아주 비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한국인이 영어는 10년 넘게해도 말도 잘 못하고, 일본어는 금방 말하는 기본적인 매커니즘은 한국어→영어간의 명시적 지식을 묵시적 지식으로 전환시키는 과정보다 한국어→일어 간의 전환이 월등하게 쉽기 때문입니다. 교착어인 일본어가 굴절어인 영어보다 어순도 훨씬 유사하고, 한자 문화권이라 어휘에도 상당한 유사성이 있으니까요. 우리는 문법 용어는 모르지만, 경험을 통해 문장을 구성하는 원리를 감으로나마 알고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거에요. 자연스럽게 체화된 거거든요.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묵시적 앎이 언어의 유창성을 가르는 척도라는 것이 대충은 감이 잡힐겁니다. 묵시적으로 언어를 안다는 것, 즉 언어를 체화시키는 방법은 반복과 해당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황에 본인을 노출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Input(입력)하는 것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인풋은 공부를해도 사실상 효율이 없습니다. 일갤에서 흔히 얘기하는 씹덕 베이스를 조금 어렵게 설명하면, 맥락도 모르는 애니를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보니, 꾸준한 노출을 통해 맥락이 잡아가면서 입력이 된다는 소리에요. 근데 이런 방식은 효율이 지극히 낮기 때문에 권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일본어 문장을 처음 읽을 때, 문법적 사항을 1도 모른다면, 문장해석이 불가능할거고, 문장 해석을 할 수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입력(Comprehensible Input)'이 되기 때문에 문법을 배우는 겁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문법을 배우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입력을 할 수 있다면 문법을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문법 배워봤자 명시적 지식이라 머리 터져가면서 묵시적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그냥 바로 묵시적 지식으로 입력할 수 있다면 이게 좋다는 겁니다.


언어학에서는 학습과 습득을 다른 것으로 봅니다. 학습은 명시적 지식을 위한 것, 습득은 묵시적 지식을 위한 것으로 보죠. 저도 가급적이면 습득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언어공부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하지만 생초보 입장에서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위에 볼드체로 표시해놓은 읽기와 듣기는 아쉽지만 학습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읽기와 듣기를 꾸준하게 반복하면 이걸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킬 수 있고, 학습의 영역에서 습득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공부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상황으로 본인을 노출 시키는 것은 언어 학습의 본질이 상호작용 안의 언어 지식에 있다는 이론에 기반한 communicative approach 방법입니다.





이 맥락에서 반복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요컨대 일문따를 사서, 책을 수십번 보는걸 의미합니다. '아니, 도대체 책을 어떻게 수십 번을 봐..'라고 하시면 할말은 없습니다. 앞으로 책을 살 때는 무조건 예문이 풍부하게 달린 책을 사세요. 그리고 그 예문을 읽어주는 음원이 있는 책을 사세요. 그런 점에서 일문따는 만족스러운 책입니다. 책을 사서, 단어를 빠르게 외우고, 예문을 읽어주는 음원을 틀어 놓고, 예문을 따라 읽으면서 해석을 하세요. 이렇게 모든 음원을 다 들으면서 예문을 따라 읽고, 해석을 하면 1회독을 했다고하는 겁니다. 이걸 최소 20번 정도 해보세요. 그럼 일문따에 있는 모든 문형을 묵시적 지식으로 '습득(체화)' 할 수 있게 될겁니다. 이후에 이 방식을 적용해서 일어달이나 voca 15000도 공부해나가면 됩니다. 제가 이렇게해서 영어 실력이 급상승했어요. 이방법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 음원이 읽어주는 모든 문장에 익숙해지게 될 겁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말도 될 겁니다.


읽기와 듣기를 바탕으로 한 반복을 통해 일어 공부를 할 생각이면, 일문따-일어달-voca 15000로 공부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문법이나 상용한자, 표외한자 공부등은 본인이 알아서 적당히 해나가면 되고요). 최소 20번, 많으면 30번 정도 음원을 들으면서 해석하면 책 내용을 씹어먹을 수 있습니다. 회독수는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지만 아무리 적어도 최소한 15회독 이상은 해야할 겁니다. 도저히 엄두가 안날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건성으로 공부하는게 아니라는 전제하에 회독을 거듭할수록 책을 읽고, 말하며 해석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여유가 생길겁니다. 나중에는 책 내용의 상당수가 외워지기도 할거에요. 한국어로 된 책을 읽듯이 속독도 될 거고, 예전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문장들도 회독을 거듭할수록 자연스럽게 체화되며 맥락을 이해하게 될 겁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그리고 평소에 혼잣말이라도 좋으니 최대한 일본어로 말을 해보거나, 글도 써보고, 원어민과 접촉하는걸 추천합니다. 입력한 것을 꾸준히 출력(Output)해야 궁극적으로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흔히들 N1따도 말안되는 사람 많다는데 이방법으로 공부하면 당연히 말도 되는 공부법입니다.



읽기와 듣기를 반복하는 것 말고도 언급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언어를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상황에 본인을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했죠. 이것도 마찬가지로 이해가능한 입력이 필요한데, 생기초 노베이스에서는 여러가지 제약이 따릅니다. 이건 그냥 영상으로 대체할게요. Jeff Brown이라는 교수가 아랍어를 노베이스에서 9개월 공부한다음 마지막에 어느정도 유창해졌는지 보여주는 영상이고, 그 다음 영상은 해당 공부법의 방법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1. 유창하게 발화할 수 있고, 작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부하는 것이 옳다.

2. 그렇게 하려면 이해가능한 입력(Comprehensible Input)을 바탕으로 읽기, 듣기 반복을해서 묵시적 언어지식을 쌓거나, 처음부터 마지막 영상의 방법처럼 언어를 공부해서 아이가 말을 배우듯이 공부를 한다.

3. 2번에서 어떻게 공부하냐에 따라 그 이후의 방법은 갈리지만, 전자 후자 모두 문법 공부 등은 최소한으로 하는게 좋고, 이해가능한 입력이 충분히 됐으면 원어민과 접촉하며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맥락을 통한 공부를해서 언어의 유창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공부를 한다.


계획도 없이 글 써서 두서도 없고, 개소리에 아무말 대잔치 같아서 만족스러운 글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큰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네요. 잘 읽었으면 댓추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쓰느라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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