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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편지_39

somang86(203.234) 2016.06.13 05:56:09
조회 1202 추천 13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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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사모님. 총리님. 임신 2개월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석현은 곁에 있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일요일 내내 긴장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아내였다.

아내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입을 다문다. 대신 눈가에 가득 고인 눈물이 그녀의 심정을 대변했다.


“이 사람과 아기... 모두 건강한가?”


“예. 총리님. 사모님과 아기.. 현재로서는 별 탈 없이 순조롭습니다. 단지..”


“단지?”


“사모님 같은 경우는 검사 결과 임신 중 빈혈의 증상이 심한 편입니다. 빈혈이 심하면 산모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고

자칫 심한 빈혈로 인해 쓰러졌을 때 어딘가에 부딪혀서 태아한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나?”


“철분이 함유된 음식도 드시고, 영양제도 드시면 많이 개선될 테니 크게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입덧 때문에 식욕이 별로 없으시더라도 식사를 거르시면 안 되시고요.”


석현과 의사의 대화를 들으면서 감정을 어느 정도 진정시킨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기.. 선생님.”


“예. 사모님. 말씀하십시오.”

저희 딸 아이를 낳을 때 그 쪽 병원에서 아이가 조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었는데, 이 아이도 그럴 가능성이 있나요?”

 

과거의 경험을 비춰볼 때 걱정이 되는 사항이었기에 은수는 괜스레 조바심이 났다.


"음.... 위에 자녀 분은 언제쯤 출산을 하셨습니까?”


“예정일 한 달 전에... 제왕절개로요.”


은수의 입으로도 들었고, 그녀가 다니던 병원의 출산 기록을 통해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석현 역시도 이 점이 걱정되기에

부부는 초조한 마음으로 의사의 답변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위에 자녀가 조산일 경우 두 번째 아이 역시도 조산일 가능성이 보통의 산모보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30%이고. 지금으로서는 아직 이렇다 저렇다 말할 단계는 아니죠.

주의를 하되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그런 걱정이 산모의 스트레스로 이어져 임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금 현 단계에서는 아직 모른다는 건가?”


“예. 그러니 사모님. 일단은 마음을 편히 가지십시오.

혹시라도 이상 증상이 있다고 해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미리 대비만 잘 하면 이번 출산 역시 별 문제 없으실 겁니다.”


“....네.”


충고어린 의사의 말에 한결 마음은 놓였지만 역시 불안요소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그녀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5년 전 자신의 부주의로 자칫 얼굴도 못 봤을 뻔했던 딸아이..

다행히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나 잘 자라고 있지만,

미숙아로 태어나 한 달 남짓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어야 했던 것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의 몸 속에 깃든 귀한 생명도 그런 힘든 경험을 하게 하면 어떡하나 싶어서.. 은수는 불안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석현은 의사와 면담을 끝내고 나오면서도 어딘가 개운치 않아하는 은수를 깨닫고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아 진료실을 나서 병원을 나서던 길... 석현은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나쳐가던 복도 끝에 보이는 비상구 표시등을 발견한 석현은 아내의 손을 그쪽으로 이끌었다.


“총리님?”


은수는 당황하면서도 그를 따라 걸었다.

석현이 조심스레 비상구 쪽 문을 열면 다행히 잠겨있지는 않았다. 문을 열어 그녀를 당겨 비상구 안으로 들어섰다.


계단과 계단 사이의 공간.. 대낮이니만큼 그곳에는 두 사람 뿐이었다.


“총리님. 왜 그러...?”


질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품 안으로 당겨 안아졌다.

생각지도 못한 남편의 행동에 은수는 놀라서 눈만 깜빡거리며 말문이 막히고 만다.


“...고맙네... 고마워... 은수... 내가 얼마나 기쁜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모르겠어서.. 할 수 있는 게 이것 뿐이라서... 그래서...”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며 더더욱 당겨 안는 석현의 목소리는 미세한 떨림을 전하고 있었다.

그제야 은수는 자신만큼이나 그 역시도 어제 하루 종일 내심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임신일지도 모른다는 말에 기쁜 것도 기쁜 것이지만 혹시 아니면 어떡하나,

아니, 만약 맞다고 하더라도 지난 임신처럼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잘못한 일이 없었나...

이런 오만가지 걱정만 생겨나 어제 하루 종일 어딘가 초조하기만 했던 그녀를 어른답게 감싸주던 석현이다.


“사실이라면 기쁜 일이지만.. 아니어도 괜찮아. 우리한테는 미래가 있잖아.

단지 자네가 몸이 안 좋아진 이유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게 되니까 난 그게 걱정이야.

그러니 자네도 그렇게 미리부터 걱정 말고 마음 편하게 있게.


내가 언제나 말하지만.. 나한테 제일 우선은 은수, 자네야. 자네가 건강해야 내가 마음이 놓이거든..

그러니까 너무 앞서 걱정하거나 초조하게 생각해서 건강을 해치지 마. 괜찮아. 은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걱정할 거 없으니 지금은 몸을 편히 쉬는 일에만 집중하세. 응?”


새벽에 링겔을 맞고 귀가한 이후부터 그녀를 안방 침대에 눕혀놓고 계속 편히 쉬라 말하던 남편..

아이 돌보기는 물론  그녀의 간병에도 열심히였던 석현은 은수의 마음을 신경 써서 였는지 그 이상 임신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임신이 확실시 되자 이토록 온몸으로 기뻐해주는 석현을 보자 은수 역시도 조금 전의 불안한 마음들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자신은 대체 무엇을 그토록 두려웠는지...

이 품 안에 있는 한 두려울 게 무엇이 있다고...


“그렇게 좋으세요? 어제는 아니여도 괜찮다 하셨으면서...”


한결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그의 허리를 마주 안으며 장난스럽게 물어보았다.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잖나.”


“하여간... 능청부리시는 건 천하 제일이시라니까... 하하하...”


그의 품 안에서 불안을 씻어내고 이제는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아내..

그마저도 사랑스러워서 석현은 품 안의 그녀를 더욱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평소의 그녀를 감싸안아주는 포옹과는 달리 약간 구속력이 떨어지는 그의 팔 안...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어린 생명을 향한 그의 자그마한 애정표현이라는 것을 알기에

은수는 혹시라도 사람들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의식 저 편으로 보내버린 채, 그 평온함에 몸을 맡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포옹을 풀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에 석현의 입술이 그녀를 찾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은밀함이 아닌 진심어린 애정과 고마움을 담아 살그머니 내려온 입맞춤..


은수는 약간 얼굴을 붉히면서도 입맞춤에 담겨진 마음을 이해한 듯, 놀람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서로의 말로 다하기 힘든 행복감을 공유하기 위해서...

   




입원 중인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들어선 병원 입구에서...

범수는 그들을 본 순간 생각할 사이도 없이 입구 한 켠에 몸을 숨겼다.


그의 시선 끝에는 나이든 남자와 그에 비해 젊디젊은 여자의 모습이 있었다.

워낙에 인지도가 있는 남자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지만,

남자는 여자를 감싸듯이 자신의 근처로 끌여 들일 뿐 굳이 그 시선들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당당함을 보고 있자니 범수 안에서도 약간의 용기가 생기는 것은 왜일까..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들의 소리가 약간이라도 들릴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해 보았다.


“하지만.... 야근은 금지야. 퇴근 시간 지켜서 돌아올 것, 출퇴근은 조부장 차타고 돌아올 것.

이것만 지켜주면 자네 말대로 인수인계가 끝날 때까지라면 계속 다녀도 좋아.”


“조부장님 차로 출퇴근은 문제 없지만.... 야근은 솔직히 자신이.... 인수인계 문제도 있고...”


“은수.”


남자가 부른 그 이름에.... 범수는 심장이 뜨거워졌다.

역시나............... 한 달 전, 그날의 예감은 틀림이 없었다는 사실에..,


하지만 그걸 알았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여자와 범수는... 이렇게도 멀리 있지 않은가..

이렇게 범수는 숨어있고... 여자는.... 범수를 모른 채 웃고 있다.


........ 그게 현실이다.


“자네 몸은 이제 자네만의 것이 아니야. 이 아이를 위해서도... 또 나나 우리 미래를 위해서도 자네가 건강해야 해. 그건 잘 알지?”


“.......네....”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그는... 마지못해 한숨을 내쉰다.


“....야근이 꼭 필요하면 미리 연락하게. 하지만 절대 8시 안에 귀가하는 거야.

그리고 회사랑 잘 얘기해서 이달 안에 퇴사할 것. 이것만 지키면 봐 주겠네. 이 이상은 양보 못해.

물론 회사 다니면서 밥은 물론이고 영양제를 잘 복용할 것과

언제든 몸이 안 좋다 싶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하는 건 기본이고.... 약속할 텐가?”


“.... 네. 약속할게요.”


약속을 받았음에도 석연치 않아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가 흠칫흠칫 말을 건낸다.


“.... 죄송해요... 마음 쓰게 해드려서...”


“어쩌겠나... 아내가 고집불통에 고지식한 사람이니, 가족 화목을 위해 내가 적당히 지고 살아야지.”


그녀의 미안함에 한결 마음이 풀린 듯, 그는 그녀의 어깨에 돌려진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네~ 정말 감사드려요.”


그 손길에 여자는 밝은 표정을 되찾는다. 그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의 남자가 돌연 화제를 전환시켰다.


“뭐 먹을까? 입맛이 없더라도 앞으로는 아이를 위해 잘 먹어야지 않나.

점심 먹고 회사까지 바래다 줌세.. 지금은 뭐 먹고 싶은 거 없나?”


“음....”


여자가 무어라 대답했는지 범수는 들을 수 없었다. 그들을 마중 나온 차로 인해..

운전석에 있던 남자가 차문을 열고 나오기도 전에, 그가 차문을 열어 조심스럽게 그녀를 차에 태웠다.

이어서 남자가 차에 탑승하면 올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을 태운 차는 매끄러운 곡선을 타고 차의 방향을 돌려 병원을 유유히 빠져 나갔다. 


홀로 그 자리에 남겨진 범수는.... 예전처럼 망연히 그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이 병원에 입원한 것은 열흘 전... 엄마의 몸 안에서 암이 발견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워낙에 애매한 위치에 생긴 암이라 수소문 끝에 이 분야 최고 전문가가 있는 이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


다행이 워낙 초기 때 발견이 된 상태인지라 전이의 위험은 없고 앞으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면 문제가 없을 거라 의사는 말했다. 


“어쩐다냐.. 범수 니.. 대학에도 복학을 해야하는디... 애미가 되어가지고 자식 앞길이나 막고..

내가 정말 죽일 년이다... 진짜 내 만큼 천벌 받을 년은 없을겨... 아이구...”


그런데.... 엄마는 그 상황에서도 범수를 걱정하고 있었다.


“왜 그런 소리를 해!! 지금 내 등록금이 문제야! 그런 걱정 할 필요 있으면 몸조리나 잘 해!!”


한때의 잘못으로 자식을 버린 선택을 한 죄책감으로 범수에게만큼은 끔찍했던 엄마였다.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자기는 뒷전으로 범수에게는 좋은 옷 입히고, 좋은 음식 먹이고, 좋은 교육 시키려고 노력했던 엄마...


그런 엄마에게, 진심이 아니었다고 해도 신경질적으로 굴던 자신이 범수는 너무나도 싫었다.

엄마에 대한 걱정을 왜 그런 식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지..

왜 이토록 살갑지가 못한 것인가...

친구 말로는 아들과 엄마는 원래 그런 거라고 하던데.. 정말 그런 걸까?


.... 만약 이런 자신이 아닌, 엄마의 마음을 잘 알아줄 살가운 딸이.... 곁에 있었더라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들만 떠올리며.. 얼마나 스스로를 자책하고 괴로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티고 버텨, 드디어 엄마가 완쾌된 이 시기에 생각지 않게 마주한 두 번째의 우연...

그 우연으로 인해 그의 머리는 반가움보다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어떻게든 스스로의 다리를 재촉해 엄마가 기다리는 병실 앞에 선 들어가기 직전 무의식적으로 호홉을 가다듬었다.

사정이 어찌되었든 지금의 엄마에게 복잡한 마음들을 드러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런데... 병실 문을 연 순간.. 그의 걸음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따님이 참 참하네.. 대학생?”


“아뇨. 회사 다녀요.”


“잉, 정말? 더 어려 보이는데? 난 우리 아들이랑 같은 또래인 줄 알고 소개해 줄려고 했는데...”


“어머,”


“얘를요? 하하하... 어떠니, 한 번 만나볼래? 이쪽 아들, 참 예의바르고 성실한 청년이던데?

얘가요. 취직 준비한다, 뭐 한다 이러면서 연애다운 연애 한번 못해 봤거든.”


“어, 엄마!”


“그럼 더더욱 잘 됐네~ 우리 아들 곧 올텐데 인사라도 해봐~”


“그래, 그래. 한 번 인사라도 나눠 봐~ 이러다 좋을 때 다 놓친다, 너~”


“아.. 엄마.. 좀 그만해...”


서로 티격태격하는 두 모녀를,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애잔하게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범수는 조용히 그 자리를 피했다.

지금 이 상태로 엄마를 본다면.... 자신도 모르게 말해버릴 것 같았다.

18년 만에 생사조차 모르던... 누나를 봤다고.....


하지만... 그 말을 한다고 해서 뭘 할 수 있겠는가? 엄마는... 18년 전, 누나를 버리고 범수만을 택했다.

나중 가서 그것을 가슴을 쥐어짜며 후회한들...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 후에 누나의 삶을... 범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엄마에게 버려지고 작은 아버지 댁에 몇 달을 얹혀 살았지만, 그 마저도 어려웠던지 누나는 집을 나갔다 한다. 겨우 18살의 누나는...

솔직히 그 뒤에 또 다른 얘기가 있는 듯 했지만, 이것이 범수가 아는 누나의 마지막 소식이었다.


뒤늦게서야 이 소식을 들은 엄마가 직접 작은 아버지 댁에 찾아가 누나의 행방을 수소문 했지만

되려 자식 버리고 줄행랑 친 여자가 이제 와서 적반하장으로 군다고 욕만 먹고 돌아와... 몇 달을 술만 마시며 울고 지냈다.


그 후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누나를 잊고 지내는 듯 하던 엄마지만...

밤만 되면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누나의 옛 사진을 들여다보던 모습은, 범수에게는 이미 익숙해질 데로 익숙해진 광경이다.


엄마의 병의 요인에는... 어느 정도 누나를 향한 애끓는 후회와 안타까움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 범수는 짐작한다.

일을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누나 또래의 여성을 보면 눈시울을 붉히던 엄마..


그런 엄마에게...... 범수는 차마 입을 열 수 없다.

누나는 잘 살고 있다고... 상대에 대해 얘기할 수 없지만 결혼도 하고, 애도 있고..

또 앞으로 둘째 아이가 생기는 것 같더라고....


.... 말만 하면 적어도 누나의 생사조차 몰라 답답해하던 엄마의 마음을 가볍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뒤의 상황은 어쩔텐가...


엄마는 누나를 그리워했다고 해도... 엄마에게 일방적으로 돌연 버려진 누나는 어떤 마음일까?

누나는...... 엄마를 미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누나의 기억 속에 엄마도, 범수도 잊혀진 존재일지 모른다.


아무리 엄마를 위해서라 할지라도.... 돌연 나타나 누나를 만나도 되는 것일까?

예고도 없이 버리고, 예고도 없이 나타난 가족을... 누나는 어떤 기분으로 봐줄까?


.... 누나는 만나고 싶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대로 잊혀진 존재가 되는 게 누나를 위해서일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면 함부로 입을 열 수 없다.

엄마는 생사를 알게 되었지만 차마 나서서 만날 수 없는 누나가 그리워 애타할 것이고...

누나의 입장에서 보면...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으니까...


혼자가 되고파 찾은 비상구 계단에 주저앉아,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올바른 정답이 찾아지지 않는 답답함에 범수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그나마... 오늘 만난 누나가... 매우 행복해보였다는 사실이... 아주 작은 위안이 되어주고 있었다.






이른 오후 시간에 석현에게서 고 실장에게 연락이 왔을 때,

그녀는 본댁에서 여름에 맞춘 집안 재정비를 위해 메이드들을 비롯해 집안 내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중이었다.


말이 집안 재정비지, 사실은 집안 내의 불미스러운 일을 함부로 나불대지 못하도록 아랫 사람들의 기강을 바로 잡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왜냐하면 불과 어제 이 집안의 주 거주자들이 떼거지로 무일푼으로 쫓겨난 것이다.




“아마 일란이가 지시 할테지만... 일도 내외와 일주를 당장 그 집에서 내보내게.”


병원에서 은수를 데리고 돌아와 그녀가 침대에 눕는 것까지 확인한 석현이 그들의 침실에서부터 나오자마자 내뱉은 한마디...

가타부타 설명 따위 없는 지시의 단호함에 고 실장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자세한 사정을 궁금해 할 겨룰 없이 사정은 바로 밝혀졌다.


"아버지로부터 명령이야. 이 시간부로 오빠랑 너.. 이 집에서 나가.”


“뭐??!!”


“아, 아가씨!”


이른 아침부터 직격탄으로 쏟아져 내린 벼락에 일도 내외는 입을 모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 그게 무슨 헛소리야? 집을 나가?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야!”


“아무리 아버님 지시라고 해도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대체.”


“몰라~ 내 알바 아냐. 아버지 지시라니까. 아버지가 이 집의 주인으로 마지막으로 내리시는 명령이라니 거기에 따라 드려야지. 안 그래?”


“아, 아가씨!!”


평소에도 일도 내외가 하는 말을 한 귀에서, 한 귀로 흘려들으며 그들이 뭘 하든 남 일이라는 식으로 일란이었건만

오늘따라 싸늘한 그녀의 말투에 세영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저 석현의 지시를 따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의 그 말에는 앞으로 이 집안의 주인이 될 일란의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그 이유에는 짐작을 하고 남음이 있었다.

지난 밤 일도의 추태... 그것이 석현뿐 아니라 일란을 화나게 만든 것이다.


“여기는 엄연히 내 집이야! 이미 이 집에서 나간 아버지가 뭐라 할 수 없는 거라고!!”


“여기가 어떻게 오빠 집이야? 여긴 이미 내 집이야. 아버지가 나한테 상속하신다 하셨고,

나와 내 남편이 살 집이야. 오빠 집은 따로... 아.. 그것도 이미 물 건너갔지?”


“......뭐, 뭐야?”


이 말에는 과연 일도도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말했잖아. 괜히 아버지 성질 건드려서 상속 못 받는 일 만들지 말라고... 뭐, 어차피 내 알바 아니고...

당장 짐 챙겨서 이 집에서 나가 줘. 나까지 아버지한테 싸잡혀서 혼나기 싫어.

고 실장. 사람 불러 내보내고 뒷정리 좀 해줘.”


“예. 알겠습니다.”


“야! 강일란! 너 거기 안 서! 이게 정말!!”


역시나 금세 머리에 피가 오른 일도가 거칠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 조 부장이 집안 경호원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야!! 이거 놔!! 내가 누군 줄 알고 니 까짓 놈들이 까불어! 놔!!”


조 부장의 지시에 따라 경호원들이 거칠게 반항하는 일도의 손발을 구속했다.

단순한 말뿐이 아닌, 물리력까지 동원한 말 그대로의 강제추방에 사태가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 깨달은 세영은 일란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아가씨. 제발요! 갑자기 이렇게 나가라고 하면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라는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이 사람은 아가씨 오빠고 나는 아가씨 시누이잖아요! 제발 좀 봐줘요? 네?”


“아니 왜? 어제 그 난리를 피웠으면 이 사태는 짐작을 했어야지.

은수랑 우리 오광 씨.. 그렇게 모욕하고 때리려고 했을 때는 이 정도쯤은 예상하고 벌린 일 아니야?

그리고 너... 은수가 자기 몸 받쳐 유경이를 지킬 때는 모른 척 하고 있더니,

이 상황에서는 반응이 완전 빠르다. 스스로도 양심이 없다는 생각은 안 드니?”


그 말에 세영은 말문이 막혔다. 짐작은 했지만... 일란의 분노의 원인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정말 어제 그 실태를 생각만 하면 지금도 암담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은 남편을 말리지 않은 것인지...


집안의 장남인 일도가 완전히 집안에서 배제되었다는 식의 일주의 부추김에 넘어간 남편은 본때를 보이겠다며

그들의 저녁 식사자리에 난입했다. 그리고 시작된 추태 행위..


설마 남편이 거기까지 무지하지 않으리라 믿었건만... 그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남편의 어리석음이 불러온 참사는 이미 주워 담을 길은 없고

이제 와 무릎 꿇고 사정을 해도 단단히 화가 난 시아버지와 시누이는 풀어줄 기색이 안 보였다.


“유, 유경아!! 유경아. 너도 알잖아. 아빠랑 엄마가 갈 곳이 어딨겠니?

제발 고모한테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좀 얘기해줘. 응? 유경아!”


일도와 함께 경호원들의 손에 의해 끌려가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모든 사정을 지켜보고 있는 유경에게 매달려 보았다.

일도 내외는 몰라도 유경과 우진.. 특히 유경에게는 친밀감을 가지고 대하던 석현과 일란이다.

유경이 말만 잘 해준다면 화를 풀릴지는 나중 문제라 해도 당장의 위기를 피할 수 있으리라는 고육지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경은 말없이 자리를 피했다. 지난 밤의 추태는 유경에게도 상처가 되어 버렸기에..


결국 그렇게 일도 내외는 쫓겨나 버렸다.

먼저 몸이 내쳐지고 그들의 짐은 캐리어에 담겨 문 앞에서 애걸복걸 하는 그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뒤이어서 일주.. 그녀는 지난밤 그 일 이후 종적이 묘연하다.

일란의 지시로 고 실장은 일주의 짐을 챙겨 그녀의 국회 사무실로 부친 후, 문자로 상황을 통보했다.

그나마 일도 내외와는 달리 일주에게는 몸을 의지할 오피스텔이 있으니 문자를 봤다면야 그 곳에서 지낼 것이다.


석현의 명령에 일란이 그대로 따르고, 유경까지 못본 척 함으로서 상황은 빠르게 일단락 지어졌다.

남은 것은 집안에서 일하는 이들의 입단속을 시키는 일 뿐..

그리고 그 일은 예전 석현이 집안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고 실장에게 일임되었다.


평소보다 더 엄격하게 집안 여기저기를 살피며 지시를 내리던 그녀는 핸드폰에 걸려온 상사의 전화에 바로 반응했다.

아마 어제 지시한 사항에 대한 보고를 듣기 위해서라 짐작했고 보고를 하려는 찰나.. 예상은 빗나가 버렸다.


“지금의 가정부를... 매일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주말을 제외하고 낮 동안의 집안일과.. 당분간은 식사 담당도 맡아줘야 할 듯 해.

퇴근 시간은 지금과 같네. 단지 간단한 식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아내가 신경을 안 써도 되게 말일세.”


직장에 다니는 은수를 배려해 석현은 낮 시간동안 가정부를 고용했다.

가정부가 안 오는 날은 은수가 직접 집안일을 하지만, 중간 중간 고 실장이 들려 집안을 살피고 있다.


하지만 식사만큼은 자기 손으로 만든 음식을 가족들에게 먹이고 싶다는 은수의 강한 의지에 따라식사 준비는 일의 내용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석현의 점심조차 석현이 특별히 찾는 음식이 없는 이상은 모두 그녀가 만든 음식들을 그릇에 담아 내어주는 실정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왜 갑자기....


“입덧하는 사람에게 식사 준비를 시킬 수는 없을 것 같고...

 아. 그 사람이 임신 중 빈혈이 심한 편이라니 그 점을 좀 주의해서 식사 준비를 해줬으면 하네.”


핸드폰 너머의 그는 그답지 않게 상당히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한 마디의 파급력조차 신경 쓰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의 증거였다,


“세세한 사항은 자네에게 위임할 테니 아기 용품이나 임산부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보내주게.

그리고 집에 남아있는 방들을 활용해 공사를 해야 할 것 같아.

1층 내 서재가 우리 침실과 가까우니 거기를 치우고 아기 방으로 만들어야겠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야 당연히 우리가 데리고 자야겠지만 혹시 모르니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중에 아이가 좀 더 크면 아이 방으로 사용하면 되는 거니까...

아. 그 때에는 2층을 아이들에게 내주고 서재를 1층으로 옮기는 게 좋겠군. 아이들도 그 편이 편할 거야.”


계속 이어지는 지시 사항에 고 실장은 대답할 타이밍을 찾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임신? ......아기? ........아이 방?


“.......저... 실례지만..... 총리님... 그 말씀은.. 사모님께서... 임신을 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답지 않음이 전염이라도 된 것일까?

보기 드물게 고 실장은 그의 지시 사항을 소리 내어 되풀이 해 물었다.


“스톱!! 고 실장~ 지금 뭐라고 했어? 은수가....... 임신을 했어?”


아차! 싶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오광을 만나려 늦은 외출을 한다하던 일란이 근처에 멈춰 서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직접적인 반문에 자신의 흥분상태를 깨달은 그의 쑥스러움 가득한 헛기침 소리를 들으며..

시선으로는 흥분과 호기심이 가득 찬 표정의 일란과 마주하면서.... 고 실장은 내심 자신의 실태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 맞아. 그 사람이... 아기를 가졌다는군...”


잠시 후.. 애써 침착하게 사실만을 전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감출 래야 감출 수 없는 흥분과 행복감이 전해져 왔다.

그만큼 그는 앞으로 맞이할 새 생명을 반가워하고 있는 것이다.


“축하드립니다. 총리님.”


그의 행복을 싫어할 리 만무하고 고 실장은 기꺼이 축하 인사를 건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수 분 만에 은수는 일란으로부터 말로는 축하이나 호기심이 가득한 하이 텐션의 전화를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 로맨니스트에 플러스 상남자~ 은수 너가 얼마나 사랑스러우셨으면~

은수야~ 축하해~ 나 너 덕분에 우리 아버지 다시 봤다~ 아버지야말로 사나이 중에 사나이야~"


그리고 그녀로부터 그에게의, 약간의 핀잔어린 잔소리 문자가 도착하기까지는 그 때부터 15분 후...

 

-----------------------------------------------------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 이번 화... 점점 필력의 한계가..ㅜㅜ

늦은 배달에, 허접 배달이지만 사양 말고 받아줘~

임신 관련 내용은 네** 통해 검색해 얻은 건데.. 내용이 사실과 좀 달라도 양해를 부탁해~


다음 배달도 부지런히 노력할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게들^^;;;

이번 화도 읽어준 홍님 모두 받아라~ 나지리의 감쟈 감쟈~

그런데 추천은 노노노~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


그리고 덤으로 일란이 대사는... 글 쓴 나지리의 마음의 소리~ ㅎㅎㅎ 울 할배 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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