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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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와 여러 크고 작은 일을 함께하다 보니 어느새 이 이름 모를 세계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와 제니스 사이에는 무슨 변화가 있었냐고 물어본다면.

제니스는 나를 좀 더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종종 식사준비도 같이해준다던가 숲속으로 같이 산책하러 나간다던가. 잘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나를 껴안고 잔다던가.

’...생각해보니 원래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워낙에 처음부터 나에게 잘해주다 보니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시간이 지나가면서 조금은 더 친해진 것 같았다.

그러다 마침내 제니스의 주방에 식재료가 다 떨어진 지금. 나는 제니스와 함께 산 밑 마을로 같이 내려가 볼까 한다.

물론 제니스는 처음엔 완강하게 반대했지만, 얼굴은 안 보이게 천 조각으로 가리고 가겠다는 조건과 바깥 풍경도 꼭 보고 싶다는 내 부탁에 못 이겨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숲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근처에 서있었다. 제니스는 허락은 해줬지만, 막상 지금이 되니 아주 불안한지 내게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로 같이 갈 거야?”

나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모습에 제니스는 크게 심호흡하더니.

“얼굴 꼭 잘 가리고, 길 잃어버리지 않게 내 손 잡고 잘 따라와야 한다?”

“안 들키게 열심히 할게.”

나는 다시 한번 모자 위에 얹어둔 기다란 천 조각을 단단히 고정했다. 이 정도면 머리 정도는 다 가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제니스의 손을 꽉 잡고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을 안 풍경은 생각보다 크게 뭐가 다르진 않았다. 주민들이 사는 주거 구역과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 구역으로 나누어진 듯했다. 지나가면서 여기저기 스쳐 지나가는 주민들을 관찰한 결과.  결과. 주민들은 모두 머리가 동물이었다. 고양이, 까마귀, 말이나 호랑이. 제니스와 같은 늑대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제니스의 말로는 이들 모두를 통틀어’수인‘이라고 칭한다고 한다. 내가 나를 인간이라고 부르듯 이들은 자기 자신을 수인이라고 구분 지은 것이다. 그럼, 제니스는 늑대 수인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그렇게 주거 구역 여기저기를 지나다니며 마침내 식재료를 구하는 시장 구역에 도착했다. 의외라고 해야 할지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이 세계에도 화폐란 것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제니스는 주로 산속에서 장작을 모은 다음 필요한 사람에게 팔거나, 다양한 목제 가구를 수제 제작하며 돈을 번다는 듯했다.

그리고 저 멀리 시장 구역 너머로 보이는 석재 건축물. 신전이 있었다. 제니스가 나를 구해준 그날과는 다르게 신전 입구에서부터 경비병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모습은 괜히 나를 위축되게 했다.

그렇게 필요한 식재료를 구하는 제니스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시장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제니스의 양손에 식재료를 담은 바구니가 한가득하였기에 중간부터는 꼬리를 잡고서 따라다녔었다.

그렇게 다시 시장 구역을 지나 주거 구역으로 돌아온 우리는 천천히 산 입구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오늘 재미있었어. 데리고 나와줘서 고마워.”

“그럼, 다음에도 같이 내려오자. 대신 얼굴은 꼭 가려야겠지만.”

비록 얼굴을 들키면 안 되기에 대부분은 땅을 쳐다보면서 걷다가 중간중간에 고개를 살짝 들어 주변을 둘러보는 정도였지만, 난 이 정도여도 만족했다.

그렇게 산 입구에 거의 다 도착해갈 때쯤에 길바닥에 떨어져 있던 종이 한 장에 눈에 들어왔다. 내용이 궁금해진 나는 자세히 읽기 위해 종이를 집어 들었고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신전에서 도망친 생명체를 찾습니다. 신고 시 사례금 지급.‘

’도망친 생명체는 매우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산 채로 포획해 오되 그럴 수 없다면 죽이십시오.‘

’사살해서 가지고 와도 사례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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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차 도달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