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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꼬레아노 안느를 기억하는가?

234(124.53) 2010.02.22 01: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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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에게 가장 먼저 접근했던 외국팀은 앞서 언급한 세리에 A의 페루자가 아니었다. 그 보다 앞서 그에게 접근한 팀은 스페인 프리메 라 리가의 레알 라싱 산탄데르였고, 그들은 부산 구단과 안정환에게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하며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에이스인 페드로 무니티스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라싱은 그를 대체할 적임자로 안정환을 지목하게 되고, 선임대 후 완전 이적을 조건으로 250만 달러와 연봉 40만 달러를 제시하는데, 당시 라싱이 제시한 이 조건은 재정 상황이 그리 넉넉지 못한 그들의 사정상 파격적인 조건이었고, 연봉 40만 달러는 무니티스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연봉 액수였다. 

선수 본인도 스페인 행을 원하고 있었다. 체구가 작고 테크닉이 좋은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리그가 스페인 무대라는 사실을 선수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이탈리아의 페루자 구단이 새로운 구매자로 등장하게 된다. 루치아노 가우치 구단주의 아들인 알렉산드로 가우치 사무국장이 직접 한국을 찾은 페루자 구단은 안정환의 병역 문제로 마지막 계약 단계에서 소극적 움직임을 보이던 라싱을 제치고 부산 대우 구단과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결국 안정환의 행선지는 이탈리아 페루자로 결정되었고, 한국인 최초, 아시아 선수로는 4번째로 세리에 A에 진출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페루자의 안정환 영입 목적이다. 이미 나카타를 통해 아시아 마케팅의 쏠쏠한 재미를 맛 본 페루자 구단으로서는 한국 최고의 인기스타를 영입함으로써 비단 그의 활약과 팀의 성적보다는 소위 잿밥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나카타를 영입했을 당시 일본인들의 페루자에 대한 관심은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수많은 관광객이 이탈리아 페루자를 찾았고, 해외에 그 중계권을 팔아 본 적이 없던 페루자 구단의 시즌 중계권을 일본 방송사들이 고액에 사들이는 등 이미 이때부터, 페루자의 가우치 구단주는 아시아 마케팅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던, 아시아 마케팅의 선구자(?)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더욱이 한 시즌 전 베네치아에 입단했던 일본인 선수 나나미 히로시의 성적이 보잘 것 없는 것이었음에도 베네치아 구단이 그로 인해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는 점은 페루자에게 안정환이 그 실력 여부를 떠나 더욱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고, 마케팅 상품이 아닌 축구 선수 안정환이 필요했던 라싱 구단이 그의 병역 문제로 고민하는 사이 페루자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바로 계약부터 하려들자, 당시 재정난에 시달리던 부산 대우도 결국 페루자와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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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라싱 산탄데르는 주전 보장을 약속하며, 마케팅 상품이 아닌 축구 선수 안정환을 필요로 했지만, 병역 시 위약금 조항을 계약에 추가함으로서 결국 안정환을 페루자에 빼앗기고 말았다. 결국 2년 뒤의 월드컵에서 병역 문제를 말끔히 해결한 안정환이 이 당시 페루자가 아닌 라싱으로 그의 진로를 선택했다면 지금 그의 축구 인생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사진 = 안정환 공식홈페이지) 


이탈리아에서의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비록 모기업의 부도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기는 했지만 유럽 무대에서 저가용 자동차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대우 자동차가 페루자의 메인 스폰서로 등장하며 가우치 구단주의 기대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방송 중계권이었다. IMF 여파로 국내 시장의 경기 불황도 문제였지만,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도 없는 실정에서 국내 공중파 방송국들이 인지도도 낮고 방송 시간도 새벽 시간인 유럽 축구 리그를 매 주마다 방송할 여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 중계가 없던 탓에 안정환의 팬들은 새벽마다 문자 중계로 답답함을 해소해야 했고, 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인 장지현 해설위원이 안정환 출전 경기의 인터넷 생중계를 두고 페루자 구단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금액 차이로 협상은 중단되고 말았다. - 칼라페 7화 \'장지현 해설위원과의 취중토크\' 편에 자세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음 - )


결국, 안정환의 이탈리아 생활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줄어들었고, 당초 일본인들의 나카타에 대한 관심을 안정환에게도 기대했던 가우치 구단주는 안정환을 상품성이 없는 선수라 비난하며 리그 2라운드 이후 13라운드까지 출전 명단에서 제외 시켜 버린다. 당시 이러한 상황을 세르세 코스미 페루자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는데,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느는 굉장한 재능을 가진 선수이다. 지금까지 이런 선수를 한 번도 가르쳐 본적이 없다. 많은 기회를 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라고 답하며 답답함을 표현 하는데, 훗날 2002 월드컵 직후 안정환에 대한 망언으로 구설수 올랐던 그 이지만, 안정환의 페루자 시절 그를 활용하기 위한 포메이션까지 새로 고안할 정도로 코스미 감독의 안정환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드디어 첫 골,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시 아탈란타와의 리그 25라운드 경기, 앞서 23라운드 볼로냐와의 경기에 잠시 교체 출전하며 오랜만에 피치를 밟아보았던 안정환은 그 경기에서 도움을 기록, 이탈리아 진출 이후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윽고, 후반 1분 만에 루카 사우다티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교체 투입된 안정환은 팀이 1-2 로 끌려가고 있던 상황에서 경기 종료 직전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트리며, 그의 인상적인 세리에 A 데뷔 골을 기록하게 되는데, 그 경기에서 Man Of the Match 에 선정된 그는 이를 기점으로, 다음 경기인 26라운드 바리 전에는 90분간 선발 출장하며 결승 골까지 기록, 팀의 4-3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해낸다. 두 경기 연속 Man Of the Match 에 선정되는 놀라운 활약을 펼쳐 보인 그는, 이 경기를 통해 세리에 A 주간 베스트 일레븐에 처음으로 선정되는 영애를 누리기도 한다.    


실로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의 활약에 코스미 감독은 안정환과 파비오 리베라니의 공존을 위한 공격적인 3-5-2 전술을 꺼내들기 시작했고, 페루자는 바로 다음 라운드인 27라운드에서 AC 밀란 원정 승리를 거두는 대이변을 연출해 내게 된다. 패싱력과 게임 운영 능력은 뛰어나지만 스피드와 돌파 능력이 떨어지는 리베라니가 중원으로 내려오고, 테크닉과 득점 센스를 겸비한 안정환이 쳐진 스트라이커로 기용되면서 다소 투박하던 페루자의 공격 라인이 창의성을 띄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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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라니 중심의 3-5-2]  [안정환과 리베라니의 공존을 위한 3-5-2]  [안정환 중심의 3-4-1-2]


[\'플레이 메이커\' 리베라니를 중심으로 한 3-5-2 포메이션을 가동하던 코스미 감독은 안정환과 리베라니가 공존하는 공격적인 3-5-2 전술로 후반기 페루자의 약진을 이끌어 낸다. 그리고 리베라니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페루자는 안정환을 중심으로 한 3-4-1-2 포메이션으로 유벤투스를 상대하는데, 이러한 안정환 중심의 전술 변화는 그가 팀 전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경기가 거듭될수록 높아지고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어진 30라운드, 우디네세와의 경기에서 2골을 기록한 그는 다시 한 번 Man Of the Match 와 주간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며 시즌 막판 페루자 돌풍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고, 32라운드 유벤투스 전에서는 비록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전반기 15라운드 때처럼 다시 한 번 유벤투스를 상대로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며, 명실상부한 페루자의 주전 선수로서 입지를 다지게 된다.


당시 전반기와 후반기 두 번이나 그를 상대했던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는 "그는 마치 필리포 인자기와 같았다." 라는 말을 남기며 안정환의 활약을 칭찬하기도 하는데, 결국 그 시즌을 마지막 경기까지 선발 출장한 안정환은 총 860분의 출장시간을 기록, 시즌 통계 유효 슈팅률 3위(43%)와 시간대비 득점률 2위(1위는 밀란의 안드레이 셰브첸코) 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쳐 보인다.


하지만, 그의 이런 활약에도 가우치 구단주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었다. 그는 축구를 축구가 아닌 사업으로, 축구를 돈으로 생각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훗날 알려진 사실이지만 나카타가 페루자에서 로마로 이적할 수 있었던 배경은 가우치 구단주가 로마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작고한 프랑코 센시 전 로마 구단주 - 현 로젤라 센시 구단주의 아버지 - 는 사업상 그와 동업자 이었지만 그의 천박한 성품 때문에 그와 엮이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고 알려져 있다.)


부당한 대우, 그리고 운명의 월드컵...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인정받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의 두 번째 시즌이 다가왔고, 안정환은 인테르와의 리그 개막전을 시작으로 4라운드까지 계속해서 선발 혹은 교체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이때부터가 이상했다. 느닷없이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그의 모습을 10라운드가 되서야 처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20라운드가 되기 전까지 그는 평균 10분 남짓의 시간만을 교체로 출장할 뿐이었다. 특별한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의 자리에 다른 경쟁자가 영입된 것도 아니었다. 지난 시즌 막판, 팀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끌었던 선수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한 대우였다. 더욱이 안정환이 빠진 페루자의 성적은 연일 바닥을 헤매고 있었기에 그의 출전 제외는 더욱 납득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예상 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 공격수들의 부상으로 공격진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20라운드 베로나와의 경기에 후반 교체 투입된 안정환은 평소보다 많은 40분간 피치 위를 누비며 시즌 첫 골을 기록하게 되는데, 그 골은 자신을 향한 부당한 대우에 대한 일종의 항명이었다. 그 골로 주간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된 그는 다음 경기인 21라운드 우디네세 전에 드디어 선발 출장하게 되고, 풀타임 출전을 기록하며, 비록 득점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이였다. 그 해 세리에 A 에서 뛰고 있던 150명의 외국인 선수들 중 9번째로 뛰어난 평균 평점을 기록한 그였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그는 리그 경기를 4경기 남겨둔 시점에서 대표 팀 전지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독일로 떠나버렸다. 


이제 막 리그에 적응을 마치고 출전 때마다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이유 없는 출전 제한은 실로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더욱이 월드컵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그러한 구단의 처사는 선수에게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만 했을까? 언어의 장벽 때문에 동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감독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서 이었을까? 아니다. 훗날 코스미 감독은 안정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 안정환은 영리한 선수였다. 영어를 꽤 잘했고 금세 이탈리아어를 익혔다. 안정한은 때때로 내 흉내를 내기도하는 재미난 친구였다." 그리고 안정환의 최근 인터뷰를 살펴보면 그 당시 팀 동료들과 상당히 친분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당시 팀의 주장이었던 마테라치와 말싸움을 하면 주변에서 다른 동료들이 안정환의 편을 들어주었고 대부분 나이 또래가 비슷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경기장 밖에서도 상당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 문제는 안정환의 적응문제나 인종차별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입단 초기부터 붉어져 나오던 돈 문제였던 것이다.


애당초 그를 돈벌이 수단으로 영입했던 페루자였다. 어차피 임대로 데려온 선수였지만 마케팅으로 돈 벌이가 되지 않는 선수라면, 어차피 몇 시즌 안에 병역 문제로 팀을 떠날 선수라면, 굳이 그를 활용할 가치를 못 느꼈던 것이다. 부산 대우에 임대 계약금 30만 달러의 헐값을 주고 데려온 선수였다. 2년간 대우 자동차에서 지원받은 스폰서 비용을 계산해보면 굳이 완전 영입 없이 한국으로 돌려보내도 남는 장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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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치 구단주가 안정환을 영입했을 때, 그는 안정환의 뒤에 누가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렇다. 바로 대우 그룹이었다. 이 계산적인 장사꾼은 안정환이, 아니 대우 그룹이 자신의 부를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계산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기가 잘못된 판단이었다. 이미 대우 그룹은 IMF 로 인해 그 허울만 남겨진 침몰하기 직전의 난파선(船)이었기 때문이다.] (사진 ="안정환" 공식 홈페이지)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바로 그 안정환이 이탈리아를 골든 골로 침몰시켰다. 이탈리아 전역은 한국과 안정환, 모레노 주심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고, 가우치 구단주와 코스미 감독 역시 안정환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안정환이 이탈리아로 돌아왔을 때 그는 집 밖을 나갈 수 도 없었으며, 그의 자가용은 폭도들에 의해 불타고 있었다. 안정환의 잘못은 없었다. 오로지 그의 잘못이라면 조국을 위해 아주리 수비진을 향해 골든 골을 작렬시킨 잘못 밖에는 없었다. 결국 가우치 구단주는 안정환에 대해 "그 녀석은 처음 이탈리아에 왔을 때 샌드위치 하나 살 돈 없는 \'길 잃은 염소\' 와 같았다. 자신을 키워준 이탈리아를 몰라보고 적대적인 행위를 했다. 그는 더 이상 페루자에 머물 수 없을 것이다." 라는 말도 안 되는 발언을 일삼으며 안정환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 한다.


(당시의 이 발언은 가우치 구단주가 이탈리아 국영 방송인 RAI 3 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인데, 이 방송 이후 페루자 구단의 사이트는 전 세계 네티즌들의 비판으로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절망의 끝에서 안정환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안정환에 대해 이탈리아 전체가 나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이탈리아의 패배가 안정환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탈리아 내에서도, 아니 전 세계에서도 가우치 구단주 밖에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피오렌티나와 라치오 그리고 우디네세가 안정환에 대한 영입 의사를 타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페루자와 가우치 구단주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모욕적인 처사를 당했지만 이탈리아 내에서 안정환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들과 달랐다. 이미 그는 리그에서 몇 안 되는 \'판타지 스타\' 유형의 선수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었던 것이다. 피오렌티나의 디에고 델라 발레 구단주가 안정환의 영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라치오 역시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는 건 바로 우디네세였다. 두 시즌 동안 우디네세만 만나면 펄펄 날아다니던 안정환 이었기에, 우디네세를 상대했던 경기는 모두 주간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된 안정환 이었기에, 당연히 그들의 눈에 안정환은 환상적인 \'판타지 스타\' 그 자체였던 것이다. 우디네세가 500만 달러의 이적료를 제시했고, 뜻밖의 큰돈을 벌게 된 가우치 구단주는 서둘러 부산 대우에 연락을 취한다.


안정환의 완전 이적 금액인 130만 달러를 바로 지급하고 완전 영입해, 우디네세로 비싼 값에 팔아 이득을 취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부산 대우 역시 우디네세의 접근을 알고 있었고 순순히 거금 500만 달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부산 대우가 안정환의 원 소유권을 주장하게 되고, 이때부터 페루자와 부산 대우 간의 기나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선수 본인 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여름 이적 시장이 끝나가고 있었다. 월드컵을 정점으로 절정의 감각을 자랑하던 현 시점에서 반년 이상을 무적 선수로 경기에 나서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때 엉뚱하게도 PM 이라는 이름의 일본 광고 회사가 130만 달러를 부산 대우에 지급하고 안정환의 소유권을 사들인다. 어차피 돈만 받으면 되는 부산 대우 이었기에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었고, 페루자와의 줄다리기는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안정환의 이탈리아 생활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고 만다. 우디네세가 PM 측에 안정환의 영입을 제시하지만 이미 선수 본인의 마음이 이탈리아를 떠나있었다. 월드컵 이후 그에 대해, 아니 한국에 대해 적대감을 보이던 나라에서는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훗날 우디네세는 안정환이 프랑스 리그 FC 메츠에서 뛸 때도 다시 한 번 그의 영입을 추진하지만 당시 그의 에이전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다시 한 번 그의 빅리그 진출을 무산시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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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의 퇴출 소식에 당시 팀 동료였던 파비오 그로쏘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구단주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상대팀 선수로 불행하게도 우리를 상대로 중요한 골을 넣었지만 우리에게 그는 언제나 친구였다." 라는 말로 안정환을 지지했고, 지오반니 테데스코 역시 "나는 그의 주목할 만한 기술력을 알고 있다. 여기 페루자 사람들은 마치 그를 배신자 취급하지만 그는 진정 훌륭한 골을 뽑아냈고 최선을 다했다" 라는 발언으로 자신의 팀 동료를 옹호했다. 팀 동료들의 지지를 받았고 타 구단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던 안정환의 모습은 국내에 잘못 알려진 것처럼 이탈리아 내에서 적응에 실패했다거나 경쟁에서 뒤떨어진 것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사진 = 안정환 공식 홈페이지)   


그의 마지막 도전


남아공 월드컵을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대표 팀에 안정환 기용을 논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그에 대한 호불호만큼이나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할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지금껏 한국 축구 역사상 안정환 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장면을 많이 연출해낸 인물도 없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바로 한국 축구 역사에 \'유일무이(唯一無二)\' 한 \'판타지 스타\' 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축구를 보며 가장 좋아하는 표현이 하나 있다. 바로 \'클래스는 영원하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안정환이 조국을 위해 마지막 황혼을 불태우며 \'클래스는 영원하다\' 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우쳐 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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