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리뷰 : 그저 예쁘기만한 사람

이응(1.245) 2017.07.08 04:31:08
조회 2965 추천 39 댓글 15
														

생존신고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0개까지는 올릴 예정이라는 걸 미리 밝혀둠. 이렇게 해놔야 내가 빨리 지킬 것 같거든;;;;

으억으억으억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d99ad4116075183506ee88826ebab0ebd2d7fc7415


시진은 아구스와 도깨비마을에서 불쾌한 인사를 나누고 난 후, 마을에 대한 보고를 본진에 올렸어.

마을 아이들에 대한 마땅한 처우에 대한 것과 아구스의 처리에 대한 군의 공식 명령을 받기 위해서.

하지만 그 일에 대한 사령관의 명령은 뜻밖이었어.


"이번 작전은 정의가 아니라 정치야."


무기밀매에 납치, 감금, 인신매매까지 서슴치 않는 범죄자를 당장 잡아들이라는 명령이 아니라, 길준은 정치적 공작을 위해 아구스에 대한 이용가치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그를 내버려두라는 명령을 내린 거야.

그것도 지금 당장의 피해아동들까지 도로 아구스가 데려가게끔 모른척하고 있으라는 명령까지도 포함이었지.


"우리 군은 이 시간 이후 그 어떤 개입도 하지 않는다."


길준의 명령과 아랍 의장 건에 대한 박병수의 명령, 두 상관의 명령은 같으면서도 달랐어.

그 형태는 같았지만 속 안의 의미가 너무도 달랐지.


박병수는 당시, 군의 책임 회피를 위한 선도 정의도 없는 그저 졸렬하기만 한 명령을 내렸지만 길준은 그렇지가 않았어.


길준의 명령은 정치적 대의를 위해서는 작은 것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지.

물론 누군가의 생명과 인생이 오가는 일에 의미의 크고 작음을 판단하는 건 인간의 몫이 아니야.

하지만 결국 정치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저울 양쪽의 경중을 가려내야할 때가 있는 거겠지.


대의를 위해 소의를 희생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길준도 그게 달갑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지금 명령을 내리는 길준도 그 명령을 받는 시진도, 결국엔 국가의 명령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이지.

국가가 그러기로 했다면, 그리고 그것이 비정하지만 어떤 방향에서는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라면 군인으로서 그걸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거야.


그래서 시진은 그게 씁쓸하면서도 국가의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어.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d99ad4116075183506e9ddd53bbae1d1b187672345fc


시진은 그렇게 본진을 나와 모우루 중대로 돌아왔어.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탄띠를 벗어놓으며 회랑 한 켠에 앉아 굳은 얼굴을 펼 줄을 모르는데, 그 모습을 모연은 멀리서 지켜보고 있어.


먼발치에서 보기에도 오늘 시진의 모습은 좋아보이지가 않아.

무슨 고민이 있는지, 걱정이 있는지 그답지 않게 시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근무 중엔 탄띠를 빼놓을 줄 모르던 사람이 그것도 벗어놓고,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던 그가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땅만 내려다 보고 있는 거야.


모연은 시진이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아.

처음 헤어질 때부터 그리고 다시 만난 후에도 모연은 시진을 만나며 계속해서 그걸 몸으로 느껴왔어.


무슨 일 있어요
왜 그래요
뭐가 그렇게 힘들어요
무슨 일인지 말해봐요
나누면 반이라는데 내가 나눠 져 줄게요


모연이 그렇게 말해도 시진은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을 거야.

그래서 모연은 그냥 심각할 때 심각해봐야 심각하다는 시진의 말에 따라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 농담을 해주기로 해.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d99ad4116075183506edd4813eb9b0d7f9dca1fe76



"당분이 필요할 거 같아서요. 딱 하나 남은 건데 드리는 거예요?"
"고마워요. 나눠 마실까요?"
"살쪄요. 쭉 들이켜요. 약이다 생각하고."


시진은 눈 앞으로 쑥 내밀어진 커피잔을 받아들고는 모연의 너스레에 씩 웃어.


모연은 그런 시진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해.

그녀가 생각하기에 시진이 거짓말을 하거나, 농담을 하며 그 답을 감출 이유가 없을 만한 질문을.

시진에게 그녀가 솔직한 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순수하게 믿은 질문을 말이야.


그 질문이 지금 시진을 가장 진실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은 짐작도 못한 채로.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9dcd8e7a667619346cebd4d500b1b1af6d61bdcb1bf3f333ce20



"도깨비마을에 남은 아이들은 어떻게 됐어요?"
"...잘 해결됐어요. 우르크 정부에서 전문시설로 옮겨 보호한답니다."


표면적으론 그렇지. 일단 현지경찰은 그렇게 밝혔으니까.

분명 아구스가 다시 데려갈 게 분명하지만 말이야.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시진은 당장 할 수 있는게 없어.

그렇기 때문에 그의 마음이 괴로운 거고.


일에 관한 한 표정을 감추는 데 능숙한 시진은 모연의 눈을 똑바로 보며 그런 거짓말을 했어.

그걸 알 리 없는 모연은 그저 시진의 말에 기뻐해.


"잘 됐다! 메디큐브로 데려온 아이들도 늦지 않게 치료 시작해서 경과가 좋아요."
"그래서 되게 바빴군요. 머리 묶을 시간도 없을 만큼."


시진은 모연이 의사로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아주 좋아해.

자랑스러워 하고 존경스러워 하지.


현재 [정의가 아닌 정치]를 해야만 하는 그리고 하고 있는, 시진 자신이 지키지 못하는 [정의]를 모연은 여전히 지키고 있어.

퍽 고맙게도 말이야.


그래서 시진은 그녀 자신이 해도 되지만 그가 모연에게 해줄 수도 있는 일을 기꺼이 해주기로 해.

고맙고 아름다운 사람에게.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d99ad4116075183506b88c8567ebb139c28265c26a



"이거 잠깐 들고 있어 봐요."
"뭐 잠깐 들라 그러면 꼭 이상한 짓 하던데?"


두사람은 같은 날을 떠올리고 있어.

주유소에서 종알종알대던 모연의 입을 막던 시진의 사심 가득한 작전을.


시진의 눈매도 입꼬리도 이젠 완전히 풀어져선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모연을 바라보고 있어.

모연의 눈동자를 마주보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진의 마음은 평소처럼 농담도 할 수 있을만큼 가벼워져 가.


"내가 해도 되는데."
"원래 연애라는 게 내가 해도 되는 걸 굳이 상대방이 해주는 겁니다."
"나중에 나도 해줄게요. 대위님이 해도 되는 거 굳이 내가."
"약속 지켜요."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d99ad4116075183506eed9d96aebb01d810b928986dc


사실 오늘만 해도 이미 모연은 그녀의 연인이 해도 되는 걸 굳이 그녀가 해주었어.

무슨 일 때문인지 모르지만, 풀 죽어 있는 시진을 위해 평소에 그가 줄곧 그녀에게 해주던 농담을 하며 그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지.


모연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시진을 위한 무언가를 그에게 계속 주고 싶어.

어떤 날에는 위로를, 어떤 날에는 응원을, 어떤 날에는 감동을, 어떤 날에는 축하를, 그 모든 것을 더해서 모연은 유시진의 마음에 평화를 주고 싶어해.


마주보며 서로의 눈동자 속에서 행복을 찾던 두사람 사이로 자애의 무전 소리가 들려.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손님, 택배님이 오셨다는 소식에 이제 위로도 다 해줬겠다 모연이 휙 일어나 가려는데 시진이 잡아.


 
"지금 택배 왔다고 나 버리고 가는 겁니까? 택배야 나야?"
"당연히 대위님이죠!"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9dcd8e7a667619346cebd4d500bcea665351d1eeba9acff65b31


동생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긴 형마냥 시진은 투덜대.

모처럼 모연과 둘만 있는 시간을 빼앗은 무전기가 왠지 원망스럽고 괜히 구해다 줬나 싶고...


모연은 아까의 그와 달리 눈에 띄게 밝아진 시진의 모습에 내 할일 다했구나, 마음 놓고 휙 가버려.

돌아서는 모연의 얼굴이 참 행복해 보여.

모연도 무척 바쁘게 일하며 피곤해하다 시진과 함께 한 시간동안 또 기력을 충전했어.

힘내서 다시 일하러 갈 기운을 차렸지.


이제 두사람은 또 일을 하러 가야 해.


하지만 시진은 이때 모연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 이후에 벌어질 사달을 생각하면 말이야.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9dcd8e7a667619346cebd4d500bde41026f92b6adec22f36354b


모연은 친구 지수에게서 온 택배를 찾으러 왔다가 대영의 택배를 발견하고는 좋은 마음으로 함께 들고 나왔어.

남친의 전우까지 챙기는 착한 여친의 마음으로 대영에게 택배 찾으러 오시라고 무전을 했는데, 그 무전에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대영의 착한 여친 명주였어.

그 착한 여친은 어째 분노의 사자후를 내지를 듯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말이야.


"이건 제가 확인 좀 해야겠습니다."


명주는 분노와 질투로 불타오르며 뛰어 온 참이야.

대영과 오랜 연인 사이였던 명주가 모르는 대영의 여동생이 있을 수가 없기에 오빠오빠 거리는 택배 상자에 쓰여진 글씨를 보고는 더욱 분노하지.


"오빠 힘내세요 하트?! 보고싶어요 오빠 하트으??! 헤헤에?"


대영의 헬게이트 경OPEN축!!!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게 사랑싸움 구경이라는 말이 맞는지, 모연은 구경꾼1의 심경으로 슬쩍 명주의 옆에 붙어서선 그녀가 상자를 북북 뜯어대는 걸 구경 중이야.


"그래도 돼?"


말로는 어머어머 주인도 아닌데 막 뜯어도 되는 거니, 그러면서도 모연의 눈은 이미 상자 속을 빠르게 스캔하고 있어.

3초쯤 후면 그런 모연도 그 사랑과 전쟁의 주인공 중 하나가 될 텐데 말이지.


갖은 선물들 위에 놓인 예쁜 편지봉투 안에서 나온 쪽지와 사진은 두 여자를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서 전쟁의 여신 아테나로 만들었어.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9dcd8e7a667619346cebd4d500bfe3dcfd5ffb96dab00a606405


{시진오빠랑 만났던 날♡ 우리의 추억들을 보내요~♡♡}


사진 속 네 남녀는 작은 한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아주 다정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어.


승무원복을 차려 입은 예쁜 여성들 옆에 앉아 미소짓고 있는 연인의 모습에 두 여자는 분노했지.


"이 남자들이! 윤중위... 총 가져와."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d99ad4116075183506e2d4d66dbde67a71623ea300


한편 모연의 무전을 받자마자 시진과 대영은 살아생전 이렇게 빠르게 달려본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죽을 힘을 다해 뛰었어.

부디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상자가 멀쩡하길 바라며 엄청난 광란의 질주로 연병장을 가로질러 왔는데, 아뿔싸! 이미 두 여자는 머리를 맞대고 상자 속을 들여다 보고 있었어.



두 남자는 문이 쾅! 벽에 부딪히며 열리는 소리가 마치 자신의 가슴에 총알이 박히는 소리 같아서 간담이 서늘해져.


"오햅니다!"
"오해가 확실합니다!"
"오해? 암수가 서로 이렇게 정다운데 오해에?"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9dcd8e7a667619346cebd4d500ebe6b7562a612b22796396f4ad


머리카락에, 얼굴에, 온몸을 땀으로 범벅을 하고선 두 남자는 그저 절망어린 시선으로 명주의 손에 들린 조그마한 사진을 보고 있어.

온갖 변명거리를 생각해보지만 도통 두 남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없어.


알파팀 팀장도 부팀장도 조국을 위한 작전이 아닌 일을 훈련받은 적이 없기에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전혀 답이 안 나오지.

시진에게는 요 15분 상간에 아까 그 상냥하고 달콤했던 모연은 어딜 가고 어깨에 별을 세 개도 모자라 네 개 달고 계신 모스타가 와 계신 거야.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d99ad4116075183506b8dcd76abde674013d16d0dc



"유시진씨의 최고의 미소를 전 이렇게 사진으로 보네요."
"그거 웃은 거 아닙니다. 저 웃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냥 웃기게 생긴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시진은 앞뒤도 안 맞고 맥락도 없는 말을 마구마구 쏟아낼 뿐,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몰라.

그리곤 자신이 겪어본 중 가장 현란한 문장실력을 갖춘 대영이 저보단 낫겠지 싶어 제발 이 상황 좀 어떻게 해보시라고 필사적으로 팔꿈치로 찔러대지.


이런 상황에선 시진보다도 더 멍텅구리가 되는 사람이 대영이라는 것도 모르고.


"사촌 여동생입니다. 아시잖습니까. 제 사촌 여동생 비행기 타는 거."
"그렇지."
"사촌 여동생한테 소포가 왔을 뿐인데 두 분이 세트로 달려오셨네요?"
"세트로 놀았으니까요."


명주는 뛰어난 군인답게 지금은 전진만이 필요한 타이밍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

공격을 멈추면 저 웬수들이 입을 맞추어 변명거리를 생각해낼 거라는 걸 잘 알지.

그저 정처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굴리며 제정신이 아닐 때 밀어붙여야, 저 미운 입에서 바른 말이 나오리라는 알기에 기관총을 연사하듯 몰아 붙여.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9dcd8e7a667619346cebd4d500e8b2668c9e884cd33cc46ce6a5



"둘 중에 누가 사촌동생입니까?"
"어?!"
"네?!"
"둘이 동시에 대답합니다. 서상사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하나 둘 셋!"
"왼쪽! / 오른쪽!"
"오른쪽! / 왼쪽!"



, 제발!!!!!


두 남자의 헬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평소엔 그렇게 죽이 잘 맞던 양반들끼리 가장 중요한 순간에 손발이 안 맞는 거야.

그것도 한 번 안 맞았을 때 끝내지 한 발 더 가서 완전 망했어.


대영은 쿨하게 전우를 버리기로 해.


세상은 혼자 사는 거잖아.

각자 알아서 잘 살아야지, 왜 남한테 의지해.


이순간 대영은 전우를 구할 여력이 없어.

그도 살아남기 바쁘지. 


"전 중대장님께 소개팅을 주선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 지금 전우를 버리시는 겁니까?"
", 그렇습니다."
"!"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9dcd8e7a667619346cebd4d500bbe028c8174188f3430b6c7c6f


두 남자의 처절한 콩트를 모연은 징벌자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어.


"우르크 와서도 쭉 연락하셨나 봐요? 여기 주소도 알고 있는 거 보면?"
"그러셨습니까? 아니 도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서상사님?!"
"!"



대영의 망설임 없는 배신에 시진도 함께 죄(?)를 범한 죄책감과 부하에 대한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기로 해.


시진에게는 그나마 정말로 다행한 일이지.

수취인이 서대영이 아니라 유시진이었으면 헐...죽은 자의 온기가 남아있다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9dcd8e7a667619346cebd4d500ebebbe47c56ab07151a65465cb



그래, 세상은 혼자 사는 거야.
음, 그러엄! 맞는 말이지.
살길은 각자 찾읍시다, 전우여.



"이해할 수가 없네, 이 양반. 저 방금 되게 크게 한 소리 했습니다. 되게 잘했지 말입니다?"
"됐구요. 따라 와요."


어떻게든 넘겨 보고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모연에게는 통하지가 않아.

이제는 각자 남친은 각자 알아서 털기로 하고 두 여자는 연합을 해체하기로 해.


", 가시죠."
"안 섭니까?"
", 저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 따라 나오라는 게 워낙 습관이 돼놔서."


야차와 같은 눈을 한 명주의 발톱에서 대영은 도망을 시도하지만 실패해.

타고난 사냥꾼 독수리가 된 명주의 앞에서 온순한 양이 된 대영은 그저 당신 말이 다 맞다는 듯, 자기는 남겨두고 시진에게 어서 가보라고 해.


"얼른 가보시지 말입니다."
"아, 전우와 함께 있고 싶은데..."


전우와 헤어지는 게 너무 무섭고 불안하지만 직속상관이 까라면 까야하잖아.

명주가 서라면 대영은 서야 하고, 모연이 따라 오라면 시진은 따라 가야지.

지금 두 포로가 할 수 있는건 상관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 밖에 없어.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9dcd8e7a667619346cebd4d500bfe626a6ba924cd0babc5c761f



"안 했습니다. 되게 순수했습니다. 저는 그냥 차만 마셨습니다."

"아이구 신사 나셨네."

"흐흥. 과찬이십니다."



모연의 뒤를 따라오는 동안 쿵쾅대던 마음이 많이도 진정되셨는지, 시진은 본래의 능글맞음을 되찾았어.

그 모습은 모연의 분노를 부채질하지.



이 인간이 아직 덜 혼났구나. 이럴 때가 아닌데 과찬???



시진은 확실히 모연에게는 대체적으로 그렇긴 했지만 모든 순간 신사적인 사람은 아니었어.

천 번 참은 거 한 번 더 참지, 그걸 못 참고 용기를 내서는 모연을 많이도 복잡하게 만들었던 전적도 있고,

고백을 했더니 그걸 키스로 받아서는 두사람을 태워준 고마운 농부아저씨에게 외로움을 안겨주기도 했어.



키스도 모자라서 온몸에 지푸라기를 묻히게 만들더니 이 인간이...

이런 나쁜!!!!!...데 좋은놈...



모연의 마음이 이랬다저랬다해.



이미 아름답다며?

남자답게 내 생각 많이 했다며? 

미인이랑 같이 있는데 불꺼지기 바로 직전이라 태어나서 제일 설렌다며?

나한테는 그랬으면서 그 신지영하고는 차만 마셨다고?!!!



모연한테는 그랬으면서 신지영이랑은 정말 차만 마셨다니 이걸 믿어야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모연은 분통이 터져.



"종종 여자랑 그렇게 차 마셨구나. 난 또 나랑 헤어질 때 이번 생애에서 여자에 '여'자도 없을 것 같은 얼굴로 가길래 혼자 엄청 짠했네요? 그렇게 알콩달콩 잘 지내는 줄도 모르고?"



나는 당신과 헤어져서 8개월 간을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살았는데 당신은 소개팅을 했다고??!

그것도 나랑 헤어지고 파병 오기 전 그 짧은 시간동안???



모연도 사실 시진이 예전에 소개팅한 사실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야.

따지고 보면 모연도 이사장과 있었던 스캔들로 치자면 알콩달콩 잘 지냈던 게 영 아닌 건 아니잖아.

모연도 그걸 생각한다면 그냥 시진이 그 사이에 잠깐 뭐, 소개팅 정도 했다고 쳐줄 수도 있었을 거야.

그 때는 모연과 만나던 때도 아니었으니까.


근데 모연이 그냥 픽 웃고 넘길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어.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d99ad4116075183506bbde856ab0b50582f85e0afe


모연과 이사장의 스캔들을 생각해보자면 그녀는 그 호색한과의 사이를 정말 깔끔하게 끝냈어.

이사장을 가방으로 후려쳐서 완전히 사이를 파토냈는데 시진은 그렇지가 않았던 거지.



둘이 사귀고 있는 지금까지도 신지영의 택배가 날아왔으니 모연은 그거에 빡친 거야.

그래서 지금 시진을 미워 죽겠다는 눈으로 째려보고 있는 거고.


"잘 안 지냈습니다. 사실 저는 그냥, 그 전우애로 어쩔 수 없이 끌려 갔던 겁니다."
"전우 애는 뉘집 앤지."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d99ad4116075183506e8dad23ae8e61d1842fa2119


하지만 시진의 입장을 생각해보자면 영 이해 못할 것도 아니야.

그 또한 관심도 없는 여자가 보낼지 안보낼지도 모를 택배를 신경 쓸 정신이 없었을 거야.

그 증거로 신지영은 시진이 우르크 파병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갔었다는 것도 몰랐잖아.

만약 그 여자가 시진이 귀국했었다는 걸 알았다면 새삼 지금 우르크로 다시 택배를 보낼 일은 없었겠지.


한국으로 귀국했던 그 때에 시진은 이미 모연에게 마음을 다 줘버린 후라, 그의 파병 기간동안 모우루로 간혹 택배를 보내던 여자가 있었다는 걸 완전히 잊은 거야.

그래서 그 여자에게 귀국했단 말을 전하지 않은 거고, 신지영은 아직도 시진이 모우루에서 파병 근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리로 택배를 보낸 거지.


그렇게 시진이 모연을 다시보고 나서는 완전히 그의 뇌리 밖으로 밀려나버려서 신지영의 택배가 오는지 마는지 관심도 없었다가, 그 방심의 대가로 시진은 이렇게 연인의 분노어린 눈빛을 받고 있어.

애초에 모연을 잊어보자고 나갔던 소개팅 때문에 모연에게 미움받고 있는 지금이 시진은 너무 억울해.



"되게 잠깐 봐서 오해하신 거 같습니다. 저는 계속 무표정이었습니다? 이 표정으로 차만 마셨습니다."



시진은 진짜, 정말, 진심으로 그 자리가 즐겁지도 좋지도 않았었고 소개팅 나가서 차만 한 잔 마시고 집에 데려다 준 걸로 끝이었을 거야.

그 후에 다시 만난 일도 없었겠지.

만약 시진이 신지영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났다면 우리의 추억들을 보낸다는 그 쪽지에는 단둘이 찍은 다른 사진들도 있었을 거야(세심한 갓응복이 그런 소품 사진을 아꼈을리가 없음).


그런 사진들이 없었다는 건 시진이 그 여자를 소개팅 이후에 다시 본 적이 없었다는 거고, 택배 보내길래 심심풀이로 받아봤다는 정도 밖에는 안 되는 거지.

그것도 모연을 우르크에서 다시 만난 후에는 시진도 새까맣게 잊고 있던 여자였는데 연인은 그를 무섭게 노려보는 거야. 

시진은 모연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무척 억울하기도 했을 거야.



"그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얘기죠?"

"잊으라고 하는 얘기죠. 저는 정말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안 납니다."



시진은 또 무리수를 둬.

자기가 그 이름 듣고 광란의 질주를 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해대는 거야.

사실 그의 머리가 알파팀 팀장 머리라 너무 좋아서 이름만 기억하는 거지 별거 기억 나는 것도 없어.

한 번 만나고 만 여자를 기억해봐야 얼마나 기억하겠어.

물론 모연과도 세 번 만나고 네 번째 만나서 헤어졌고 그 후로 8개월을 못 잊었지만 그건 모연이라서 그랬던 거니까.


그런데 모연은 그런 시진의 마음도 모르고는 그를 다그치는 거야.

모연의 욕심 많은 마음은 시진이 그 여자의 이름 한 자라도 기억하고 있는게 싫으니까!



"아아!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데 신지영 그 세 글자에 그렇게 헐레벌떡 달려오셨구나?"

"...그거 저 아닙니다."

"아악 신경질 나. 진짜 약올라!"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d99ad4116075183506eadfd43db0b7c4de42787250


시진의 변명이 밉고 밉고 또 미운데 이리저리 빠져 나가는 시진에게 약올라서 모연은 그가 더 미워.

그래도 어떡해. 좋아 죽겠는데.


모연은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를 핑계로 시진을 놓아주기로 해.


진짜로 바람 피운 것도 아니고, 그냥 어쩌다 택배 하나 잘못 온 건데 그거 갖고 더 얘기하기도 그렇잖아.

실제로 모연이 봉사 온 그 날부터 지금껏 신지영의 택배가 오간 적이 없었으니까.


모연은 여전히 시진의 머리에 그 여자의 이름이 남아 있다는 게 아주 빡치지만, 자애의 마음으로 연인을 나름 용서해주기로 해.


"이 사람 땜에 산 줄 알아요?!"
"누굽니까. 남잡니까?"
"지금 그걸 물을 타이밍 아닐 텐데? 여자면 어쩌고 남자면 어쩔 건데요."
"여자면 밥사고 남자면 술 사야죠! 너무 고마운데."
"...이사장입니다. 왜요!"



viewimage.php?id=26bfc335f0dc&no=29bcc427b28b77a16fb3dab004c86b6fdc843afe757fec55b07119fc22eedda6779dcd8e7a667619346cebd4d500bbe623d1fc44975ccaedea2876



"이사장입니다! 왜요?!"


시진은 모연이 화내는 게 무서우면서도 그 이유가 질투라는 게 또 좋아서 피식피식 웃어.


팩 토라져서는 가버리는 모연의 뒷모습에 대고는 그녀의 말을 소곤소곤 따라하며 좋아라 해.


시진은 언제나 모연이 질투와 독점욕을 드러낼 때마다 혼자서 행복해 해.

모연이 화내고 성질 피우고 째려 보는 게 무섭긴 하지만, 그 이유가 결국엔 그를 사랑해서라는 기쁨이 더 크기 때문일 거야.

모연은 화내도 흘겨봐도 그저 예쁘기만한 사람이라 오늘도 시진의 병은 깊어가.





이어지는 글 : 나를 바르게 살게 하는 사람


추천 비추천

39

고정닉 5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공지 ●☆●☆●☆● 태양의 후예 갤러리 통합공지 ●☆●☆●☆● [30] 태양의후예(112.161) 16.10.18 9341 86
공지 ●☆●☆●☆● 태양의 후예 갤러리 단어장 ●☆●☆●☆● [33] 태양의후예(115.23) 16.07.20 15826 85
공지 ●☆●☆●☆● 태양의 후예 갤러리 가이드 ●☆●☆●☆● [35] 태양의후예(115.23) 16.07.18 13046 104
공지 태양의 후예 갤러리 이용 안내 [6] 운영자 16.03.02 32881 28
383025 그립다 태갤러(115.136) 05.09 27 0
383024 오늘 태후 생각나서 왔오 [1] ㅇㅇ(211.234) 04.07 122 1
383023 Dvd [1] 태갤러(120.142) 03.10 177 1
383020 메리 크리스마스 포로리들 [2] (222.109) 23.12.23 305 9
383019 내남편을 드립니다. 두아내 ㄷㄷㄷㄷ [1] 00(175.195) 23.12.01 334 0
383018 송중기 근황 ㄷㄷㄷ [1] 00(175.195) 23.12.01 493 1
383003 레전드 드라마 ㅇㅇ(58.234) 23.10.18 261 3
383002 늦었지만 [2] (59.6) 23.09.30 374 3
383001 ㅡㅡㅡ 태갤러(49.165) 23.09.23 197 0
382999 dd 태갤러(175.210) 23.08.09 261 0
38299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118.235) 23.07.17 16329 0
382995 유튜브 알고리즘이 또 정주행 하게 했다 ㅇㅇ(210.94) 23.07.16 299 0
382994 1차 기습시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17902 0
382993 잘지내니? [6] ㅁㅈㅁㅍㄹ(221.142) 23.05.04 680 1
382964 그냥 2016년이 마렵네.. [3] ㅇㅇ(59.16) 23.02.24 820 3
382962 유튭에 클립 하나 떴길래 봤다가 정주행 또함ㅋㅋㅋㅋ ㅇㅇ(112.153) 23.02.06 454 1
382960 태후가 망작이고 졸작인 이유 오스트리아헝가리이중제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26 891 8
382959 새해복많이 안받으면 총쏠거야 [1] ㅇㅇ(118.235) 23.01.23 564 1
382958 빅보스송신 ㅇㅇ(118.235) 23.01.23 510 1
382946 오랜만에 [1] 모모(58.237) 23.01.20 560 3
382934 7년 전이라니 ㅇㅇ(175.223) 23.01.06 471 3
382933 잘 지내? [1] ㅇㅇ(182.212) 23.01.06 593 1
382927 이거 작가가 책임져야 하는거 아니냐? 토마토토(211.48) 23.01.02 841 2
382879 태후를 이틀전부터알았다.. [2] 쎳업(182.220) 22.11.22 938 1
382872 오구오구 [1] ㅇㅅㅇ(14.36) 22.10.23 785 0
382869 맛점하렴 [2] ㄷㄱㅇ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9.15 641 0
382868 포하 [10] ㅇㅅㅇ(14.36) 22.09.14 860 0
382867 우리 오빠 태양의 후예 상위 호환!! 승애기(175.197) 22.08.31 619 1
382864 이거 태후 백상 ㅇ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855 0
382863 빅보스 송신 ㅇㅇ(112.153) 22.08.18 30461 0
382862 잘지내니? [5] ㅇㅇ(221.142) 22.08.11 987 7
382860 진짜 미쳤나봐 ㅇㅅㅇ(14.36) 22.07.21 1168 2
382859 미친 이거 보니까 ㅇㅅㅇ(14.36) 22.07.21 829 0
382857 그럼 살려요 ㅇㅅㅇ(14.36) 22.07.21 725 0
382856 태후는 진짜 ㄹㅈㄷ다 태후보다 명작인 드라마는 없다고봄 내기준에서 ㅇㅇ ㅇㅇ(123.213) 22.07.21 695 4
382854 강태영 off~ ㅇㅇ(114.30) 22.07.15 505 0
382853 아구스 디씨 광고에 나오길래 오랜만에 와봄 [1] ㅇㅇ(106.101) 22.07.08 835 0
382851 포롤들 ㅌㄴㅇ [5] ㄷㄱㅇ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6.28 732 0
382850 오랜만에 모과주 [1] ㅇㅅㅇ(14.36) 22.06.27 910 1
382849 오랜만에 정주행했는데 ㅇㅇ(114.206) 22.06.23 707 1
382848 이거 재밌음? ㅇㅇ(218.239) 22.06.21 573 0
382846 오랜만에 이 짤 보니까 ㅇㅅㅇ(14.36) 22.06.12 775 0
382844 5월 마지막날 [7] ㅇㅇㅅㅌ(223.38) 22.05.31 934 2
382841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2] ㅇㅇ(58.224) 22.04.15 1001 3
382840 오랫만에 [3] 토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2 1070 0
382838 유튭으로 태후 다시 복습했다 [1] ㅇㅇ(118.235) 22.04.09 871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