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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리뷰 : 당신을 놓쳐야만 하는 이유

이응(119.204) 2020.02.07 16:56:35
조회 361 추천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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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놓쳐야만 하는 이유




모연은 시진을 그렇게 보내고 그 자리 그대로 푹 주저앉아 있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어. 아주 불쾌하고 모욕적인 내용을 담은 전화였지. 모연은 이미 늦었다는 걸 뻔히 다 알면서도 병원으로 뛰었어. 그러지 않고는 이 답답한 좌절이, 억울한 분노가 자신의 가슴 속에 남은 올곧은 부분을 다 잡아 먹을 것 같아서…….


“적어도 셋 중에 한 번은 실력이 빽이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네 번째 기회는 필요 없는 모양이야, 강선생?”
“과장님!”


모연은 이제 벌써 세 번째로 눈앞에서 교수자리를 빼앗겼어. 첫 번째 임용 때는 나이가 어려서, 두 번짼 외과장의 논문을 대신 써준 선배가 임용됐었지.


그때까지 참았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선배들보다 먼저 교수자리를 달기엔 의료업계는 너무 고지식하니까.


그래. 내 나이도 아직 어리고 위에 선배들도 자기 차례가 있고 들인 노력이 있을 텐데 내가 그 자리 차고 들어가 봐야 좋은 소리 듣기 힘들지. 맞아. 나한테도 때가 올 거야.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고압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풍조도, 아니 이제는 우습고 화가 나는 악습도 그저 넘겼어. 실상은 밀려난 게 맞았지만 모연은 이제까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왔어.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지. 교수의 마음에 들기 위해선 그녀의 이름 한 글자 올릴 수 없는 논문을 대신 쓰는 ‘처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이번엔 그 어떤 명분으로도 뒤지지 않았어. 더 이상 교수직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어리지도 않았고, 외과장의 논문도 눈 빠지게 밤 새워가며 써 주었지. 정말 치사하고 치졸했지만 강모연이라는 빽 없고 힘없는 평범한 의사가 할 수 있는 정치가 그것뿐이라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했어.


거기다 가장 중요한 것, 모연에게는 그 누구도 이의제기를 할 수 없을 만큼의 능력, 서전으로서의 실력이 있었어.


그녀에게 그것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없을 만큼 그녀의 수술 실력은 발군이었어. 모연은 난다긴다하는 강남의 외과의들 중에서도 조금도 뒤지지 않는 보기 드문 서전이야. 해성병원의 나이 지긋한 집도의들은 모두 그녀의 실력에 그저 만족스러워 했지. 동기들 중 누구도, 아니 선배들을 포함하더라도 해성병원에 그녀만큼 수술실에 청춘을 쏟은 의사는 없었어. 다들 혀를 내두를 만큼 그녀는 지난 세월을 수술실 귀신으로 살았어.


그런데 그런 모연의 피나는 노력에도 빽 앞에서는 장사 없는지, 이번엔 분명히 너일 거라고 말하던 외과장이 마지막에 뒤통수를 갈긴 거야. 모연이 밤새워 만든 논문을 들고 학회에 가면서 집도의를 김은지한테 넘겼을 때부터 왜인지 불안했는데, 교수 자리는 김은지의 것이 되고 말았지. 모연은 결국 교수 입맛만 맞추며 이용만 당하다 토사구팽 당한 거야.


“안 부끄럽니? 안 쪽팔려?”
“그래. 뭐 인정. 근데 난 쪽팔리고 교수라도 됐지, 넌 쪽팔리고 아무것도 안됐네?”


그녀의 논문을 훔쳐간 외과장은 나 몰라라 자리를 떠났고, 며칠 전 수술실에서 환자 인생 날려먹을 뻔한 의사는 이죽대며 그녀를 비웃었어.


분명 30분전까진 즐거웠는데……. 최근 들어 이렇게 깔깔 웃고 들떴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즐거웠는데. 그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자가 그녀를 남겨놓고 휙 가버리더니 행복과 행운마저 함께 가져갔는지 그 다음부터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것 같은 기분이야.


동기들 중 가장 멍청하고 가장 못돼먹은 인간에게 눈앞에서 교수 자리를 강탈당했어. 그 나쁜년은 학창시절부터 내내 무슨 자격지심인지 악의적이더니, 이번 교수임용을 아버지의 빽으로 거머쥔 뒤 그녀를 제쳤다는 승리감에 도취됐는지 잔뜩 이죽대며 내일 있을 제 방송까지 떠넘기고 교수들과 축하파티를 하러 가버렸지.


그녀의 자리를 빼앗아간 나쁜년이 떠넘기고 간 방송자료를 모연은 울며불며 외워야해. 이건 일이니까. 내가 해야 하지만 네가 해도 될 몫이라며 빌어먹을 강자가 내던진 일이기에 약자인 모연은 억울함도 채 다 표내지 못하고 떠맡았어.


아무리 외우고 또 외워도 외워지지 않는 방송 대본을 모연은 소리 내어 울며 밤새도록 외웠어. 그녀의 눈물은 비단 이번 일 때문만은 아니야. 앞으로도 그녀의 인생이 남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끝이 날 것 같아서, 그게 두렵고 절망스러워.


모연 안의 바른 열망, 정의로운 열정이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있어. 바르지 않고 공평하지 않은 세상을 살면서도 가까스로 지켜 온 자신의 정의가 점점 쪼개지고 부서져 내리는 것을 모연은 가슴으로 느꼈어.


그렇게 아무도 위로하지 않고 누구도 함께 있어주지 않은, 오직 혼자만의 까만 밤이 그녀의 단단한 마음을 깨부수며 조용히 지나갔어.



* * *



시진으로 하여금 가장 필요한 순간에 모연을 홀로 남겨두고 떠나게 한 조국의 부름은 길지 않았어. 불과 하룻밤 만에 시진은 작전을 마치고 돌아왔지.


그리고 하달된 명령. 시진은 그의 군 생활 중 처음으로 상관의 명령이 반갑지 않았어.


“부대장 직권으로 이번 8개월짜리 장기휴가는 알파팀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어디, 말씀이십니까?”
“우르크 태백부대.”


시진은 명령 하달이 완료되기도 전에 뒷내용을 물었어. 명령을 이어가는 사령관을 보며 시진은 답지 않게 입을 달싹였어.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지면 무슨 명령이든 군말 없던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시진은 처음으로 입이라도 한 번 벙긋하고 싶었어.


“근데, 왜 휴가를 8개월이나 주는 겁니까?”
“파병이니까. 우리의 휴가는 파병이다. 일반 파병 부대로 가는 거라 비상작전 없이 쉬다 올 수 있는 거다.”


비상작전 열외. 바로 얼마 전이었더라면 반갑지 않을 리 없는 명령이었어. 아무리 나라에 온몸과 마음을 바치는 시진이라도 지치지 않을 리 없고, 힘들지 않을 리 없지. 특임대 팀들끼리 돌아가며 떠나는 파병은 그에게도 숨 돌릴 수 있는 흔치 않은 제대로 된 휴가였었어. 바로 얼마 전까지는 말이야.


뒤에서 좋아라 떠들며 들썩이는 세 명의 부사관들과 다르게 시진과 대영의 표정은 어둡기만 해.


두 남자 모두 각각 두고 떠날 수 없는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어. 시진은 모연을, 대영은 명주를…….


시진은 눈앞이 캄캄해. 어제 그렇게 그녀를 남겨두고 오면서도 이 일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어떻게 이해를 구하나 걱정했는데, 8개월짜리 파병이라니 그녀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


왜 하필이면 지금일까. 차라리 당신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아니 적어도 당신에게 이해받을 수도 없을 만큼 이상하고 알 수 없는 행동만을 보여준 후가 아니었다면 조금은 나았을까?


그래도 시진은 명령에 따라야 하지. 그는 자신의 할 몫을 충분히 해내는 군인이니까.


시진은 일단 어제의 일부터 사과하기 위해 모연에게 전화를 걸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아. 그에게 화가 나서 받지 않는 건지, 환자를 보느라 바빠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어. 둘 중 뭐가 됐든 일단 병원에 가서 기다리면 만날 수 있겠다 싶어서 무작정 해성병원에 왔는데 병원엔 그녀가 없었어.


“저기 계시네요. 생방송 중이라.”


방송? 의사인 모연이 웬 방송을 한다는 건지 의아해져 간호사의 고갯짓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병원 로비 TV에 나오고 있는 그녀가 보였어.


화사한 차림의 모연이 눈부신 조명 아래 앉아 낭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매끄럽게 방송을 주도하는 모습이 마치 매일같이 방송을 하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웠지.


시진은 왠지 모르게 그녀가 생경하면서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워. 어제 만났던 소탈하고 수더분한 모습은 어디 가고, 모연은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과 언행으로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어. 역시 놀라운 여자구나 싶어서 시진은 프로그램이 다 끝날 때까지 모니터 앞에 서 있었어. 아주 오래도록.


데스크에서 말하기를 모연은 오늘 병원일이 남은 것이 없다고 했어. 그녀와 몇 번 만나지 않은 시진으로서는 그녀의 집과 병원 밖에는 그녀가 갈 만한 장소를 알 수가 없었지. 그래서 무작정 모연의 집 앞으로 왔어. 그 외엔 그녀를 만날 방법이 없었으니까.


모연은 여전히 그의 연락을 받지 않아. 방송이 끝나고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면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아무 연락이 없었어. 내내 이렇게 연락을 받지 않다가 그대로 끝나 버릴까봐 시진은 모연을 당황스럽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의 집을 찾아왔어.


집 앞 담벼락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는 내내 어떻게 사과를 하면 좋을지 고민했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데이트 하다 말고 가버리는 남자를 어떤 여자가 이해해주겠어. 그렇다고 그의 사정을 모두 설명할 수도 없지. 그는 업무 보고 이외에 누군가에게 자신에 대한 것을 설명하는 것을 국가로부터 제재당하는 특임대 팀장이니까.


시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말만으로는 그녀를 설득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점점 선명해지는 걸 느껴. 모연을 놓쳐야만 할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이 시진을 스치고 지나갔어.


* * *


모연은 오늘 하루를 종일 뜨거운 조명아래 화려한 차림의 아나운서와 수많은 방청객들 사이에서 그녀의 불편한 마음과는 반대로 방긋방긋 웃으며 떠들다 왔어. 방송이라는 게 그 한 시간을 위해 온종일을 쏟아 붓는 일이라는 걸 그녀는 오늘 처음 체감했어. 리허설만 몇 번에 방청객들의 눈동자에 조명의 뜨거운 열기까지 그녀를 지독히도 불편하게 하는 요소들만으로 가득한 곳에서 모연은 종일 버텼어.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아니 이 자리가 너무도 즐겁고 기쁘다는 듯 그렇게 거짓된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웃고,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었지.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간 나쁜 년의 숙취해소를 위해 나와 있는 이런 대타 자리를 당장이라도 뒤집어 엎어버리고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도 그러지 않았던 건, 보란 듯이 멋지게 해내고 한 방 먹이고 싶었기 때문이었어. 그녀의 실패를 뒤에서 비웃고 고소해하는 시기심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내가 못해낼 것이 없음을.


진행자와 담당피디는 모연의 보기 드문 화려한 비주얼과 그녀의 방송매너에 감탄한 눈치였어. 다음 방송에도 출연해줄 수 없냐고 묻는 피디의 말에 모연은 아무 말 없이 웃었지. 축하주에 정신 나간 동기의 딱 한 번의 대타로 나간 자리였지만 사정 모르는 그들은 내심 모연이 계속해서 나와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였어. 그녀를 썩 괜찮은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 막상 모연은 내가 왜 여기 이러고 있는지, 뭘 위해 이걸 하는지, 반쯤은 정신을 다른데 놓고 있었는데.


그러고 돌아온 집 앞 흰 담벼락에 한 남자가 기대어 서 있었어. 유시진. 어제 어쩔 줄 모르던 얼굴로 그녀를 두고 가버렸던 남자가 뭐에 그렇게 긴장했는지 잔뜩 굳은 표정을 하곤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어.


뭘 하고 온 걸까. 왜 저렇게 고단해 보일까.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나를 만나러 왔을까.


모연은 시진을 집에 들이지 않았어. 그 이유가 뭐였을까?


그녀를 두고 가버린 남자에게 화가 나서? 아니면 데이트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와 이미 헤어질 결심을 한 후라서? 아니야. 그건 아니었어.


시진이 하는 말을 일단 들어보고 싶었어. 어제 일에 대한 사과보다도 먼저 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어.


무얼 하는 사람이기에 다른 군인들은 다들 한다는 삽질은 안하고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전우를 구하러 갔었던 거며, 왜 비나 눈이 아닌 총을 맞는지 묻고 싶었어. 저번 날 그가 말했던 나중에 다 설명하겠다던 이야기가 뭔지, 그걸 듣고 싶었어.


그 설명을 들어야 시진을 그녀의 집에 두 번째로 초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카페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어. 할 말을 찾지 못하는 시진과 그가 해줄 말을 기다리고 있는 모연은 그저 조용히 찻잔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야. 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이 잦아들고 커피가 미지근해질 만큼 고요가 흐른 후에야 시진이 입을 열었어. 절대 의도한 바 없었어도 결국엔 당혹스럽고 무례했던 그날의 일에 대해 그는 정중하게 용서를 구했어.


“그날은 미안했어요. 그렇게 두고 가서.”
“내가 듣고 싶은 건 사과가 아니라 설명인데요.”
“…….”


시진은 할 말을 잃었어. 당황스러웠고 미안했지.


그가 모연에게 해주고 싶고 해줄 수 있는 것들 중에 설명은 없어서. 시진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오직 사과뿐이라서.


모연이 그가 하는 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적당한 거짓말로 얼버무렸을 거야. 하지만 그녀는 아주 어렴풋하게나마 그의 일을 짐작하고 있는 사람이지.


집단 패거리들을 상대로 싸우고도 다친 곳 하나 없고, 옆구리에 총상 흉터를 가진 군인이면서, 헬기가 데리러 오는 남자라니……. 그의 정체를 완전히 속이기엔 시진은 이미 모연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보였어. 그래서 시진은 다른 여자들에게 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거짓말을 모연에게는 차마 할 수가 없는 거야. 그건 기만이니까.


말없는 그에게 모연이 물었어.


“이번엔 어디 갔다 왔어요? 또 헬기 타고 갔어요?”
“아뇨. 멀리 안 갔어요.”
“…….”
“규정상 자세한 얘긴…….”


모연은 그 뒤에 이어질 말을 기대했지만 시진은 더 말해주지 않았어. 그의 입장에선 더 말해줄 수가 없었던 거지만 모연에겐 안 한 것이든 못 한 것이든 둘 다 마찬가지였지.


“그렇군요. 간첩은 아니죠?”


농담 아닌 농담에 피식 웃을 뿐 말이 없는 남자의 모습에 모연은 쓰게 웃었어. 역시나 그에게선 원하는 만큼의 설명을 들을 수가 없어.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씁쓸해.


해줄 말이 없는 시진도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야. 어제 자신이 저지른 그 무례에 분명 무안하고 섭섭했을 거고 화가 났을 텐데도, 사과보다도 설명을 원한다는 이 신기하고 독특한 여성을 실망하게 하는 일이 그라고 해서 기쁠 리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그래서 더 미안하고 답답해.


잠깐의 침묵 후 생각을 정리한 모연이 차분히 입을 열었어. 모연의 말은 그에게 하는 질문이 아닌 그녀 자신에 대한 것이었어.


“되게 힘든 하루였는데, 문득문득 유시진씨가 끼어들었어요. 내가 끌린 그 남자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진솔한 답을 듣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그래야하겠다는 생각에 모연은 투명하게 털어놓았어. 그녀의 감정을, 오늘 하루 내내 그녀 안에서 돌고 돌던, 불가사의한 남자에 대한 의문을 모연은 빙빙 돌리지 않고 명확하게 털어놓았어.


당신이 어디로 갔는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내내 궁금했다고.


“근데 이렇게 만나도 난 유시진씨 얘기를 들을 수 없다는 얘기네요, 규정상?”
“……미안합니다.”
“특수부대, 뭐 그런 거예요?”
“비슷합니다.”
“삽질한다면서요, 부대에서.”
“…….”


그의 입이 다시 다물어졌어. 긴 질문 뒤의 아주 짤막한 대답. 그리고 그 뒤의 침묵 또 침묵……. 자꾸만 반복되었어.


힘든 하루를 보내면서도 문득 생각날 만큼 답을 얻길 원했던 질문 중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어. 어디에 간 건지, 무슨 일을 하러 간 건지, 오늘 단 하루에 대한 것도 시진은 말해줄 수 없는 사람이었던 거지. 누군가 조금이나마 알아채고 물으면 두루뭉술한 농담으로, 그럴싸한 거짓말로 그 사람을 속여야 하는 그런 사람이었어.


그를 그런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이 바로 그의 일이었어.


모연이 시진이 하는 일을 궁금해 했던 이유는 그의 일이 생명을 다루기 때문만이 아니었어. 또 하나의 이유는 시진으로 하여금 모연의 질문에 자꾸만 답하기를 피하고 농담하고 거짓말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의 일이라는 것, 다른 무엇도 아닌 그의 일이 그가 모연의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었어.


시진의 입을 막고 있는 것이 그의 일이었기 때문에 더 그걸 알고 싶었던 거야.


시진은 총상도 아닌 이마 상처의 출처조차 비밀로 했어. 무슨 일을 하다 다친 거면 그런 상처까지도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모연의 상식에선 짐작도 할 수가 없어. 그녀의 의문은 점점 더 커지기만 했어.


매번 했던 삽질하다 다쳤다는 그의 거짓말. 어린애도 안 믿을 그 거짓말의 의미는 ‘더는 묻지 말아요.’였겠지. 더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으니 묻지 말아달라는 그런 뜻.


만약 시진의 비밀이 적어도 죽고 사는 생명의 문제와 결부된 것이 아니었다면 그녀도 굳이 알아내려 하지 않았을 지도 몰라. 하지만 시진의 일은 평화 속에서 하는 일이 아닐 것이 너무 명백하게 보였어. 그렇기에 묻지 않을 수가 없는 거야.


“총상을 입었다는 건, 총을 맞았다는 거고, 그럼 총을 쏘기도 한다는 거네요?”
“…….”
“그러니까 누군가를 죽이거나 본인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일을 한다는 거네요, 유시진씨는.”
“…….”
“나쁜 사람들하고만 싸우나요?”
“…….”


총을 맞았다는 건, 총을 사람에게 겨누고 선 자리에 있었다는 뜻이지. 그 말은 그 자리에서 시진도 누군가에게 총을 쏘았을 거란 뜻과도 같았어.


모연에게 있어서 사람이 사람에게 총을 겨눈다는 건 서로에게 살의를 가지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야. 서로 간에 총을 겨누는 곳에서 실제로 시진이 총에 맞았고 살아남았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총에 맞아 죽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 자리에서 누군가는 죽이고 다른 누군가는 그 손에 죽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지.


시진은 침묵으로 답했어.


총을 쏘는 일을 한다. 다른 이의 죽음이든 나의 죽음이든, 죽음을 지척에 두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와 총과 칼을 겨누고 싸운다.


시진은 그렇게 침묵으로써 모연의 세 번의 질문에 모두 긍정했어.


시진의 일이 무엇인지 답이 나왔어. 그가 일을 하는 곳에선 누구는 죽고, 누구는 죽였어. 시진은 이제까지 죽이는 쪽이었고 언젠가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인 거야.


“……나는 매일같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려고 수술실에서 열두시간도 넘게 보내요. 그게 제가 하는 일이죠. 생명을 위해 싸우는 거. 그런데 유시진씨의 싸움은 죽음을 통해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거네요.”


모연에게 시진의 일은 순수하게 생명을 위해 싸우는 일로만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죽음을 통해 생명을 지킨다.


그 말은 결과적으로 지켜지는 생명이 있다는 말이지. 하지만 그건 결과일 뿐 그 과정에서 지켜지지 않는 생명도 있다는 말이 숨어 있기도 해.


모연은 그 행간을 무시할 수 없어. 아무리 또 다른 생명을 위해서라도 모연은 어떤 생명을 희생시킬 수는 없는 사람이야. 그녀는 의사니까.


생명을 구하는 일은 오로지 살리려는 노력으로만 이루어져야 해. 어떤 한 생명의 회생, 재생은 다른 생명을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되는 일이야. 생명을 죽여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은 결코 구생(求生)이 될 수 없어. 어떤 행위의 결과로 누군가 살아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사라진 생명이 있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지?


모연에게는 시진의 일이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다른 이의 생명을 앗는 것으로밖엔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오래도록 듣기만 할 뿐 입을 닫고 있던 시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어.


“저는 군인입니다. 제가 하는 싸움은 서로 상처 하나씩은 나눠 가져야 각자의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슬픈 싸움도 있고. 낯선 땅의 내일을 위해 나와 전우들의 오늘을 바쳐야 하는 명예로운 싸움도 있고. 고작 서른 셋, 꽃 같은 전우의 죽음을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외로운 싸움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죽이거나 본인이 죽을 수도 있는 일.


유시진이 하는 일을 생명과 결부지어 생각하면 모연의 말은 정확히 맞는 말이었어. 냉혹하고 무섭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지.


총알이 빗발치고 피분수가 터지는 전장에서는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죽였어. ‘누가 죽었는지’는 분명했지만 그를 ‘누가 죽인 건지’는 명확하지 않은 게 바로 전쟁터란 곳이었지.


온몸에 바람구멍이 난 저 시체를 내가 죽였는지, 나의 전우가 죽였는지, 또는 엉뚱하게도 눈먼 아군 총에 죽은 건지는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어. 그런 시체가 전쟁터엔 하고 많아.


그렇게 아군이든 적군이든 최악의 경우 자신의 목숨이라도, 전쟁터에선 반드시 어떤 목숨은 스러져갔어.


그 일들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지. 그 모든 일은 뚜렷한 목적이 있으니까. 그 목적이 도덕적으로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양쪽 편 모두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하는 일이었어. 그건 그가 참여한 어느 작전에서든 언제나 마찬가지였지.


“군인은, 명령으로 움직입니다. 때론 내가 선(善)이라 믿는 신념이 누군가에겐 다른 의미라 해도, 저는 최선을 다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합니다.”


모연이 물었었지. 나쁜 사람들하고만 싸우느냐고.


그래. 분명 그는 나쁜 사람들과 싸웠어. 정확히는 그의 조국이 나쁘다고 규명한 사람들과 총을 겨누었지. 시진을 포함한 아군들에게 그들은 나쁜 사람들이 맞았어.


하지만 말이야. 그들에게는 또한 시진과 그의 전우들, 그리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누가 다른 누군가에게 좋고 나쁨이 결정되는 건 상대적인 일이니까.


내가 선이라 믿는 신념이 누군가에겐 다른 의미일 수도 있어. 나의 정의가 누군가에겐 자신을 죽이려 달려드는 칼날일지도 모르는 거야. 다른 이의 선이 나에겐 곧 악일 수 있고, 다른 이의 악이 나에겐 곧 선일 수 있지.


캡틴 빅보스가 총으로 쏘아 죽인 반군 중 한 명은 집으로 돌아가면 부모가 있고 처자식이 있는 사람일 거고, 그들에게 시진은 자신의 아들이자 남편,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나쁜 사람에 불과하겠지. 그들에겐 시진의 선이 곧 악이 되었는지도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은 절대선(絕對善)을 지키기 위해 조국의 명령에 따라 많은 이를 죽였어. 그것이 인간으로서 유시진의 마음을 괴롭게 하더라도, 그게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라고 군인 유시진은 믿었으니까.


그러는 동안 그는 그의 사람들을 잃어야만 했어.


“그동안 전, 세 명의 전우를 작전 중에 잃었습니다.”


서로 상처 하나씩을 나누어 가지고, 낯선 땅의 내일을 위해 나와 전우들의 오늘을 바치며, 고작 서른 셋 꽃 같은 전우의 죽음을 그저 지켜보면서, 시진은 그동안 세 명의 전우를 북망산에 보냈어. 하지만 그 후에도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는 총을 들었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들과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나와 내 가족, 강선생과 강선생 가족, 그 가족의 소중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끔찍한 과정으로 지켜지는 것이 평화야. 비폭력만으로 지켜낼 수 없는 세상이기에 시진은 손에 피를 묻혀야만 했어.


시진과 그의 전우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언제나 분명했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해. 아무도 하지 않으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으면 절대선은 지켜지지 않아. 세상엔 정말 나쁜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


진실로 무고하며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절대선을 지키면서 사는 절대 다수의 생명이, 그렇지 않은 정말 나쁜 사람들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볼 순 없는 일이잖아.


지켜져야 마땅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협하는 ‘나쁜 사람들’에겐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거야. 결코 죽이기 위해 죽이는 것이 아니라고.


시진은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 믿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누구도 하기 꺼려하는 일이기에 그가 하기로 한 거야. 그에게는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용기도, 실력도 있었고 실제로도 잘 해왔어. 어려서부터 꿈꿔온 명예로운 군인이 되기 위해 시진은 누구보다도 노력해왔어. 그 노력들이 현재의 캡틴 빅보스를 만들었고 시진은 군인으로서의 자신이 자랑스럽고 군인의 일이 반드시 이 땅에 필요한 일이라고 확신해. 그래서 군인의 일을 포기할 수 없는 거야.


시진은 그가 해온 일의 의미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심을 담아 모연에게 이야기했어. 그녀를 설득하고 싶었으니까. 그의 일을 오해하고 있는 모연에게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 내가 하는 일이 당신의 일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 하지만 그건 그리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었어. 이런 짧은 만남, 짧은 대화, 짧은 시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어.


그의 솔직한 답을 모연은 신중하게 들었지만 미처 그 속까지 이해하진 못했어. 차 한 잔 마실 동안의 이 짧은 대화만으로는 시진의 오랜 고뇌도, 그 끝에 내린 결론도, 그 결론으로 인해 행하는 살상은 그에게도 고통이라는 걸 미처 헤아릴 수 없었으니까. 두 사람이 사는 세계가 너무도 달랐으니까.


“저는 의삽니다. 생명은 존엄하고, 그 이상을 넘어선 가치나 이념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시진의 말을 듣고 난 후에도 모연의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어. 그녀는 끝내 시진을 받아들이지 못해.


“미안하지만, 제가 기대한 만남은 아닌 거 같네요.”
“이해합니다.”


모연이 이해하지 못한 건 그녀의 잘못이 아냐. 시진의 복잡하고 무거운 사정을 평화 속을 살던 모연이 이해하기엔 두 사람은 너무 멀리 있었어. 모연은 자신이 사는 세상의 이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살고 있으니까. 어쩌면 평생 모르고 사는 게 그녀의 평범하고 일반적인 삶을 위해서는 더 좋았을지도 모르지.


“가보겠습니다.”


모연의 결정은 결국 시진과의 이별이야. 결국 두 사람은 합의하지 못했어. 시진은 그녀를 설득하지 못했고, 모연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지.


그렇게 된 데에 두 사람은 조금도 잘못한 것이 없어. 다만 너무 멀고, 또 짧았을 뿐이야.


서로를 설득하고 이해하기엔 양쪽의 세상이 너무 멀었고,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은 너무 짧았지.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들을 돕지 않고 있었던 거야. 어느 무엇도, 어느 누구도 돕지 않고 되레 방해만 하는데 둘의 사랑이 이루어질 턱이 없었지.


그렇게 두 사람 사이는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주변 상황에 의해 흔들리더니 결국 끝이 나고야 말았어.


“즐거웠습니다. 잘 가요.”


시진은 모연의 결정을 존중해주었고 그녀에게 인사했어. 더는 붙잡을 수가 없었어. 모연의 오해를 풀고 그녀를 설득하기엔 그에게 주어진 2주의 시간이 너무 짧았으니까. 설득하든 못하든 그는 곧 떠나야 하는데 이미 충분히 복잡했을 모연에게 더한 혼란을 주고 싶지도 않았어.


시진은 마지막까지 신사적으로 굴었어. 이별을 고한 모연에게 웃어주었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게 그녀를 보내주었지. 그리고 혼자 남은 카페 안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었어. 그의 앞에 놓인 조금도 줄지 않은 커피 두 잔이 차가워질 만큼 오래…….


이별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은 짧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에게 아주 많이 끌렸고, 그래서 기뻤지만, 그런 만큼 이별이 아쉽지. 떠난 여자에게도 붙잡지 못한 남자에게도 슬프고 괴로운 이별일 것이 분명했어.


유시진은 알고 있었을까? 이별을 고하는 강모연의 마음이 사실은 그가 자신을 잡아주기를 바라고 있었다는 걸. 그를 이해할 다른 방법을 그녀가 무척이나 원하고 있었다는 걸. 그가 더 많은 말로, 노력으로, 시간으로 자신을 설득해주기를 그보다도 그녀가 더 바라고 있었다는 걸 유시진은 알고 있었을까?


떠나야 하는 그의 사정 때문에 차마 더 설득할 수 없었던 거라는 걸 그녀가 알았다면 조금 더 앉아 그의 말을 들어주었을지 모른다는 것을, 그랬다면 두 사람의 오늘밤이 슬프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시진은 끝끝내 알지 못하고 그렇게 모연을 보냈어.



2주 간의 휴가를 받았음에도 시진은 그날 밤 바로 부대로 돌아왔어. 본가로 가면 아무리 감춰도 아버지가 어린 자식의 허허로운 마음을 못 알아보실 리 없고, 오랜 파병길 떠나기 전 가족, 연인과 인사를 나누기 바쁠 전우들을 귀찮게 할 수도 없었어. 군 바깥의 인연은 군인이 된 후부터 하나하나 끊어져 이제는 남지 않은지 오래였지.


비밀만 많고 할 말은 없는 군인 남자는 그렇게 외로운 인생을 산 지 오래였어. 그리고 그 중 가장 잡고 싶었던 사람 하나도 바로 오늘 놓쳐버리고 왔지. 아주 무력하게…….


시진은 부옇게 김이 서려서 비쳐 보이지 않는 거울을 닦아내곤 자기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어. 가슴 뛰게 하는 여자를 만나고도 그녀를 잡을 수가 없는 무력하고 답답한 남자의 얼굴을, 한심한 자신의 모습을…….


그는 모연을 설득하지 못했어. 그의 일을 누군가를 죽이거나 본인이 죽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하던 모연의 말도 틀리다 할 수가 없었지.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 목적이 그가 믿는 선을 이루기 위함이고, 그가 받은 임무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자신이 죽이는 건 사람이었고 작전 중 가장 담보하기 힘든 것이 자신의 생존이었으니까.


그의 일의 본질이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걸 그 자신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지만, 모연에게 그것을 이해시킬만한 시간은 너무나 부족했어. 그는 곧 떠나야할 사람이니까.


그녀를 놓쳐서 지금은 너무 아프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으니 곧 괜찮아질 거라고 시진은 믿어.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언제나 그랬듯 다 잊어가겠지. 그렇게 될 거야.
그냥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야…….







이어지는 글 : 그냥 지나가는 인연은 아닌 인연

수정 전 : 당신을 놓쳐야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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