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원더풀데이즈 관련한 글이 올라왔었는데, 오늘 이를 떠올리게 하는 상당히 놀라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100억 짜리 애니메이션이 쥐도 새도 모르게 개봉하는 이유

http://blog.naver.com/k2zeby/220800564596

가끔씩 언론에서 한국애니의 문제점 진단 하면서 기획보도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글쓴분께서 이런 보도는 많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은 짚지 못하고 있다면서 쓴 것입니다.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많은데, 어떻게보면 한국애니의 민낯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대강 요약하자면,

1. 2003년 원더풀데이즈가 개봉해서 총제작비 100억 원에 관객동원수 22만 명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내고 말았다. 이후 이 사례는 한국애니 업계에 일종의 반면교사가 되었다.

2.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훨씬 더 많은 제작비를 들이고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나쁜 성적을 보인 작품들이 나왔다. 그런데 이런 사례는 원데와 달리 언론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고 세간에도 알려지지 않았다.

3. 한국 극장용 애니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한국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여 제작되는 작품들이고 다른 하나는 전세계적 흥행을 노리고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이다.

4. 전자는 비교적 저예산(순제작비 30억 원 이하)으로 제작된다. 참고로 한국 영화계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종합해서 계산해 보면 30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 필요한 총 관객 수는 대략 100만 명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5. 후자는 좁은 한국시장이 아닌 세계시장에 배급하여 성과를 내겠다는 명분으로 투자자를 설득해서 100억대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하여 제작된다.

6. 그런데 후자의 경우 투자금은 많이 확보해 놓고 결과적으로 실제 작품은 그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만들어진다. (자세한 과정은 본문 참조) 그래놓고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개봉을 하는데, 남는 투자금을 국내개봉을 위한 홍보비로 사용하면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성공한 한국애니들의 홍보비가 15억 원 이상인데 15억 원을 극장수입으로 확보하려면 45만 명 정도의 관객동원이 필요) 그냥 거의 홍보를 하지 않고 남는 투자금은 고스란히 수익금으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을 취한다.

7. 이런 방식에 화가 난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언플이 동원된다. 자기들은 최선을 다했으나 주변 여건이 안좋아서 어렵다는 식으로. 하지만 사실 이런 하소연은 전자인 한국시장의 현실을 고려해서 '작게' 만들어지는 작품이 해야 할 소리였다.

8. 지금 제작중인 프로젝트 중에서도 100억 원대, 심지어 400억 남짓한 프로젝트도 있는데 정말 한국에서 애니 투자받기가 어려운 것인가?

9.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의 사업(2차판권 확보)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저 수익금을 위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이렇게 투자되는 돈의 대부분은 민간자본이 아니라 정부에서 조성한 창업투자사들이 투자한 것이다. 즉 나라 돈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정작 작은 규모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글로벌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10. 현재 그 어떤 언론에서도 이런 문제에 관심갖는 사람들은 없다. 이런 식으로 매우 큰 제작비가 들어간 애니메이션이 쥐도새도 모르게 나타났다 사라져버리는 일은 언제고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해놓고 보니 그냥 본문을 직접 보시는 게 좋다는 생각도 드네요.

글 마지막에 연상호 감독님께서 정부 지원사업 관련 공청회 때 하셨다는 이야기가 눈에 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