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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Z - 10화

우울과몽상(115.22) 2011.06.06 0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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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모호하고 공허한 것들은 칼에 들어오지 않았다. 초승달은 공허한 것들의 허상을 늘려갈 뿐이었다. 허상은 늘어날수록 멀어졌고, 멀어질수록 더 커졌다. 칼에 베인 검은 극점들이 먼저무더기처럼 점점 쌓여갔다. 그것들은 커다란 검은 괴물의 형체를 띄었다. 괴물의 아가리에서 안개 같은 자욱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괴물의 오른팔은 검은 실선들이 뭉쳐져 전기톱처럼 예리하고 날카로운 모습을 갖추었다. 그 괴물이 오른팔을 내게로 휘둘렀다. 나는 샴시르를 들어 방어했다. 잘려나간 팔이 나의 뒤편에서 또 하나의 무더기를 형성했다. 햇살이 너무 뜨겁게 느껴졌다. 해는 아직도 안개 뒤에서 희미함에도 나의 샴시르는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나는 쓰러지고 싶었다. 이 모든 고통과 피로의 늪 속에 나를 던져버리고 싶었다. 가시적인 세계의 최소치조차 내 속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는 내게 버티어 서길 강력히 요구하고 있었다. 고통과 절망을 마주하고 그들과 끝까지 맞서라 강요하고 있었다. 거대 괴물의 왼팔이 나의 등 뒤에서 예리한 손톱을 세우며 빠르게 다가왔다. 그것이 내 심장을 꿰뚫기 직전 그것은 마치 전기에 감염된 것처럼 몸 전체를 비틀며 뒤로 물러섰다.

 

 

“로크 당했어!” 괴물 하나가 소리쳤다.

“어떤 놈이냐?”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들 중의 하나가 주위에서 소리쳤다.

L1의 눈동자 없는 눈이 내 곁에 바짝 붙었다.

“도포방전으로 차단하고 있네. 하지만 오래가진 못할거야.”

 

 

검은 괴물의 팔 하나가 또 나와 L1을 향해 뻗어왔지만 전류의 방벽 때문에 물러섰다. 서 너 차례 그들은 종심을 찌르듯 깊숙하게 나와 그들 사이의 공간을 찔렀지만, 도포 방벽 때문에 번번이 물러서야 했다. 하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방벽이 내뿜는 전류는 약해지는 것이 여지없이 보였고, 그들은 더욱 강하게 종심을 찔렀다.

 

 

“자네라도 어서 여길 피하게. 도포 방벽이 곧 무너질 거야.”

나는 샴시르를 다시 수직으로 쥐었다. 방벽의 전류가 초승달을 타고 흘러 샴시르로 들어왔다. 요란한 불꽃들이 샴시르의 끝에서 빛을 발산했다. L1은 약화되고 있다. 방벽은 거의 붕괴되고 있다. 그들의 난폭한 기계팔은 방벽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다. 나는 그들과 나의 사이의 종심을 향해, 샴시르의 끝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물결같은 물컹물컹한 것들이 샴시르의 끝에 걸렸다. 끈적하고 물컹한 물결이 샴시르의 전진을 방해했다. 나는 기합 소리를 크게 외쳤다. 외침과 함께 물결의 모든 저항을 무력화시켰다. 강력한 저항의 마디가 툭 끊기는게 느껴졌다. 샴시르의 끝에서 전류가 흘러나와 검은 기체의 몸을 완전히 에워쌌다. 전류가 괴물의 몸 깊숙하게 들어가 사정없이 녀석을 때리는 게 느껴졌다. 한참동안......., 그러다 괴물의 몸은 땅에 떨어졌고, 전류들은 땅 밑으로 가라앉았다. 괴물의 몸이 차갑게 식고, 분자들은 다시 분해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검은 기체는 다시 꿈틀거렸다. 나는 괴물이 생명으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알기에 특별히 놀라지 않았다. 검은 기체들이 하나의 분자로 그 분자들이 다시 하나의 덩이로 흡수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동안 L1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힘이 없어.”

검은 기체는 파파족 전사의 모습으로 웅장하게 솟구쳤다. 괴물의 늠름한 기계팔이 다시 우리를 향해 뻗어왔고, 우리가 괴물의 기계팔에 의해 틀림없이 처참하게 찢어발겨질 것이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순간, 하늘에서 빛이 번쩍였다. 위에서 - 일직선의 - 빛의 줄기가 - 괴물의 - 심부를 - 강타했다. 괴물은 심부가 뚫려 바닥에서 퍼덕퍼덕 괴로운 숨을 몰아셨다.

그것은 일직선이었다.

 

 

일직선의 구성체가 연기를 모락모락 피우면서 분자들을 자기의 내부로 흡수하는 동안, 나와 L1은 내부적 한계를 벗어나서 차츰 기력을 회부했으며, 괴물은 다시 검은 기체로 돌아가면서 새로운 내부적 한계를 재구성하는 듯이 보였다. 일직선의 구성체가 마침내 완연한 형체를 갖추는 순간, 부리부리한 눈과 하프 모양으로 휘어진 늠름한 원뿔아래 길다란 주둥이의 입에서, 일직선이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0.1. .......................................................”

“좀 천천히 말해 줄 수 없나. 우리는 기계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하고 내가 말했다.

“ --------------........ 하위 현실에서 최적화... 하위 현실에서 최적화.... 들리는가?”

“그렇소”

일직선의 머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불꽃이 파팍 튈 정도로 맹렬하게 회전하였다. 그러기를 수 분 동안, 마침내 머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나 싶더니, 그 입에서 기계적 디바이스가 -, -, -, -, 수 차례 표출되었고, 그리고 마침내 말하였다.

 

 

“상위 우주의 율법 대표자들이 자네들 하위 세계의 분석자들에게 메시지를 전송하기 위해 대리구성체를 보낸다.” 번개가 하나 떨어졌다. 한줄기 파란 전류가 얼어붙은 창 너머로 사라졌다. 전류의 흩어진 잔여들이 땅에서 흘렀다.

“지금의 혼돈된 감염성 상태가 우리 신학자들과 자네들 인간들간의 컨텍을 자주 방해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상호 세계간의 교류는 완전히 끊길 것이다. 균열을 방지하기 위하여 너희 인간들이 오랫동안 노력해 온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감염체는 자가 증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파파들은 이단 심판관의 기능을 자동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

“이단 심판을 왜 그냥 내버려 두고 있나?” 나의 곁에서 L1이 외쳤다. “자네들이 명령하였거나 암묵적으로 방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단 심판은 상위 세계와는 완전히 독립된 자율적 기능이라 우리들도 전혀 간섭할 수가 없다. 이미 발현한 이단 심판에 관하여 파면 및 일련의 방해 처리를 행하고 있지만 이 상황도 곧 한계에 달할 것이다. 1166년전 첫 번째 붕괴가 감지될 즈음 우리는 파국에 대비하여 세계의 재구축을 설정하여 두었다.”


“재구축? 세계 기능의 상실까지 우려할 만한 상황인가?” 내가 물었다.

“감염은 전염성을 띄기 때문에 주변에 감염체를 늘려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혁명은 혁명적 상황을 흡수하여야만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구적 봉기를 획책하는가? 영구적 불안 상태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영구적 불안은 신학자들보다는 비신자, 이단들이 원하는 상태다. 우리는 사태를 보다 본질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자네들이 원하는 것이 뭔가?” L1이 물었다.

“임계점에 도달한 세계를 재구축하기를 원한다. 방법은 두가지다. 암호 해독자를 찾는 것과 세계수를 파괴하는 것.”

“세계수를 파괴하다니! 우주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우리들은 연속성에 관하여 끊임없이 탐구하여왔다. 우리는 세계 이전에 수많은 비세계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고 계속된 관찰 끝에 그것을 확신하였다. 우리는 하나의 기록을 가장 가능한 순수 상태로 다음 세계에 전해주려 한다.”

“나는 비세계의 존재 가능성을 인정할 수가 없다.” L1이 외쳤다. “신학자들은 인간 세계의 일에 대해선 눈꼽 만큼도 무지하다. 그대들에게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가?” L1이 암송하는 주문이 몸부리치는 듯한 고통의 파동을 전해왔다.

“자네들은 어떤가? 세계수가 파괴된다면 상위 세계도 영향에서 벋어날 수가 없다. 모두가 동일한 조건의 파국을 경험하게 될텐데.” 내가 물었다.

“인간이여, 인간에게는 죽음이 없다. 궁극적으로 전해지는 것은 자네들 인간의 기억 매체일 것이다.”

“암호 해독자를 찾는 이유는 무엇이지?”

“자네들 눈앞의 발광체, 그것을 창조한 고대인들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기억 매체를 전한 것이다. 만약 가장 가능한 순수 상태를 기억하는 인간이 우주의 시원을 밝혀낸다면 그것은 우주 전체의 기능을 회복할 것이다. 파국 없이도 우주를 재구축 하는 것은 보다 최선의 대안이다.”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보나?”

“우리 신학자들이 자네들에게 원한다.”

 

 

번개들이 우리의 주위를 계속 스쳐갔다. 강력한 자기장이 발광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검은 기체의 재구축이 눈에 확연히 띌 정도로 진행됐다. 일직선이 검은 기체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우리는 자네들이 이곳을 떠나서 권고를 실행하여 주기를 강력히 권한다.”

하나의 커다란 번개가 폭발음처럼 뻗어왔다. 폭발음의 강력한 자기장이 모래바람을 다시 일으켰다. L1의 검은 눈이 말했다.

“이자들의 권고대로 하자.”

 

 

시커먼 안개의 폭풍 너머 먼 곳에서, 두 개의 검은 점이 우리들 쪽으로 오고 있었다. 일직선이 자신의 몸에 전류를 흘리고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두 마리의 검은 말이 궤도 열차를 이끌고 우리들 뒤로 다가와서 멈추었다.

“어서 타세나.” L1이 외쳤다.

“이 열차가 어디로 가는 건지 당신은 알 수 있습니까?”

“우선 10111111 - 1111101로 가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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