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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7. 3

김호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7.03 19:46:00
조회 139 추천 1 댓글 0

  갓 꿈을 꾸었다. 나는 다시 고등학생이었고, 친구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어쩐일인지 내가 깨어난 방은 교실에 달린 뒷방 같은 곳이었다. 내가 휘청거리면서 방밖으로 나갔을 때 교실에는 친구들이 두 줄로 길게 서서 여우야 뭐하니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꿈이기 때문이었는지 나는 방금 깨어났음에도 여우야 뭐하니 게임의 용도가 어떤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에 앞서 팀간 형평성을 맞추고자 가위바위보로 각출한 멤버를 다시 한 번 2차 적으로 교체하려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호장아, 너 자는 동안 일단 정했어. 너랑 쟤야."

  그들이 바라보는 곳에는 얼굴만 알고 이름은 모르는 옛날 친구가 한 명 서 있었다. 나는 "일단 좀 씻고."라고 대답해주었다.

 

  어느 순간 나는 수퍼에 가고 있었다. 본격적인 게임은 한 적도 없는 거 같은데 이미 게임에서 졌으며, 내가 그 벌칙으로 먹을거리를 사러 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수퍼에 들어가서 치킨을 샀다. 그리고 음료수 몇 통을 사고, 내가 먹을 전자레인지용 햄버거를 하나 샀다. 그리고 수퍼에서 나와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문득 햄버거 맛이 이상했다. 유통기한을 확인하니 8월 5일이었다. 그날은 6일이었고 나는 수퍼로 돌아가 이거 교환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수퍼 주인은 죄송하다며 음료수와 소주와 다른 과자 같은 것들을 엄청나게 싸주었다. 사장이 그것들을 다시 담는 동안 나는 사장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있었는데, 내가 초등학교 때 테이프껌을 훔치다가 걸려서 된통 혼이 났던 그 수퍼, 그 사장이었다. 그 사이 사장은 빵빵해서 터질 듯한 봉투 두 개를 내밀었다.

  "이거 가져가. 이번만이야."

  유통기한이 지난 햄버거를 다른 햄버거로 바꾸려했을 뿐인데 본인이 알아서 이것저것 챙겨줘놓고서 \'이번만이야\' 같은 말을 지껄이는 그가 꿈속에서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기분이 조금 나빴는데, 어쨌든 나는 수퍼를 나서며 사장에게 "감사합니다. 사장님."하고 인사를 했다. 수퍼 문을 닫고 나오는데 뒤에서 사장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때만 사장이지. 이럴때만. 푸하하."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걸었다. 그러다가 익숙한 가건물을 하나 발견했다. 50평 정도 되는 임야 중 28평 정도를 덮고 있는 창고식 천막과 나머지를 차지하는 컨테이너였다. 내가 중학생 때 아버지가 사업 때문에 운용하던 창고였다. 말이 창고지 수도 및 전기시설이 전부 되어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아버지 사업이 망했을 때 거기서 얼마간 살았던 적도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창고 문이 열어져 있고 누군가가 짐을 다 빼놓고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아버지가 누구한테 저길 팔았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 사람도 참 너무하지 그 동안 뭘 하느라 땅을 놀리다가 이제사 정리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열린 문 쪽으로 슬쩍 다가갔는데, 그 안에서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있던 것은 어머니였다.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분명했다. 짐정리를 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슬프거나 노엽거나 그립거나가 아닌, 묵묵한 그 어떤 기운을 갖고 있었다. 나는 그 묵묵함에 기가질려서 어머니를 불러보지 않고 일단 교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니, 사실은 그 \'장소\' 자체에 나는 질려 있었다. 꿈속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물론 나는 그 터에 질려 있다.

  몇 걸음 옮겼을까, 나는 어느새 깨어났다. 자리끼를 한 잔 마시고 담배를 물었다.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전반적으로 흐린 꿈인데, 또 어느 부분들은 굉장히 선명한 꿈이기도 했다.

  그리고 깨어난 직후의 느낌을 곱씹어보았다. 깨어났을 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꿈과 현실이 헷갈린 것이 아니라, 꿈도 꿈이고, 깨어난 지금도 꿈 같았다. 그리고 내 일기 중 어느 한 문장이 불현듯 생각났다.

  \'모두 나 취한 틈에 지나가지 않았던지.\'

  그래, 과음을 하고 잠들었다가 깨어난 기분이다. 오전에 비를 맞고 돌아다녀서인지 몸이 욱신거리고 있었고, 그래서 더 더 모든 것이 꿈처럼 보였다. 깨어나니 집인데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가 기억나지 않는 느낌, 게다가 여기가 집은 맞는지 의아한 느낌이었다. 너무 오래 전에 잠들었던 거 같은데... 겨우 여섯 시간 동안에 10년 여정을 다녀왔으니 그건 뭔가 당연했다.

  현실감각이 하나도 없는 그런 아침, 일전에 꿈이라는 것이 뇌가 기억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정보를 접한 적이 있다. 악몽의 경우에도 고민이 있을 때 스트레스를 미리 겪는 것으로 정신적 면역을 기르는 일종의 정신방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즉, 이번 내 꿈 역시 그 용도가 확실할 거란 생각을 하다가 나는 알았다. 내 뇌는 지난 모든 악몽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내일의 나를 위한 준비를 마친 것이었다. 그리고 곧, 다시 하나를 알게 되었다.

 

  이제 내가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 시간들이 드디어 나를 눌러놓기 시작하는 것인지, 그런데 이 장마는 언제 끝이나려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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