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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만 되면 잠이 오는데,

나자(203.247) 2011.07.19 13:34:36
조회 171 추천 0 댓글 9

잠 깨보자고 잡담 겸 시 얘기 조금 써본다.

아침에 지하철에서 유희경 『오늘 아침 단어』읽으면서 출근했다.
문지 최초의 80년대생 시집이란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지인도 그런 말을 했었고 나도 상당 부분 동의하는데, 요즘 나오는 문지 시집은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 빈번하게 나오고 있기도 하고.
일단 문지에서 나온 시집이라면 잘 모르는 시인일지라도 기대치가 있기 마련인데, 거기에 못 미치는 시집들이 보인다.
유희경 시집은 393번인데, 뒷 날개에 보면 시인선 353 강정의 『키스』부터 소개되어 있다. 키스 이후 무려 40권째라는 소리다. 
100번대 200번대 시집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새 시집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예전보다 시인이 더 많아졌나? 그건 아닐텐데.
시인선 목록을 보면, 나온지 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조차 낯선 시집들이 많다. 유희경 시집은 그래도 꽤 잘 팔리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홍보를 했기에?

쓰는 김에 한 편 옮겨 적는다.


  들립니까

  들립니까, 들립니까, 내 말이.
  심장이 망막에 그리는 모습,
  손을 보내준다 했을 때,
  먼 손이라니, 웃고 말았는데,
  믿기 시작한, 그물 같은 눈의 암흑,
  어둡습니까, 어두워지나요 내 말이?
  지금은 빛남에 대해 말하는 시간
  눈을 벗고 누웠을 때, 너무 환한 빛은
  그만큼의 그림자를 데려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것만은 아니겠지만,
  무섭나요, 무섭습니까, 내 말이.
  먼 손이 찾아올 때는 주먹을 꼭 쥐라고
  오지도 않을 거면서, 감지 못할 눈이
  흔들려 떨어뜨리는 어떤 포기,
  다시, 만져보는 느린 감촉
  내 것이 아닐 거라고 중얼거리는
  울고 있나요, 우나요, 내 말이.
  두 손이, 멀리서 올 두 손에 덮여
  점점 멀어지고 있는 아득함 너머
  보이나요, 보이나요, 내 말이.
  아니오, 아니오, 그렇지 않습니다 하고
  내가 내 말을 울고 있어요 모르게.

 - 유희경, 『오늘 아침 단어』 (문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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