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접속\'에 대한 기억
박 남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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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READ 내가 읽은 이 책 #2293/2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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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첫 \'접속\'에 대한 기억"
보낸이 : 박남철 (해미르1 ) 07/07 03:50 조회:25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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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994년 가을 무렵이었을 거다. 그때 나는 춘천의 국립 강원대 국문과의 시간강사 노릇을 하며, 춘천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컴퓨터를 구한 다음, 참으로 난감했었다. 어떻게 배울 것인가. 우선 배울 일이 막막했던 것이다. 소설을 쓰는 박인홍 형이 우선 자판은 \'세벌식\'이란 걸로 배워야 한다고 충고를 해주어서 용산에 있는 \'아래아 한글\'의 자회사로 허위허위 찾아가서 \'세벌식\' 스티커부터 구한 다음, 그걸 키보드에다 낱낱이 전부 발라서 \'한메타자\'의 연습부터 들어갔다. 타자 연습이 거의 다 끝나자 나의 충실한 컴퓨터 선생님이신 박인홍 형은 다시 나에게 \'피시 통신\'이란 걸 권해왔다. 우선 모뎀을 달아라, 그리고 신중히 \'아이디\'를 정한 다음, \'피시 통신\'으로 무조건 \'접속\'을 하라. \'천리안\'과 \'하이텔\', 또 \'포스......\' 뭐가 있는데, 대체로 \'천랸\'과 \'텔\' 중에서 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접속\'이란 걸 하는 사람들이 대개가 \'이용자\'가 더 많은 곳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사람이 더 많이 몰리는 곳이 서비스가 더 좋고,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그런가? 그리하여 \'접속\'을 하게 되면 무조건 \'대화방\'이란 곳으로 찾아들어가 컴퓨터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항들을 질문들을 퍼부어 대어라.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안면 불문하고 \'여쭈어\' 대어라. 그러면 박 형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컴퓨터의 \'컴맹\'에서 이젠 \'맹\' 자는 스스로 떼어내도 좋다고 자부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가?
나는 \'하이텔Hitel\'을 선택했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 문득 \'모뎀\'이란 걸 단 후에 과감하게 \'접속\'이란 걸 한번 시도해보았다. \'대화방\'이란 곳엘 들어가기 위하여 덜덜 떨리는 가슴으로 \'j\'를 치고 무조건 들어가니, 이건 또 무슨 딴 세상인가,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직 타자 연습도 제대로 확실히 끝내지 못한 처지의 내 손가락들은 엄동설한에 곱은 손가락들처럼 도무지 움직여지지를 않는 것이었다. 완전히 \'꿀 먹은 벙어리\' 꼴 그 자체였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런 나에게 직접 질문까지 던져오는 것이었다. "남철 님, 왜 가만히 계세요?" 바로 그때, 지금도 그 존함과 \'아이디\' 하나만은 너무나도 확실하게 기억해드릴 수가 있는, 인천의 약사 분이시라는 사실까지도 정확하게 기억해드릴 수가 있는, 저 \'고집 불통의 김광택(taekim)\' 님께서 바로 정곡을 찔러버려 주시던 것이었다. 으흐...... "정신 없지 머......"
그리하여, 그날은, 새벽까지, 아니 진짜로는 아침녘까지, 서울 강남에 사신다는 어떤 사십대의 여자 분과 단둘이서만 대화를 해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가 있었다. 그 여자 분께서는 마치 어린아이를 데리고 놀기라도 하시듯이, 그러나 매우 애상적이시게도, 조반을 지으러 나가셔야 할 무렵까지, 내 느리고도 느려터진 타자 \'손가락씨\'로 전달되는 나의 그 즈음의 개인적인 슬픔과 아픔 들을 동정 어린 관심으로 다 경청을 해주시던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가만히 한번 생각해보니, \'사십대 연령방(chmemo40)\'에서의 내 사생활의, 프라이버시의 괴멸은, 이미 이 날 새벽부터 아침 무렵까지에 거의 다 이루어져버렸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이 겨우 가기는 가기도 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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