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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라문학) 무지개색 윤무곡

에실(221.161) 2014.11.03 12:20:50
조회 2680 추천 24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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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노마키 합동지 Princess Garden에 수록된 소설입니다. 제발 러브라이버면 호노마키 합시다.




무지개색 윤무곡(론도) - 피로링


「호노카, 일어나. 아침 연습에 늦겠어」

방에 울러펴지는 맑은 목소리.

내 아침은, 이 목소리에 잠을 깨는 것부터 시작된다.

「…5분만 더」

「안 돼! 더 잤다가는 샤워할 시간이 없어지잖아」

사실은, 이미 완전히 눈을 떴다. 소중한 『μ's』 활동에 지각을 한다거나, 혹은 게으름을 피운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치만 이렇게 만화같은 대사를 입에 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마키쨩이 뽀뽀해주면 일어날래」

달콤~하게 깨워줬으면 좋겠다.

모처럼 아침부터 둘 밖에 없으니까, 그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부탁이다. 이럴 때마다 돌아오는 건, 일부러 내쉬는 듯한 한숨이다.

「…그거 알아? 잠에서 깼을 때 입속에는 잡균이 번식해 있어서 불결하다구」

「치이…」

그건 질릴 만큼 들었다구.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건 알고 있지만, 석연치 않다. 그래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마키쨩의 목소리로부터 등을 돌리고, 저항의 뜻을 어필한다.

「…정말」

침대가 눌리는 소리가 들리고, 얼굴 위로 간지러운 느낌이 났다.

「이걸로, 참으라고」

볼에다가였지만, 확실히 키스해 줬다.

평상시엔 이걸로 「응!」하고 일어났을 테지만, 오늘은 조금 더 떼를 써보고 싶다.

「…싫어!」

잠버릇처럼 뒤를 돌아보며 마키쨩의 몸을 끌어안고는 그대로 강하게 침대에 눌렀다. 교복에 주름이 잡히는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꼬옥 끌어안았다. 다리를 얽어서 도망갈 수 없다.

마키쨩은 손발을 바둥거리지만, 전혀 진심이 아닌 듯한 모습이다. 그 이유도 나는 알고 있다.

「…정말이지, …앞으로 5분만이니까」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기쁜 표정으로 나를 같이 끌어안는다. 그런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 정말로 귀엽다.

「고마워! 마키쨩, 사랑해!」


이렇게, 아침의 따뜻한 시간이 흘려간다.


요즘은, 수업중에 조는 일이 줄어들었다.

전에는 아침 연습으로 힘이 다 빠져서 오전 수업 중에 잠들기 일쑤고, 오후 수업은 방과후 연습을 준비하는 셈 치고 잤다.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아이돌부 활동에 영향이 오니까, 어쩔 수 없이 시험기간에는 집중하지만, 평상시에는 연습을 제 1순위 삼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내가, 시험기간이 아닌 보통 날에 진지하게 수업을 듣게 된 이유도, 아마 그녀 때문일 것이다.

『호노카, 자는 건 아니지?』

매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뜨문뜨문 내게 문자를 보낸다. 어떤 기준으로 보내는지는 모른다. 아마 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까 하고 생각하던 참이야』

그리고, 그 감은 대체로 맞지 않는다.

『다음 시험에서 70점 넘기면, 별장 데이트』

『노력할게!』

그런 땐 이렇게, 내게 이렇게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그거에 옳거니 하고 넘어가는 나도 참 나답다. 덧붙여서, 지난 번 수학 시험땐 65점이라는 내게 있어서의 쾌거를 일궈냈기 때문에 『상』으로 유원지 데이트를 받았다. 그걸 알았을 때의 우미쨩의 차가운 표정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으음…」

내 마음속 스위치를 공부 모드로 바꾸기 위해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응?」

문득 창밖으로 눈길이 갔다.

흐릿한 잿빛의 하늘.

아침 연습 때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었다. 그러나 그 하늘은 어느 샌가 찌뿌둥한 색으로 변해 있었다.

비… 내리진 않겠지?

오늘 아침 일기예보에서도 그런 얘기는 단 한 마디도 없었지?

그치… 마키쨩…

「……」

휴대폰은 묵묵부답이었다.

왠지, 쓸쓸하다.

이럴 때야말로 마키쨩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필요한데.

「…하아…」

방금까지 온몸에 넘쳐흐르던 활기가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듯  했다. 창 너머에서 점점 짙어지는 구름 떼 사이로 도망이라도 간 듯이 말이다.


마음 속의 아지랑이를 뿌리치기라도 하는 듯이, 일심분란하게 배드민턴 라켓을 휘둘렀던 4교시 체육시간. 그 돌아오는 도중에,

「앗!」

책상 위에 놓인 물건이, 내 가슴을 쿵쾅쿵쾅 뛰게 한다.

새하얀, 심플한 디자인의 상자. 측면으로 더욱 더 아름다운 흰색이 얼핏 보였다.

「마키쨩 고마워~!」

샌드위치 케이스를 마키쨩이라 생각하며 뺨을 부볐다. 직접 건네주지 않은 건, 사람들 앞에서 분명 내가 뺨을 부빌 테니, 그게 부끄러워서일  것이다.

「호노카쨩은 오늘도 마키쨩 집에서 나눠준 거야?」

다른 애들은 내가 반 억지로 마키쨩한테 부탁해서 도시락을 나눔 받는다고 알고 있는 듯 하다. 사실과는 거리가 좀 멀지만, 자세한 얘기는 우리들끼리의 비밀이다.

「우와아~! 오늘도 맛있어~!」

정석 중의 정석인 달걀 샌드위치. 마키쨩이 좋아하는 토마토 듬뿍 야채 샌드위치. 그리고, 디저트를 대신하는 과일 샌드위치. 고기가 없는 게 흠이지만, 충분히 화려한 구성이다.

「잘먹겠습니다!」

달걀 샌드위치를 덥썩 베어물었다. 심플하고, 질리지 않는 맛이다. 게다가, 좋은 식재료를 쓴 것 같아, 한층 더 맛있게 느껴진다.

「호노카가 마키쨩의 샌드위치를 먹을 때 표정은 정말로 행복해 보여」

「응! 나 엄청 행복해!」

「…완전히 길이 들었네요. 마치 개 같아요」

「응!……………응?」

어째설까.

갑자기 내 마음속이, 어둡고, 무거워졌다.

『개』

마음속 한 구석의 돌기에 그 말이 탁 걸리기라도 한 듯 했다.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것 같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느낌.

「…호노카, 왜 그러나요?」

우미쨩에게는 아무 생각 없는 한마디였겠지만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내게는, 왠지, 굉장히 기분 나쁜 말로 들렸다.


「………아………」

타이밍을 기다렸기라도 하는 듯이, 교실에 빗소리가 들어찬다.

「이건… 오늘 연습은 중지겠네요」

창 밖에서, 하늘이, 울고 있다.

눈물이, 전염된 걸까.

내 마음속에서도,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빗소리는 한 순간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μ's』의 연습이 없는 날의 방과후에는 음악실로 발길을 향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나, 니시키노의 노랫소리, 좋아해!』

마키쨩과 만났을 때, 내가 했던 말.

음악실을 향해 복도를 걸으며, 추억하고, 부끄러워진다. 이유는, 알고 있다.

「…어라?」

순간, 생각이 멈추었다.

들리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멜로디가.

흘러넘치는 음정에 담겨 있던, 따뜻함, 애절함, 사랑. 그 외에도 여러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공존하는 세계.

우미쨩은 그걸 『무지개의 선율』이라고 비유했다. 나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일 수는 없지만, 어쨌든 좋아한다. 누구보다도. 그 마음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그만큼 사랑하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으니, 불안해진다. 혹시, 오늘은 벌써 집에 돌아가 버린 걸까. 부풀어오르는 초조함을 뒤로 한 채, 문에 달린 창문으로 음악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있다!」

찾는 사람은 언제나처럼 그랜드피아노의 의자가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보통 의자에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장식용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어딘가 신비로우면서도, 만져줬으면 하고 바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례합니다…」

문을 살짝 열고 음악실 안으로 들어간다. 천천히, 만화 속에 나올 법한 도둑 같은 움직임으로 마키쨩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 옆에 걸터앉았다.

책상 위에는 악보가 있었다.

콩나물 모양의 음표가 어지러이 춤을 추고 있었고, 음악 교과서에서 본 듯한 문자들이 써 있었다. 보통 뭐든지 깔끔하게 해내는 마키쨩의 모습만 보고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너저분했다. 완성한 건지 아닌 건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긴장이 풀린 듯한 자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마 곡을 완성하고 긴장의 끈이 끊어진 듯 했다.

「………」

갑자기, 충동이 일었다.

키스, 해 버릴까.

오늘 아침에 못 다한 걸, 여기서.

조금이라면, 괜찮겠지?

자신을 타이르며 입술을 가까이한다.

「…응?」

입술이 닿을 듯 닿지 않을 듯한 거리까지 가까이 왔을 때, 처음으로 위하감이 느껴졌다.

커피 향기.

숨결에서 미세하게 느껴지는 씁쓸한 향기. 좋아서 마시는 게 아닌, 단지 잠을 쫓기 위해 몸에 흘려넣은 듯한 커피의 향기. 어느샌가 나는 그 냄새를 맡는 게 당연한 일이라 이해하고 있었다.

『μ's』의 멤버로써,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그동안 바쁘게 나를 보살펴 주고, 『μ's』의 노래를 작곡하고, 자기의 공부까지 하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바쁜. 그런 마키쨩이었다.

「………」

마키쨩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렇게나 가까운데, 멀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해줄 수 없다.

그 답답함이, 너와의 거리가 된다.

「…맞다!」

좋은 게 떠올랐다.

「어디보자…」

가방 속 깊은 곳에 있는 걸 꺼냈다.

답례로 주려고 마음먹고 산 딸기 주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빨대를 까서 입에 물었다. 희미하게 퍼져 나가는 달콤한 향기와 맛을 내 입속에 품고.

「음……」

입술로 흘려넣는다.

마키쨩을, 달콤한 맛으로 써 낸다. 적어도 꿈속에서는 어수선한 일상에서 해방되어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후으…읏」

어째서일까.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의 감촉이 내 마음을 찌르고, 가슴을 아프게 했다. 뭔가가 다르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왠지, 쓸쓸하다.

「호노카…」

「!」

입을 뗀 직후에 이름을 불려서, 눈을 뜬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왠지 기쁜 듯한 표정. 평소에 내 앞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무방비하게 벌어진 입술. 그걸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때.

「좋아해…」

내 맘속에서, 소리가 났다.

금이 가는 소리.

애뜻함이 넘쳐서, 내가 무너져가는 소리.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면서,

내게는 한 번도 해주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마키쨩이 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닌 꿈속의 나다.


「마키쨩…」

참지 못하고 이름을 불렀다. 그 행위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나를 봐줘

난 여기 있어.


「쪽…」

한 번 더, 마키쨩을 더듬는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님을 깨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안락한 동산을 잠재우는 조용한 입맞춤이었다. 하지만 나는 견딜 수 없었다. 사실은 당장이라도 눈을 떠 줬으면 했다. 내가 달라붙을 때마다 귀찮은 표정을 짓더라도, 결국에는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는 그런 마키쨩을 만나고 싶었다.

「…후아…?」

아무런 조짐도 없이 하품이 새어나왔다.

오늘은 수업 시간에 못 자서, 잠 기운이 남아 있다. 마음 속이 소란스러워도, 꿈나라로 빠져들 때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서인지, 가슴 속의 통증이 한층 더 깊어진 기분이다.

「…잘 자…」

조금만. 마키쨩이, 눈을 뜰 때까지만.

마키쨩에게 기댔다. 마키쨩의 체온과 향기가 느껴진다.

눈을 감는다. 나는, 바랬다.


마키쨩의 꿈 속의 내가 되고 싶다.

꿈속에서 만난다면

마키쨩에게 응석부리고 싶다.



조금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주변의 풀과 꽃들이 춤춘다. 아름다운 노래네, 라며 너는 '목가(牧歌)도 알고 있었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아메지스트처럼 맑은 눈동자로부터 눈을 피하고, 얼굴에 무릎을 묻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라는 메시지.


너는, 나의 공주님.

그 새하얀 원피스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공주님.

…그럼, 나는… 너의, 무엇이지?


머리를 쓰다듬어줘.

노래를 불러줘.


의문을 품은 나와, 네게 응석부리기를 멈추지 않는 나.

너는, 이런 나를 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마치 개 같아』


불시에, 낮에 들은 말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렇구나.

개구나.

나는, 네 상냥함에 기대는 개.


네가 귀여워 해 준다면, 그거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상냥함에 포근히 덮여있을수록, 오히려 불안해져.


개지만, 개는 싫어.

개지만, 연인이 좋아.


나는, 키스를 졸랐다.

연인이라면, 키스해 주겠지?

그런 어린아이같은 사고. 고작 그 이유로.


너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다시 쓴웃음을 짓는다.

분명 내가 생각하는 걸 전부 간파하고 있을 것이다. 기가 막히겠지. 그런 생각조차 받아들여줘.


『내가 사랑하는 건, 호노카 뿐이야』


모든 예상을 능가하는 말을, 내게 해 주었다.


네 입술이 포개지는 순간.

하늘에 흩날리던 꽃잎이, 그대로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희미하게 눈을 떴다.

「…?!」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응………」

그것은, 방금 전에 내가 마키쨩에게 건네준 것.

입속에 은은히 퍼지는. 조금 따뜻한 감촉의 달콤한 딸기향.

당황스레 눈을 감고, 필사적으로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한다. 들키지 않았는지 궁금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평소보다 날 더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입술은 한참 전에 떨어져 있지만, 아직 이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 하고 놀랐다. 자는 척 하는 걸 눈치챈 걸까. 하지만, 그런 나를 혼내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할짝…」

「!!?」

나를 엄습한 것은, 요염한 소리와 감촉이었다.

「할짝…」

어느 샌가 입술 끝에 묻어 있는 주스.


그곳에 겹쳐지는, 탄력 있는 꺼끌거리는 것.

「…으음… 츕…」

고양이가 흘린 우유를 핥듯이.

왕복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아래로부터 위로. 그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받고 있는 자극이 몇 배나 배가 될 것 같다.

「쪽…」

마지막으로, 남은 타액을 빨아들이는 가벼운 키스.

「…분명, 호노카는 이렇게 했었지」

확실히, 주스를 입에서 입으로 전해줄 때 그렇게 하긴 했지만, 흘린 주스를 핥거나 빨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키쨩이 가끔씩 천연스럽게 요염해질 때마다 곤란해진다. 두근거림이 멎을 생각을 하질 않는다.

「호노카………」

내 뺨을 쓰다듬는 매끈매끈한 손.

한계는 진작에 넘어섰다.

눈을 뜨고 싶어. 그리고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끌어안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드러내서는 안 될 욕망이다.

「고마워. 정말 행복한 꿈을 꿨어」

온화한 천사같은 목소리로 마키쨩이 혼잣말을 했다. 나를 향한 말이면서도 나를 향한 말이 아니다. 일단 내가 눈을 뜨면, 어딘가로 숨어 버릴 말이다.

「하교 시간까지 시간도 있으니까, 좀 더 자도 돼」

그래서 나는 이 달콤한 시간이 더 길게 계속되기를 바랬다.

「나도, 달콤한 꿈을 꾸는 주문을 걸어줄게」

마키쨩의 손이, 향기가, 내게서 멀어져 간다. 또 쓸쓸함이 찾아올 것 같지만, 『주문』이 효과를 발휘한 것일까, 그런 일은 없는 것 같다.

「………」

피아노의 선율이 음악실을 가득 메운다.

이 멜로디는 들어본 기억이 있다.

오토노키자카 학원제가 끝나고, 감기와 상처로 쉬고 있던 내게 병문안을 온 마키쨩이 준비해 준 CD에 들어 있던 곡이다.

마키쨩이 나만을 위해 만들어 준 곡.

아페투오소. 『애정을 담아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색을 연주해 준다.


「………」

어쩔 수 없네.

마키쨩은, 항상 나보다 한 수 위다. 그 때문에 『좋아한다』는 감정의 크기가 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분해서, 마키쨩에게 직접 『좋아해』라고 부딪치게 된다. 그것이 내 안에 있는 『어리광쟁이 강아지』의 정체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이해가 갔다.

「마키쨩……… 좋아해………」

잠꼬대인 척 하며 사랑의 단어를 입에 담았다. 그러자, 피아노 소리가 삐끗하고 흔들리며 불협화음을 만들어 냈다. 그것이 기쁘고 또 사랑스러워서 한 번 더 「사랑해」라고 말해본다.

감은 눈 앞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한 느낌이 드는 것은 꿈결의 몽롱한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다.


비가 그치고, 하늘에 무지개가 걸린다.

나와, 너의, 마음을 이어주는 무지개가 떴다.


지금은 말만으로 애교부리며 자고 있지만,

눈을 뜨면 말하자.

『오늘도 집에 자러 와』라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목욕을 하고. 자기 전에 밤하늘을 보자. 자신 있기에, 즐거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별자리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키쨩을 감상하자. 침대에 들어가면 꼬옥 하고 안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노래도 듣고 싶다. 오늘은 저 곡이 좋겠네. 처음 마키쨩을 만났을 때에 들었던 노래 말야.

마지막으로, 잘 자라며 키스를 해 주는 마키쨩 품에 안겨서 행복한 꿈에 빠져들고 싶다. 나, 알고 있다구? 마키쨩이 내가 잠에 빠져들 때면 항상 눈치를 보다가 내게 살며시 키스하는 거 말야.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나날.

그 가운데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어.

하지만, 너와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 파묻혀 있는 시간만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로 내 심장의 고동소리 안에 새겨져 가.

이런 걸 음악으로 비유하면, 뭐라 하더라.

맞다. 『윤무곡』(론도)이다.

달라지는 선율 사이로 주제를 되풀이하는 형식의 음악.


무지개의 색 같은 가지각색의 나날.

주제는 물론─


『마키쨩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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