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기
창밖을 보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어제까지 기승을 부리던 태풍도 지나가고, 오늘 아침은 싱그러운 날씨 속에 안겨 있다
달그락
테이블에 프렌치 토스트 접시가 오르는 작은 소리
평소에는 내가 TV를, 마키쨩이 음악을 틀어놓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작은 소리가 들릴 리 없는데, 오늘따라 TV도 음악도 틀어놓고 있지 않다
고요한 아침
눈앞에 놓인 프렌치 토스트의 달콤한 향기는, 이런 때에도 내 식욕을 자극한다
힐끗
반대편에 말없이 앉아있는 마키쨩을 보며, 조심스럽게 「…잘 먹겠습니다」 라고 먹겠다는 신호를 전한다
마키쨩은 이쪽으로 시선조차 주지 않고, 등을 곧추세워 그 아름다운 자세 그대로, 얼굴 앞에 손을 모아 잘 먹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들릴 듯 말 듯 한 조그만 목소리로
마키쨩은 어제부터 기분이 안 좋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젯밤, 내가 귀가했을 때부터
원인은…… 아마 나
아마, 라고 하는 이유는, 나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뭔가 신경에 거슬리는 말이라도 해버린 걸까나
홍차에 넣은 우유를 스푼으로 빙글빙글 휘저으며, 어젯밤의 대화를 떠올린다ㅡㅡ
「마키쨔-앙! 다녀왔어-!」
인터폰의 카메라에 대고 미소 지으며 말한다
「어서와」
조금 기계음이 섞인 마키쨩의 목소리
철컥 하고 자동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어째서 열쇠 가지고 있으면서 알아서 들어오지 않는 거야……」 라고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지만, 매일매일 인터폰을 눌러대니 요즘은 고분고분히 어서와 라고 말해준다
물론 열쇠는 가지고 있지만, 인터폰 사이로 대화하는 것이 왠지 즐겁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빨리 마키쨩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도 하구
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간다
3층 맨션
입주 호수도 적어서 다른 입주자와 스치는 일도 별로 없다
지은 지 20년이 되어 신선한 분위기는 없지만, 3LDK의 집은 둘이 살기에는 충분한 크기이다
현관문을 열자, 안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마키쨩이 얼굴을 내민다
요리 하고 있는 중이었나, 에이프런을 입고 있다
「다녀왔어-!」
「어서와」
문을 잠그고, 신발을 벗어 들어선다
「어라? 말해주지 않아?」
「뭐를?」
「밥으로 할래? 목욕으로 할래? 같은 거」
그러자 마키쨩은, 얼굴을 붉히고 「바보 아냐」 라며 뒤로 돌아버리고 만다
마키쨩을 놀리는 건 정말로 재밌다
「아하하, 장난장난 이쪽 봐줘-」
그렇게 말하면 마키쨩은 이쪽을 돌아보게 되고, 나는 꼬옥 끌어안게 된다
마키쨩의 볼에 내 볼을 부비부비하면서, 아아… 밥도 목욕도 나중에 하면 되니까 지금은 마키쨩이 좋으려나
라는 생각을 하던 중ㅡㅡ
갑자기 마키쨩이 양 손으로 나를 뿌리친다
두, 세 걸음 물러선다
당황해서 마키쨩을 보니, 놀란 듯한, 난감한 듯한 표정
「ㅇ, 왜 그래? 마키쨩」
내 얼굴을 보고 마키쨩은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가다…… 아무 말 않고 입을 닫는다
거실로 돌아온 마키쨩 등에 대고 「왜 그래? 나 뭔가 했어?」 라고 물어도, 답해주지 않는다
그 후에도 몇 번이고 물었지만 너무 지나쳤는지, 저리 가 라고 매몰차게 냉대 받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어제는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지ㅡㅡ
응-, 솔직히 전혀 모르겠어
역시 하룻밤 지나면 진정하겠지
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가벼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실없는 농담해서 화난 건가?
그치만 싫어하는 얼굴은 아니었던 것 같고
현관에서 신발 정리 안 한 건 아닌 것 같고, 늦게 들어온 건 미리 연락해두었고……
앗! 혹시 냉장고에 있던 토마토젤리, 마키쨩 몫까지 먹어버린 거 들킨 걸지도
반대편의 마키쨩의 표정을 살피며 「………젤리?」 라고 물어본다
마키「……」
답이 없다
어째 틀린 것 같지?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 마키쨩은 식사를 마쳤는지, 조금 전과 비슷한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잘 먹었습니다」 라며, 자리를 뜬다
사용한 식기를 겹쳐 왼손으로 들고, 마키쨩의 오른손은 요구르트를 향해 뻗는다
「잠깐 아직 덜 먹었어」
정리하려 하기에 나도 손을 뻗었다
그 결과, 요구르트를 쥔 마키쨩의 오른손을, 내가 쥐는 꼴로
「「아」」
순간, 마키쨩의 손이 움찔거렸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 손을 자연스레 떨치고 주방으로 향해버린다
하아, 어쩌지…
번민하며 먹는 요구르트는, 어째선지 정말로 시큼한 맛이 난다
오늘도 일로 늦은 귀가가 되고 말았다
마감이 다가오면, 아무래도 일이 넘치게 된다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 마키쨩 쪽이 먼저 돌아와 있을 것이다
인터폰에 손을 뻗었지만, 아침의 상태가 떠올라 그만두었다
열쇠를 꺼내 스스로 도어록을 연다
하아, 왠지 쓸쓸하네
현관을 열자 거실에 불이 켜져 있다
마키쨩은 먼저 돌아온 모양이다
켕기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거실 문을 조심스레 열게 된다
거실을 둘러보지만, 소파에도 부엌에도 마키쨩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목욕이나 화장실인가
수트 상의를 벗으며 소파에 다가가, 가방과 함께 휙 던진다
ㅡㅡ있다
소파 위가 아니라, 소파 앞에 털썩 주저앉아있는 사람이 한 명
내 발소리에,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홱 외면한다
아니아니, 어린애가 아니잖아
그만 쓴웃음을 짓게 된다
문득 테이블에 눈을 돌리니, 거기에 나뒹굴고 있는 것은 병 하나
병의 라벨에는 「silky oak」 라고 쓰여 있다
전에 나도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과일 향이 나는 고상한 맛의 디저트 와인이다
마키쨩 맘에 든 것 같지만 일본에서는 팔지 않는 듯해서, 직접 호주의 포도주 양조장에서 개인수입을 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빈 병이 한 병 그리고 조금 떨어져서 이미 반이 비어 있는 병이 하나 더 있다
「안 되지, 너무 마셨어」
마키쨩은 토라진 얼굴을 하고, 대답도 없다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니 별일이네
「호노카가……」
뭔가 말하고 싶으면서도 제대로 말이 나오질 않는 것 같다
마키쨩 옆에, 소파 앞에 앉는다
바닥이 조금 차갑다
「저기 마키쨩 솔직하게 말해 줄래? 왜 화가 난 거야?」
「……」
체육자세로 앉은 마키쨩은 자기 무릎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리고 잠시 후 「……싫었어」 라고 불쑥 말한다
「에?」
「호노카가 안아주었을 때, 향수 냄새 났어 플로럴 계열의」
마키쨩은 촉촉해진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
「ㅡㅡ내가, 모르는 냄새」
드디어 이유를 알았다
나한테서 다른 사람의 냄새가 나서, 마키쨩은 거기에 거부감을 느낀 것이었다
짐작 가는 건, 있다
「우리 부서에 있지, 신입이 들어왔는데 그 아이가 나랑 같이 일하게 되서… 그래서 일을 가르쳐주게 됐어」
마키쨩은 조용히 듣고 있다
「맨투맨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 아이 향수가 밴 것 같아, 분명」
말하면서 마키쨩의 모습을 살핀다
표정이 밝아지고 있진 않지만, 아침보다는 훨씬 차분해진 것처럼 보인다
다행이다
나는 말을 계속 이었다
「그치만 괜찮아 그 신입, 여자아이고」
그 말에 「그런 거 알고 있어 향기가 여성용이었으니까」 라고 답하는 마키쨩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어라… 이상하네
제대로 설명하면 안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빠트렸나? 아님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나?
잠시 후, 마키쨩이 입을 연다
「그……」
「응? 왜에?」
무슨 말을 주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먼저 말을 끌어낸다
「그 아이랑, 그…… 사무적인 관계, 인 거지?」
의미를 모르겠다
마키쨩은 도대체 뭘 묻고 있는 걸까?
「ㄱ, 그러니까! 아앙, 정말!」
머리를 쥐고 뭔가 난처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뒤, 신중히 말을 고르는 듯 하다가 입을 연다
「즉, 그 아이랑은…… “불순한 관계” 가, 아닌 거지?」
「불순한……?」
취기가 감돌던 얼굴이 더욱 빨개지며 마키쨩이 내던진 말
그 말을 받아들이고 나서 조금 더 생각한 후에야, 겨우 나온 답
불순한 이라는 거, 결국 그……
「아니아니아니아니! 아니야! 아니니까! 그냥 평범하게 옆자리에서 일을 알려준다던가, 출장지에 데려다준다던가, 물론 만질 수 있는 기회라던가는 전혀 없고! 있다고 해도, 가끔씩 머리
를 쓰담쓰담 하는 정도니까!」
「쓰담쓰담?」
「앗, 아니, 그… 그래! 그 아이 스쿨아이돌 경험자라서 꽤나 귀여우니까, 분명 이미 사귀고 있는 사람이라던가 있지 않을까나-」
「」
와와와! 어떡해! 엄청 무서운 얼굴!
왠지 쓸데없는 말까지 해버린 것 같아!
그것보다, 나, 어째서 이렇게 허둥대고 있는 거야!?
애초에 남자라면 몰라도 여자로 이런 전개가 되다니……
아니, 그치만 마키쨩도 여자니까, 이상하진 않으…… 려나?
머릿속에 인물상관도를 그려도, 그다지 정리가 되질 않는다
우우우, 뭔가 잘 모르게 돼버렸다
ㅡㅡ그래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있다
나는 마키쨩을 좋아해
마키쨩이니까, 좋아하는 것이다
「그ㅡㅡ 오해하게 만들어서, 미안」
바닥에 이마가 닿을 정도로 머리를 숙인다
자신의 행동이 옳다거나 그르다거나는 어찌됐든, 마키쨩을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건 사실이니까
「사과 안 해도, 돼」
잠시 후, 차분한 목소리가 머리 위로 들려온다
「호노카는 전혀 나쁘지 않아 오히려 내가 멋대로 판단한 게 나쁜 거니까……」
두근두근 하면서 얼굴을 들자, 곤란해 하는 건지 웃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의 마키쨩이 있었다
「저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호노카와 닿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이렇게 괴로울 줄은 몰랐어」
그런 말 해준 거 처음이야
평소보다 말이 많은 건, 술이 들어간 탓일까
「있지, 마키쨩」
「왜에」
「나, 지금까지 또 마키쨩을 불안하게 한 적, 있었어?」
조금 생각을 하더니 「그래」 라는 가차 없는 대답
「우읏……」
그런 적 없었어 라고 해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 충격이다
어떡하면 좋은 걸까
마키쨩을 안심시켜주고 싶은데, 뭘 해주면 좋을지 모르겠어
「좀 더…… ㄴ다고……」
에? 지금, 뭐라고?
「그러니까, 좀 더…… 좋아한다고, 말해줘」
「아……」
그런 걸로 되는 거야? 아니 그것보다, 항상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쩌면 「좋아해」 라는 말 자체는 그다지 말하지 않았을지도
그치만, 꼬옥도 하고있구, 키스도 하고 있구, 매일은 아니지만 몸도 섞고 있는데
그래서 내가 얼마나 마키쨩을 좋아하는 지 전해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았어」
다시 마키쨩의 얼굴을 바라본다
보통은 긴장하지 않는데, 눈이 맞자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한다
「좋아해, 마키쨩」
「ㅡㅡ읏」
마키쨩이 원하던 말을, 천천히, 확실하게 전한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마키쨩을 껴안으려 손을 뻗자ㅡㅡ
「아직 부족해」
살며시 손을 되돌린다
마키쨩은 지금까지 눌러왔던 마음을 터뜨리듯이, 탐욕스럽게 요구해온다
좀 더 좀 더 좀 더 말해줘
평소 좀처럼 어리광부리지 않던 마키쨩이 이렇게나 나를 갈구해오는 것이 기쁘다
끌어안고, 내 마음을 전부 쏟아 붓듯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좋아해」 를 반복한다
좋아해 좋아한다구 마키쨩 정말 좋아해
얼마나 더 계속 했는지 모르게 됐을 무렵, 마키쨩이 갑자기 나에게서 떨어진다
응석받이 전개의 마키쨩은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다
조금, 아쉬워
ㅡㅡ그래서, 조금 더 만지고 싶어졌다
귀 언저리에 얼굴을 대고 「부끄러워하는 마키쨩도 귀엽네」 라고 속삭인다
어라? 반응이 없어?
마키쨩은 말없이 와인 병에 손을 뻗어 잔에 콸콸 쏟아 부은 뒤, 더 이상 와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와앗! 안 된다구 마키쨩! 뭐하는 거야!」
황급히 병과 잔을 뺏는다
「호노카가 부끄러운 소릴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니까! 어째서 그런 소릴 태연히 하고 있는 거야 정말 모르겠어!」
마키쨩의 얼굴을 보자, 엄청나게 빨개졌다
「이쪽 보지 마! 정말, 싫어어」
나에게서 떨어지려는 듯 벌떡 일어선다
「위험해」
취기 잔뜩인 상태에서 힘껏 일어났기 때문에, 휘청 뒤쪽으로 넘어지려는 마키쨩
재빨리 일어나 등을 받친다
ㅡㅡ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잘 되진 않아서, 결국 마키쨩을 등에서 껴안는 형태로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는다
「아야야…… 괜찮아?」
「응, 난 괜찮아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마키쨩이 등 너머로 나를 올려다본다
울먹이는 눈동자
붉게 물든 뺨
가슴부근까지 희미하게 같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
조금 주름진 타이트 스커트에는, 허벅지와 이어지는 매끈한 다리
뜨거운 숨결
와인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과실향과 마키쨩의 그것이 뒤섞인, 너무나 감미로운 향기
그래, 향수 같은 거 발끝에도 못 미친다
「그러고 보니까」
「뭘?」
「나, 마키쨩한테 좋아한다고 들은 적, 별로 없네」
「……」
「기껏 좋아한다고 해준다는 게 침대 안에서……」
「잠깐! 무슨 소리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내 품에서 도망치려는 듯 바둥거리고 있지만, 나는 마키쨩을 놓지 않는다
「마키쨩만 비겁해- 나도 마키쨩한테 좋아한다고 듣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팔에 조금 힘을 주었다
「그러니까 들려줬음 해 ……저쪽에서」
그 후에 할 말은 이미 알고 있다
「하아?」 라던가 「바보 아냐」 라던가 「안 돼」 라던가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말은 퍼부어지지 않았다
「마키, 쨩?」
껴안은 팔의 힘을 푼다
돌아보는 마키쨩의 눈동자는 수치심 한 가득이면서도, 제대로 내 눈동자를 붙들고 있다
「……호노카 못됐어」
그렇게 고하곤 내 소매를 쥐며 수줍게 고개를 수그리는 모습에 아찔해져 현기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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끡시브 눈깔아파서 도저히 못 읽겠다
이제 새로 올라오는 거 아님 안 올릴 듯
4달동안 호노마키는 진짜 싸그리 다 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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