럽지탐험가입니다.
한 달쯤 전, 러블리즈 멤버들이 7330이라는, 일주일에 세 번, 30분 이상 운동하자는 공익광고를 찍었습니다.
사실 해당 영상이 나온 시점부터 영상 속 장소들을 찾아보고자 단서를 찾아다녔지만, 영상 속 장소가 서울일 거라는 범주를 잡아놓은 채 거의 노가다식으로 둘러봤기 때문에 소득 없이 포기했었는데요.
어제 아침, 매일 등교길에 서두르느라 거의 안 보고 지나치는 광고판을 어쩌다 보게 되었습니다.
저 희한하게 생긴 건물과 다리의 모양이 왠지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7330 영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예인이가 뛰는 모습이 담긴 이 장면 속 장소였습니다. 교각에 조금 가렸지만 왼쪽에 보면 다리, 예인이 뒤쪽에 보면 희한하게 생긴 건물이 있죠.
곧장 IFEZ로 검색하고 센트럴파크역 근처에 뜬 거리뷰를 이용해 찾아나간 결과
센트럴파크역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었습니다.
마침 수요일은 수업이 오전에만 있는 날이라 오후를 통째로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젯밤, 센트럴파크역 방문을 계획하며
지난 번 밓탄절 때 넘어지면서 깨져버린 안장을 실로 묶고 록타이트를 발라 수리를 했습니다. 그리 비싼 안장은 아니지만, 한 번 품절이라고 환불이 되고 나니 사기 귀찮아지더군요ㅎㅎㅎ
아무튼, 오늘 자전거를 접은 채 지하철에 몸을 싣고 가는데 (폴딩 미니벨로라 인천 권이라면 언제 어느 지하철이라도 탑승 가능) 그 동안 혼밥지 탐정글을 쓰면서 생긴 감으로 생각해보니
여기도 분명 예인이가 운동을 하던 센트럴파크와 멀지 않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본 결과
정답이었습니다.
일단 송도 내에서 에트로가 있는 곳들을 조사해 센트럴파크역에 가장 가까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이라는 가설을 세운 후, 이 곳의 약도를 확보해 본 결과 건물의 배치 등이 맞아떨어집니다. (스크린샷 속 멤버들 우측의 빈폴이 기준점)
그래서 자전거도 가져왔겠다, 내친 김에 센트럴파크 다음 코스로 추가합니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서 간단히 점심도 해결한 후, 수인선을 타고 오다가 평상시에 내리던 원인재역을 지나쳐 연수역에서 내렸습니다.
연수역에서 센트럴파크역으로 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연수역 앞의 큰 길을 따라 달리다 앵고개로로 우회전해 센트럴파크역까지 직진하면 끝. 총 거리는 6km가 조금 안 된다고 합니다.
굳이 환승을 해서 지하철로 가려면 불필요하게 돌아서 가게 되어 연수역에서부터 자전거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꾸물꾸물했던 하늘에서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잠시 고민한 끝에 맞아줄 만한 수준이라서 그냥 맞고 달리기로 합니다.
앵고개로로 우회전해서 직진만 외운 채 달리고 달리다 보니
송도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새로 지어 디자인이 멋있는 건물들이 즐비한 가운데
1차 목적지를 드디어 찾았습니다. 사진에선 잘 안 보이지만, 맨 왼쪽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만 나아가면
1차 목적지가 나옵니다.
바로 여기죠.
캠페인 촬영 장비가 시야각이 넓어서 그런지 최대한 시야각 위주로 따라하다가 난간 구도를 완전히 놓쳐버렸네요.
여담으로 뒤쪽에 사진에는 안 보이는 난간을 붙잡고 핸드폰을 가능한 한 뒤로 빼고 찍는데, 그 잠깐의 순간 동안 지나다니는 차량들 때문에 다리가 흔들거려서
무서웠습니다... 흐엉ㅠㅠ (사진 출처: Lovelyz [지금, 우리]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비하인드! - 울림엔터테인먼트 공식 네이버 포스트)
사실 저 정도로 무섭진 않았는데 떠기 사진 생각나서 무서웠다고 과장한 게 함정
아무튼, 사진도 찍었으니 이제 다음 장소로...
...???
프리미엄아울렛 가는 거 아니었냐고요?
어떻게 한 장면만 찍고 갑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이 송도센트럴파크 전역에 7330 캠페인 속 고라니의 행적(?)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여기는 GCF브릿지 중앙입니다. G타워 방면으로 바라보면 구도가 나옵니다.
GCF 타워 거의 꼭대기쯤, 역시 G타워를 바라본 방향에서 우측 다리 지지대 중 다섯 번째 지지대를 저 건물에 저런 식으로 겹쳐주면
반대쪽 어깨를 푸는 옝니의 모습이 나옵니다. 역시 카메라의 차이로 인한 구도 차이는 감안하시고...
여기까지 찍은 다음, 다음 장면인
고라니가 겅중겅중 처음 뛰기 시작하는 이 장면을 찾으러 공원 외곽을 쭉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겅중겅중에 취소선 그은 게 티가 안 난다
도중에 예인이고라니를 닮은 사슴도 봤고요.
그런데 어디에도 저런 모양의 다리는 없더군요.
돌아오면서 자세히 보니, 공원 외곽에 난 물길은 유람선이 지나가야 되기 때문에 (실제로도 유람선이 지나가는 걸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두 번 봤습니다.) 다리들이 어느 정도 이상의 높이로 솟아있더군요.
여기서 스크린샷 속 다리는 교각이라는 게 없을 정도로 물에 완전 붙어있는 형상이라 배가 지나다니는 물길에 있는 다리가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그래서 저 구도는 찾지 못하더라도 다른 장면들이 숨어있는, 아직까진 들어가보지 않은 특이한 구조물이 있는 쪽으로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아주 웅장합니다. 단순한 기념비나 구조물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암시합니다.
실제로, 해당 건물에는 무슨 영화관인지 극장인지 같은 게 있는지, 무슨 공연 포스터 같은 게 여기저기 붙어있었습니다.
안쪽 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이 구도를 찾는 건 쉬웠습니다.
트라이볼 (저 특이하게 생긴 건물 이름이 트라이볼이라고 합니다.) 중앙의 삼거리에서 포스코 빌딩 있는 쪽 길을 정중앙 포커스로 잡고 바라보면 됩니다. 역시나 광각 카메라의 위력은 제 폰카보다 훠어어얼씬 많은 걸 잡아내네요.
참고로 제가 찍은 사진 맨 오른쪽을 보면 아주 실낱같이 짤린 무언가가 있는데
스크린샷엔 나왔지만 사진에선 짤린 포스코 빌딩입니다.
방금 전 구도 맞춰 사진 찍은 그 곳에서 아주 조금만 구도를 틀어주면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여기입니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트라이볼의 일부분은 안 보이지만 건물 모양은 똑같죠? 광각 카메라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이제 큰 길쪽으로, 그러니까 맨 처음 사진을 찍은 다리와 연결된 길 쪽으로 나오면
또 다시 달리는 고라니가 나옵니다.
센트럴파크 근방의 옝니가 나온 장면 속 대략적인 위치들을 집에 가는 길에 핸드폰으로 간단하게 그린 겁니다.
사소한 발목 푸는 샷이나 하이힐에서 운동화로 바뀌는 샷 같은 건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센트럴파크에서 찍을 구도는 모두 찍었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합니다.
바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입니다. 두 지점 사이 거리는 겨우 3km 남짓, 자전거를 타고라면 단숨에 갈 수 있는 거리죠.
연수역에서만 해도 실시간 날씨엔 비가 온다는 얘기조차 없었는데 한 번 오기 시작한 비가 그칠 줄을 모르고 조금씩 조금씩 내립니다. 역시 무시하고 달리기로 합니다.
현장에서 어플로 검색할 때는 현위치를 이상한 곳으로 읽어서 공원 위쪽 길을 따라 간 다음 우회전을 하도록 안내를 했었는데 지도 모양을 보고 즉석에서 위 경로대로 따라갔습니다. 위 지도는 집에서 포스팅용으로 검색해 만든 지도입니다.
그 동안도 유용하게 잘만 활용했긴 하지만, 오늘따라 자전거의 효율성을 뼈저리게(?) 체감하며
단숨에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도착.
미리 사전 조사한 대로 아울렛의 왼쪽 끝에 에트로와 빈폴이 있다는 점에 유념하며
1번 게이트로 입장했습니다.
들아가자마자 보이는 안내 표지판을 보고, 틀리지 않고 제대로 왔음을 확인한 뒤, 그려진 대로 왼쪽으로 가자...
지난 번 명동 모스버거때만큼은 아니지만, 짠 하고 나타나는 럽지의 모습에 흐뭇함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딱 들어서자마자 준비했던 구도와 비슷한 구도를 마주칠 때 느끼는 희열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 구도와
이 구도까지, 두 구도는 찍기가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카메라의 차이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 같이 웃고 있는 장면에서는 그 차이가 덜하지만, 지수가 구두가 꺾이며 넘어질 뻔하는 장면의 구도는 광각 렌즈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절대로 낼 수 없는 구도였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왼쪽만이라도 기준에 맞춰서 찍었습니다.
실제 구도는 조금 더 줌인을 한 다음 광각 렌즈의 힘으로 넓게 보이는 주변각(?)에 빈폴 건물의 첫번째 유리 프레임을 살짝 넣어줘야 나오는 구도입니다.
나머지 멤버들이야 어딘가의 스튜디오에서 찍었기 때문에 찾을 길이 없었고, 이제 7330 럽지는 전부 돌았습니다.
코앞의 테크노파크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집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었지만, 사진을 찍고 나올 때쯤 한 군데 더 뇌리에 스치고 지나간 곳이 있었고, 가는 길을 검색해보니 그저 송도국제대로를 따라 쭈우우우우우욱 직진만 해 주면 된다고 하길래 km 수 같은 건 애초에 중요하지도 않았습니다그 곳도 들르기로 합니다.
한 20분쯤 후 (검색해보니 3.4km 정도 됩니다.), 신호 대기로 몇 분을 까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도착했습니다.
동춘 스퀘어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러블리즈 멤버들을 실사로 보러 간 곳으로, 16년 12월 17일 H&M 홀에서 행사를 했었습니다.
행사를 했던 그 때 그 자리.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가 옷들을 진열해놓았습니다.
이제 정말 다 끝이 났습니다. 집에 갈 일만 남았습니다.
기왕 적신 김에 인천시청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자는 심산에 도로 이정표를 보고 대충 따라갔습니다.
예술회관역 쯤에서 조금 헤매긴 했지만, 그 때 한 번 더 검색을 통해 주변 지형을 파악해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글 하나 새로 쓰려고 순례기만 옮기긴 했지만 열댓 개쯤 되는 순례기를 백업하느라 조금 늦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디씨 전용으로 이미지를 새로 업로드해 적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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