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명은이한테만 알려준 얘기였지만

이전까지 내 생애 콘서트라고는

2년 전 비대면으로 진행된 'Deep Forest'밖에 없었기에

이번 콘서트는 첫 대면 콘서트로 아주 기대가 되었다

스포 당하는 게 싫어서 지금까지 올라온 후기들은 안 읽어봤고,

그래서 어제까지 별 정보가 없이 ㅇㅅㅌㅂㄹㅈ로 향했다

그런데 이번 콘서트는 기대 이상이었다.

7년 동안 한 그룹을 이끌었던 리다님의 자전적 구성이 좋았다.

물론 아주 처음 듣는 얘기만 있던 건 아니었다.

작년까지 열심히 소울메이트를 들었기에

리다님의 솔직한 어법을 잘 알고 있었고,

연습생이 되기 전 노력하셨던 과정과

그 후 먹는 것에 진심이었다는 정보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날 내가 새롭게 공감했던 건

5인조 선배님의 곡, '애.수'를 카세트테잎으로 들었다는 것!

나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이 곡을 많이 들었었다.

(그때 육아 예능에도 이 곡이 나왔었는데

리다님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매번 화면으로만 보고

다른 세계에만 살아온 줄로만 알았던 우리 리다님이

결국 나와 같은 경험을 공유한 분이었다는 사실에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학창시절 이야기 직후 불러주신 다른 가수의 곡들은

리다님이 가수를 꿈꾸던 그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과정에서 흘린 많은 땀들이 묻어있는 느낌이라

아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학창시절과 연습생 시절을 거쳐

그룹 활동으로 데뷔한 시절 얘기로 접어들자

마치 알고리즘에 의해 '별책부록' 속

어지러움을 못 참는 케이의 매력을 처음 알게 되었던

2년 전 그 순간처럼,

예고 없이 케이가 무대 위에 나타났다.

이제 와서 자수를 하자면,

나는 케이 팬들 중 소수파에 해당되는

이른바 '덮켕파'이다

물론 관상학(?)적으로 깐켕이 더 낫다는

케이의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그래도 덮켕이 주는 매력과 설렘이 좋아서

아직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었다

(커켕은 포기해도, 덮켕은 포기 못한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서....일리는 없지만

정말 기쁘게도 나의 첫 콘날 케이가

수백 일만에 덮켕으로 돌아왔다

2층에서 봐야만 했던 충아센에서의 거리보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기뻤다

(물론 켕은 어두워서 객석을 못 봤을 거다)

불과 1시간 전 봤던 고민쇼만큼이나

켕과 리다님의 대화는 재미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도 꿀잼 컨텐츠가 만들어질 거 같았지만

정말 순식간에 둘의 순서가 지나갔다

그리고 뒤이은 관객들이 직접 쓴 고민 상담의 시간,

매번 같은 순서가 돌아옴에도

항상 모든 고민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리다님의 정성이 돋보였다

2시간에 달하는 시간 동안 무대를 벗어나지 않고

계속 객석과 눈빛을 교환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리다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리다님의 새 음반 속 곡들,

솔직히 한번만 들으면 멜로디랑 가사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들을 때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계속 찾아 듣게 되고,

그래서 결국 뇌리에 박히는 게 리다님 노래의 매력이라고나 할까

근무 때문에 첫공과 막공을 못 보게 된 건 무척 아쉽지만

많은 러블이들과 함께했던 쟤탄절 공연,

이날 객석 하나를 차지했다는 사실만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P. S.

5/21 콘서트 함께해주신 여러분들,

마음만이라도 함께해주신 여러분들,

모두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