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78년 13월 21일 톤요일. 그날도 포신항문해병직할오도짜세기합광역특별자치시 외곽 천자봉 자락에 자리한 해병성채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공군의 폭격이 여전한 골칫거리긴 했지만, 최근 들어 유난히도 아쎄이 수급이 풍요로웠던 덕분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황근출 해병님은 손 으로하는수술은뭐든지잘해 해병의 집도하에 귀두 성형수술을 받고 있었으며, 무모칠 해병님은 아쎄이들을 태울 오도봉고를 정성스럽게 세차하고 있었다. 얼마 전 조조팔 해병이 주관하는 해병영어 초급반 교실 역시 성황이었다.
그러나 오전 9시경. 감시병 눈 으로하는감시는뭐든지잘해 해병의 보고를 시작으로 이 평화는 깨지고 말았다. 그는 황근출 해병님의 집무실로 뛰어 들어와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크... 큰일이 났는지 여쭤 봐도 되는지의 여부를 감히 질문 드려도 되겠습니까! 지금 천자봉에 큰 산불이 났습니다!”
그렇다, 병풍처럼 해병성채를 감싸고 있는 천자봉(해병동산)에 대규모 산불이 난 것이다! 이대로 있다간 공군 폭격기의 시야를 방해하는 나무들이 다 타버릴 것은 물론, 성채까지 불이 번질 수 있는 노릇이었다.
황근출 해병님께서는 보고 중 중첩의문문을 3단밖에 쌓아올리지 않은 눈 으로하는감시는뭐든지잘해 해병을 수육으로 만들어 꾸짖으신 뒤 밖으로 뛰어나가셨다. 과연 창밖엔 매캐한 탄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으며 저 멀리 산에는 붉은 화염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새끼들... 집합!”
다급함이 섞인 황 해병님의 고함은 확성기 해병의 항문을 통해 부대 안 모두에게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모든 해병들은 일사분란하게 준비를 갖추고 해병성채 4층에 마련된 회의실에 집결했다.
“지금부터 성채 뒤 천자봉에 발생한 기열 산불을 어떻게 진압할지에 대하여! 의견을 내놓도록 한다!”
“악! 일단 안전한 곳으로 역돌격을 하는 것이 어떤지를 제안 드리는 게 실례가 되지 않을지에 대하여 여쭤보는 것을 윤허해 주실 수 있는지 검토해 주시는 것을 문의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부대 내의 해병들이 불길을 향해 올챙이 크림을 발사한다면 기열 불길따위 충분히 꺼지고도 남을 것입니다!”
다양한 아쎄이들이 의견을 냈지만 황근출 해병님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러한 침묵은 근 1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역시 긴급한 상황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 신중해야 한다는 해병혼(海兵魂)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 사이 불길이 성채까지 번져와 뒷마당에서 몰래 라면을 먹던 황룡이 타 죽는 사소한 해프닝이 있었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쓰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좋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병력을 다시 ‘전개’ 하도록 한다! 약한 아쎄이들부터 먼저 대피할 수 있게 모두 돕도록!”
“악! 알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황근출 해병님께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창문을 깨고 뛰어내려버리셨다. 그러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했던가. 이미 불길이 번지고 있는 해병성채 앞마당은 그야말로 지옥도(地獄道)와 다름이 없었다.
눈에 띄게 힘들어하는 건 함문촉촉 해병이었다. 이름답게 촉촉한 피부를 자랑하던 그는 불길에 의해 피부와 포신이 건조해지며 힘을 못 쓴 채 화마에 범해지고 있었다. 전우애를 나누다 이 사태를 알아차린 듯 연결된 상태로 뛰쳐나온 알몸의 해병들도 있었다. 조조팔 해병은 무언가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 듯, 구석에서 웅크려 앉아 중얼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 사이 부활한 황룡은 기열찐빠답게 해병들을 보며 답답하다는 듯 이죽거렸다.
“야 이 멍청한 좆게이 새끼들아, 너네 얼마 전에 할로윈이랍시고 시내에서 소방차까지 훔쳐왔잖아. 그걸 쓰면 되는 거 아ㄴ...”
황룡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대갈똘빡 해병이 그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불길 속으로 던졌다. 언뜻 ‘끄아아아악’ 하는 비명이 들려온 것 같았지만, 이내 타닥거리는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악, 사람의 몸은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쎄이들을 불 속으로 던지면 해병 소화기가 되어 불이 꺼질 것입니다!”
과연 해병성채의 브레인 대갈똘빡 해병다운 아이디어였다! 그 말을 들은 해병들이 자기 주위에 있었던 아쎄이들을 번쩍 들어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렸다.
방국봉 해병은 자신이 항문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면 산소가 차단되어 불이 꺼질 것이란 결론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겼다. 언뜻 보기엔 일리 있어 보이는 말이었지만, 그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건 이산화탄소가 아닌 ‘해병 산소’, 그것도 개씹썅똥꾸릉내가 진동하는 해병 산소였던 것이다. 방국봉 해병이 우레와 같은 소리로 방귀를 뀌자, 그 즉시 큰 폭발이 일어나 반경 5m 이내의 아쎄이들이 가루가 되었다.
많은 해병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불은 여전히 맹렬하게 타오를 뿐이었다. 조금 뒤 불길은 성채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많은 해병들이 애정을 나누던 전우애실, 따끈한 해병푸드를 배식받던 주계, 옥상의 짜장 탱크, 황룡이 매일같이 드나들던 기열 처리실까지···. 팔각모 사나이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공간들이, 불길에 휩싸이며 무력하게 타들어갔다.
하오 1시가 지났을 무렵, 때마침 내린 봄비 덕분에 해병동산의 산불은 기적적으로 진화되었다. 방화수를 길어오겠답시고 역돌격을 감행한 해병들은 전소된 성채를 보며 절망에 빠졌다. 이번 화재로 보이지 않는 해병들도 꽤 있었다.
헌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 수많은 해병수육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앉아 죽으라는 계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시커멓게 타버린 것이 수육보다는 바비큐에 가까워 보였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아으 다롱디리!
살아남은 해병들은 황룡의 피부를 벗겨내 임시 텐트를 가설하여 일단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수육을 주워 먹던 육고기 해병이 껄껄 웃으며 “하하하, 역시 하늘은 우리 해병들의 편이구나!” 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하늘이라는 단어를 들은 일부 해병들의 뇌가 터지는 소동도 일어났지만, 대부분의 해병들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문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무모칠 해병만큼은 분노에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박철곤 해병님께서 무모칠 해병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모칠이, 자네 왜 그러는가?”
“크윽···, 자네들은 불타버린 성채를 보고도 한가하게 수육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가!”
“분하고 슬픈 건 알겠지만 일단 배를 채우자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나.”
“우리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 저렇게 잿더미가 되어 버리다니, 소중한 전우들을 복상사도 아닌 불 때문에 잃어버리다니, 분하지도 않느냔 말일세!”
“하지만 어쩌겠나, 산불은 천재지변인 걸. 진정하고 성채를 재건할 계획이나 세워 보자고.”
“아니, 이건 필시 우리 해병들에게 악감정을 가진 기열 분자들의 방화(放火)가 분명하다. 난 지금부터 기열 방화범을 색출해 전우애인형에 처하러 갈 테니, 성채의 재건은 자네들이 좀 신경 써 주게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무모칠 해병은 여전히 구석에서 중얼거리고 있던 조조팔 해병을 붙잡더니 검게 그슬린 오도봉고에 태우고 포항 시내 쪽으로 달려가 버렸다.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착잡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보며 살아남은 아쎄이 한 명을 따먹고 계실 뿐이었다.
수사의 기본은 모름지기 탐문수사! 무모칠 해병은 인근 시민들에게 요 근래 수상한 자를 본 적이 없냐고 물어볼 심산으로 성채 인근 마을로 향하였다. 조조팔 해병 역시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된 듯 보였다.
“조조팔 해병!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우리는 해병대다! 범인을 잡겠다고 무고한 시민을 죄인으로 모는 일은 없도록 해라, 신사적인 태도를 가지는 거다!”
“Ak! Careful하게 Action하겠습니다.”
한참 마을을 둘러보던 무모칠 해병은 호스로 밭에 물을 뿌리던 근육질의 남성을 발견했다. 성채 주위에 살고 있는 주민이니 유력한 참고인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차에서 내려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쎄이! 감히 우리의 해병성채에 불을 지르다니, 그 죗값은 죽음으로써 갚아야 할 것이다!”
“네?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제가 불을 지르다니, 전 그런 적이 없다고요!”
“거짓말 하지 마라! 우리를 기만하기 위해 호스를 들고 시민으로 위장하다니···. 그 치밀함은 가상하나 우리 해병들의 눈은 속일 수 없다!”
“아니 당신들 대체 뭡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경찰서 한 번 안 가보고 살았는데, 제가 불을 질렀다고요? 자꾸 이러면 신고할 겁니다!”
“음, 그렇게 나오겠다면 우리도 생각이 있다. 조조팔! 해병 거짓말탐지기를 준비해라!” / “악!”
오도봉고의 트렁크에서 해병 거짓말탐지기(막대형)을 꺼내온 조조팔 해병은 준비해 온 의자에 남성을 강제로 앉힌 뒤, 탐지기를 다리 사이에 X자 형태로 교차하여 끼워 넣었다. 그리고 강한 힘을 주어 막대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그러자 남성은 고통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강한 자극을 주어 숨기고 있던 진실을 드러내게 하는 해병 거짓말탐지기의 위용이었다. 머지 않아 남성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모두 고백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예... 제가 불 지른 거 맞아요... 그러니까... 그만... 으으윽...”
드디어 첫 방화범이 체포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조조팔 해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의 규모가 컸던 만큼 공범이 있을 것이다.” 라는 의견을 선임 무모칠에게 제시한 것이다. 처음 데려왔을 땐 온 몸으로 전우애를 거부하던 조 해병이 이렇게 성장하다니! 무모칠 해병은 감동에 벅차올라, 아래쪽에 저절로 피가 쏠리는 듯 했다.
그렇게 그들은 파죽지세로 오도봉고를 몰아 포항 시내로 향했다. 그들이 차에서 내리자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치기에 바빴다. 이럴 수가, 흉악한 방화범이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량한 시민들까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두 해병은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조조팔! 지금 즉시 시민들을 기열 방화범들로부터 안전하게 대피시켜라!”
“Ak, 알겠습니다!”
조조팔 해병은 도망치는 남성들을 한명씩 능숙하게 데려다가 오도봉고에 태웠으며, 무모칠 해병은 시내에 숨어든 방화범들을 색출하기 위해 건물마다 불을 질렀다. 여기저기서 수상해 보이는 남성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포항 시내 곳곳에서 검은 연기와 화염이 치솟았다.
보호해야 할 시민들과 방화 용의자로 구성되는 이들이 워낙 많았던 탓에, 두 해병들은 급한 대로 버스 여러 대를 긴빠이해 이들을 해병성채로 옮겼다. 물론 시민들 중에도 정체를 숨기고 있을 방화범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해병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한 강도 높은 신원조회 역시 이루어졌다. 해병성채 터의 앞마당이 오랜만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황근출 해병님께서는 껄껄 웃으시며 만족해하셨다.
“무모칠! 이 시민들은 원인 모를 화재로 집과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해병으로써 국민들을 돕는 것이 당연한 도리 아니겠는가!”
“악, 이들을 해병으로 입대시켜 톤톤정 해병이 운영하는 해병복지원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불쌍한 시민들에게 전우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기겠군, 새끼... 기합!”
이렇게 무모칠 & 조조팔 듀오는 해병성채를 불지른 방화범을 잡아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 집 잃은 시민들을 해병대의 품에 안기게 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덕분에 이번 산불로 목숨을 잃은 아쎄이들의 빈자리가 채워지게 됐으니, 경사로세 경사로다!
한편 해병성채를 재건하라는 임무를 맡은 박철곤 휘하의 해병들은 화마가 휩쓸고 간 포항시에서, 사용하지 않는 컨테이너는 물론 오갈 데 없어진 생필품까지 무상 지원받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해병성채를 예전의 위용있는 모습처럼 복구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도 무적해병들은 시민과 함께 상생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라이라이 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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