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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역사] 해병 바리깡

해갤러(112.157) 2023.10.31 23:16:35
조회 1448 추천 62 댓글 13
														

고되고 힘든 훈련단에서의 훈련을 마치고


이등병 계급장과 함께 빨간 명찰을 가슴팍에 박기 전까지


훈병들은 오도해병들만이 할 수 있는 기합이 바짝 들어간 상륙돌격머리를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해병대에 입대한 모든 훈병들은 땡중처럼 머리를 박박 밀어야만 했다


한 기수당 수백명


해병대에서 쓰는 바리깡은 일반 미용실에서 쓰는


리튬 배터리 충전식인데다 디자인까지 새끈하게 잘 빠지고


플라스틱 커버가 씌워져 가벼워진 무게로 인해 사용감 또한 좋은 바리깡이 아니었다


짜장면발처럼 축 늘어지고 군데군데 절연테이프로 칭칭 감긴 전선이 달렸으며


본체는 세월의 흔적이 담겨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는 바람에 반짝이는 금속 표면이 보일 정도였지만


날 만큼은 


훈병들의 머리를 손수 밀어주는 이발병들의 이슬을 머금고 우뚝 솟아오른 포신처럼 


서슬퍼런 날이 빠짝 서 있었다


아득히 먼 옛날 


아쎄이 시절의 황근출 해병이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해병 6974부대로 전입 후 처음 받은 과업이


출타 나가는 간부들과 선, 후임 해병들의 머리를 다듬어 주는 일이었다


그 시절만 해도 해병대에 바리깡이라는 新 문물이 어디 있었겠는가?


부대 근처 문방구에서 산 500원짜리 색종이 가위 가지고


씹게이새끼들마냥 깔짝깔짝 머리를 다듬는 일이 전부였다


부대 내 이발소에서 황근출과 같이 근무했던 마광철 상병이 


호모새끼들마냥 종이 자르는 가위 가지고 깔짝대기도 힘들다며


행정보급관에게 바리깡을 사달라고 건의했지만


깡통을 만들어 써야지 왜 돈주고 사느냐는 행정보급관의 대꾸와 함께


사지가 잘린다음 나머지 몸통으로 인간 바리(Body) 깡통이 될 뻔한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부대 뒷간으로 도망쳐 48시간을 짱박혀 숨어있다가 똥독이 올라 


세상을 하직할 뻔 했던 일은 더 이상 


6974부대원들의 입방아에도 오르내리지 못하는 한물 간 사건이었다


그 해 여름


전기를 아낄 줄 모른다며 쌍욕을 먹은 뒤


쪼인트를 두 대나 까이고 한대밖에 없는 선풍기조차 미풍으로 돌려놓은 채


행정보급관의 두발 정리에 나선 마광철 상병은


" 이런 씻팔 개 젓같아서 못해먹겠네! "


라고 소리친 뒤 가위를 집어 행보관의 뒷통수에 날을 꼽아버린다음


그의 똥꾸멍에 손을 쑤셔넣어 창자를 끄집어내 끄트머리에 쇠젓가락을 달아


콘센트에 연결하였다


전류가 흐르자 행보관의 몸은 불타오름과 동시에 모터처럼 진동하였고


깜짝 놀란 황근출 이병은 소리를 지르며 이발소에서 미친 듯 도망나왔다


그렇게 부대 내 이발소는 전소 하였다


이 6974부대 창설 역사상 최대의 흑역사이자 사건으로 남게 되었지만


황근출 해병은 소대 내 실세가 된 상병 시절부터 오랫동안 천천히 진행시켜왔던


본인만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준비를 했다


당시 불타 없어진 이발소는 터를 다시 다지고 새 이발소를 지었는데


황근출 상병은 그 이발소에 그 누구도 모르게 지하 땅꿀을 팠고


그곳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줄 자그마한 실험 장소를 만든 것이었다


그 실험 장소가 탄생한 뒤부터 부대에 전입하는 신삥 아쎄이들 중에서


저녁 순검이 끝나고 같이 담배나 피자며 황근출 상병이 조용히 데리고 나간 아쎄이들이


하나 둘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대 내에서는 그 누구보다 모범적인 군 생활을 했던 황근출 상병을 의심하지 않았으며


군생활 적응에 실패한 흘러빠진 기열 아쎄이들이 탈영한 것으로 결론지은 뒤


헌병에게 탈영 신고를 하였다(십수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해병들은 주요 탈영병으로 등록되어 조사중에 있다.)


황근출 해병이 본인만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킨날부터


모두가 잠들고 경계근무중인 인원들조차 멍하니 초소 창밖을 쳐다보는 


절간보다 고요한 심야 시간대에


이발소 쪽에서 귀신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 


부대 내에서는 죽은 행보관과 마광철 상병의 원혼이 부대를 떠나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나갔다


부대장인 조갑렬 중령은 귀신잡는 해병이 귀신을 두려워하느냐며


이따위 헛소리를 하고 다니는 놈들은 육수를 우려내 해병전골과 찌개로 만들어버린다고 경고하였으나


하도 귀신소리를 듣고 놀라자빠져 뒷통수가 깨지던 앞통수가 깨지던


부상을 입고 의무대에 실려가는 병사들이 늘어나자 울며 겨자먹기로


그동안 부대가 위치한 동네에서 긴빠이 쳐둔 고물들을 판 돈으로


이발소에서 푸닥거리질을 하였다 


신기하게도 며칠 뒤 이발소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발소에서 귀신 우는 소리가 그친 그 다음날 아침


머리를 자르러 이발소를 찾은 해병들은 신기한 물건을 가지고 머리를 귀신같이 빠른 속도로


정리하는 황근출 상병의 모습을 봤다


광택이 나서 매끈한 빛깔의 본체에 반짝이는 날


볼트 커터로나 잘라야 잘릴 것 같아보이는 튼튼한 전선


말벌이 날갯짓 하는 소리처럼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귀에 거슬리지않는 경쾌한 느낌


상륙돌격머리를 더욱 정밀하게 만들어주면서도


기존에 30분 넘게 걸렸던 이발시간이 이제는 인당 3분이 걸리지 않게끔 크게 단축되었다


병사들이고 간부들이고 신기함에 황근출 상병에게 너나할거없이 질문 세례를 퍼부었고


황근출 상병은


" 이것은 제가 군생활 하며 틈틈히 쌓은 지식으로 설계하고 제작한 이발용 기계입니다. "


라고 살짝 부끄러운 표정을 지은 뒤 겸손하게 답변하였다


얼마 뒤 사단 내에서 병영 아이디어 경진대회가 열렸고


부대장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황근출 해병은


" 해병 바리깡 " 이라는 이름을 지은 자신만의 발명품을 출품하였고


사단장 표창을 받은 뒤 


일계급 특진 및 훈장 수여 그리고 사후 국립묘지 안장 혜택까지 받았다


그가 개발해 낸 해병 바리깡은 


6974부대가 주변 부대와 통폐합되어 사라진 뒤


수 많은 부대와 이발병들의 손을 거쳐


해병대 교육훈련단으로 흘러들어왔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외관이 손상되고


일 1시간만 사용해도 제품의 온도가 100도씨를 넘겨


이발병들이 석면 장갑을 끼고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병 바리깡은 여전히 교육훈련단 이발소에 없어서는 안 될 


살아있는 해병의 역사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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