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말전까지 심드렁했다. 유괴범과 주인공간의 심리전은 충분히 익숙한 소재고, 더욱이 이것이 실화란 것을 알기에 심한 상업적 극적연출은 자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마지막에 종결되는 자식의 죽음, 범인의 실제목소리에서 끔직한 실화에서 풍기는 전율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국민 모두에게 범인을 꼭 찾아달라는 메세지도 함께 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자리를 뜨면서 드는 생각은.. 그런다고 범인이 잡히겠냐는 것이다. 실제사건이 벌어진 놀이터에서 촬영하려는 것을 그쪽 주민들이 그렇게 막으려한 심정이 오히려 더 동감됐다. 슬픈 사건은 조용히 잊혀지게 하면 되지, 왜 이제 와서 상기시키는가? 감독의 개인적관심사를 사회적으로 확대시키고 싶은 감독의 욕심인가, 정말 이 영화로 범인이 잡힐거라 생각하는가? 영화를 통한 범인의 공개수사를 펼친 감독의 의도는 난 그저 좋게만 보지 못하겠다. 결국 이 영화는 주말박스오피스1위를 위해 흥행배우를 출연시켜 많은 상영관 수를 확보하고 광고를 펼치는 엄연한 상업영화고, 이 비참한 소재도 흥행을 위해 쓰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감독이 아무리 이 영화에 진심을 담고자 했어도 말이다. 결국 이 영화는 어느정도 흥행을 거둘 것이고, 시상식때 배우들이 연기상하나 타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또 유괴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겠고, 살인의 추억 이후에 또 화성에서 연쇄살인이 벌어지는걸 보면 영화를 통한 모방범죄도 그저 방관할 문제만은 아닌듯 싶다. 모르겠다. 이 영화로 유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전국에 유괴범죄가 줄어들면 좋겠지만, 또 이 사건의 범인이 잡히면 정말 좋겠지만(하지만 그럴리 없다고 본다), 단지 유괴에 대한 자극적 사건이 한번 대중들 사이로 넘실댈뿐 어떤 기여도 할 수 있을거라 보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