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부족할 것 없이 자라게 해줬고 일본 유학까지 보내줬을진 몰라도 결국 그것도 자신이 정승 아버지라는 명예를 원했으니 이현을 키웠던 것도 있는거지.

물론 누구나 부모라면 자식이 다 잘 나가기를 바라는게 당연한 마음이지만. 백가는 결국 자신의 욕망을 이현에게 강요한거기도해.  

당장 후반에 그 모습이 잘 드러났지. 자기 아들이 동학민들을 쏴죽이고 도주했을때, 백가는 이현이 도채비로 나타나길 바랐어. 선한 모습이 남아있는 백이현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동학민들을 쏴죽이던 그 도채비 말이야. 일본의 앞잡이가 된 이현을 보고 백가는 이현이 자신처럼 되었다 생각하고 좋아했지.

하지만 백가는 한 가지 간과한게 있었어. 이현은 손에 피를 묻히고 괴물처럼 변했지만, 백가처럼 그 삶을 완전히 받아들일 순 없었던거야.

자신이 나라를 일본에 팔아넘긴 건 아닐까 걱정하는 질문에 백가는 이렇게 대답해. 너같이 똑똑한 사람들이 일본의 편을 든 순간 나라는 망한거라고.

백가 입장에선 이현에게 괜찮다고 말한거겠지만 이건 황석주의 말과 같이 이현의 자기합리화마저 부숴버리는 말이었지. 

그리고 이현이 죄책감에 몸부림칠때도 백가는 이현의 죄책감에 공감하는게 아니라 세상을 살려면 잔혹해져야한다며 자기 가치관을 받아들이기만을 강요한거야.

이강은 자기 가치관을 확립한 상태로 이 말을 들었으니 버텨낼 수 있었지만 개화란 목적 조차 무너진 이현에게 이 말은 심장을 도려내는것 같았을거야. 

오히려 괴로워하는 이현에게 이 말은 독이 될 뿐이었고, 백가는 평생을 권력과 돈만을 좇으며 살았기 때문에 한때나마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려했던 이현에게 공감해주지못했어. 

결국 백가는 이현을 위한 행동이라 생각했을지 몰라도. 이현에게 자살로 가는 레일을 깔아준거랑 다름없다고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