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지구공동설 드립치던 할배가 생각난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알고 지낸 역술가 나부랭이 할배가 있었다.
내 자취방이 반지하 1층이었고 그 할배는 1층이었는데 반찬 같은 걸 어디서 얻어오면 나에게 나눠주고 그래서 좀 친했었다.

나중에 내가 미숫가루 줬다고 답례라며 소주한잔 쏘면서
이야기 좀 했었는데 이 양반이 내가 지리쪽 전공이라니까 지구공동설 썰을 풀더라구.

지리산에서 수행하다가 잠시 만난 지저선인 이야기를 했는데,
홍만이에게 몇대 쳐맞은 것처럼 얼굴이 푸르딩딩하게 부은 지저선인 왈

땅속에 사람들이 살고 그들이 지구로 가끔 올라온다 했다.
입구는 아시아 쪽에서는 쿤룬산맥 쪽과 고비사막 어디에 있다고 하더라.
그리고 입구가 많은 곳이 태루라 했는데, 내가 볼땐 어디서 주워듣고 페루를 잘못 말한 것 같다.
나중에 관심 가지고 찾아보니 페루-에콰도르 쪽에서 지저터널 발견 드립이 있기도 했고.

하여튼 그래서 내가 그 잘난 지저선인이 왜 코리아의 지리산같은 동네급 산에 와서 한국말하고 있음? 이라고 물으니
조낸 당황하면서 그분의 뜻이겠지 어쩌구 하더라.

딱 대충 들어도 역술뽕 맞고 살짝 돌아버린 삘이 나서 그냥 재미로 듣기만 했다.
코리아 말 쓰는 지저 뭐시기에게 들었다는 역술할배 왈,
 지저인들은 지구표면 인간들을 우리가 동네 똥개보듯 보는지라  개무시하고 있었는데,
1940년대 중반부터 핵실험-히로시마 나가사키 폭격 있고 나서 
\'아니 이 새끼가?\'라는 생각을 갖고 우리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한다.

생각해 봐라.
어느날 동네 똥개들이 젓가락을 쓰기 시작했다면 조낸 쇼킹한 일 아니겠냐?
케네스 아놀드가 비행접시 보고 본격적으로 인류역사에서 UFO가 자주 목격되기 시작한 것이 1947년인데  이게 핵실험-폭격과 연관이 있다 했다.

그 이야기 하다가 내 사주 봐준다면서 생년월일시를 물어보더라. 그래서 신생아 때 아파서 출생신고-호적기입 모두 늦게 해서 모른다고 하니 짜증내며 한숨한번 쉬고 관상 봐준다더라.
그래서 어떠냐고 물어보니 어디 가서 돈없이는 안살 얼굴인데 말년에 외로운 팔자라더라.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하다 술자리 접었고,
그러다가 1학기 끝나고 휴학해서 그 후로 못보게 되었다.
그게 벌써 11년전 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