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빌지똥꾸릉내가 진동하는 어느 여름날이었음. 우리 배는 출동 끝나고 들어온 상태라 한가로운 오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변고가 터짐. 내일 중학생들이 우리 배로 견학을 온다는 거야. 여기서 해군 출신들은 알 거임. 한 번 출동 뛰고 들어오면 배가 얼마나 걸레짝이 되는지.

당연히 그 걸레짝을 미래의 아쎄이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으니 배를 뒤집어 엎어놨음. 풀도색 새로 했는데 이건 우리 배가 작아서 가능했지 조금만 더 컸으면 불가능 했을거야 그 때도 정 총원이 달라붙어서 야근까지 했으니까.

그렇게 새 배를 만들어놓고 다음날, 애기들 볼 생각에 다들 신나 하고 있는데 수병들은 모두 견학 끝날 때 까지 EOS실에서 대기하라네? EOS실은 기관실 안에서도 더 깊이 들어가야 있는 깊숙한 곳임. 공간은 사람 두명이 누우면 끝날 정도로 좁은데 거기에 열 명을 우겨넣더라.

참고로 배는 언제든지 시동걸라면 항상 예열을 해 둬야 하기 때문에 기관실은 입항해 있어도 더운 곳이야. 들어가면 바로 땀으로 온 몸이 젖을 정도로. 거기에 10명을 몰아넣고 문도 해치도 다 닿아버린거지.

우리 행색이 남루하니 보여주기 부끄러웠을거야. 고속정복이 다들 하나같이 군데군데 찢어져 있고 페인트, 기름때 묻고 아주 거적때기 수준이었거든. 고속정복은 동계, 하계 한 벌씩만 나오기 때문에 빨기도 어렵고 계속 입고 작업하려니 잘 찢어지거든. 그래서 우리를 보여주기 부끄러웠을거야. 그건 이해 해

아무리 그래도 1평 남짓한 곳에 몰아넣기보다 차라리 복지가서 뭐라도 먹고 와라, 하다 못해 잠시 생활관에 있다가 연락하면 돌아오라고 해도 됐을텐데 왜 그랬을까. 다들 중학생들 오면 어떤 말 해줄지 생각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렇게 고생했던 사람들을 굳이 그 찜통에 한시간씩 가둬놨어야 했을까. 우리를 같은 사람으로 봤다면 그러진 못 했겠지.
  
그 찜통에서 헥헥거리는 와중에 바로 위에서 들리는 학생들 발자국 소리를 들었을 때가 내 군생활 중 가장 서러웠던 때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