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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갤문학) 한국남자 김군의 선택지

관악올빼미(147.47) 2023.05.15 13:54:11
조회 62 추천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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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은 오늘도 디시의 실베를 본다



실베에는 오늘도 주갤에서 미는 베트남 론이 올라왔다.


20살 베트남녀와 34살 한녀를 비교하는 소리였다.



김군은 휠을 쭉~내려서 댓글로 튀기라고 쳤다.


휴대폰이 울리자 김군은 다음 념글을 클릭하면서 받았다.


다음 념글도 응예우엔의 내용이다. 시발 요새 주갤 새끼들 ㅈ같은걸 밀어서 주갤이 쳐망하지.


전화는 김군의 오랜 친구들이었다. 일요일을 맞아서 다들 할게없으니 나와서 술이나 한잔하잔 이야기였다.


김군은 간만의 술자리 약속에 조금 신나하면서 다음념글에도 튀기라고 써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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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8천원인 삼겹살집이 그들의 단골 집이었다.


미리 와있는 정군, 박군이 있었다.


이들은 전부 5등급받고 강남대에 들어간 동기이다.


정군은 지금은 6년째 공무원 시험을 치고 있는 놈이었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동글동글한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딱 평균 남자의 얼굴이다.


박군은 생활체육지도과를 졸업해서, 지금은 트레이너를 하고 있다. 트레이너다보니 몸은 좋지만 자체 키가 172cm에 주걱턱이라 그저 그런 남자였다.


김군은 대학을 졸업하고 2년정도 공기업과 대기업에 원서 넣다가 다떨어지고, 28살에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4년째 일하고 있다. 말은 생산관리고 그냥 가끔 생산계획이나 결과보고서 쓰는 생산직이었다.키는 172cm에 그냥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다.



김군이 오자 다들 손을 들고 반겼다.


김군이 오기도전에 4인분을 시켰고 2인분정도는 이미 정군이 다 쳐먹은듯 했다.


그간의 회포를 풀고 김군은 오기전에 본 베트남론에 대한 웃긴 이야기도 풀었다.


"베트남 이름 중에 응가도 있데, 응가.. ㅂ.ㅅ. 주갤 튀기 새끼들ㅋㅋㅋ"


박군이 껄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게 좋은 여자를 얻으려면 노력을 해야지 ㅂ.ㅅ. 새끼들"


박군은 이들중 유일하게 사귀는 여자가 있는 알파남이다. 몸이 좋아서 여자들이 졸졸 따라다닌다고 자랑하곤 했다.


"운동을 좀만하면 여자들이 줄을 서는데 방구석에서 키보드나 치는 ㅂ.ㅅ. 루저 새끼들"


박군의 말에 정군은 살짝 움찔하긴 했다. 정군은 과체중에는 속하는 인물이었다.


"신경쓰지마라. 어차피 찐따 쉑끼들 아니냐? 진짜 패배자 새끼들이니까 그냥 방구석에서 쉐도우 복싱하면서 여혐하지. 나와서 주변보면 좋은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정군은 박군의 말이 거슬렸는지 슬쩍 한마디 더 붙였다.


" 근데 난 지금 시험준비중이라 운동은 못하고 있다. 진짜 시험만 끝나면.."


"그래 시험치는데 별수 있냐? 지금은 시험에 집중해야지. 시험만 끝나면 우리 헬스장에 온나 내가 트레이닝 시켜줄게."


박군도 정군의 마음을 알아채고 슬쩍 정군의 말을 받아줬다.


"공짜냐?"


"시발 공무원되면 돈도 벌건데 치사하게 공짜로 해달라냐?ㅋㅋ"


그들은 정겨운 이야기를 하면서 ㅂ.ㅅ.같은 주갤을 욕했다. 숨이 얼큰하게 취할쯤에 김군은 조심스럽게 자기 연애 고민을 꺼냈다.


"우리 회사에 '오'녀라고 이쁜 누나 있거든. 맨날 나랑 딱 대각선에 앉아서 밥머거. 솔직히 고개가 딱 45도쯤 돌리는게 편하잖아. 글서 밥먹다가 고개들면 계속 그 누나랑 눈이 마주치는거야. 그렇게 몇달 됐는데 누나가 계속 그 자리에 앉고 있어. 근데 요근래 눈마주치니까 살짝 웃어주는거야."


정군이 비웃기 시작했다.


"그게 끝이 아니고 시바롬아. 오늘 내가 회사 식당에서 주는 플레인 요거트 안먹고 버리려니까 버리지 말고 자기 달라는거야. 그리고 대답도 안듣고 들고 가더니 내가 쳐다보니까 귀여운 표정있잖아. 그걸 짓는거야."


다들 미묘한 표정으로 김군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군아 니는 여자 많이 만나봤으니까. 이거 여자가 그린라이트냐? 최소 호감은 있는거냐?"


"일단 귀여운 표정이 어떤건데?"


정군의 질문에 김군은 귀여운 표정을 지어보였고 다들 빵터져 버렸다. 박군은 김군에게 물었다.


"얼마나 이쁜데?"


"많이."


그러자 박군은 폰을 꺼내서 사진들을 보여줬다. 박군이 관리하는 여성회원이다.


"이정도?"


김군이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오 시발 ㅈ나 이쁘네. 개쩐다."


박군이 으쓱하자,


"이 사람들이랑 섹스도 하고 그러지."


정군의 질문에 박군은 우쭐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거 아니야. 그냥 운동가르쳐드리는거야. 그냥 마치고 가끔 차나 맥주한잔 마시는거지."


그러자 정군이 박군이 떨구는 먹이를 물어주었다.


"맥주 한잔~?"


김군도 따라서 놀렸다


"맥주 한잔~?"


박군은 음흉한 표정으로


"야, 나 여친도 있잖아. '서녀'있는데 무슨 한눈을 팔아. 그냥 가볍게 맥주한잔만 하는거지.ㅋㅋㅋ"


"새끼 머싯다."


두 친구들은 친구를 칭찬했다.


"아무튼 이정도로 이쁜 분이면 너따위는 안좋아 할걸.ㅋㅋㅋ"



월요일이 되고 김군은 어제의 과음에 아침에 오만상을 하고 일어나서 출근했다.


김군의 회사는 서울에서 2시간거리의 수도권의 공장이었다.


그렇게 4시간 일하고 나서 점심시간을 마치고 김군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제 두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오녀가 김군을 좋아할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에도 없는 남자에게 그렇게 애교부리고 그러진 않을거다. 물론 확실한건 없으니 일단 부딪쳐 봐야 알것 같았다.


김군이 여자휴게실의 문을 두드리려는데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오녀와 그녀의 시녀들이다.


"김군 그 새끼 봤어. 오늘도 사장한테 혼자 알랑거리면서 야근하겠다고 하는데, ㅈ나 ㅂ.ㅅ.같더라. 키도 ㅈ만하고 개찐따같이 생긴게."


김군의 172cm로 작진 않았고 생산직이라 초라하게 입고 기름때와 땀흘리며 일해서 그렇지 찐따같은 사람도 아니다. 김군은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었다.


"그 새끼가 언니 훔쳐보는것 봤어요. 맨날 언니 힐끔힐끔하면서, 그 새끼 이쁜건 알아가지고 우리 회사에서 언니가 제일 이쁘잖아요."


"무슨~"


오녀는 시녀중 하나의 아부에 실실웃으면서 손사려쳤다.


"이러다가 언니한테 고백하려는거 아니에요. 그 찐따 새끼? 보니까 좋은 파스타식당 알아본다던데"


"시발 그런새끼면 10억 자가 집에, 오마카세정돈 삼시세끼 바쳐야 만나주지."


"그럴지도... 중소기업 생산직이나 하는 ㅈ병신 도태한남새끼가 언니를 어떻게 할수 있다고 믿다니 ㅈ나 자존심 상할지도 ㅋㅋㅋ"


그때, 시녀중 하나가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응우옌씨는 왜 말이 없어요?"


그 사람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킴쿤이 조하한다는케 그로케 기분나쁠 정도 싸람인지는 잘 모루게서서 말모태요."


다른 라인에서 일하는 응우엔씨였다.


"킴쿤 딴데 돈 안쓰고 모았다고 들었어요. 맨날야근하고 주말추근해서 월급 마나요. 그거 딴 짓 안하고 마니 모아서 지금 1억 모았다고 들었어요. 성실하다고 들었어요. 싸장뉨도 마니 좋아해요. 나랑 언니들은 1억 못 모으지 않아써요?"


시녀들이 벌떼처럼 달라들었다.


"응우옌씨, 지금 30평데 집값이 5억인데 1억으로 누구 코에 붙여요. 원룸에 들어가서 살것도 아니고. 남자는 화장품도 안사고 옷도 안사서, 들어가는 돈이 여자랑 달라서 훨씬 많이 모아요. 1억은 의미없어요."


"맞아요. 그리고 한국 여자는 결혼하면 자기 삶이 끝이라 싱글일때 행복한 경험을 다 해둬야해요. 해외여행도 가고 오마카세도 가고. 결혼하고 나면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 갈수 있는 줄 알아요? 인생에 마지막 나의 시간이에요."


마지막으로 오녀가 말을 덧붙였다.


"응우옌씨가 20살이라고 했죠? 아직 어려서 남자를 모르는것 같은데 언니가 조언해줄게요. 34살동안 한국 여자로 살아보면서 여러 남자 만나 보니까 좋은 남자 만나려면 여자는 1억을 모을게 아니라 1억을 자기 자신에 투자해야해요."


오녀는 자신의 케비닛에서 가방하나를 꺼냈다.


"응우옌씨 이게 뭔지 알아요? 1000만원짜리 구찌 가방이에요.


이런걸 사고 호캉스 가고 유럽여행가고 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김군같은 도대한남 새끼들은 감히 작업 못걸고,


구찌를 사줄수 있는 남자들만 다가와요.


스스로를 고귀하게 여왕처럼 대우해야


그런 대우를 해줄수 있는 남자들을 만날수 있는거예요."


벌떼처럼 달려드는 기세에 눌린 응우옌은 대충 둘러대곤 말을 아꼈다.


"그냥 킨군 열심히 산다는 이야기여써요. 야근도 돈모으려고 열심히 하는거다라는 말이어써요. 그렇게 열시미 사는거 머싯는거에요."


응우옌은 말끝을 흐렸다. 오녀는 그런 응우옌을 마지막 말조차도 거슬렸다.



김군은 더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구석탱이에는 그의 친한 형이 있었다.


공장에는 공장경력 12년차의 형이 있었다. 나이는 2살차이지만 형은 고등학교 졸업후 바로 공장에 온 공장 마스터였다.


형은 언제나처럼 끝나고 술을 제안하고 김군은 이번엔 받아들였다.



----------



저녁에 김군은 공장형과 술을 했다.


김군은 한참을 마시다가 맛이 갈때쯤에 오늘 점심에 들은 이야기를 했다.


형은 팔짱을 끼고 한참을 듣더니 말했다.


"어쩔수 없어. 여자들은 '평범' 수준의 남자가 아니면 연애할 기회조차 안주는게 룰이니까."


형은 한잔을 원샷하고는


"그런데 너무 패배자처럼 생각하지마. 니가 키가 172잖아. 그건 한국 남자 평균이야. 그리고 수능도 5등급이라며 그것도 평균은 되잖아. 그리고 작년에 총번게 4500만원이잖아. 30대초반 중위 연봉이 3800만원이야. 니가 한 야근, 특근 많이한 거 감안하면 딱 니 월급이니 넌 평균이야. 한국의 90%직장인이 중소기업이란걸 생각하면 니가 중소기업 사원이란 것도 평균이야.


니가 못난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거야. 근데 평범한 걸로는 그 년들 입장에선 도태한남인거야. 오녀의 눈에 도태한남이니, 연애의 상대조차 안되는게 당연한거고. 니가 모자란게 아니란 그년이 눈이 높은거야."


김군을 위로하던 형은 분위기를 바꿔려고 화제를 옆으로 돌렸다.


"근데 응우옌씨 생각보다 괜찮은 여자네. 생각도 좋고."


형은 생각을 해보더니


"나이도 20살이고, 몸매도 좋고, 잘 생각해보면 우리 회사에서 젤 예쁘잖아. 오녀같은 여자말고 응우옌씨 만나봐. 내가 소개 시켜줄게. 안그래도 내 생산라인쪽이니 내가 소개 시켜주면 되겠네."


김군은 어버버 했다.


"집도 너랑 같은 방향 아니냐? 저번에 버스에서 응우옌씨 봤다며 거기서 말걸어도 되고."


"아니. 괜찮아요."


"왜?"


"그냥 괜찮아요."


형의 질문에 김군은 말을 몇번돌리다가 끈질긴 추궁에 겨우 말했다


"베트남이잖아요."


김군은 우물우물 얼버무리듯 말했다.


"베트남녀랑 사귄다니 쪽팔리잖아요. 똥남아에..."


"그래 알았다."


형은 듣기 싫다는듯이 말을 끊었다. 그리고 술을 다시 들이키더니 말했다


"무슨 말인진 알겠는데.


근데 응우옌씨 베트남에서 10위하는 대학 자퇴하고 한국 왔어.


한국에서 공장다니는게 베트남에서 대학교졸업하고 취업하는 것보다 서너배는 더 벌거든.


고작 1년만에 저렇게 한국말도 잘하게 됐고, 머리도 좋고, 이쁘고, 몸매도 좋고 너보다 12살 어려. 베트남인이란 것만 빼면 모든점에서 너보다 수백배 좋은 사람이야.


그렇게 좋은 사람이 널 '괜찮은 사람' 수준이 아니라 '멋있다'고 해주는 이유가 뭔줄알아?


니가 한국 사람이라서야. 응우옌씨는 베트남에서 한국에 와서 모든게 더 발전되고 더 화려해서,


하물며 너같이 한국여자들은 거들떠도 안보는 평범한 남자조차도 '멋있는 남자'로 콩깍지가 씌인 거야.


그러니 그런 말하기 전에 니 주제를 알았으면 좋겠다."



형의 말 중 틀린 말은 없었다.


반박할 말이 없어서 집에 가는 길에 김군은 우울해졌다. 우울해지니 더 외로워졌다.


김군은 휴대폰에 친구목록을 넘기다가 박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냥 이야기나 할려 그랬던건데 무심결에 박군에게 소개팅을 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박군은 듣더니, 공무원 공부하는 박군의 여자친구 서녀에게 부탁하겠다고 했다.



-----------



박군은 서녀라는 애인과 동거중이었다.


서녀는 28살이었고, 한강에서 헌팅하는 박군과 FWB만나서, 가볍게 섹스만 하다가 최근에 동거하는 사이가 되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던 서녀는 집에서 부모님이 잔소리하자 집에서 가출해서 박군의 집에 하루 이틀 신세 지려다가 사귀게 된 것이다.


서녀는 공부한다고 집안일은 전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박군이 대부분 처리하고 있다. 1명의 집안일이나 2명일이나 같아서 원래 자기가 하던일이란 마음으로 박군은 기꺼히 집안일을 했다.


박군은 수많은 유부녀 회원들의 인스타를 둘러보면 오늘의 운동 상황을 체크해주었다. 간단하게 '엉덩이가 근육이 많이 생기셨다', '내일 가슴 쪽을 더 해보자', '근육이 굳어보인다, 오시면 마사지 해드리겠다' 등등의 DM을 보냈다.


고객관리한 후, 박군은 세탁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심심해진 박군은 식탁에 앉아 공부하는 서녀에게 말을 걸었다.


박군이 이런 저런 오늘 있던 유부녀 회원들의 이야기를하다가 마지막으로 서녀에게 김군의 소개팅할 여자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의례적으로 '어,어'하던 서녀는 표정이 확 구겨졌다.


"170짜리 좆소기업남을? 내 친구 중에 그런 사람이랑 소개팅 할 여자가 어딧어?"


서녀의 짜증 가득한 앙칼진 목소리에 박군은 주눅이 들었다.


"괜찮은 애야. 특근같은거 해서 돈도 세후 월300에서 400 넘게 벌어."


"300충? 170키에 좆소기업에 생산직 300충이네."


그녀는 자신의 목에 그려진 문신을 짜증스럽게 긁었다.


"그냥 내 베프라서 그래. 자기가 한번 도와줘."


박군은 김군의 부탁이 점점 부담스러워져서 김군이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


"오빠는 듀오 같은데 가본적 없어? 그런 남자는 듀오에서 받아주지도 않아. 가보면 수십명을 봐도 이런 남자 나오지도 않는다고!"


서녀의 말에 박군은 아무말도 못했다.


"일단 내 친구들중에 급 낮은 애들 있거든. 걔들도 안하려할건데 대충 살살 꼬드겨서 일단 1개 잡아볼게."


그러곤 서녀는 계속 말거니 공부에 방해된다고 집 앞 카페를 가겠다고 밖으로 나갔다.


박군은 혼자 남아서 설거지를 계속했다.


설거지를 하던 박군은 문득 그녀가 한말이 곱씹혔다.


'가보면 수십명을 봐도 이런남자는 나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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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김군의 회사에 원청 대기업의 과장이 왔다. 35살정도의 그는 사장의 소개를 받고 공장직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납품 상황을 점검하고 추후 새로운 납품을 위해 설계변경등을 협의하려 온 것이고 앞으로 3일정도 이곳에 출근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180cm정도 키에 깔끔한 양복에 그랜저를 몰고 다녔다.


오녀와 시녀들은 그에게 코딱지만한 공장을 구경시켜준다고 이리저리 끌고다니더니, 오후3시가 넘도록 식당 구석탱이에서 커피 마시며 까르르륵 웃으며 놀고 있었다.


참다못한 공장형이 나서서 '일하자'고 소리치고 나서야 여자들은 흩어졌다.



끝나고 나서도 오녀와 시녀들은 집에 갈때 태워달라는 오지게 꼬리쳤고, 공장형은 먼저 자기차를 들고 튀어버린 상황이라, 대기업 과장은 별수없이 그녀들을 태우고 퇴근해야했다.


그렇게 여자들이 따로 가버리고 아재들은 자차 타고 가버리는 바람에, 김군은 응우옌과 둘이서 버스를 타고 퇴근해야 했다.


딱히 이야기 해본적도 없다보니 말도 안걸고 서로 내릴때 목례나 하며 버스를 타고 갔다.


-------------------------



토요일에 김군은 신이 나서 옷을 예쁘게 차려 입었다. 오랫만에 소개팅이라 옷에 힘을 많이 줬다. 몇번이고 소개팅에 어울리는 장소들을 검색하고, 옷을 검색하고, 음식을 검색하고 반복에 반복을 했다.


그리고 커피숍에 도착하고 약속시간에서 20분이 지나고


한 여자가 왔다. 인스타 사진과 달리 150에 60kg정도 뚱뚱한 여자였다. 가슴팍에는 프랑스어로 쓰인 문신이 있었다.


무슨 뜻인지 물으니 현재를 즐기라는 뜻이라고 대답했다.


인스타 사진에서의 단아하고 청초한 여자는 볼수 없었다. 카톡으로 나이는 36살에 중소기업 사무직이라고만 소개받았다.


그녀도 그에게 실망한건지 아래위로 훝어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늦었죠? 죄송해요."


그러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오면서 차가 막히지 않았냐고 은근슬쩍 차를 물었고, 김군은 차를 사지않았다고 버스를 타고왔다고 했다. 대신 월급을 많이 모으고 있다고 했다. 여자는 얼마나 모았냐고 묻더니 1억이란 말에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여자는 소개팅전에 카톡으로 물은 문제, 좆소기업 생산직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걸 끝으로 김군이 여자의 소득이나 직업에 대해 묻기도 전에 이미 이 소개팅은 끝나버렸다. 여자는 이미 김군에게 흥미를 잃고 폰으로 카톡을 하기 시작했다.


김군은 그녀가 듣지도 않고 있다는걸 빤히 알면서도 자기가 1억을 어떻게 모았는지 이야기했다. 세후 300정도 나오는거 40만원은 월세랑 전기, 가스 등등, 10만원은 휴대폰이랑 기타, 50만원으로 생활비하고 매달 200만원을 저금했다. 옷도 최소한, 외식도 최소한 언제나 절약했다. 그렇게 모아서 4년동안 모은게 겨우 1억이었다. 여자는 그의 영웅담, 혹은 한탄을 듣지않았다.


두 사람이 카페에서 헤어졌다. 모퉁이를 돌기도 전에 여자가 전화에 대고 소리지르는게 들렸다.


"야이 미친년아, 내가 이정도 수준이냐? 어떻게 저런 수준을 대냐? 진짜 자존감 떨어지게!!! 내가 사귄남자들 어떤 수준인지 몰라서 그래? 그 정도 급도 내가 다 찼는데 저런거랑 결혼하라는거냐?"


김군은 다 들렸다.


그는 필사적으로 어금니 꽉물고 못듣는척 돌아갔다.



----------------------



다음날 김군은 여느때처럼 출근했다.


대기업 과장은 공장형과 오전내내 생산라인 교체문제로 대화를 나누며 보냈다. 점심에는 형의 라인의 직원들과 모여 앉아서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했다.


그 쪽라인이 아닌 김군과 오녀와 시녀들은 멀뚱멀뚱 멀리서 지켜봤다. 몇일전에 오녀와 시녀들이 대기업 과장과 같이 퇴근해서 술을 달렸다고 들었는데 오녀와 대기업 과장은 전혀 친해지지 않은듯했다.


오히려 과장은 오녀를 피해다니고, 무슨 일이 있다고 둘러대며 퇴근하고 여직원들을 차에 태워 주지도 않았다.


오녀는 이럴줄 알았다며 오전 내내 오만하고 거만한 대기업이라고 경제와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떠들더니, 이젠 조용해졌었다.


과장은 탕비실에 갔다가 거기있는 응우옌에게 커피 한잔 먹으려면 어째야하는지 묻고 있었다. 희미하게 들리길 '한국인 인줄 알았다'로 시작된 평범한 대화가 오갔다.


김군이 보는데 오녀가 김군 옆에 와서 말을 걸었다.


"하여튼 걸레년들은 괜찮은 남자왔다고 바로 벌리네. 안그래요?"


김군은 말없이 커피만 마셨다.


"베트남년 따위를 대기업남자가 만나줄리가 있나? 생긴건 유인원처럼 생겨가지고. 줄게 없으니 아래입으로 꼬시려고.


봐봐. 실없이 살살 웃으면서 슬쩍 슬쩍 스킨쉽하는거봐. 그냥 여우네 여우야."


오녀의 말에도 답없이 김군은 종이컵 끄트머리만 잘근잘근 씹었다.


"김군, 응우옌에게 마음있었을텐데... 마상이 크겠어요. 오늘 우리 소주나 한잔할래요?"


"아뇨. 오늘은 좀 바쁠것 같습니다."


김군은 종이컵을 휴지통에 던지곤 먼저들어갔다.


컵 던지는 소리가 워낙커서 다들 힐끔 김군을 봤다.


"저런 수준이 딱 베트남년이랑 붙어먹을 수준이지."


오녀는 궁시렁거리면서 응우엔을 흘겨봤다.



-----------------------



퇴근시간이 넘어서 다들 흩어졌다. 대기업과장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퇴근을 하고 자신의 명함을 공장형과 새로운 라인에 설 응우옌등에게도 나누어 줬다.


오녀와 시녀들은 자기들끼리 한잔하겠다고 사라졌다.


그리고 응우옌과 김군은 같이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둘다 아무 말도 없었다.


원래부터 서로에게 한마디도 해본적 없었다.


다른 라인이었고,


다른 나라였고,


다른 성별이었다.



정거장에 다다르고 응우옌은 벨 버튼을 눌렀다. 김군은 고민만 하고 있었다.


응우옌이 내리고 버스는 출발했다.


버스가 응우엔을 스쳐갔다.


김군은 벨을 눌렀다.


다음 정류장에 김군은 다급히내렸다. 하차 카드도 못찍었다.


그는 무작정 이전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멀리서 헐떡이면서 뛰어오는 김군에 응우옌은 당황한게 역력해 보였다.


그녀 앞에 서서야, 김군은 몸을 숙이고 숨을 헐떡였다. 한참을 헐떡였다.


손으로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손짓했다.


김군이 말했다.


"많이 늦었지만,"


다시 가쁜 숨을 내쉬며, 혹은 머뭇거리며


"혹시 괜찮다면"


김군은 겨우 말했다.


"내일 영화나 볼래요?"





fact)


한국 30대초반 중위 남성


중위소득 3700~3800만원


실수령엔 250만원대


한국 평균 성적 수능5등급,


5등급으로 가는 대학교 강남대


평균 취업나이 28살


30대초반까지 약 4~5년 일했음


약 5천~1억정도 순자산 보유


평균키 17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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