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얘길 듣고 싶어하는 124.100.40.138 형을 위해 써 보통 풍문으로 감기약을 많이 먹으면 기분이 좋더라 이런 얘기 가끔 듣잖아 99년 겨울이었던 거 같아 심신이 쇄약해진 날 위해 아버지가 새벽마다 나를 끌고서 동네 근처의 산을 데리고 다니셨어 해발 293m로 낮긴 하지만 등산코스에 따라서는 좀 버겁기도한 산이야 그 추운 겨울 새벽 불빛 하나없이 어두운 산을 오른다는게 지옥같았지만 아버지가 약속하신 어떤 보상을 기대하면서 견뎠던거 같아 그러던 어느 날이야 정신과약도 모으기가 쉽지않고 기분은 최악으로 치닫고 결국 약국으로 가서 감기약 2판을 샀지 어떤 제품이었는지는 모르겠어 당시 약국 아줌마의 눈빛은 이미 내 속내를 꽤뚫어보는듯 매우 강렬했어 새벽까지 뻘짓을 하다가 감기약 두판을 쳐먹고 잠이 들었어 피곤해서 잠이 든건지 약 기운에 잠이 든건지 확실치는 않지만 약을 먹고 잠들기 전까지 딱히 기분이 좋다거나 하진 않았어 그와중에 드는 생각이 오늘은 지옥같은 등산을 안해도 되겠구나 였으니 나도 참 이뭐병이 아닐 수없어 1~2시간 잠들었을까 아버지가 날 깨우시더라 산에 가자고 여기서 부터 재밌는 현상이 시작돼 보통 같았으면 일어나 정신 차리는 데에만도 30분이 넘게 걸렸을텐데 그 날은, 몸에 기운이 좀 없고 정신이 몽롱한거 빼고는 거뜬하더라고 그렇게 산에 도착했고 등산이 시작됐어 그 날따라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날씨는 매섭고 하늘은 더욱 어두웠어 여느때처럼 아버지는 먼저 성큼성큼 올라가시고 난 거리를 두고 뒤를 따랐지 약 기운이 발동이 된건지 모르겠지만 우산을 접고 비를 맞아도 비를 맞는지 모르겠고 매서운 추위도 더이상 추위가 아니었고 캄캄한 산 속도 더이상 공포가 아니었던거야 몸을 움직이는 것도 평소보다 굉장히 가볍더라 보통때였으면 낑낑대고 올랐을 코스도 수월했어 마치 근육을 움직여 관절을 접었다 펴고 하는 모든 과정이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서 행해지는 것처럼 힘이 들지 않더라고 그러면서도 지금 내가 왜 산을 오르고 뭘하고 있는지는 머리 속에 명확한거야 반쯤 올랐을까 저 위에서 아버지가 내게 빨리 오라는 뜻인지 손짓을 하는거야 그래서 그곳까지 가면 또 아버지가 저 위에서 손짓을 하시고 그런데 저 위에서 손짓하는 아버지를 가만 보니까 좀 이상한거야 우선 남자가 아니라 머리긴 여자더라구 게다가 흰소복 차림이었고 무슨 전설의고향 찍냐고 하겠지만 정말 사실이야 평소같았으면 기겁을 하고 도망쳤거나 기절을 했을텐데 이상하게 하나도 무섭지가 않은거야 산 정상에 오르기까지 계속 그 여자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내 앞에서 손짓을 하더라고 정상에 오르니 태양이 떠오르고 여자는 없더라 그후로 며칠을 멍하게 깨어있다 잠들고 괴로운 설사를 하고 그랬어 감기약복용과 귀신얘기는 뭐 이정도야 너무 기대했다면 미안해 그리고 약에 취했을때의 상황을 자세하고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함도 이해해주길 바래 결론은 1. 어느정도의 감기약복용으로는 죽지않더라 2. 개인차가 있겠지만 어느정도의 환각작용은 있더라 3. 먹고 죽을게 아니면 꼭 끝은 괴롭더라 그럼 형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