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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리뷰 / 이방인의 하루

someisle(27.124) 2019.07.22 17:11:19
조회 610 추천 14 댓글 6
														

*구 12화 기준



12화 이방인의 하루



천사, 도깨비, 외계인, 흡혈귀, 좀비, 유령 등 초현실적인 생명체 중에서 천사는 인간들에게 이미지가 꽤 괜찮지 않아? 연서 생각만 봐도 그래. 위험에 빠지면 구해주는 건 당연해서 생색낼 꺼리도 아니고, 신인지 뭔지가 보낸 수호천사 그런 거. 실존여부가 의문일 뿐, 무신론자한테도 날 위해 뭔가 해줄 것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라고. 그런데 희한하게 단은 물론 후, 강우까지도 인간에게 천사는 공포스럽고 끔찍한 대상일 거라고 줄곧 생각하더라. 그 순백의 날개에 자부심은 있으면서도 들켜서는 안 될 괴물의 일부쯤으로 여기는 것도 같고.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저 높이 존재할지라도 인간들 사이에선 결국 이방인이고 소수자이기 때문 아닐까. 자신들에게 형성된 호감의 정서를 알지 못하는 이방인인 동시에, 인간이라면 돋지 않을 그 날개가 들통날까 전전긍긍하는 소수자. 그래서 단은 연서의 반응이 어떨지 막막한 이방인의 정서를 안고서, 차원을 넘어선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하는 입장이야. 이 막막한 이해에 연서가 죽을 뻔한 기억까지 끼어있으니...연서가 기억해낼 때까지 끝내 먼저 말할 순 없었지.


들통나고 나서야 순순히 인정한 단이 건네는 건 미안하단 사과와 무조건 내 잘못이라는 무한책임이었어. 단순하게는 비밀로 해서, 나아가면...같은 인간이 아니라서 미안하고 그런 주제에 사랑한 것도 잘못이란 소수의 이방인으로 느끼는 저자세 같아. 그런..두 무릎 꿇은 심정으로, 두려웠지만 그날은 말하려 했었다는 설명과 그 전에 말했으면 믿었겠냐는 의문으로 어떻게든 연서의 이해와 마음을 받아내려는 모습이었어. 하지만 연서에겐 이제 와서 전하는 설명은 변명이고, 믿지 못했을 거란 의문은 그렇게 자신을 믿지 못했다는 화로 다가왔어. 뒤늦은 변명에 대한 화를 따가운 시선으로 전하는 연서는 단을 뒤에 버려두고 먼저 가버리지.


화내는 연서는 감정반응을 보인 셈이야. 이건, 감정 이전에 필요한 이해의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의미 같거든. 그러니까, 조목조목 따져댄 이전의 말할 기회들이 한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이해의 과정이 된 거야. 비 오는 날 이상한 육감으로 만나, 샹들리에 사고에서 구해주고, 좋아하면 안 된다는 고백을 들은 후, 그 날개를 한번 더 목격하곤 기절해봤기 때문에 가능한 화인 거지. 지금 날개를 처음 본 거라면 날개 집어뜯기 혹은 까무러치기부터 시작해야될지도. 어떻게 보면 감정반응보다 더 힘든 초월적인 이해와 믿음이 먼저 이루어진 상황이라, 지금의 화만 풀어내면 큰 문제 없을 흐름이야. 이 화도 나무둥치와 부딪히는 사고에 절로 앞서는 걱정의 아래에 위치해. 그리고 눈앞에서 사라지는 상처를 보고 깜짝 놀란 후엔, 쉽게 말하지 못한 단의 입장도 한번 헤아리면서...점점 화가 수그러드는 눈치였어. 여기에, 아직은 위험하니까 무작정 곁에 있으려는 단의 여전한 걱정을 느끼면서는 유치함으로 한풀 더 꺾이는 감정이지. 뻗대지 말고 가, 안 가. 없는 사람..아닌 사람 취급하겠셈, 그래 나 유령. 완전 신경 안 써, 오케이~


또 먼저 가버리는 연서를 바라보는 단은 속상함이 가득해 보였어. 그전, 방어적으로 숨긴 상처를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보여주자 결국 놀라는 반응에는 서운함도 감돌았고. 그러면 연서에게 바라던 이해와 마음이 속상하고 서운한 상태에 이른 것이라 잠깐 좌절할 법도 한데, 단은 악착같이 따라붙었지. 그 이유는 연서를 해치려는 상대가 분명히 존재해서 좌절할 시간이 없기 때문일 거야. 좋아해서 속상한 것을 넘어, 서운해도 지켜주는 게  우선인 마음 같아. 그 마음이 한풀 꺾인 화와 만나 유치한 말싸움이 되었다가, 지금은 연서의 속도와 방향에 맞춰 졸졸 따라가는 또 유치한 광경일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뒤따라가지 않으면 걱정돼서 미칠 것 같은, 그 길외에는 갈 곳 없는 이방인의 걸음이기도 하지. 그리곤 그 심정을 구름이에게 하소연하지, 끔찍하고 징그러울 수도 있지만 왜 고마워하지도 않는가 하며. 물론 이구름씨마저 외면했지만...인간에게 천사란 무릇 베푸는 존재란 듯 혹은 별로 징그러워하지도 않는데 왜 모르냐는 듯.



구름이의 짐작대로 연서는 전혀 징그러워하지 않았어. 다만, 직접 겪은 일이라 일단 믿었다가도, 손수건의 깃털이 그런 의미였다고 여기니 새삼 믿기지 않아 얼떨떨할 뿐이지. 얼떨떨하게 덜 풀린 화로 들어오지 말라 해도 유령이라며 들이대는 눈앞의 천사를 어떡할지 빤히 바라보는 와중에, 단은 오늘밤 같이 있어주겠다고 해. 유별한 의미의 말을 대놓고 하다니, 당황한 연서가 미쳤냐면서 내몰아도 꿈쩍하지 않고 의미를 풀어서 전하지. 끔찍한 기억도 다 생각났으면 혼자서 괜찮을까 싶은 걱정과, 그 말에 이내 긴장으로 뭉치는 손을 감싸며 지켜주고 싶은 약속을 거듭 전하는 의미였어. 이어 두 눈 섬세하게 맞추며 구하는 동의까지, '응?' 이 손길과 약속과 눈맟춤에는 연서의 화도 더는 갈 곳 없이 모두 풀리고 말았어. 화 말고는 다른 이유는 없었기에 이제 천사인 단에게도 무장해제하고, 그 모습은 일주일만 더 부모님을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비행기안에서 기도하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어. 그 기도대신 이제야 위험에서 구해주라고 보낸 천사 같고, 그러면 미션 컴플릿이라던 잠꼬대와 위에서 보낸 스파이라던 오해가 딱 맞물리며 뒤늦은 이해도 가능해. 그렇게, 수호천사를 믿는 열일곱의 눈망울이 단을 향하고 있었어, 그 나이의 순수와 낭만을 가득 담은 채.


단 역시 순수 가득히 밤에 같이 있겠다고 했을까. 아닌 것 같지? 방문 앞까지 와서도 그저 잘자란 혼잣말만 건네던 모습을 보면, 유별한 의미를 아는 보통의 이성애 같거든. 그런데도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건, 연서에 대한 감정이 지켜주겠다는 쪽으로 급선회하면서 절제하는 힘을 한차례 가진 느낌이야. 그 절제의 힘은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자리라면 탁자에라도 상관없이 앉아 나가라는 손사래는 덤덤하게 받아주는 모습과, 다 받아준 후에는 언제든 같이 있으려는 걱정과 약속으로 다독이고 화를 풀어내는 모습으로 원숙미까지 슬쩍 풍기고 있지. 원숙한 김에 열일곱의 그 순수도 지켜주면 좋으련만 거기까지더라고. 보고서에도 허락을 원한 그 지켜주겠다는 약속이 인간에게는 딱 그 의미임을 알지 못하는 이방인천사는 수호천사냐는 질문에 급격하게 눈을 깜빡이며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어.


연서는 눈 깜박이는 침묵이 일만이천봉 구태여 둘러가려는 투명함이야. 그러면 열일곱 낭만은 거기서 끝나고, 그 이후의 삶이 안겨준 생존의지가 발동할 차례지. 비극이 단련시킨 감각으로 후를 분별하고,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성질로 두 천사의 절대복종을 받아내어, 천상의 지상본부를 한방에 접수했어. 그리고 인간에겐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미션의 실체를 알게 되자, 그 아버지의 앞뜰에서 아들같은 존재를 가차없이 응징하지. 근데, 이 접수와 응징의 과정에서 서로 모르고 지나친 마음을 알게 되기도 해. 먼저 단이 떠난 게 자신의 잘못 같았던 연서의 맘고생을 단이 알게 되어 사이비사기단이라 칭해도 별로 억울하지 않아 보였고, 진짜 갈비대가 맞는지 따지던 천사의 고민이 인간의 감정으론 저런 놈말고 차라리 날 사랑했으면 했다는 직접적인 표현이라 연서의 응징을 주춤하게 했어.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마음을 알아가는 모습이 가혹한 운명보단 한결 좋은지 저도 모르게 흐뭇이 웃는 후였어...물론 그곳의 주인에겐 발칙한 흐뭇함인지 후를 당장 소환해버리더라고.


단은 인간의 감정으로 표현하는 지난마음을 한번 더 전했어, 늦은 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로 같이 있어주며 말야. 낡은 초소에서 왜 이렇게 가슴 아프죠라던 담담하던 어조를 돌이키면 너무 속상하고 슬퍼서 고장난줄 알았던 극한의 심정이었나봐, 그래서 고장난듯 한바탕 눈물을 흘렸나봐. 그리고 그때의 마음이 늦은 밤처럼 짙어지되 절제하여 흐르면, 이젠 누구한테도 안 보낸다는 밀어가 되기도 하지. 이 말이 조금은 멋쩍은 듯 졸린다며 끊은 연서는 이내 멈추지 않는 미소로 잠을 청했어. 애당초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떠돌던 이방의 감정이 둘 사이에는 이제 제 목소리를 가지며 내려앉고 있었어,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듯 잠들고 있었어. 문밖에는 그 목소리의 한조각이 잘 자라는 이 밤의 마지막 인사를 전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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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는 천사를 만난다면 누구나 한번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을 했어, 신이 있다면 대체 왜 이러냐고. 박실장을 만나서 비서아저씨의 죽음에 대한 배후를 확실히 알게 된 푸념이었는데, 단은 누구도 신의 뜻은 결국 알 수 없다는 천상의 공식답변을 내놓았어. 모든 예언과 계시가 그렇듯, 해석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란 의미겠지, 연서는 시시하고 치사한 존재라 해석한 것처럼. 그에 단은 같이 어디 좀 가자는 말로 답하는 것 같았어. 그니까 단이 받아들인 의미를 전해주기 위한 걸음이고, 얼마전 왜 기억나게 하고 왜 만나게 했냐던 원망에 비하면 한결 정돈된 모습이야. 스스로 찾겠다던 수수께끼를 어느 정도 풀어낸듯.


분수대가 그려내는 무지개를 앞에 두고 단은 성우의 추억상자를 연서에게 건넸어. 성우의 기억마저 비밀로 방치하다 또 한번 믿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 전에 먼저 고백하려는 거지. 성우와 연서만이 아는 그림과 사진을 보여주고 둘만이 나누었던 그때의 대화를 들려주며, 믿기 힘들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진실임을 전했어. 그리고 꼭 어른이 되어 그땐 널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이룰 수 있도록 수수께끼처럼 다시 만났을 거라고, 자신에게 주어진 섭리를 포용하고 있었어. 지금부터의 섭리는 이젠 내가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알려주며.


천사임을 안지 며칠 안 흐른 상태에서 이젠 성우임을 알게 된 연서는 자리를 뜨고 말았어. 이번엔 진짜 화났다고 여긴 단의 추측과 반대로 연서의 눈에 한가득 차오른 건 눈물이야. 연서에게 성우는 뼈저린 미안함이거든, 그때 알아채지 못한 미안함, 너무 늦게 찾아간 미안함. 그걸로도 모자라 눈앞에 있는데도 모르고 또 떠나보낸 미안함까지 모두 겹쳐 차오른 눈물 아니었을까. 단은 그 눈물을 향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널 생각했다는 말을 그제야 직접화법으로 전하고, 나 때문에 우는 건 싫다는 말로도 달래지. 그리고 나누는 키스는, 너를 마지막까지 생각하다 끝난 삶 이후에 다시 만나고, 눈물로 떠나보낸 너를 천사로 다시 만나는, 어느 차원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단 하나의 사랑은 아닐까. 시시하고 치사하신 그분은 어림없겠지만 잔잔한 물방울이 자아내는 무지개는 이 순간을 축복하는 것 같았어, 그시절에서 훌쩍 자라 사랑의 감각을 확인하는 그들을.



연서와 단의 마음만 놓고 본다면, 차원과 시간을 뛰어넘은 순수와 낭만으로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야. 동시에, 그래서 다가오는 시련과 역경은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고, 열두살이 아닌 그들도 인지하고 있어. 먼저 연서가 피상적인 인간의 걱정으로, 사랑에 빠져서 미션은 실패했으니 하늘로 올라가서 혼나냐고 묻지. 그에 단은 아직 끝난 게 아니고 같이 있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답했어. 인간이 된 강우가 분명 존재하니, 미션 뒤에 따라붙는 소멸을 벌써부터 알리고 싶진 않겠지. 그래서 꼭 찾을 테니까 믿으라는, 아직은 낭만을 간직한 눈빛으로 연서를 바라보고 있었어.


단은 방법을 찾기 위해선 강우와 필히 만나야했지. 그리고 강우의 존재마저 성우의 기억을 되살리고 인간이 되는 길을 찾기 위해 주어진 섭리라는, 어찌보면 낭만적인 해석을 하고 있었어. 그런 모든 섭리를 아우르는 태도로 강우의 마음도 가만히 들여다봐. 사랑했던 사람 다시 볼 수 없는 아픔을 한발 뒤에서 관조하듯 그렇지만 내 마음인 것처럼 직관적으로 집어내었어, '고통스러웠구나.' 강우의 마음에서 후가 살고 싶은 의지를 읽어낸 것에 비해 단은 고통으로 집착한 마음 자체를 이해한 거지. 이리 피차 이해하는 입장이니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지 알려달라는 단에게 강우는 조소어린 태도야. 섭리의 뜻을 달콤하게 해석한 낭만이 뒤틀리고 나면 독하고 쓰린 욕망으로 전락한다는 것, 그 혼미스러운 고통을 몸소 겪은 존재이기에 가능한 조소 같았어. 그 고통 가득한 시선으로 해석한 섭리는 목숨까지 걸어 희생하는 사랑을 받아야만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 바로 연서의 희생..목숨이 있어야 가능해서 무엇보다 자신이 허락하지 않겠다며 적대감이 선명한 강우였어, 살고 싶게 하는 지금의 감정인 동시에 되풀이될까 두려운 과거의 고통인 듯하며.


지키겠다고 주문처럼 반복하는 단의 의지에는 세가지의 심리가 얽힌 것 같았어. 하나는, 연서를 해하려는 악인이 분명하게 있어서 그 악을 처단하는 본연의 임무를 행함이지. 다음은 고통과 아픔으로 유린당한 삶을 어른이 되어 지켜주겠다는 약속으로 치환한 열두살의 처연한 열망을 지키고자 함이고, 본연의 임무와 운명이 얽힌 혼돈속에서 이끌어주는 빛 하나라서 절대 수호해야 함이 마지막이야. 이 의지들이 단단히 얽혀 있어서, 불가피하면 소멸을 받아들이고..최악의 경우면 감정은 물릴 수 있더라도..연서의 삶과 생명만큼은 최우선일 것 같아. 그런데 강우에게서 돌아온 답은 그 생명을 대가로 치러야한다는 것이지. 가을에 유채꽃을 심고 내년에 보려면 인간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서는 함께 있을 수 없다는, 뒤틀린 낭만을 안고서 단이 돌아왔어. 그리고 당연히 봄에 같이 유채꽃 볼 것이라 믿는 연서를 바라보는 눈길에 애달픔이 서리고 있었어, 가을..봄..내년..어디쯤까지 가능할지, 행여 너를 잃으면 어쩔지...



연서는 막연한 단에 대한 걱정 대신 눈앞의 감정 정리부터 시작했어. 강우가 전한 고백에 대해 확실하고 정중하게 거절했거든,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사람이 아님은 훤히 아는 강우는 지금 연서가 느끼는 그 낭만을 꿰뚫으며 꿈에서 깰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지. 그에, 그럴지라도 당신한테 안 간다며 연서가 선을 긋자 강우는 그 꿈과 낭만을 당장 깨뜨려주었어, 지상에 영원히 머물 수 있는 천사는 없다며.


단에게 카메라 작동법을 알려주는 연서는 강우의 말을 떠올리면서도 담담한 모습이었어. 먼 어느 날 찾아헤매며 그리워할 것 같은 예감이 이 때문이었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모두 떠나는 것일까...반복되는 비극에 익숙해진 담담함으로 단에게 시선이 맴돌았어. 그리고 카메라안의 자신을 놓치지 말라는 말을 전하며, 유한한 너와의 시간을 어떻게 붙잡아야할지 그 고민과 함께 연습을 시작했어. 한편, 연서를 영상안에 담고 있던 단은 또 지젤의 죽음에 몰입하고 말았어. 이번엔 단순한 과몰입이 아니라, 알브레히트를 살리는 지젤의 죽음이 정말 연서가 되고 그 알브레히트는 자신이 될 수 있음을 알아버린 탓이지. 내가 죽는 게 아니라는 연서의 다독임에 더 증폭되는 불안감이 단을 휘어잡고 놓아주지 않았어. 담담함으로 옮겨가는 스텝안에, 불안함으로 휘감긴 시선안에, 순수와 낭만을 가로지르는 시련이 함께 흐르고 있었어.




보기에 따라 연서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비극에서 한발 물러나있는 것 같기도 했어. 집사가 박실장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증거를 찾아내고, 단이 준수를 끈질기게 추적해서 루나란 배후에 다다를 동안 연서는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랬던 이유라면 일단 연서가 피해 당사자이기에 섣부른 짐작으로 고통을 안겨줄 수 없었을 것이고, 모두 우연한 사고로 위장하고 있어서 고의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하지만 납치사건에서 목숨을 노린 고의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는 단과 집사 모두 연서에게 주도권을 넘어주었어. 연서도 순간순간 대면하는 진실에 힘들어하면서도 자신의 비극을 헤쳐가고 있었고. 3년전 같은 사고는 기대하지 말라는 말로 니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한편으론, 매수가 있었다는 단원들의 늦은 실토에는 고모의 탐욕과 비할 바 아니라 쿨하게 넘어가기도 해. 그리고 박실장에서 약하다고 악해지지 말라는 다그침으로 스스로 진술서를 쓰게 했고, 그 진술서를 고모네 집안에 던져주며 아름답게 물러날 기한을 24시간으로 못 박은 후 돌아섰어.


수년동안 일어난 연서의 복잡한 개인사이고 경찰측에서 이를 정식수사 시작했기에, 단은 정서적인 힘이 되는 것외엔 딱히 할일이 없어, 그래서인지 고모네도 연서 혼자 갔었고. 하지만 연서를 지키려는 의지는 멈추지 않아서, 그 결과 아슬아슬하면서도 통쾌하더라. 연서가 당한 모습 그대로 준수를 묶어두는 염력을 행한 후, 불법침입으로 문지웅의 가방을 찾아낸 건데... 준수와 마찬가지로 치외법권의 어둠에 발을 딛는 아슬아슬함이 느껴지는 한편으로는, 자칭 그딴놈 100명 와도 안 진다는 천사의 차원 다른 복수극 혹은 정당방위 같아서 결국은 통쾌하더라고. 다만...거기까지만, 천사가 자잘하게 어둠에 발 담그는 건 어쩐지 불안해서 말야.


각자 할일을 마치고 만난 둘은 서로 걱정하기 바빴어, 혼자서 힘들었을까봐, 비 때문에 놀랐을까봐. 그리고 비오는 날은 평생 집에서 빗소리 들으며 꼭 붙어있자는 연서는 강우가 깨뜨린 꿈을 다시 잇고 싶은 진심의 빈말인데...단은 다정한 침묵으로 손을 감싸는 것외엔 어떤 답도 못 하지. 이처럼, 둘의 마음만으로는 이 평생과 빈말의 자격을 가질 수 없는 이방인은 수시로 제 목소리를 잃고 있었어. 그리고 이 침묵의 이유를 이제는 알 수 있는 연서는 다정히 마주보며 일만이천봉을 함께 둘러가고 있었어. 그러다 창밖의 빗줄기를 바라보는 두 시선엔 야속함이 함께 흐르는 것 같았어, 왜 둘의 마음은 아무 문제 없는데...왜 이런 시련이 필요한 것인지...저 비는 언제 멈추는 것인지...



연서는 유한한 시간에 대한 고민을 담담히 끝낸 모습으로 다시 강우를 만났어. 사람 역시도 평생 옆에 있어주지 않음은 누구보다 잘 알아서, 단과 주어진 시간안에서 후회 없도록 더 많이 사랑하겠다고 해. 이처럼 흔들림 없는 연서와 셋이 만난 것도 섭리라는 단, 둘 모두가 탐탁지 않은 강우는 알콜의 기운을 빌려서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냈어. 당신이 사랑해서 김단은 먼지처럼, 가루처럼 소멸될 것이라고, 인간은 알기 힘든 천상의 비밀을 폭로하고 말았거든. 그리고 알콜의 기운에 삐딱하게 기댄 마음으로는 이 폭로가 둘을 만난 섭리 아니었을까, 이렇게 해서라도 과거처럼 되풀이되는 연서를 막아내고픈. 


강우의 폭로에는 연서가 순식간에 흔들리고 말았어. 같이 있을 방법을 찾고 있다는 단의 말이 소멸하지 않을 길을 찾는다는 의미였고, 그 이유는 자신이 사랑해서라니... 걷을 기운도 없어보이는 연서는 거리의 벤치에 주저앉고 말았어. 사랑하는 이유로 소멸까지 감당하고 있는 단의 마음이 사무치게 아프고, 후회 없이 천사를 사랑하겠노라 담담했던 자신은 사무치게 후회스러운 듯 괴로워했어. 이렇게 한차례 시련을 딛고 서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더한 역경이 찾아올 뿐이야. 이 역경은 담담히 바라볼 수 없는 듯, 연서는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어.



단은 장문의 보고서를 쓰고 있었어, 수수께끼와 섭리를 모두 품고서 다다른 마음에 온전한 목소리와 자격을 부여해주길 바라며. 일단 시작은 인간과 그 내면을 바라보고 살피는 본연의 임무 행하던 중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에 다다랐음을 밝히고 있어. 이어 내 영혼이 말을 걸어온다며 인간의 온전한 자아도 생겼음을 고하지. 이렇게 천사가 아닌 사람으로 바라는 건 우리들이 쉽게 흘려보내는 보통의 하루야. 따뜻한 온기를 나누다가도 거짓말과 망각을 일삼지만 베인 상처에는 같이 아파하는 날들이 이 이방인에겐 꿈이지. 이 나약하고 엉망진창인 하루속에서 목숨을 걸고 사랑하고 싶다는 간곡한 서론을 끝낸 후에는 보고서의 본론이자 핵심이 흐르고 있어. 이전 문장이 하고 싶다는 요청과 소망이었다면, 그뒤는 하겠다는 단정이고 통보에 가까워. 단정적인 통보로 전하는 건, 인간의 날들을 간곡하게 소망하지만 절대 연서의 희생은 원하지 않음이고, 연서를 살리면서 인간이 되는 길을 찾아내겠다는 거야. 그리고 설령 당신을 등지는 일이라도 상관없다는 마지막 문장은...협박일지도 몰라. 당신 아들 같은 존재, 사탄소굴이라도 기꺼이 뛰어들 각오를 하고 있으니...그녀는 부디 살려달라는, 애달픈 협박. 얼핏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큰 보고서 같지만, 실은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연서가 희생될까 노심초사하는, 여전히 지키겠다는 그 약속이 최우선인 기도 같아.


단이 보고서를 끝낼 때쯤 나타난 연서는 밝은 얼굴은 아니었어. 그래서 전하는 단의 걱정에 아니라는 연서는 단을 꼭 끌어안으며 그냥 보고 싶어서라고 해. 나도 보고 싶었다며 같이 감싸안는 모습은 서로의 품에서 하루를 끝내는 평범한 연인 같으면서도 천사와 인간이 같은 체온을 나누는 낭만 같기도 해. 하지만 둘의 마음에서는 쉬이 비껴갈 수 없는 운명의 굴곡이 흐르고 있지, 이 온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빛을 등질 각오까지 하는 천사와 이 따뜻함이 어떻게 먼지와 가루로 소멸하는지 믿을 수 없는...믿기 싫은 인간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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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이 시련 가득한 하루의 끝도 발칙함일 뿐인지, 보고서를 즉결처분해서 불태우는 세상만물의 주인이야.


//


뭔가 이제 본격적으로 더워질듯하네..다들 더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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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5 stay 오왠말고 다른사람이 부른거 드디어 찾았네 ㅇㅇ(172.226) 23.01.02 309 0
7464 단비 가사 너무 좋다 ㅇㅇ(172.226) 23.01.02 274 0
7463 단,하나의 사랑 MV / 유미 눈물나는 얘기, 하늘 아래서 천도복숭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02 285 2
7462 이거 왤케 재밌음? [1] ㅇㅇ(172.226) 23.01.02 421 4
7461 오랜만 [1] ㅇㅇ(211.49) 22.12.20 306 0
7455 리나 테마곡 뭐야?ㅜ ㄹㄴ(118.235) 22.04.03 366 0
7454 오랜만에 단사랑 다시 보는중 ㅇㅇ(175.121) 22.03.19 494 11
7448 임영웅 유재석 몸값 넘었다 출연료 얼마길래? [1] ㅇㅇ(223.62) 22.01.06 645 0
7435 니네 올해 설마 이번 크리스마스도 솔로 ? ㅇㅇ(101.101) 21.09.02 491 0
7425 오프닝 경음악 어떤거야?? [1] ㅇㅇ(218.144) 21.07.01 657 0
7424 작년 1주년 서포트 총대인데 다가오는 2주년 [16] 1주년메딥서포트총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5.12 1936 56
7423 갤 미리 들어오길 잘했다 [1] ㅇㅇ(58.234) 21.05.09 1034 3
7421 이것들 너무 야하네 [2] ㅇㅇ(223.39) 21.05.01 1617 7
7420 얘네 왜케 달달하니 [3] ㅇㅇ(223.39) 21.04.30 1099 6
7419 단이 나중에 소멸하니....? [1] ㅇㅇ(223.39) 21.04.30 917 2
7418 이제 달리기 시작한다 [1] ㅇㅇ(223.39) 21.04.29 796 1
7417 메딥 진짜 없는건가ㅠㅠㅠ ㅇㅇ(39.115) 21.04.15 721 2
7416 오랜만에.. [1] ㅇㅇ(118.235) 21.04.11 1484 19
7415 연서야..단아.. ㅇㅇ(118.235) 21.04.11 1204 20
7414 어떡해ㅠㅠ ㅇㅇ(118.235) 21.04.11 1035 13
7413 집나간 메딥 찾습니다ㅜ ㅇㅇ(223.38) 21.04.11 616 1
7412 메딥 별로야.. [5] ㅇㅇ(39.114) 21.04.08 1348 0
7410 메딥메딥메딥메딥!!!!!!! [1] ㅇㅇ(39.115) 21.04.08 850 1
7409 메딥메딥메딥 팔아줘어어어어어 ㅇㅇ(39.115) 21.04.06 565 2
7408 갤러리 탐험중... [1] Nd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05 874 0
7406 메딥좀 제발 팔아주세요ㅠ [3] ㅇㅇ(39.115) 21.04.03 969 2
7405 메딥드디어봤는데 ㅇㅇ(211.36) 21.04.02 886 1
7402 제발 메딥좀 팔아줍쇼ㅠ ㅇㅇ(39.115) 21.03.31 513 2
7400 혹시 메딥 팔사람 ㅇㅇ(39.115) 21.03.29 562 0
7393 단 하나의 사랑 메이킹 DVD 파는 사람 ㅇㅇ(112.185) 21.03.12 921 0
7389 섬국 딥디 구매했는데 [13] ㅇㅇ(223.38) 21.02.24 1643 0
7388 오프닝짤? [1] ㅇㅇ(118.235) 21.02.24 1163 3
7387 쪽쪽쪽 [6] ㅇㅇ(118.235) 21.02.24 1418 9
7386 혹시 오프닝 짤이나 영상있는 사람있어? ㅇㅇ(211.248) 21.02.24 597 0
7385 그리운 단연 [2] ㅇㅇ(118.235) 21.02.23 1209 5
7384 아직도 아련하네 ㅋㅋ 겨울이조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22 673 5
7383 시즌2 나오면 좋겠다 사실 이어갈 스토리도 없긴하지만 그래도 나옴 좋겠다 [2] ㅇㅇ(211.110) 21.02.21 1005 4
7382 혹시 메딥 파실분.. ㅇㅇ(223.62) 21.02.20 661 0
7380 본체 캐중에 연서가 제일인거 같다 [2] ㅇㅇ(175.200) 21.02.17 1232 3
7379 단연이들 못 잃어 [2] ㅇㅇ(175.223) 21.02.17 1447 20
7378 ㅊㅇㅇㅎ 신혜선 배우님 계기로 다 봄 ㅋㅋ [1] ㅇㅇ(1.227) 21.02.17 1291 10
7377 이 작품을 어제 알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네 [2] 단단(39.7) 21.02.15 958 6
7376 신혜선 왜 사고후에 시력이 돌아옴? [1] ㅇㅇㅇ(49.1) 21.02.15 1032 0
7375 밤새면서봤다...(스포o) [2] 채연의발가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3 105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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