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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에 대해

진돗개(121.124) 2007.05.26 01:24:09
조회 218 추천 0 댓글 10


  가끔 철갤에 논술 관련 질문이 올라옵니다. 철갤이다보니 논술을 철학과의 관계맥락에서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구요. 물론 논술은 인문학 전반과 일정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문학적 지식이 논술답안의 우열을 가늠할 만큼 현행 논술고사가 철학에 기대어 있느냐를 따져보면 대답은 자명합니다. 우리가 소위 학문으로 알고 있는 철학과 논술의 출제의도는 그닥 가깝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논술은 \'대학별 고사\'입니다. 즉 수능과 내신으로 변별하기 힘든 지적 수준을 가늠하기 위한 시험제도이죠. 문제는 이게 교육부의 교육정책으로부터 상당 부분 자유롭다는 점입니다. 논술은 공증기관이 없다는 게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논술은 여전히 사교육의 전유물이죠. 논술강사의 자격기준은 오로지 시장의 판단에 맡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교육 시장은 수년 째 실험무대입니다.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단 얘깁니다. 좀더 쉽게 말해 논술엔 \'정답\'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논술시험의 이런 특성이 종종 \'창의성\'으로 포장되어 대단히 혁신적인 학생평가 제도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논술시험은 귀에 걸면 귀고리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인 제도입니다. 글을 좀 쓴다는 사람들은 섣불리 글의 가치를 평가하게 됩니다. 더욱이 한 사람의 채점관이 하룻밤에 50개 이상의 논술문을 채점하려면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얼마 전 언론에서 보도한 실험이 좋은 사례입니다. 한 학생의 답안이 교수에 따라 A를 받기도 하고 C를 받기도 하고 최하점을 받기고 했습니다. 교수들에게 이유를 물으니 현실적 한계를 핑계로 푸념만 합니다.

  아래 어떤 분이 논술 대비로 니체를 읽는 게 어떠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논술이 자기 사고를 객관화하는 과정이라면 그런 방식으로 서서히 준비하는 건 좋은 현상입니다. 그러나 니체를 완벽히 이해하는 사고 혹은 글쓰기 능력이 논술 고득점을 보장하느냔 질문은, 피카소의 화법을 마스터하면 미대 합격이 결정되느냐와 같은 질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이렇습니다. 피카소의 화법을 인정하지 않는 화가 출신 교수가 채점하면 낭패일 수 있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학생들의 답안을 만나기 전 교수들이 미리 설정해 놓은 모범답안은 없다고 판단하는 게 좋다는 겁니다. 있다고 해도 채점 당일 채점을 맡게 된 교수가 아니고서야 해당 답안의 점수를 점치기는 어렵습니다. 철갤에 오시는 분들 중 고등학생도 있을 것이고 더러는 논술 학원에 다니는 분도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가르치는 사람의 능력고하를 막론하고 귀햏이 배우는 논술수업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차라리 운에 맡기세요. 

  한국의 인문학계에선 좌파냐 우파냐를 가지고 약 40년 간 싸웠습니다. 이제야 지나고 보니 좌파냐 우파냐가 다 부질없는 것인 줄 모두가 압니다. 그러나 지난 40년 동안 날고 긴다는 석학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에 잘 통하는 논리를 만들어내면 인정을 받았고, 현재 인정을 받아도 당시에 인정을 못 받았다면 왕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답은 모릅니다. 다만 이런 얘긴 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디씨니까, 차라리 \'난 이렇게 생각한다\'는 자신감을 앞세우세요. 다만 예의는 갖추시고...예의를 갖추면 댓글이 하나라도 더 달립니다. 철갤도 소통의 장이라고 보면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나누는 겁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이 만큼의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귀햏들의 판단을 기다린다\'는 태도가 좋다고 봅니다. 밑도 끝도 없이 \'이건 뭔가요?\' 하는 질문은 저처럼 수햏이 부족한 사람에겐 난독증으로 읽힙니다.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는데도 일방적으로 무시한다면 답을 하는 사람의 수준을 의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질문을 하는 분들이 \'저기 생각\'을 충분히 제시해 주어야 영양가 있는 토론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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