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송유근 군의 논문에 대한 글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hysicalscience&no=70921)

이전 글에서 저는 송유근, 박석재 공저 2015년 논문(이하 송&박15)은 박석재 박사의 2002년 겨울학교 강의록(이하 박02)과 사실상 같은 글로 보인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우선 송&박15와 박02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송&박15: http://iopscience.iop.org/article/10.1088/0004-637X/812/1/8 (subscription 필요)

박02: https://books.google.co.kr/books?id=wr_UCgAAQBAJ&pg=PA155#v=onepage&q&f=false (복불복으로 전문 확인이 불가능할 수 있음)

박02 (또 다른 링크) : http://www.worldscientific.com/doi/pdf/10.1142/9789812776761_0009 (subscription 필요)

많은 분들이 송&박15에서 서론과 Review부분만 박02에서 가져온 걸로 알고 계시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심지어는 논문의 핵심인 4절도 매우 유사하거든요. 이제부터 왜 저한테 송&박15와 박02가 사실상 같은 글로 보이는지 자세히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두 글에서 수식, 그리고 수식 전개 과정을 글로 설명한 부분을 제외하면, 텍스트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습니다. 송&박15에 있는 텍스트의 대략 95%는 박02의 단순 복붙입니다. 차이가 나는 부분을 굳이 찾아 보면, 우선 관계대명사 which를 that으로 바꿔 준 아주 사소한 것이 몇 군데 있구요. 또한, 전체 내용에 대한 개요 및 요약이 박02에는 없는데, 송&박15에는 각각 서론 및 결론에 들어갔습니다. 텍스트 상으로 사소하게나마 새로운 내용이라고 할 만한 건 딱 하나 봤네요. 박02에서 3절 마지막 부분을 보면,  어떤 식을 Macdonald라는 사람이 수치적으로 풀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송&박15에서는 이 수치 시뮬레이션을 이후에 누가 발전시켰는지 몇 명 더 거론하네요. 당연히도 이제껏 나열한 예시는 논문의 핵심 내용과는 일말의 상관이 없는 차이점 뿐입니다.

이제 수식을 들여다 볼 차례인데요. 두 글에 들어가는 수식도 사실 복붙이 대부분입니다. 자세히 설명하려면 꽤 길어질 듯하니, 3절까지와 4절을 나눠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우선 2절까지는 송&박15와 박02의 수식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3절의 경우, 박02에는 없지만 송&박15에는 있는 식이 3.4, 3.7, 3.12인데요. 그러나 이들은 4장의 4.4, 4.7, 4.13에 시간 의존성만 없앤 것을 3장으로 불필요하게 옮겨 온 것에 불과합니다. 박02에서는 이 식들이 없이도 3절의 논의가 끝까지 문제없이 진행됩니다.

그렇다면 4절은 어떤지 보겠습니다. 박02와 송&박15가 4절에서만큼은 얼핏 보면 약간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박02의 식 54와 송&박15의 식 4.15입니다. 박02는 라는 벡터를 식 54에서 정의해서 이후의 수식 전개에서 쏠쏠히 써먹는데요. 송&박15와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우선 박02에서 가 들어가는 곳은 모두 식 54에 나오는 다음 표현식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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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위의 식으로 대체하는 작업이 끝났다면, 이제 송&박15의 식 4.15를 이용하여 으로 치환해줍니다. 여기까지 하면, 송&박15의 식 4.17, 4.18은 박02의 식 56, 57과 동등함이 확인됩니다. 또한, 송&박15의 식 4.19와 4.24를 합치면 박02의 식 61과 동치라는 것 역시 보입니다. (4.24는 송유근 군이 독창적으로 유도했다고 박석재 박사가 그렇게나 강조하던 바로 그 식이지요.)

이 시점에서, 잠재적으로 송&박15에서 새롭게 등장했다고 할 만한 식은 4.13, 4.15, 4.16, 4.19, 4.20입니다. 일단 4.13은 4.12를 에 대해 풀어서 4.8에 대입하면 튀어나오니, 단순 계산에 불과합니다. 4.19 역시, E = E^T + E^p임을 기억하고, 4.5와 4.12를 더해서 시간 편미분 후 Killing vector와 내적하면 바로 나옵니다. 즉, 4.13과 4.19에는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이제 4.15, 4.16, 4.20의 검증이 남았는데요. 그런데 저는 놀랍게도 이 식들을 검토하다가, 이들이 잘못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왜 그런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송&박15의 설명에 따르면, 4.11과 4.5가 같다는 것에서 4.15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하고, 4.12와 4.7이 같다는 것에서 4.16이 튀어나와야 합니다. 문제는, 이건 단순 계산이라 막힐 여지가 없는 부분인데도, 실제로 해 보면 4.15와 4.16이 유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추가로 어떤 조건을 가정하면 논문에서 설명하는 대로 4.15와 4.16이 나오는지 따져 봤는데, 다음 둘입니다.

,             .

이건 마치 의 함수를 시간에 대해 전미분하면 어떻게 되는지 표현한 것처럼 생겼는데요. 문제는 송&박15에서 어떤 기호 위에 찍힌 dot은 (식 4.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시간 t에 대한 전미분이 아니라 편미분을 의미한다는 것이죠. 더 심각한 문제는 와 t 모두 시공간 상의 좌표변수라 서로 독립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를 t로 편미분한 는 자명하게 0이 되고, 마찬가지로 도 자명하게 0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4.15, 4.16, 4.20 모두 틀린 식이 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송&박15는 박02와 텍스트와 수식 모두 거의 복붙 수준으로 같고, 차이가 나는 부분은 논문의 중심 내용과 무관하거나, 같은 수식을 표현만 다르게 했거나, 그도 아니면 틀렷습니다.

따라서 저의 현재 결론은 송&박15는 박02를 단순히 재출판 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송유근 군은 송&박15의 제 1저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이제까지 이야기한 내용에서 잘못된 부분을 누군가 지적해 주신다면, 그에 따라 결론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송&박15와 박02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슷한지 이야기한 부분은 워낙 분명해서 틀릴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식 4.15, 4.16, 4.20이 오류라는 대목인데요. 제가 정확히 이 대목에서만 틀렸고 다른 이야기는 전부 맞게 했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습니다. 안타깝게도 결론이 크게 바뀌지는 않겠네요. 송&박15는 박02와 거의 대부분이 동일하고, 송&박15에서 실질적으로 추가된 부분은 간단한 관계식 몇 개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송유근 군이 1저자가 될 이유는 여전히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한 부분은 송&박15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알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던 문제였지만, Jeffrey Beall이 관여하면서 일이 커졌지요. 이제 해당 학술지에서 송&박15와 박02를 동시에 가져다 놓고 조사할 테니, 논문 철회로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근 군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진실을 마주하는 편이 앞으로의 인생을 위한 쓴 약이 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