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와 후반기 대대적인 성우 교체가 벌어졌던 작품. 그 중 전반기 부분을 보면 상당히 재밌는 일이 벌어집니다.

지금은 슈퍼스타인 최덕희 선생님과 강수진 선생님의 풋풋한 풋사과 시절을 볼 수 있다는 거죠. 백순철 김환진 장정진 오세홍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라인에서 두 분은 조역 전담. 88년 데뷔하셨던 두 분은 당시 어림잡아 서른 전후셨군요.
맡은 역할을 보자면 강수진 선생님... 진짜 잡다한 역만 도맡으셨네요. 마이너한 청동세인트하고, 적으로 등장한 실버 세인트 미스릴... 아우 생각만해도 느끼해지네.

잠깐 세이야를 쓰러뜨리고 갑옷과 옷가지를 모두 벗고 알몸이 된 채 바다에 들어가선 피부를 적시며 "봐라, 이 몸은 저 달도 별보다도 아름답다..." (생긴건 마릴린 먼로예요)
나르시시즘도 이 정도면 병이죠. 세이야가 좀비 놀이의 대가인 걸 몰랐던 그는 결국 누드시위하다 비명횡사합니다.
비중 있는 역이 이 정도. 어떤 편은 이히힛~ 하고 등장해선 우아악~ 하고 퇴장하는 졸개2나 3(1도 아닙니다)으로 끝.
문제는... 워낙에 타고난 음색이다보니 단역이자 악역들이 너무 튀었다는 겁니다.

최덕희 선생님이 맡은 게 샤이나인데... 사실 초반만 해도 상당한 찌질이였죠. 선역을 도맡으시던 분이건만 이때는 어떻게든 악랄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왜 그 이해못할 여심 있죠? 마음으로는 \'좋아 죽겠다\'하는 상대보면서 항상 말로는 "죽이겠다"며 덤비는...
세이야가 아테나를 지키고 기절했을 때, 아테나가 쓰러진 그를 올라타곤 입술을 훔치려고 시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때 보다못한 샤이나가 절벽에서 몸을 던지며 내뱉는 분노의 말.
"멈춰랏!!! ...아가씨께서 어디서 그런 걸 배우셨을까아~?" (마지막의 꺽기가 예술)
이 분에게서 이런 연기 찾아내기 참 힘든데 말이죠. 역할이 역할이니만큼 어떤 때는 으아아아악~!!! 하고 비명 지르며 절벽서 떨어지기도 하는데...
나름 섹시한 카리스마 악역을 과시하셨...으나 이미 세일러문의 이미지가 너무 컸던 저에겐 위화감이 상당했었습니다.

아마 이 두 분의 주인공 전설만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상당히 이색적인 작품일 듯. 한번 찾아보세요.

상상 이상의 것이 엄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