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가 되어 살인마에서 아라한으로 변모한 앙굴리말라. 탁발 나간 어느 날, 마을 사람 하나가 출가 전의 살인마 앙굴리말라임을 알아본다. 놀란 그가 “앙굴리말라가 나타났다!”고 외치자, 그 소리를 듣고 한 임산부가 놀란 나머지 유산을 한다. 격분한 마을 사람들은 몽둥이와 돌팔매로 아라한 앙굴리말라에게 뭇매를 가한다(패싸움하는 곳을 지나다가 다쳤다는 설도 있다). 아라한 앙굴리말라는 치명상을 입도록 맞는 동안 원망하거나 분노하는 마음 한 점 일으키지 않았다. 몸이 무너지려고 하였다. 그러나 열반에 들기 전, 그는 자신의 인생을 어둠에서 빛으로 이끌어 주신 스승 부처님을 뵙고 싶었다. 스승을 향한 간절한 마음은 피투성이 만신창이가 된 몸을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이끈다. 꺼져 가는 생명, 운신조차 어려운 몸을 움직여, 그는 그렇게 스승 앞으로 나간다. “몸 버리기 전에 스승님 한번 더 뵙고 갈려고 왔습니다.” “인욕하고 용서하였구나, 그대여. 과거 악행의 과보를 잘 대처하였구나. 모든 악을 버린 너 여래의 아들아!” 스승의 격려와 따뜻한 눈빛을 미소로 받으며, 고요히 그는 눈을 감는다. 앙굴리말라의 살인 행각이 마음에 걸린 사람들이 묻는다. “부처님, 그는 죽은 후 어떻게 됩니까?” “그는 열반에 들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피를 손에 묻힌 살인자가 어떻게 열반에 들 수 있었습니까?” “선우(善友)가 없었기에 그는 악행에 빠졌었다. 그러나 선우를 만나면서 진리에 눈떴으니, 그의 수행력은 과거 모든 악행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었노라.” 한 젊은이가 부처님 가르침에 감동되어 출가하여 그의 제자가 되었다. 그런데 수행 중에 생긴 종기가 악화되어 마침내 온 몸에 퍼져 옷이 피고름으로 범벅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피고름 범벅이 되어 악취를 풍기며 뒹굴고 대소변조차 스스로 가리지 못하는 정도가 되자, 마침내 그를 간호하던 도반들도 손들고 말았다. 아무도 돌보아 주는 사람 없이 혼자 헛간에서 뒹구는 그에게 스승 부처님이 다가온다. 몸소 물을 데워 환자 몸에 뿌린 후 조심조심 피고름과 옷을 분리시키는 스승. 옷을 빨아 햇볕에 말려 놓고 피고름 투성이 환자 몸을 정성껏 씻기고, 그 동안 마른 옷을 다시 입힌다. 따스한 볕이 드는 곳, 침상 위에 몸을 눕히니 심신이 정갈해져 정신이 맑아진 환자. 그 옆에 앉아 부처님 그 분은 조용히 법을 설한다. 그 설법을 들으며 깨달음의 눈이 열려 잔잔히 미소지은 채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부처님 제자들은 합장한 채 감동의 눈물을 머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