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월드컵 인연이 좋은 관계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사상 첫 4강 진출로 전국을 붉게 물든 2002년부터 정반대 행보로 변한다. 창단 21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더니, 월드컵 대표팀이 사상 첫 원정 승리를 따낸 2006년에는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이 원정 월드컵 출전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일궈낸 2010년에는 리빌딩 기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더니 2011년부터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 2014년까지 4연속시즌 통합 챔피언에 등극하며 ‘왕조 시대’를 구축했다.

자체 암흑기였던 1990년대 중후반을 제외하면 월드컵 열기를 한국시리즈로 끌어온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미주리 군단’ 이탈리아의 통산 3번째 우승으로 막을 내린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이 끝난 뒤 프로 원년 전반기 2위에 머문 삼성이 후기리그에서만 28승(12패)을 쓸어 담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 유명한 김유동의 끝내기 만루홈런에 무릎을 꿇은 삼성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32년 만에 본선에 오른 1986년에도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다. 해태의 왕조가 시작된 해이기도 한 1986년, 삼성은 시리즈전적 1승 4패로 또다시 우승에 실패했다. 이탈리아 월드컵이 열린 1990년,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 4연패에 빛나는 해태를 가볍게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창단 첫 우승 꿈에 부풀어 있던 삼성은 MBC를 인수해 리그에 참여한 LG에 시리즈전적 4전패로 또 한 번 준우승에 그치는 등 월드컵이 열리는 해마다 아픔을 겪었다.

18일 오후 9시부터 치를 스웨덴과 첫 경기에서 태극전사가 승전보를 울리는 파란을 일으키면 최약체로 평가받던 삼성도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더 키울 수 있다. 대구시도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시간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거리응원으로 기(氣)를 불어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