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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의 눈은 사람을 아득하게 하는 데가 있다. 그 안이 맑고 고요하다. 이건 분명 사랑 받아본 사람의 눈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다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거다.

“연기 연습이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배우로 데뷔하게 돼 첫 작품이 많이 아쉬웠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도리화가>의 촬영을 마친 지금 배우 수지에 대해 평한다면? 지금 생각 해보면 그때 아쉬웠던 부분은 당연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끊임없이 고민해왔고, 덕분에 순간의 집중력이 확실히 조금은 성장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중이다.

풍문으로 들으니 <도리화가> 스태프들에게 그렇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사랑 받는 비결이 뭘까? 언제나 밝게 인사한 것뿐이다. 그럼 내가 즐겁거든. 매일 보는 얼굴들이지만 ‘매번 오늘도 잘해봅시다!’라는 마음으로. 나는 그게 좋다.

이종필 감독은 세계관이 뚜렷한 반면, 디렉션은 자유로운 편이라고 들었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고 배우와 함께 장면을 만들어가는 스타일인 듯 하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배우를 자유롭게 풀어주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건 그 안에 분명히 들어있다. 그걸 알아듣는 게 내 몫이었다. 처음엔 바로 잡아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점차 감독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해요’라고 말할 때 어떤 걸 원하는지 정확히 느껴졌고 그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감독님도 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고 어떤 장면에서는 묵묵히 기다려주시고, 어떤 장면에서는 도리어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대선배 류승룡과 애틋한 스승과 제자로 출연했는데 연기 호흡은 어땠나?

연기할 때 도움을 받기도 했나?

류승룡 선배에게 정말 감사하다. 진짜 스승님 같았다. 초반 촬영 내가 적응을 못할 때 이런 저런 얘기도 해주고 연기 수업도 해주었다. 촬영장에서 살갑게 챙겨줘서 정말 든든했다. 그리고 선배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반성도 많이 했다.

미쓰에이의 가수 수지와 배우 배수지는 어떻게 다른 것 같나? 무대에서도 연기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무대에서의 나는 옷을 많이 입고 있는 느낌이다. 화장도 진하고 노래 소리도 크고. 그리고 무대 콘셉트에 따라 모습이 확확 바뀌는 재미가 있다. 연기할 때는 원래 내 모습이 많이 녹아있다. 그래서 벌거벗은 느낌이다. 무대에서는 연습한 것들을 쏟아내고 즐겨야 한다면, 촬영 현장에서는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는 것 같다. 비슷한 듯 다르다.

20대 초반은 취향이 가장 변덕을 부리는 시기인 것 같다. 지금 수지의 관심사는 뭔가? ‘내가 뭘 원하는가’다. 뭐 20대 초반에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불안정한 시기에는 생각이 많아지는 법이니까. 나도 비슷한 것 같다. 사소한 것에도 쓸데없이 생각이 많다. 그래도 제대로 된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실속 있는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피곤한 거겠지?

글 김현민(<그라치아> 피처 디렉터) | 사진제공 제일모직 빈폴액세서리

※ 8월 18일(화) 발행된 <맥스무비 매거진> 9월호에서 더 자세한 수지 인터뷰와 화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