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킨스를 처음 본게 2009년 무렵이었는데
수렁에 빠진듯이 고통에 몸부림치던 사춘기 시절을
그네들이 교과서적인 답으로 구출해 준 것은 아니었어도
적어도 대저택에 살면서 결국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가르치는 여느 성장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나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냈다

어느덧 시간은 흘렀고 주인공들은 나와 함께 나이를 먹었다.
자신이 벌인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아빠가 의지해오는 사람으로서,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덤벼대는 패기보다는 한발짝 물러서 몸사리게 되면서 그렇게 어른이 되버렸다.

세상은 딱히 우리를 위해 존재하진 않으니까
여전히 살기엔 개빡세고 힘겨웠다

성인의 문턱에 닿을랑 말랑 미묘한 경계에 서 있을 땐
나의 손짓 하나 주먹질 하나로 모든게 달라질 줄 알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내게 "그렇지? 나도 그래." 라며 보란듯이 해피엔딩이 될 모든 가능성을 뒤짚고 다시 방영된 스킨스 마지막 시즌.

나는 스킨스가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정말 고맙다.

장르적 한계에 갇혀 나를 배반하지 않고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 준 스킨스가 진심으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