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투수운용이며 야수운용이며 전부 통틀어서, 이 팀에 플랜 A 외에 다른 뭐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의문이 생김.

물론 연봉 1위팀 답게 메인으로 쓰는 선수들 하나하나 전부 리그에서도 수준급임 (포수 제외). 야수진을 보면 최주환이 아무리 시즌 타율이나 이런게 전반적으로 낮아도 후반기에 가을냄새 맡더니 어김없이 원래의 최주환으로 살아나서 타선 끌어가는 중이고, 최정도 후반기에 홈런만 거의 12~13개를 몰아치는 중임. 박성한 최지훈 전부 훌륭하게 안착했고 대체로 뽑아온 라가레스도 대체용병으로 매우 훌륭한 스탯을 찍어주고 있으며, 베테랑인 김성현도 타격보다는 수비쪽에서 쏠쏠하게 역할을 해주고 있음. 한유섬도 기어이 홈런 20개 채우면서 어찌됐든 주장으로 팀 잘 끌어가고 있음.

근데, 쟤들 말고 누가 있음?

진짜 진지하게, 지금 당장 쟤들을 제외하고 올해 제대로 기회 부여받은 야수진 몇명이나 됨? 전의산은 이제 1군 경험 1년도 안된 애니까 그렇다고 치자, 도대체 쟤들이 왜 1년 내내 건강하게, 페이스 기복없이 1년을 마칠거라는 전제를 깔고 팀을 운영함?? 혹자는 "시즌 내내 1등 유지하면서 어떻게 유망주까지 키워내냐"라고 할수도 있는데, 거기에는 두산이라는 명백한 반례가 존재함. 걔들이 7년간 코시가면서 그동안 FA니 뭐니해서 빠져나간 사람이 몇이며, 그 자리가 빌때마다 계속 비집고 들어오는 그 수많은 1군~준1군급 유망주들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거임?? 김민혁 장승현 양찬열 안재석 안권수... 이런 애들이 끊임없이 공급되면서도 여태 꾸준히 상위권에 안착하고 코시에 간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거냐고. 걔네 팜만 뭐 유별나게 특별한거임? 걔네만 뭐 유별나게 육성시스템이 특별한거임? 걔들이 전부 빠짐없이 서울팜 출신도 아니고, 어느정도 육성시스템 체계가 대체로 평준화가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그런건 아닐거란 말이지?

그리고 투수진을 보자.

우리팀 선발은 내가봐도 리그 최강급임. 부정구장 드립 듣는 문학구장 홈으로 아무리 운빨이 크더라도 결국 1점대 유지중인 김광현, 후반기 퍼포만 놓고보면 리그 1선발급인 모리만도, 지금 다소 부침은 있어도 이번시즌 외인 에이스 노릇했던 폰트, 거기에 오원석이 매년 꾸준히 스텝업을 하고있고, 대체선발로도 당장 기용할수 있는 노경은 이태양이 불펜에 있음. 불펜에도 서진용, 문승원, 장지훈, 박민호, 고효준, 김택형 등등... 다른 팀가면 필승조 까지는 못해도 꾸준히 1군에서 기회받을수 있는 선수들이 대거포진 중임.

근데 문제는 얘들만 씀.

투수는 소모품이라는게 어느정도 정설이 된 지금 시점에서, 쟤들이 공 던지는 피칭머신도 아니고 쌩쌩한 상태로 던지는 것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음. 많이 던지면 지치고 안쉬고 계속 던지면 지침. 심지어 저기 있는 대부분의 투수가 태생적으로 150이 넘나드는 무지막지한 구위를 던질수 있어서 체력이 좀 떨어져도 타고난 구속과 힘으로 찍어누르는 파이어볼러 유형도 아님. 체력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티가 나는 애들이라고.

순위 유지때문에 어느정도 불펜이 갈려나가는건 감안해야 될 일임. 이건 순위 유지를 위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어쩔수 없이 희생되는 부분이라고 쳐도 그럼 그 투수들이 갈려나간 후반기를 버틸 대책을 마련해두는게 기본임. 위에서 말했듯 쟤들은 피칭머신이 아니기 때문에 오락가락할수도 있고, 한 시즌 내내 던지면 체력이 떨어지는 것 또한 필연적인 부분임. 근데 아무리 2군 투수들이 폐급이라고 해도 그렇지

"1군이 죄다 갈려나가서 슬슬 대안을 찾아보니 죄다 폐급뿐이더라" 이거는 핑계밖에 안됨. 감독이 짧게는 2년, 길게는 보통 3년 정도의 시간동안 10억이 넘는 돈을 받아가며 그 자리에 앉아있는건 단순히 1군 성적만 내라는게 아니라 2군도 종합적으로 체크하면서 그때그때 올릴 선수들도 올리고, 테스트하면서 플랜 B, 플랜 C를 만들어두라고 그 많은 돈을 주면서 앉혀두는 거임. 

그리고 우리에게는 9월전까지, 그럴만한 여유도 어느정도 있었음.

지금이야 개같이 9월초에 처박아서 3.5게임차 됐지만, 그전까지 거의 10경기에 가까운 경기차가 나는 여유가 분명히 있었음. 그런 여유를 등에 업고도 무슨놈의 고집인지 투수건 야수건 계속 쓸놈쓸만 하다가 결국 1군 투수들이 전부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지금 시점에서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게 된건 철저하게 감독의 실책임.

진짜 진지하게 묻고싶음. 이 팀에 플랜 A를 제외한 다른 플랜 B, 플랜 C라는게 존재는 하는지에 대해서.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