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픽] 카페인 - 23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08 23:11:28
조회 203 추천 18 댓글 11

링크모음집





  “...?”


  그러나 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도, 안드로이드도 없었다. 


  뭐지? 나는 당황스러워하며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문득 나는 다른 천막들 앞에 한 철제 상자가 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뭐지?


  우리 천막 앞에도 마찬가지였다. 투박하게 포장된듯한 철제 상자가 거기에도 놓여 있었다. 나는 경계심에 사로잡혀서 섣불리 그 상자에 다가가지를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천막에서 나와 상자를 가지고 다시 돌아갔다.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다른 천막 앞에 놓여 있던 상자들은 전부 사라져 있었다. 


  나도 후다닥 상자를 천막 안으로 가져왔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상자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이게 뭐야, 안나?”


  데이지는 상자를 열려고 끙끙대는 나를 보며 물었다. 


  “응? 이 상자가 천막 앞에 놓여 있더라고. 다른 천막도 그렇고, 모든 천막 앞에 있었어.”


  “아하.”


  나는 끙끙대다가 겨우 상자를 열었다. 데이지는 내게 고생했다며 가볍게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이건…”


  데이지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고 상자 안을 둘러보았다. 상자 안에는 낡은 천으로 둘러싸인 갈색빛 덩어리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뭐지?”


  나는 주먹으로 그 덩어리를 두들겨 보았다. 생각보다 딱딱함이 느껴졌다. 


  상자에는 그것 말고도 동그란 캔이 하나 있었다. 상자와 마찬가지로 낡은 철제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캔을 열고 그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 물?”


  그 안에는 물이 들어 있었다. 어찌나 목이 탔던지 당장이라도 집어 들어서 마시고 싶었다. 


  “안나, 잠깐!”


  하지만 내게 소리치는 데이지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의문을 가지고 데이지를 바라보았다. 데이지는 캔 안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안나, 혹시 어제 그 불구슬을 다시 꺼내 줄 수 있어?”


  “응? 그건 브루니에게… “


  말을 마치기도 전에 허공에 작은 불구슬이 생겨났다. 어느새 브루니는 깨어났나 본지 내 주머니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듯 싶었다. 


  고마워, 브루니. 


  나는 브루니에게 속마음으로 감사를 표했다. 


  “안나, 그 구슬로 저 물을 비춰 줘. 그렇지, 음…”


  나는 그 물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구슬로 비춘 물은 심각하게 더러워져 있었다. 


  “... 이건 마시면 안 될 것 같아.”


  데이지는 내게 우려를 표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끓여서 마시면 좀 낫지 않을까?”


  “그렇긴 한데… 괜찮을까?”


  “뭐 어때, 당장 우리가 마실 물을 구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야 그렇긴 하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구슬을 물속에 집어넣었다. 


  “앗, 잠깐!”


  데이지는 깜짝 놀라면서 내게 소리쳤다. 


  “응? 왜?”


  “그걸 바로 넣으면 불이 꺼지지… 어?”


  신기하게도, 물에 빠진 불구슬은 전혀 꺼지지를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 물에 들어 있는 불순물들을 빨아들여서 정화하고 있었다. 


  손을 뻗어 그 불구슬을 다시 꺼냈다. 더러움이 가득하던 그 물은 어느새 깨끗해져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캔을 들었다. 


  “괜찮겠지?”


  “... 응. 내가 먼저 마셔서 확인해 볼게.”


  데이지는 아직도 썩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나를 향해 병을 건네 달라고 손을 뻗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거리낌 없이 한 모금을 벌컥 들이켰다. 


  “... 크, 괜찮네.”


  다행스럽게도 물은 괜찮아 보였다. 나는 물을 데이지에게 권했다. 데이지도 그 병을 건네받고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응, 괜찮아진 것 같아. 그런데 내가 먼저 마셔 본다니까, 왜...”


  데이지는 살짝 시무룩한 채로 투덜거렸다. 나는 데이지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 


  “네가 다치기를 원하지 않아서 그래.”


  “...”


  데이지는 살짝 토라진 듯 싶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나를 대해주었다. 나는 그런 그녀가 걱정되면서도 고마웠다. 나도 덩달아 작게 웃으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그리고 다시 그 갈색 덩어리를 손에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덩어리를 반으로 갈랐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썩 좋지는 않은 냄새가 풍겨왔다. 


  “어디서 맡아본 냄새 같은데…”


  우리는 잠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데이지가 문득 뭐가 생각난 듯이 외쳤다. 


  “잠깐, 이거 빵 아니야?”


  그 말을 들으니 점차 그 덩어리가 빵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덩어리를 조금 뜯어서 입에 넣었다. 


  “엄청 안 뜯어지네… 음. 이거…”


  우물우물 씹는데도 마치 낡은 폐타이어를 입에 넣은 것처럼 씹히지를 않았다. 그 사이로 간간히 느껴지는 비슷한 분위기가 빵처럼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게 빵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 빵 맞아?”


  나는 한참을 씹고 나서야 그 빵을 넘길 수가 있었다. 확실히 먹으라고 준 것이 맞는 것 같긴 했다. 하지만 도저히 식욕을 돋우는 맛은 아니었다. 


  혹시나 상자 안에 다른 것이 있을까 찾아보던 중, 나는 상자 안에서 한 글귀를 찾아냈다. 




보급 물자 - E형 (1인형)


변형 바게트 - 1EA

- 1EA




  “... 바게트?”


  예전에 엘사가 내게 소개해준 적이 있기는 했었다. 물론 엘사가 소개해준 빵도 딱딱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딱딱하지도, 질기지도, 맛없지도 않았다. 


  “... 일단 먹으라고 준 거니까.”


  나는 다시 빵을 조금 떼어내서 입 안에 넣었다. 역시나, 차라리 미각을 잃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더러웠다. 


  “데이지, 넌 안 먹어?”


  “응, 괜찮아. 속이 안 좋아서… 그리고 워낙 내가 평소에 굶다시피 하니까 배고프다는 생각도 안 들더라.”


  데이지는 그 말을 하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그녀의 안색은 평소보다는 좋지 못해 보였다. 


  “괜찮겠어?”


  “응.”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데이지는 내게 힘겹게 대답했다. 후- 나는 한숨과 함께 다시 빵을 조금 뜯고 입에 넣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카페에서 초콜릿이라도 좀 챙겨 올걸. 


  뒤늦은 후회가 한가득 차올랐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빵을 또 뜯고 입에 넣었다. 어찌나 딱딱하던지, 또 어찌나 질기던지 잘 씹히지도 않았다.  


  짝- 나는 손으로 내 얼굴을 내리쳤다. 

  

  안나, 아주 배가 불렀구나.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다시 빵을 으적으적 씹었다. 손목의 상처가 뜬금없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고 인상을 찌푸렸다. 


  지끈- 이번에는 발이었다. 시리는듯한 고통이 내 발을, 발목을, 그리고 그 위를 감쌌다. 


  끅…


  참다 참다 결국 참아내지 못하고 신음을 얕게 흘렸다. 천만다행으로 데이지는 내 신음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통증은 잠시 계속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나는 다시 빵을 한 입 물었다. 


  제발, 


  또 한 입.


  버텨 줘.


  다시 한 입.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단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 한 입.


  그러니, 제발. 몸아, 버텨다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안드로이드는 어제와 똑같은 시간에 두 번째 보급을 두고 갔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과 함께 상자를 열었다. 하지만, 돌같이 딱딱한 빵과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 물 몇 모금, 어제와 똑같은 음식이라고 하기 뭐한 것들이 들어 있었다. 아마도 간신히 살아갈 정도의 분량이었다. 


  이상하게도 데이지는 그것조차 먹지 않았다. 다시 물어도 데이지는 괜찮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괜찮은 거 맞겠지?


  나는 쉽사리 안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켜봐 주는 것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세 번째 보급이 온 날, 데이지는 오늘조차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강제로 뭐라도 먹여야 되지 않을까? 그녀는 평소 보이던 모습보다 더욱 야위어 있는 것만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런 내 걱정에도 데이지는 격하게 거절했다. 자긴 괜찮으니 나 자신부터 챙기라며. 강제로 먹이려 해도 데이지는 정색하며 거부했다. 잘 먹어야 다친 손도 잘 나을 텐데, 나는 걱정이 앞섰다. 




  시간이 흐르고 다섯 번째 보급이 온 날이었다. 마침내 데이지가 무언가를 조금 먹는 듯 싶었다. 데이지는 보급에 들어있던 빵을 조금 떼어갔다. 그제야 나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정확히 일곱 번째 보급이 오는 날이었다.





52/81

추천 비추천

18

고정닉 7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06 일편단심 안개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4 5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11:29 17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11:27 11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11:08 8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1 19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5:34 13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5:33 9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4:50 10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28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4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0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1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2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3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16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17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7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44 4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17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7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6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16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3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4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0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26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3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4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1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19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19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7] ㅇㅇ(115.138) 06.07 82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0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94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03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49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1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5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3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4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0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29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2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2 0
1123662 점심때되니 [1] ㅇㅇ(211.234) 06.06 21 0
1123661 오늘 갓생사는척 함 ㅇㅇ(211.234) 06.06 19 0
1123660 그르릉 ㅇㅇ(110.47) 06.06 18 0
1123659 69날이 다가온다 ㅇㅇ(223.62) 06.06 2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