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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팬픽] Whiskey Bonbon -17

ㅇㅇ(14.32) 2020.11.16 00:26:30
조회 584 추천 29 댓글 6




영업을 준비하던 와중, 난데없는 쿵 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 퍼졌다. 무언가 둔탁한 물체라도 부딪힌 모양이었다. 확인하기 위해 문에 다가가는 엘사의 소매를 부여잡고, 올라프가 겁먹은 듯 중얼거렸다.


“혹시 갈매기인가?”
“시력이 그닥 좋지 않은 갈매기인가보네.”
“난 농담하려는 게 아니야!”
“그럼 갈매기가 어제 두고 간 안경을 다시 찾으러 왔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 거야?”


또다시 쿵 소리가 들리자, 올라프는 한층 떨리는 눈빛으로 문을 주시했다.


“분명 열게 만든 다음 가게 안 식량을 몽땅 수탈할 작정인거야.”
“갈매기에게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어?”
“당연하지. 오늘도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빼앗겼다고, 콘까지 몽땅!”


저번에는 아이스크림 와플, 그 저번에는 아이스크림 브라우니...... 흥분하여 피해 목록을 열거하는 그에게 엘사가 일견 합리적인 추측을 내어놓았다.


“그럼 우리보다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먼저 노리지 않을까?”
“나만 당한 게 아니야, 다들 겪었대. 피자, 감자튀김, 샌드위치, 수르스트뢰밍......”


악! 쿵쿵 소리가 더욱 잦아들자 올라프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이젠 떼로 왔나봐! 허나 아랑곳 않고 엘사는 문을 향했다. 완전히 패닉 상태로 접어든 올라프가 비난 섞인 투로 외쳤다.


“뭐하는 거야!”
“문이 부서지게 둘 순 없잖아.”
“먼저 여는 건 더 안 돼! 너 영화「새」본 적 없어?”
“추천 목록에 안 뜨던데.”


엘사가 심드렁하니 대꾸했다. 그녀에겐 따로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이 소리는 저번에도 겪어봤지. 문을 열자, 엘사의 짐작대로 몹시 흥분 상태의 안나가 쏟아져 들어왔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다닌 거예요!”


엘사는 눈을 깜빡였다. 지금 죠스의 ost가 들리는 건 증강현실이란 말인가? 아니면 편두통 전조 증상? 그러나 의문은 곧 풀렸다. 문제의 bgm이 울리는 핸드폰을 안나가 얼굴에 막무가내로 들이밀었다.


“아까부터 계속 전화 온단 말이에요, 벌써 열두 통이나!”


엘사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화면을 읽었다. 발신인은 ‘엄마’였다.


“......‘밀어서 잠금 해제’하면 통화를 수신할 수 있어요.”
“받는 법을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지금!”


입을 어떻게 뻥긋했냐고요! 안나는 씩씩거리며 핸드폰을 더욱 가까이 들이댔다. 이러다 잘하면 뚫리겠는데. 한 걸음 물러나며 엘사가 결백을 주장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안나는 ‘니가 시리야?’라고 소리를 빽 지르려다, 자신이 미친 치와와 상태라는 점을 인지하고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후, 하. 심호흡을 통해 어느 정도 침착함을 되찾은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엄마한테, 따로, 제 얘기, 한 적, 없냐고요.”
“네? 그래야 했나요?”


저건 안 했단 뜻이겠지? 하지만 당췌 믿을 수가 없으려니, 안나는 웬수와 핸드폰을 번갈아보며 갈등에 빠졌다. 어느새 열세 번째 벨이 울렸다. 안나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더는 피할 수 없다고 느꼈는지 그녀는 마침내 통화를 수락했다.


“여, 여보세요?”
- 안나 차일드!


시작부터 자신을 반기는 서라운드 입체 고성에 안나가 핸드폰을 급히 귀에서 떼어놨다. 그녀는 스피커와 고막파손 방지 거리를 유지한 채로 쭈글쭈글 변명을 시작했다.


“죄송해요, 엄마, 제가 일부러 그러려던 게 아니구요......”
- 그 대답도 지겹다, 이제!
“바-바빠서 그랬어요, 바빠서!”
- 그렇다고 거짓말을 해? 너 정말, 그 나이 먹고 외출 금지 당하고 싶어? 손님도 없는 주제에 무슨.......
“이, 있어요, 손님! 오늘은 직접 배달까지 했단 말이에요!”


아빠가 증인이에요! 그 말이 나오자마자 수화기 반대편에서는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뭐? 당신 내가 혈당 조절하랬잖아! 제가 주문한 게 아니에요! 누구 과부 만들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악, 여보, 그 전에 먼저 죽겠어!


난데없이 시작된 부부싸움에 당황하면서도, 안나는 이 때다 싶어 종료 버튼에 슬쩍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는 이두나였다.


- 끊지 마!
“무무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그냥 엄마 통신료에 부담이 갈까봐.......”
- 그래, 효녀 났다, 효녀 났어. 얘, 네가 지금 내 걱정할 처지니? 응? 그렇게 신경 쓰이면 널 걱정하는 나를 걱정해서 네 걱정 좀 그만하게 해라, 이게 아직도 지가 애기인 줄 알고.......


귀에서 피가 나오려하는 안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엘사가 카운터석을 가리켰다.


“오래 걸릴 거 같으면 앉으실래요?”


그러자 사냥개에 버금가는 청력을 보유한 이두나가 먼저 반응했다.


- 지금 뭐하니?
“어... 엄마랑 통화하고 있는데요?”
- 발뺌하지 마! 가만 있자,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어떡하지, 사실대로 말할까? 포위망이 점점 좁혀드는 가운데, 안나는 재빨리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려보았다.


Q1. 뭐하니? → A1. 엘사랑 있어요, 그치만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 Q2. 그럼 왜 같이 있니? → A2. 일 때문에 만났어요, 하지만 아무런 사이도 아니죠. → Q3. 둘이서 일 얘기를 할 게 뭐가 있지? → A3. 잠깐 같이 일하게 됐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랍니다. → Q4. 같이 일한다니, 대체 왜? → A4. 음, 제가 좀 이상한 계약서에 서명해서....... → (차에 시동 거는 소리)


안 돼! 처참한 설득력은 둘째치더라도, 분명 실제 상황에서는 A4는커녕 A1이 끝나기도 전에 차 시동 엔딩이 날 게 뻔했다. 때문에 안나는 진실을 덮어두기로 작심했다.


- 당장 털어놓지 못해? 지금 누구랑 같이 있어!
“이, 있긴요, 혼자 있는데 무섭게 그러지 마세요.”
- 거짓말 하지 마, 목소리 다 들었으니까!
“그게, 요즘 날이 건조해서 변성기가 왔나 봐요!”


털갈이도 한다 그러지 왜... 구시렁거리는 엘사에게 안나가 팔꿈치를 퍽퍽 꽂았다. 조용히! 해!


- 갈수록 변명이 구차해지는구나, 그래, 좋아. 어디 한 번 내 눈앞에서 걸리기만 해봐, 그때는 진짜 확.......
“그,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 주셨어요?”


그제야 본래의 목적이 기억난 듯 이두나가 잔소리 폭격을 멈췄다. 열세 번이나 전화가 온 걸 봐서는 예삿일이 아닐 것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지금보단 나을 거라고, 안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그래, 크리스마스에 못 온다는 소식 들었다.
“죄송해요, 직접 말씀드리려 했는데......”
- 일 때문이라더니, 사실이야?
“안 믿기시겠죠, 저도 그래요.”
- 얼버무리지 말고 똑바로 얘기 안 해?
“그, 저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준비도 그렇고, 그 다음에도 신경 쓸 일이 워낙 많아서요......”


마무리가 잘 되면, 새해에는 갈 수 있을 거예요. 안나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긴 침묵이었다. 어, 엄마? 조바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안나가 먼저 입을 뗐다.


“혹시 더 하실 말씀이라도......?”
- 왜, 찔리는 데라도 있어?
“아뇨, 그럴 리가요!”


상대방에게 보일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나가 고개를 있는 힘껏 저었다. 이두나는 콧김을 흥, 하고 뱉었다.


- 네 말이 맞다면, 내가 질 수도 있겠구나.
“지다뇨, ......설마 내기 하셨어요?”
- 일은 무슨, 웬 놈팽이랑 시시덕거리느라 못 온다는 쪽에 걸었지.
“저를 어떻게 보시는 거예요! 여튼 안 됐네요, 진 건 확실하니까!”
- 다시 말하지만, 만약 ‘네 말이 맞다면’ 말이야. 어쨌거나 아직은 모르는 일이란다.
“말해도 안 믿으실 거면 대체 왜 물어보셨어요! 됐어요, 지금도 일 해야 돼서 바쁘거든요?”
- 그래, 설정 상 그렇게 나오시겠지.


그럼, 크리스마스 때 보자꾸나. 그리고 통화가 끊겼다. 크리스마스? 안나는 마지막 말을 곱씹고 있었다. 새해랑 착각하신 거겠지? 잘못 말한 것이 분명하다며 스스로를 다독이고는 안나가 시선을 엘사로 옮겼다.


“죄송해요. 전화 이제 끝났어요.”
“지쳐 보이는데, 뭐라도 마실래요?”


안나의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안 돼, 취해서 또 사고 치면 어떡한담! 이젠 마땅히 합의할 껀덕지도 없는데! 그런 안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때마침 엘사가 덧붙였다.


“논알콜도 있어요.”
“......그러는 편이 좋겠네요.”


그럼 이 중에서 골라주세요. 엘사가 메뉴판의 한 구석을 가리켰다. 안나는 ‘카카오’란 글자를 보자마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주문했다. 그럴 줄 알았다며 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말해두겠지만, 초콜릿을 팁으로 받는 건 사양할게요.”
“가져오지도 않았거든요?”
“다행이네요. 이번에도 맛 평가를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하, 하. 안나는 카운터 밑으로 기어들어가 숨고 싶었다. 뭐라도 화제를 돌리고픈 맘에, 안나는 다른 쪽의 평가를 부탁하기로 했다.


“타르트는 어땠나요?”
“저도 걱정했지만 다행히 뭉개진 건 없었어요.”
“맛이 괜찮았냐는 뜻이었는데요.”


음....... 곤란한 질문에 엘사의 손이 갑자기 바빠졌다. 여기 있습니다. 갓 나온 칵테일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안나가 카운터를 두들겼다.


“설마 하나도 안 먹었어요? 한 입도?”
“저, 저는 먹을 생각이었어요.”
“아, 그러셔요. 그럼 하필 다음 순간 초콜릿을 싫어하는 다른 인격이 깨어났나 보죠?”
“아뇨, 콧수염......, 음, 다른 분이 제 것까지 드셨거든요.”
“저희 아빠가요?”
“멀리서 제 타르트를 뚫어져라 보시더라고요. 드시고 싶으신 것 같아서 양보했죠.”


물론 아그나르는 타르트가 아닌 엘사를 관망하고 있었다. 함부로 제 새끼를 쓰다듬은 인간을 경계하는 어미 고양이처럼. 어긋난 소식을 전해들은 안나는 밖에서도 줄줄 새는 아버지가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초콜릿에 눈이 멀어 남의 몫까지 손을 대다니! 안나가 이마를 짚었다.
 
“어떡해, 미안해라. 제가 다음에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요, 정말로.”
“참, 다들 반응이 어땠나요? 마켓에 내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들고 다니면서 먹기도 편하고.......”


그러자 올라프가 불쑥 끼어들었다. 다른 메뉴를 권해드리고 싶네요. 그가 있는 줄 모르고 있던 안나는 흠칫 놀라며 반문했다.


“왜요?”
“음식만 노리는 날강도가 출몰하걸랑요, 그것도 떼로.”
“뭐라구요? 신고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엘사는 갈매기에게 미란다 원칙을 읊는 경찰을 상상했다. 당신은 변호새를 선임할 수 있고.......


“그냥 갈매기 얘기하는 거예요.”
“너는 아직 당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이란 말이 나오는 거야.”
“빼앗겨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그 시점에서 값은 이미 치렀을 테고, 만약 씩씩한 손님이라면 다시 사러 올 수도 있겠죠. 매출이 두 배가 되겠네요.”
“손님 입에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도대체 홍보가 되겠냐고요.”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 직접 입에 쑤셔 넣기?”
“음료 말이에요, 음료!”


안나가 이를 앙 다문 채 외쳤다. 핫초콜릿 같은 거요! 올라프가 안나의 의견에 박수를 보냈다.


“좋네요, 액체 피해사례는 아직 보고된 적이 없거든요.”
“그럼 나는 핫 위스키로 할까?”
“그것도 좋지.”


뭐라고요? 안나가 벌떡 일어섰다. 엘사는 차분히 응수했다.


“그 쪽 따라하려고 제가 지어낸 거 아니에요. 못 믿겠으면 핫 토디라고 검색해 봐요.”
“누가 뭐래요, 아니, 우리 같이 하기로 했잖아요! 설마 각자 다른 메뉴를 하자는 얘기였어요?”
“그럼요, 제 소속은 이 곳이니까.”
“그럼 따로 일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죠! 우리가 1+1 행사라도 도입해서 모든 손님들이 한 손에는 칵테일, 다른 한 손에는 핫초콜릿을 들고 돌아다니지 않는 한!”
“걱정은 알겠어요, 하지만 좋은 점도 있을 거예요. 가령 제가 준비한 물량이 품절되면 손님이 그 쪽으로 몰린다든지......”
“지금 누구 약 올려요?”
  
잠깐, 잠깐. 보다 못한 올라프가 중재에 나섰다.


“엘사, 원래 그 레시피, 핫초콜릿으로도 만들 수 있잖아.”
“그렇긴 하지만...... 나는 여태 만든 적도, 마셔본 적도 없어.”
“그럼 지금 해보면 되겠네. 맛은 초콜릿 언니가 판단하고.”
“그래요, 그 쪽은 금주인지 뭔지 한다면서요.”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엘사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안나가 곧바로 이를 지적했다.


“자는 척 하지 마세요.”
“대체 저를 어떤 인간으로 보시는 거예요?”
“같이 하기로 서명해놓고 혼자서만 살 길 찾는 의리 없는 인간으로요.”


알았어, 만들면 되잖아...... 엘사의 눈꼬리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그 후 많은 우여곡절(ex. 엘사가 코코아 믹스 한 스푼에 뜨거운 물 한 주전자를 넣으려하자, 안나가 카운터를 단숨에 뛰어넘어 난입한 다음 선응징 후수습함)이 일어난 끝에, 안나의 손에 완성된 칵테일이 쥐어졌다. 안나는 호호 불고서 한 모금을 넘겼다. 으음.


“생각보다 술맛이 강하네요.”
“별로라는 뜻이죠? 그럼 각자 생각한 메뉴로 다시 흩어지기로 해요, 제발.”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싫다고 한 적 없어요.”
“그럼 정말 이걸로 결정하려고요?”
“저는 괜찮은데요.”
“저는 안 괜찮은데요.”
“뭐가요, 어떤 점이?”
“코코아를 만들 때마다 조금 전 일이 생각나서 괴로울 것 같아요.”


‘응징’을 떠올리며 엘사가 팔을 어루만졌다.


“핫초콜릿 부분은 제가 만들면 되죠.”
“대단히 비효율적이네요.”
“당연히 효율적이죠, 각자 분야에 집중하는 방법인데! 그 쪽에게 맡겼다가 이것도 결국 제가 반은 만들었잖아요!”
“이제 제대로 된 비율을 알았으니 저도 다시 시키면 잘 할 수 있어요!”
“그럼 하면 되겠네!”


앗, 이게 아닌데. 엘사는 올라프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친구야, 도와줘! 그러나 그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듯 절레절레 고개만 흔들었다.


“할 말 없죠? 그럼 이걸로 끝!”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문을 향해 직진하는 안나에게 엘사가 다급히 달라붙었다. 자, 잠깐만요, 사실 자신이 없어요! 안나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피어났다.


“제가 핫초콜릿을 맡아달란 소린가요?”
“네, 저는 코코아 하나도 제대로 만들 줄 모르는 바보인 게 분명해요.”
“안타깝네요, 그런데 저도 조건이 있답니다.”
“조건이라고요?”
“걱정 마세요, 저는 누구와는 다르게 하나뿐이니까요.”


게다가 상식적이기도 하죠. 과거를 떠올리자 안나의 눈초리가 다소 매섭게 변했다. 엘사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초콜릿 메뉴를 하나 추가하는 건 어때요?”
“초콜릿 칵테일에 초콜릿을 더? 우리가 나가는 곳이 발렌타인 마켓인 줄 알아요?”
“마음에 안 들어요?”
“그 쪽 말마따나 ‘같이’ 하자면서요, 누가 보면 제가 당신 보조인 줄 알겠네!”
“알았어, 알았어요. 그럼 대신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옜다, 선심이라도 베푸는 것처럼 안나가 말했다.


“똑같은 메뉴지만, 술이 들어가지 않은 것도 준비하자구요.”
“논알콜 버전 말이에요?”
“네, 알콜이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한 칵테일이죠.”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엘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생각해 봐요, 다양한 구경객이 오고갈 거란 말이에요. 이런 기회 다신 없습니다’ 멘트를 재생하는 쇼호스트와 비슷한 어조로 안나가 말했다.


분명 그럴싸한데....... 어딘지 모를 찜찜함에 엘사는 애꿎은 머리만 초조하게 쓸어 넘겼다. 안나가 혀를 찼다. 됐다, 갈매기가 물어가든 말든 초콜릿 타르트에 초콜릿 크루아상에 초콜릿 입힌 과일이나 팔기로 해요. 그러자 엘사가 즉각 손을 내저었다. 찬성, 논알콜 찬성!


“좋아, 그럼 메뉴는 이걸로 확정한 거예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 당일, 캐롤과 함께 “이건 그냥 핫초콜릿이잖아요!”라는 속아 넘어간 자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 후일담
 
“별로 자신은 없지만, 나름대로 긁어모아봤어.”


크리스토프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쪽지를 꺼냄과 동시에 뒷조사 성과보고회가 시작됐다.


“이 동네에 모습을 보인지는 1년쯤 되었는데, 그 전에 있던 일은 도통 얘기를 안 해주더래.”

“그렇겠지, 신비주의시니까.”

“대신 각종 추측이 난무하더라고. 그래서 초점을 거기에 맞춰봤지.”

“뭐?”


카더라만 모아왔단 소리야? 이미 망한 기운을 느낀 안나가 주섬주섬 빗자루를 챙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씨를 해석하느라 여념이 없던 그는 위기를 미처 감지할 수 없었다.  


“악질 스토커를 피해 도망 왔다는 것부터, 전부인과 이혼한 다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출발을 하러 왔다는 둥, 사실은 외국 귀족인데 자유를 찾아 이국으로 망명했다, 뒷세계와 연결된 사람이다, 여기에 반대로 타진할 기회를 노리는 비밀 요원이란 소문도 있고....... 아, 최근에는 판타지 요소가 대세래. 사실은 인간 세상을 구경하러 정령계로부터 빠져나왔다, 한때는 풍파에 휩쓸리던 뱀파이어였으나 백오십년 전의 싸움에서 큰 부상을 입고 한적한 소도시에서 요양 중......”


살기가 가까이 다가오자 헛소리맨의 입이 멈췄다. 그는 억울한 눈으로 의뢰인을 쳐다보았다. 


“하나도 거르지 말라고 그랬잖아.”



*



“요즘 기괴한 스노우 모빌이 안 보이던데. 그 사람 이름이 크리스티나였나, 어떻게 됐대요?”
“몰라요, 죽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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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는 마켓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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