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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29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16 21:27:50
조회 180 추천 16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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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분에 오류가 있어요 ㅜㅜㅜㅜㅜ

2지구는 '심판'부 입니다. 통제부가 아니예요!

안나가 살던 4지구에 있던게 통제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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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가 아팠다. 뒤통수가 얼얼했다. 온몸의 감각은 아직도 아득하게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 끝 하나조차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차가워... 


  훤히 드러나있는 내 손과 발에 얼음장 같은 바닥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독이라도 중독된 것처럼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여기는 어디지?


  얼음 동굴에라도 온 것처럼 차가운 공기와 눅눅한 곰팡내가 방 안에 한가득 진득하게 퍼져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천장뿐이었고, 그마저도 어두워서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끙...


  아무리 힘을 주어도 내 몸은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면서 안간힘을 써봐도 요지부동이자 나는 결국 포기하고 힘을 풀었다. 


  가만히 누워서 조금 있다 보니 몸의 감각이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기껏 해봐야 손 끝을 아주 살짝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지만, 아까에 비해선 훨씬 나았다. 


  조금만 더…!


  인상을 찌푸리고 안간힘을 써 보았다. 여전히 감각이 제대로 돌아온듯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간신히 주먹을 쥐고 풀 수 있었다. 


  끙, 제발…!


  곧 이어서 발 끝에도 감각이 돌아왔다. 그리고 팔과 다리에도 천천히 감각이 돌아왔다. 이제 조금이나마 바둥바둥거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나는 마치 허수아비처럼 쭉 뻗은 팔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어떻게든 일어나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나는 점차 무언가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 어…! 안돼!


  우당탕, 요란한 소리가 공허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아으, 머리야…  


  나는 머리에 난 작은 혹을 겨우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옆에 내가 굴러 떨어졌던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내가 저기에 누워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 여긴 어디지?


  나는 조심스럽게 방을 둘러보았다. 칙칙한 잿빛 벽지, 얼음만큼이나 차가울듯한 돌바닥, 그리고 문과 창문 하나 없이 작은 조명 빛에 의지해야 하는 이 공간. 내가 살던 방이랑 무척 비슷했다. 


  끙. 


  나는 침대를 지지대 삼아서 다시 일어나려 했다. 순간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버텨내고 일어섰다. 나는 고개를 숙여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팔과 다리가 맥락 없이 이리저리 후들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 약쟁이 같아. 


  휘청거리는 내 모습을 보니 문득 길거리를 방황하던 약쟁이들이 떠올랐다. 나는 마치 마약에라도 절어버린 것처럼 손과 발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그 약쟁이들처럼 말이었다. 


  “욱.”


  갑자기 헛구역질이 절로 나왔다. 당장이라도 목까지 차오른 이 토사물을 뱉어내고 싶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안돼, 정신 차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스스로 뺨을 때리려 했다. 하지만 너무 휘청거리는 탓에, 그리고 내 손마저 구분할 수 없었던 탓에 뺨에 닿기는커녕 허공만 이리저리 휘적이고 있었다. 몸은 마치 하늘 위를 나는 것처럼 나풀거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날갯짓을 하고 싶었다. 


  전등 불빛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방 안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할수록 내 정신도 점점 미쳐가는 것만 같았다. 


  “...? ……”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흐려지려 하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아가며 집중했다. 그 목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억센 손이 내 눈을, 그리고 양 팔을 붙잡았다. 뭐라도 저항해 보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나를 질질 끌고 어딘가로 데려갔다. 꽤나 먼 길을 따라 끌려오던 와중, 나는 양 옆에서 기괴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 어느 때는 비명에 찬 목소리가, 어느 때는 행복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이 나를 끌고 갈수록 내 정신은 조금씩 또렷해지고 있었다. 


  시체처럼 축 늘어진 채로 끌려가던 나는 문득 내 몸이 어느 의자 위에 앉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이어서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이 사라졌다. 하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눈을 떠 보려 하자, 정체불명의 사람들은 내 눈을 가리더니 곧 이어서 아예 눈가리개를 내게 씌웠다. 


  “...”


  나는 섣불리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어디인지 모를 이 공간 안에는 내 숨소리만이 홀로 들려오고 있었다. 


  어디선가 끔찍한 비명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또, 쾌락에 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들이 번갈아가면서 조용하던 이 공간을 간간히 채우고 있었다. 나는 두려움에 몸을 조금 움츠렸다. 


  탁! 


  나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어디선가 물건을 놓는 소리가, 그리고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각사각, 펜이 종이 위에서 춤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Anna Doe?”


  “... 네?”


  “맞는지 확인해 본 거예요. 이름 맞아요?”


  “... 네.”


  그 목소리는 다짜고짜 내 신상 정보를 묻기 시작했다. 나는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잠자코 대답했다. 여전히 팔이 잡혀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통제부에서 근무하고 있었군요? 십 년 즈음 되었고, 근무 평가… 사실 봐도 별 의미가 없긴 하지만, 뭐, 무난해 보이네요.”


  사각,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가족, 없음. 친구, 없음. 그나마 친하게 지내는 사람… 이것도 없음.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혼자가 좋아서?”


  “... 상처 받는 건 이제 지쳤어요.”


  잠시 정적이 일었다. 드르륵-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내게 질문하던 목소리는 폭소하면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이에요.”


  짝짝짝, 내 앞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내 눈은 여전히 가려져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안나 양?”


  “... 네?”


  방금 박수를 치며 폭소했던 사람이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내 전신의 감각이 솟아올라 있었다. 심장이 쿵쿵 뛰면서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우리는 안나 양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해요.”


  “제안…?”


  “듣기 싫거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손을 드세요. 그대로 밖으로 안내해 드릴 테니까요.”


  그 순간, 어디선가 끔찍한 비명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나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도 잠자코 있는 나를 지켜보던 그 사람은 가볍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좋아요! 아무 말도 없었으니 승낙한 것으로 생각할게요. 환영해요, 안나 양!”


  “대체 무엇을…?”


  그 사람은 아무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내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무어라 묻기도 전에 다시 내 몸이 허공에 들어 올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데리고 가.”


  예. 


  다른 목소리들이 들려오더니, 이내 내 몸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정신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58/81



스포일러를 원한다면? 링크에 들어가 보시지!
사실 자영업글임 헤헤. 나중에 나올 분량 미리 넣어놨엉
이제 연재도 후반부를 향해 달리고 있고, 엔딩도 슬슬 각이 잡혔고. 완결까지 열심히 써야겠지!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아니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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