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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28 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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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잔잔하게 부는 들판 위, 태양이 들판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위에 수놓인 풀잎이,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단풍이 잔잔한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 좋다.”


  그 사이로, 한 여인이 들판과 바람을 벗삼아 누워 있었다. 눈을 감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연을 만끽하는 그녀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따스한 햇살, 머리칼을 간지럽히는 산들바람, 향긋한 풀 내음. 이보다 더 편할 수가 있을까? 


  “하아…”


  행복이 가득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녀는 배 위에 얹어 두었던 팔을 내렸다. 그녀는 곧장 팔과 다리를 쭉 펼쳤다. 들판 위에 별 모양으로 누워 있는 모습이 된 그녀는 팔과 다리를 위아래로 휘저었다. 그녀의 옷이 풀잎에 비비게 되고, 사각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들판 위에 울려 퍼졌다. 


  바스락- 누군가가 그녀의 옆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소리에 반응조차 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왔어, 엘사?”


  안나는 발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뻗어있던 손을 살짝 들었다. 그러자 복슬복슬한 무언가가 그녀의 손바닥에 몸을 비볐다. 엘사가 털이 이렇게 많았었나? 흠칫 놀란 안나는 고개를 살짝 들고 실눈을 떴다. 


  꺄웅- 


  처음 보는 웬 하얀 여우가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친근했다. 안나는 곧바로 그 여우의 정체를 느낄 수 있었다. 피식-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제 언니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안나는 곧장 손을 뻗어, 여우의 모습을 한 엘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엘사?”


  여우는 배시시 웃으며 안나의 손길을 잠자코 느꼈다. 서로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 차올라 있었다. 


  “이리 와서 누워, 엘사.”


  안나는 비어있는 옆자리를 손으로 탁탁 치며 말했다. 여우는 안나의 옆으로 쫄랑쫄랑 걸어가더니 그녀의 팔에 얼굴을 얹고 그녀의 옆구리에 똬리를 틀었다. 


  이건 또 처음이네.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 차올랐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고 나서, 엘사가 자신에게 전보다 더욱 달라붙기는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엘사는 유난히 더 찰싹 붙어 있었다. 마치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달라붙어서는 떨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안 불편해, 엘사?”


  안나의 물음에 엘사는 자신의 여우 얼굴을 그녀의 팔에 잔뜩 비볐다. 


  “이렇게 보니까 여우 모습도 참… 귀엽네.”


  안나는 엘사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자 여우는 입을 헤벌쭉 벌렸다. 


  “근데 역시 사람 모습이 제일 나은 것 같아.”


  안나는 그 말과 함께 눈을 깜빡였다. 여우가 있던 자리에는 어느새 탐스러운 백금발을 가진 여인이 싱긋 웃으며 누워 있었다. 


  “진짜, 안나?”


  “사람 모습일 때 안아 주기가 제일 편한걸.”


  안나는 엘사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엘사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조금만 잘못했다가는 서로의 얼굴을 부딪힐 정도의 거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안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엘사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었다. 


  “오, 엘사…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아, 아냐, 아냐…! 나는 괜찮아, 안나!”


  너 때문이라고는 절대 말 못 해…! 


  엘사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게 타올랐다. 안나는 화끈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작게 킬킬 웃었다. 


  “얼음 여왕님이 이렇게 뜨거워서야 되겠어?”


  안나는 엘사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쪽- 그러자 엘사의 얼굴은 더 붉어질 수가 있을지 걱정될 정도로 타올랐다. 해가 하늘에도 있고, 여기에도 있네- 안나는 생각했다. 


  “고마워, 엘사.”


  “어… 어?”


  엘사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어리바리하게 말을 더듬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엘사가 녹아내린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넘어뜨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안나는 반쯤은 장난스러운, 그리고 나머지 반은 진심을 담은 웃음을 보였다. 


  “나와 함께 있어줘서. 그리고, 나와 함께 살아줘서.”


  “... 나도, 안나.”


  엘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한번 숙였다가 들었다. 그러다 문득 엘사는 뭐라도 말하고 싶은 것이 생겼는지, 다시 입을 작게 열었다. 


  “... 안나.”


  “응?”


  “후회하지 않아?”


  “뭘?”


  “... 아니야.”


  엘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엘사와 안나는 어느새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저물 때까지, 그리고 달이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엘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 안나.”


  “응.”


  그리고 모든 것이 잠이 들 무렵이 되어서야 엘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까지도 그들은 들판 위에 누워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회하지 않아?”


  “응.”


  엘사는 같은 질문을 안나에게 다시 했다. 무엇을 후회하냐고 묻고 있는 걸까, 그 말이 나오기도 전에 안나는 대답했다. 


  “... 안나, 나 아직-”


  “후회 안 해.”


  안나에게 주저라고는 한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 무엇도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 


  “...”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덕분에 언니랑 이렇게 영원히 지낼 수 있잖아. 그거면 됐어. 다른 사람들? 알 게 뭐야. 우리가 지내던 시대는 끝났어. 저 멀리서 뭘 하던, 그건 그들의 시대일 뿐이야. 우리는 여기에서, 우리만의 시대를 열어 가면 돼.”


  안나는 엘사를 다시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쿵, 쿵- 엘사의 심장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그녀의 기분도 점점 불타오르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안나는 속으로 결심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어. 하루도, 한 시간도, 일분도, 일초도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언니의 온기, 언니의 향기, 언니의 모든 것을 평생 가지고 싶어.”


  “...”


  “언니 곁에만 있게 되면 아무런 한숨도, 아무런 걱정도 존재하질 않아. 그래. 마치… 집에 온 것처럼.”


  “... 예전 아렌델이 그립지는 않아? 부모님이랑 함께 살던, 그때 그 시절이?”


  “...”


  엘사의 물음을 들은 안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결국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 자신에겐 엘사만이 유일한 가족이었다. 


  “... 어머니, 아버지도 잘 지내고 계실 거야. 지금 난 언니만 있으면 돼. 언니가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내 집이야. 내가 지내고, 내가 있어야 하는 곳.”


  “안나…”


  “그러니 엘사, 언니, ...”


  안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뱉었다. 까마득한 시간 동안 참아 왔던 말이었다. 마침내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 사랑해.”


  “나도, 안나…!”


  엘사는 안나에게 와락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부숴버릴 것처럼 꽈악 안았다. 하늘도 그들을 축복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들을 다른 이에게 숨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장막을 펼쳤다. 하늘이 깨어나고, 자매가 서로의 마음을 진정 다시 깨달은 날이었다.




76/81




이 노래 들으면서 썼엉. 한번 들어봐! '


프2 보면서, 그리고 삭제곡 들으면서 집이라는 의미를 진짜 엄청 어어어어엄청 생각하게 되더라. 

집... 아렌델이, 아토할란이 진짜 집처럼 느껴진걸까?

글쎄, 결국 둘이 같이 있는 곳이 그들의 집이 되지 않을까? 헿

아무튼!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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