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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두 명이 테라스에 다다르고 나서야, 안나는 제인이 다시 숨을 쉬는 것이 느껴졌다. 레스토랑의 창을 통해 들여다보니, 알이 한스와 그의 빠순이들이 물러난 뒷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제인의 시선은 찌르는 듯했고, 주변 공기가 찌릿찌릿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알라딘보다도 위협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A! 너 어쩜 그럴 수—"
“화내는 건 나중에 얼마든지 해줘, 그 인간 전화기에 찾은 거 있어?”
제인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처음 일을 같이 했을 때처럼 무미건조한 무표정이었다. 안나는 그들이 함께 멀리까지 온 것에 너무나도 몰입했던 나머지, 기억이나 유령 하나에 한순간에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여기 이렇게 그녀는 불안정한 현재임에도 확고한 미래를 꿈꾸며, 명령을 내리고 입을 놀리고 있었다. 그리고 제인이 눈앞에서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금발은 자신의 물건을 움켜잡고 있었고 얼굴엔 감정이 사라져 있었다. 최근에야 겨우 깊은 감정에 익숙해졌던 제인은 다시 텅 빈 타불라 라사(tabula rasa; 백지상태의 철학용어)로 돌아왔다. 그것은 감정의 후퇴, 형편없는 순간이동이었고 성장의 위축됨이었다.
“그는 한스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어.” 제인은 무표정인 채 말했다. “입찰 전쟁의 구매자는 알이었어. 도박판 계약서를 따내, 그의 회사가 B4의 도박장 운영을 맡게 될거야. 이 자리는 그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인거지.”
“정말?” 안나가 물었다. “그는 자기가 가진 석유산업을…도박사업이랑 맞바꾼다고? 실체도 없는 도박판이랑?”
“그런 것 같아,’ 제인이 이어서 말했다. “내 생각엔 그는 B4가 개소리라는 건 모르는 것 같아. 여기 메시지들을 읽어봐.”
제인은 전화기를 넘겼고, 안나는 엘리시움의 창틀에 기대 문자를 읽어 내려갔다.
한스와 그의 동료들은 그녀의 모든 걸 망쳐왔다. 거기에 알과 그의 망할 뻔뻔함이란. 마침 큰 승리를 거두었겠다, 제인과의 일도 맘대로 좌지우지하고 싶었던 걸테지.
혐오스럽다.
한스처럼.
“문자만 보면 무슨 부랄친구 같아보이네.” 안나는 감상을 내놓았다. “스트리퍼, 클러빙, 술자리, 한스가 비행기 제대로 태워주고 있네. 고품질의 코카인에 다른 것들도 주선해준다고 하네.”
“입찰 전쟁에 이겼다는 이유로? 알은 도둑으로선 그럭저럭이지만, 시저스 팰리스나 카지노 산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입찰을 따낼 수 있을 정도라곤 생각되지 않아. 그는…얄팍해.” 제인이 말했다. “재원이 많지 않지.”
“하라의 게이밍 회사가 제일 먼저 시저를 소유했었지. 예전 2010년에는 거의 90억이나 들여왔을 정도야, 하지만 원유, 그것도 사우디 원유라면…”
안나는 눈 앞의 화면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손을 제 입 위로 가져가 쉿소리를 내었다.
“시발, 그는 진짜 암것도 모르는 것 같아.” 안나가 말했다. “이 연극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면 병신인데.”
“누군데? 한스?”
“네가 아까 얘기했듯이, 알은 이게 개소리인 거 진짜 모르는 것 같아. B4가 무슨 뜻인지 좆도 모르겠지만…이 계획은 완전 사기야. 한스는 그를 알고, 언변도 뛰어나지. 위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쉽지. 내가 만약 한스랑 문자를 주고 받는다면 저런 식으로 그랑 주고 받았을거야. 알은 심지어 그의 진짜 이름까지 알고 있어!” 안나는 스크롤을 내리며 탄식했다. “한스는 알을 알고 속여먹고 있어. 그리고 아까 알이 얘기한 거 있잖아, 주어진 기회는 잡는다는 거? 한스가 내게 가르쳐준거야. 알도 그를 알고, 아니면 적어도 가족들도 알고 있겠지…넌 알도 이 업계에서 일한다고 했지? 그렇다면 내 생각에 한스는…”
연결고리가 너무 많다. 우연이라고 하기면 연결이 너무 많았다.
“한스는 세인트존 섬에서 우리에게 했던 짓이랑 같은 짓을 알에게 하고 있어,” 안나는 설명했다. “뒤통수를 치는거지. 알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이해가 안돼,” 제인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 그녀의 입술은 꾹 닫혀 있었고 이마에 인상이 지어졌다.
“그게 아니면 왜 입찰전쟁이 있었겠어?” 안나는 주장했다. “만약 한스와 알이 진짜로 도박 벤처를 일으킬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알이랑 계약을 했겠지. 그 대신에 한스는 입찰 경쟁을 조성해서 가격을 올려놓을대로 올렸어. 알이 자기가 가진 사우브 원유 매장을 담보로 내놓게끔 말이야. 맨해튼의 WGT 사무실에서도 관련 파일이 있었구 말이지.”
“대체 무엇 때문에?!” 제인은 거칠게 말했다. 물음에는 목소리 보다 숨이 가득했다.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양 손은 다시 복부를 감아돈다. 안나는 금발 소녀의 안에서 불안감이 커져가는 것이 보였다. 긴장에 긴장이 더해간다. “그리고 알이 WGT랑 무슨 상관이야? 너도, 나도, 이 모든 거랑 무슨 상관이야?”
“기름?” 안나의 손이 목 뒤로 옮겨져, 그녀는 팽팽하게 긴장된 승모근에 엄지를 박아넣었다. 앞으로 제인의 몸에 할 짓궂은 일들을 생각하면서 마사지를 받고 있었던 게 불과 수시간 전이었을까? 이제 그녀는 사우디와의 유전 계약, 포커게임과 테크 대기업에 깊게 관여하고 있었다.
“한스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물자 중 하나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어. 그는 수십년 동안 벌어먹겠지. 정보를 더 캐내기 위해선 게임에 참여하는 수밖에 없어.” 안나가 말했다.
“A, 난 포커를 제대로 치는 방법을 몰라. 전략도, 기술도 없어.”
“패를 볼 줄은 알잖아, 그치?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도 않을 수 있고. 게다가 문자를 봤을 때, 이건 드로우 포커가 아니라 텍사스홀뎀이야. 그냥 적당히 돈을 걸고 질문을 던지면 돼. 한스는 그 자리에 없을테니까.”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제인이 되물었다. “게다가 난 이기지 못할거야. 그들은 블러프라는 걸 금방 눈치챌거라구.”
“이기든 지든 괜찮아! 정보를 얻어낸다, 그게 네 미션이야. 넌 구체적인 지시에는 잘 대응하잖아. 게다가 한스는 그 자리에 없을거라구. 그가 언급한 인원 수랑 저 무리의 인원 수를 비교해봤어. 알이 저 테이블에 않으면 한 사람이 더 많은 꼴이 되어 버려.”
“그가 플레이하지 않는다고 방에 구경꾼으로 참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 제인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는 머물지 않을거야. 그의 가장 큰 후원자를 위해 계획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안나는 손 안에 든 휴대폰을 흔들며 주장했다. “원유…도박이라면 세계적으로 연 100억 정도는 나올거고, 원유라면 그것의 세 배는 되겠지. 한스는 사기치고 있는거고, 알은 병신호구새끼지.”
제인의 양 어깨가 떨구어지는 것을 보면서, 안나는 자기 논리에 제인이 꺾이는 것이 보였다.
“그는 돈을 원했지, 맞아, 근데 거기에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을거야,” 제인이 동의하듯 중얼거렸다. “말이 돼. 알은…도박 산업이 그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왔을지 예상이 가.” 제인은 눈을 감고, 끌어안는 손을 폈다. “그래도, 한스가 자기를 속여먹고 있다는 걸 알이 눈치채지 못한 이상 우리가 필요한 정보는 없어 낼 수 없을 거야. 그가 B4가 위장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면, 우린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있는 거라구.”
“내가 얘기하고 있는 정보는 그게 아니라는 걸 너도 잘 알잖아,” 안나의 음성은 나지막했고, 근저에는 비난의 기색이 담겨있었다.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뒤로하고 대신에 알이 애초에 어떻게 한스를 만나게 되었는지 알아야해.”
“넌 내가 무슨 말을 하길 바래?!” 제인이 떨며 엘리시움의 창가에 털썩 몸을 기댔다. “내가 말하라고, 난 못해,” 그녀는 훌쩍였다. “그가 날 망가뜨렸어.”
“넌 네가 누군지 알고 싶댔지?” 의도한 것보다 쌀쌀맞게 안나가 말했다. “이제 일어나서 알아내야지. 그는 컴퓨터가 아냐. 그는 해킹할 수 없어. 자기최면을 걸어 자신만만하게 그에게 맞서서 말하라고 명령해. 알은 한스를 알고, 그리고 알은 몇 년 전부터 너를 알고 있었어. 한스가 너와 엮인 지가 이제 2년 정도 되었나? 그건 우연이 아니야. 그 무엇도 우연이 아니야. 내 파일, 네 정보, 우르술라, 한스, 프롤로, 알 그리고 위젠텍. 점점 규모가 너 자신보다도 커지고 있지, 그래도 내 말 좀 들어봐, 제인—”
안나는 그녀를 제 앞으로 이끌어 양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세인트존섬의 탈의실에서 내가 뭐라고 했어?” 안나는 물었다. “턱을 올려,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마.”
올라간 제인의 시선에는 젖은 번개가 담겨 있었다.
“이건 네 인생이야, 네 빌어먹을 인생이라구, 제인. 왜 이 모든 좆 같은 일이 너한테 일어나는지 알고 싶지? 가서 존나 알아보란 말이야. 널 위해서 내가 대신 할 수 없고, 너도 네 힘 뒤에서 숨을 수 없어. 겁 먹지마. 도망가지마. 그리고 가서 해결해. 난 널 믿어. 난 네가 할 수 있을 거라고…신뢰하고 있지만, 이번엔 널 도와줄 수 없어. 나는 네게 자유를 맡기는 거야. 넌 가서 네 두려움이랑 싸워야 해.”
그리고 큐사인이라도 받았다는 듯이 안나는 엘리시움에서 한스가 뒷방에서 나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그녀는 제인을 건물 옆으로 잡아끌어 벽에 고정했다. 모퉁이를 통해 살금살금 들여다보니, 한스는 인도를 따라 내려가 리조트의 중앙 로비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걸음걸이는 정상적이라기엔 너무 빨랐다.
그가 알아.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그가 알고 있어.
“그럴 줄 알았어,” 안나가 속삭였다.
“뭐가?” 제인이 물었다.
“처음부터 그 그룹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어. 저길 봐! 말한대로 한스는 게임에 참가하지 않아. 넌 저기에 잠입해야 돼.”
“A, 난 못해. 제발 하라고 하지마. 난 충분히 강하지 않아,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아. 그냥 떠나자—”
“안돼. 여기서 그만두면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될거야. 이 순간을 돌아보며, 자기자신에 대해 알 기회를 놓쳤다면서 평생 두고두고 후회할거야. 맨해튼에서 잠입했을 때 네가 말했잖아, 그저 어떤 것을 원했을 뿐이라고. 그게 무엇이든 간에.” 안나는 심호흡을 한 뒤, 말 하는 속도를 늦추며 어조를 조금 부드럽게 했다. “넌 그 한가지 정보를, 혼자 간직할 수 있는 것을 원하고 있지. 자 이제 그걸 찾으러 갈 때야.”
안나가 구석에서 주변을 살필 즈음에는 제인이 항변하기 시작했다. 한스는 시저스 팰리스 로비 앞의 회전문 앞에 이르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인파 속에서 그를 놓치게 될 것 같았다.
“그 말 취소할게, A, 알고 싶지 않아,” 제인은 작게 울먹였다.
“제인, 알고 싶잖아,” 안나는 최대한의 연민을 담아 말했다.
“아니! 내 얘기 들어워. 그렇게까지는 원하지 않았어. 난 그만큼—난 너 같지 않아. 난 용감하지 않아. 지금 가서 끄집어낸다고 해서 자유로워지진 않아.”
“제인, 넌 두려운 거야. 그치만 원했던 거잖아. 그렇다는 걸 알아. 네 정체가…모든 결정을 내리는 원동력이었잖아. 스스로에게 거짓말은 그만둬.”
“아니야. 널 원해, A, 너만 있어주면 돼.”
“난 네 곁에 있잖아, 그런데 이것도 필요한 거잖아. 안다구.”
“A—”
“가, 하면 돼. 널 믿어, 사랑해, 그치만 난 한스 뒤를 밟아야 돼. 그는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걸 알아. 그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게 보이잖아.” 안나는 모퉁이에서 다시 둘러보며 말했다. 한스는 고맙게도 바깥에서 멈춰 서서 전화기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렛나룻이 늑대의 곤두 선 털처럼 헝클어져 있었다.
다행이다.
“알이 그에게 얘기했어, 제인, 분명 그가 얘기했을 거야. 서로 아는 사이고, 나 그리고 너도 알고 있지…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 버렸어,” 연결고리의 무게가 제인의 두려움을 털어내길 기도하며 안나는 말했다. “한스를 쫓는 걸로 널 돕고 싶어. 너만 역할을 해준다면 우리 둘이서 해결할 수 있을 거야,”
“A, 부탁해, 상황이 더 나빠질 뿐이야—”
“당황하지마, 이제 가,” 파라다이스의 변두리, 엘리시움의 모퉁이 뒷편에서 안나는 그녀를 키스했다. “우린 곧 알게될 거야. 모든 걸 알아내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거야. 너랑 나. 함께라면 같이 맞설 수 있어. 이제 출발해야 해, 당장.”
“난 못해!” 제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할 수 있고 말고. 난 네가 할 수 있다고 믿어.”
안나는 한스를 쫓아 달려나갔다. 그녀는 제인이 건물벽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것을 보지 못했고 거리의 가로등이 깜빡이다가 죽어간 것을 보지 못했으며, 제인이 숨을 들이키며 레스토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금발머리 소녀가 바에서 샷 두 잔을 주문하는 것을 보지 못했고, 없는 용기를 찾기 위해 자연스럽게 (딱 한번) 잔을 비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제인이 비틀거리며 포커게임이 시작되는 방문을 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안나는 앞으로 펼쳐질 장미빛 미래를 고집스럽게 꿈꾸며 한스를 쫓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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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하지만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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