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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40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02 22: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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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는 다 되었니?”


  “네, 이제 가면 될 것 같아요.”


  엘사는 옷에 묻은 돌 부스러기와 먼지를 털어 내며 대답했다. 엘사는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그 사실을 확신한 이두나는 다시 방긋 웃으며 엘사의 손을 잡았다. 


  “가자꾸나.”


  이두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엘사의 손을 잡고 앞장섰다. 그녀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엘사에게 안도를 주었다. 등에 매달린 가방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쿵, 쿵, 쿵, 쿵.


  벽에 난 커다란 구멍 뒤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소리가 알 수 없는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심장 소리를 듣는 것만 같았다. 저 뒤에 거대한 거인이라도 살고 있는 것일까? 


  엘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마른침을 삼켰다. 다리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자신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 것만 같았다. 그래, 마치 아토할란과 센트니세의 경계에 도달했을 때. 아토할란 아주 깊은 곳, 센트니세로 들어가는 거울 앞에 섰을 때와 같았다. 


  후우.


  엘사는 다시 한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안나에게 돌아가기 위해서, 결국 가야 하는 곳이었다. 


  “... 가요, 어머니.”


  “...”


  “... 어머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아야!


  손에서 이상한 통증이 느껴졌다. 내려다보니, 자신의 어머니가 손에 힘을 꽉 주고 풀지를 않고 있었다. 손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였다. 


  “아, 아. 미안하구나.”


  이두나는 엘사의 고통에 찬 작은 신음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힘을 풀었다. 엘사는 자유가 된 손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조금씩 주무르고 나서야 손에 피가 통하기 시작했다. 


  “... 괜찮니?”


  “네, 괜찮아요.”


  이두나는 잠시 엘사의 손을 어루만졌다. 통증이 순식간에 멎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짧은 시간에 낫을 통증은 아니었다. 엘사는 이 괴리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쿵, 쿵, 쿵, 쿵.


  그때, 벽 너머의 그 소리가 엘사와 이두나를 유혹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울렸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유혹하고 있었다. 엘사와 이두나는 각자의 상념을 떨쳐 내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엘사와 이두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둘은 다시 손을 잡았다. 


  어머니와 함께라면,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이두나는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엘사는 어머니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쿵쿵, 쿵쿵, 쿵쿵, 쿵쿵.


  소리가 점차 가빠지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소리의 주인은 우리의 방문을 기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천천히 가렴, 엘사.”


  이두나는 빨라지려고 하는 엘사의 발걸음을 저지했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져 있었다. 엘사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소리… 우리를 유혹하고 있구나. 현혹되지 않도록 조심하렴.”


  쿵쿵쿵쿵.


  소리는 더욱 격렬하게 울리고 있었다. 멍하니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달릴 것만 같았다. 엘사는 손을 들어 한쪽 귀를 막았다. 그럼에도 소리는 손을 뚫고 고막을 강타했다. 귀가 멀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엘사는 꾸역꾸역 한쪽 손으로 귀를 막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면서 걸음이 느려진 탓일까, 앞을 나아가던 이두나는 갑자기 느려진 엘사를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뒤를 돌았다. 


  “오, 이런… 괜찮니?”


  이두나는 뒤늦게 엘사의 상태를 보고선 다가갔다. 


  어머니는 어떻게 멀쩡하신 거지?


  “잠시, 이리 오렴.”


  이두나는 엘사를 품에 끌어안고 그녀의 귀에 손을 얹었다. 따스한 기운이 엘사의 귀를 감쌌다. 뭘 하려고 이러시는 걸까? 엘사는 이두나의 품에 안긴 채 생각했다. 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읏차, 다 됐단다.”


  “... 네?”


  “어때, 조금 낫지 않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두나는 엘사를 풀어주었다. 엘사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이두나를 바라보았다. 


  “소리 말이란다.”


  “아?”


  쿵, 쿵, 쿵, 쿵.


  여전히 들리긴 했지만, 이전보다 그 크기가 줄어들어 있었다. 더 이상 귀가 아플 정도로 들리지는 않았다. 


  “어떻게…?”


  “비밀이란다, 훗.”


  이두나는 가볍게 웃고는 엘사의 말을 흘려 넘겼다.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하지만… 익숙한데.


  엘사는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귓가에서 특이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힘과 비슷한, 그러나 더욱 강렬한 기운이었다. 마치 정제되지 않은, 원초적인 기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설마, 어머니도?


  엘사는 마른침을 삼켰다. 아직 섣불리 결론 내리기엔 일렀다. 


  … 언젠간 말해 주시겠지.


  쿵, 쿵, 쿵, 쿵.


  저 멀리, 소리가 들려오던 방향에 작은 빛이 보였다. 엘사는 머리를 흔들어서 생각을 털어내었다. 그리고 다시 이두나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혹시 이해 안 가는 부분 있으면 물어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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