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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응… 난해한데. 해석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어.”

  “피실험체의 상태는?”

  “불안정하지만, 버틸 수는 있어 보입니다.”

  “그럼 됐어.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맙소사…”

  연구원들은 기계의 화면에 떠오른 무언가를 보고 심각해져 있었다. 나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내가 안중에도 없이 측정 결과만 바라보고 있었다. 

  “헉, 헉, 헉…”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이 없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내 머릿속에 속속들이 박혔다. 

  “해석 완료되었습니다!”

  “오, 결과는?”

  “바뀐 것이 맞습니다! 자세한 것은 세부 실험을 해봐야 알겠지만, 더… 파장이 과격해졌습니다.”

  그 연구원의 눈 앞 허공에 표가 나타났다. 누가 봐도 그래프가 급격하게 상승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맙소사.”

  "파장이 변하다니!"

  한 연구원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옆에 있던 연구원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모두가 경악하고 있었다. 

  “너는 어서 가이드 스캔 시작하고, 넌 빨리 실험체 데이터베이스 스캔해봐!”

  “네, 넵!”

  또 다른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불쾌한 저주파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수, 수석 연구원님! 데이터베이스 스캔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결과는! 아니, 내가 직접 보지. 비켜봐.”

  그는 기계에 다가가 화면에 떠오른 글자를 응시했다. 그러나 어딘가 잘못되었는지, 화가 난듯한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저, 무슨 일이라도…?”

  분위기를 읽지 못한 어느 연구원이 수석 연구원에게 물었다. 퍽, 수석 연구원은 그 연구원에게 분을 풀기 시작했다. 

  때마침 나는 연구원들 사이에 난 틈으로 화면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흐릿했지만, 그 화면에 떠 있는 글을 읽기엔 충분했다. 

  파장 일치율 조회 결과 (1건 조회됨)

  1. Elsa (37%) (권한 부족, 상세 조회 불가능)

  Page 1 of 1

  권한 부족?

  익숙한 단어였다. 어디서 보았던 말이었지?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고, 곧바로 기억을 떠올렸다. 

   * 이름: 엘사, 나이 미상 (20대 초반으로 추정.)

   * 제국 데이터베이스에서 조회 불가. 더 높은 권한을 필요로 함.

   * 모든 정보에 제약이 걸려 있음. 

   * 실험체 데이터베이스에서 조회 성- [검열됨. 처리자: 아를린 올라프 에젤]

* 이외 없음.

  내 서류!

  분명 내 신상에 저런 말이 있었다. 엘사의 모든 정보에 제약이 걸려 있었고, 그 정보를 조회하기 위해선 더욱 높은 권한이 필요하다고. 그 모든 것을 황제가 검열했다고 적혀 있었다. 

  황제가 왜?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황제가 무슨 연관이 있길래 저렇게 엘사의 정보를 숨기는 것일까? 황제가 엘사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것일까?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 아니야.

  엘사는 내게 분명 황궁은 안전한 곳이라고 말해 주었었다. 어쩌면 황제가 엘사를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아직 무언가를 판단하기에는 섣불렀다. 

  잠깐만.

  그때, 무언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올라프?

  황제의 이름, 그 가운데에 올라프의 이름이 있었다. 

  설마 올라프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나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올라프가 황제라니, 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생각인가. 

  “대체 누가 제한을 걸어둔 거야! 이 실험체 어디 있는지 몰라?”

  수석 연구원이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의 주변에 모인 다른 연구원들이 쩔쩔매며 대답했다. 

  “그, 그게… 행방을 알 수가…”

  “빨리 찾아! 쯧.”

  말단 연구원들이 후다닥 방을 나갔다. 이제 방 안에 남은 자들은 전부 직위가 어느 정도 되는 연구원들 뿐이었다. 

  “이 실험체 기억하는 사람도 없어?”

  나는 의자에 기대어 기절한 척을 했다. 그러면서 귀는 그를 향해 쫑긋 기울였다. 

  “저… 제가 몇 번 본 적 있습니다.”

  “오! 그래? 무슨 능력인지 아나?”

  연구원은 우물쭈물하면서 답을 하지 못했다. 수석 연구원이 그의 종아리를 발로 찼다. 

  “아악!”

  “빨리 말 안 해?!”

  “그, 그게… 저도 인사만 한 게 전부여서 몰라요!”

  “뭐? 그걸 말이라고 해!”

  “아아악!”

  수석 연구원이 다시 한번 그를 걷어찼다. 연구원이 바닥에 쓰러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망할, 제국의 연구원이란 새끼들이 이래? 도움되는 게 하나도 없어!”

  방 안에는 쓰러진 연구원의 신음 소리만이 유일하게 들렸다. 다른 연구원들은 수석 연구원의 눈치를 보기만 하고 있었다. 

  “뭐해! 빨리 이 파장으로 실험 안 해보고!”

  그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연구원들이 순식간에 흩어지더니, 각자 다시 기계를 만지기 시작했다. 방 안에는 다시 불쾌한 기계 소리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