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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80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28 00: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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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입니다.”


  설명은 어느새 끝나 있었다. 연구원의 설명이 끝나자, 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동안 가만히 있었다. 옆에 서있는 연구원이 오들오들 떠는 소리가 캐비닛 안까지 들려 올 정도로 조용했다. 


  째깍째깍, 시계가 의미 없이 초침을 흘리고 있었다. 꽤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황제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연구소 안은 죽음과도 같은 정적이 흘렀다. 캐비닛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나에게까지 가시밭길 위를 걷는듯한 살벌함이 느껴졌다. 


  ‘... 추워.’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져서 몸을 움츠렸다. 입에서 차가운 입김이 나올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잠시 멍하게 시간을 보내다 깜짝 놀라서 손을 힐끗 내려다보았다. 


  ‘말도 안 돼.’


  엄지와 검지 사이에 조그마한 얼음 알갱이들이 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이 축축해졌다. 그 말인즉슨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추위는 현실이라는 의미였다. 


  ‘엘사? 아니, 아니야.’


  얼음, 그 단어를 떠올리자 곧바로 엘사가 떠올랐다. 하지만 곧바로 부정했다. 단칼에 연구원의 팔을 베어 버리는, 감정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황제의 모습은 엘사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지금 황제에게선 무척이나 불쾌한 기운이 느껴졌다. 구역질 나고, 메스껍고, 속이 울렁거렸다. 황제는 엘사가 아니라고 나는 단언할 수 있었다. 


  … 당장은 말이었다. 


  ‘이상해, 분명 익숙한데…’


  분명히 느껴 봤었던 기운이었다. 그러나 어디서 느꼈던 기억인지 떠올려 보려 해도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 그러면 대체 황제는 누구지?’


  정작 예전에 황제를 만나면서 느꼈던 기운이랑도 달랐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도 황제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긴장하면서 쌔액쌔액 내쉬는 숨소리가 고요하던 방 안을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있었다. 


  바로 그때, 황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폐쇄해.”


  황제의 말 한마디가 방 안의 모두에게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연구소를 폐쇄하라니, 그 누구도 섣불리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었다. 


  “...”


  “...”


  그러나 황제의 말에 토를 달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폐하, 지금 잘못 들은 게 아닌…?”


  자신의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말이었다. 


  “...!”


  싸늘히 식어버린 한 구의 시체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연구원들이 일제히 기겁했다. 


  “더 이상의 연구는 필요 없다. 진행 중이던, 혹은 계획했던 실험들을 비롯한 모든 기록물들은 폐기하도록.”


  쾅. 황제는 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고 연구소를 나갔다. 황제가 나간 뒤에도 연구원들은 한동안 굳어 있었다. 


  “...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한 연구원이 오랜 정적을 깨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만 또 시작이야. 이제 20년 남짓 됐었지? 황제가 세상에 관심을 잃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고작 20년 만에 다시 날뛰다니…”


  “... 말조심해. 어차피 생각해 봐야 의미도 없어. 폐하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면 될 뿐이야.”


  “빨리 처리반 불러서 소각하자.”


  연구원들은 구시렁대면서 기계들을 모조리 끄고 연구소를 나갔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희미해져 갈 즈음, 나는 캐비닛에서 나와 연구소 안을 살폈다. 


  “... 얼음.”


  기계와 벽은 온통 서리로 뒤덮여 있었다. 숨을 쉬자 입김이 새하얗게 피어올랐다. 어쩌면 이 입김이 얼어붙어서 그대로 뚝 떨어져 내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추웠다. 


  ‘돌아가자.’


  하루빨리 바삐 움직여야 했다. 연구원들은 여기에 곧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처리반, 무엇을 처리하는지는 몰라도 이곳에 더 있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그때, 바닥에 쓰러진 시체에서 무언가가 붉게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깜짝 놀라면서 시체를 다시 바라보았다. 잘못 본 것인지 시체는 아무런 특이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 잠깐, 사람은 죽을 수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곧 고개를 저었다. 황제라면 다른 어떤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잘못 본거겠지.’


  나는 시체를 두고 급하게 연구소를 나왔다. 내 손에는 여전히 데이터베이스 탐색기가 들려 있는 채였다.









암튼 뭔가 이상함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잘 봤다는 댓글 하나씩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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