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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위크] Feel the summer 7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05 17:41:43
조회 260 추천 1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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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에서 받은 표지! 







"엘사! 엘사! 에이전시에서 연락이에요! 한 번 더 전화 받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날거 같다고요! 엘---"


내 집은 이중으로 되어 있다.

하나는 평범히 상상할 수 있는 집.

하나는 그 안쪽에 커다란 방음시설로 격리된 연습공간.

외부와 절단되는 이곳에서는 호출기로 나를 부른다.

그리고 나는 시끄러운 크리스토프의 호출을 꺼버렸다.


모교 방문에서 돌아온 직후 Ann의 노래를 듣는중이다.

하나도 빠짐 없이.

약 2년전부터 드문드문 올렸던 업로드 곡을 듣는다.

빠짐 없이 기억하는 것들.


기억에 남은 가사집의 첫마디.

또 쑥쓰러워서 그만 멈추는 안나의 마지막 곡.

우리 음악과 반에서 안나가 기타를 치는 모습.

그걸 지켜보면서 턱을 괴고 있던 나와.

창문 틈새로 부는 여름날의 따스한 바람까지.


학교에서 돌아온 이후로 다시금 그 감정이 채워진다.

기억에만 남은 좋은것들로.

별거 아닌 18살짜리 여자애.

조금 불량스럽고 반항적이었다.

그런데도 음악에 기묘한 재능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나도 안나에게 음악을 알려줬었다.


나는 가사들을 하나 하나 읊조렸다.

내가 봤었던 그게 맞아.

그리고 이건 너와 내 이야기지?

그렇지 안나?


차분히 피아노 위에 앉았다.

건반을 다 때려부순 피아노는 다시 새걸로 바꿔놨다.

이번에는 생각을 집중한다.

나는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들리는 안나의 목소리를 따라간다.

기타 선율을 따라 똑같이 피아노로 커버해서 연주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

그냥 작은 핸드폰 화면 너머 어딘가에.

거기서 안나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뛸듯이 기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음악의 희열이었다.

모든 곡을 그 자리에서 다 커버해 연주하고도 성이 차지 않을 정도로.

사운드 클라우드의 프로필.

Ann이라는 필기체에 가운데에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외의 정보들은 비공개.

인문과 학생들이 말했듯이 최근에 가장 뜨거운 이슈 스타였다.

마음이 개운했다.

누구라도 안나의 음악을 좋아하는거 같았으니까.

나 역시.



몇 년만에야 연습실에서 나오지 않고 살았다.

밥이고 잠이고 중요하지 않은채 온전한 음악.

내가 스스로 써낸 책의 말머리에서 적었던대로다.

음악의 가치를 아는 삶.

드디어 일주일째.

손이 저려올 정도가 되고서야 멈췄다.

대충 때우던 끼니에 허기도 심했다.

그런데도 내가 그렇게 원했던 갈증은 채워지지 않는다.

나는 이 갈망이 안나를 직접 마주해야지만 풀릴걸 알고 있다.


업로더 Ann에게 달아둔 내 코멘트들은 일찌감치 묻혀버렸다.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하면 안나와...

나는 당장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엘사!"


"크리스토프, 당장 사람 한 명 찾아줘요."


"엘사, 에이전시에서 완전히 뒤집어졌어요. 7월 첫주를 완전히 날려버렸잖아요!"


"그런거 알고 없고! 이 사람부터 찾아서 연락해봐요!"


"이게 뭔데요! 사운드 클라우드? 아, 앤이라는 이 사람?"


"알고 있었어요?"


"그럼요. 벌써 엔터 업계에서는 눈독 들어갔을건데요. 그보다 이 사람을 저희가요? 왜요? 우리는 클래식만 취급해요. 이런거 회사에 컨펌 넣어봤자 바로 짤린다고요."


"누가 회사에 부탁하래요! 당신이 찾아서 개인적으로 연락하라고요!"


"회사에는요?"


"모르죠. 제가 시켰다고 하시던가요."


"엘사 씨 보드 매니저인데 어떻게 엘사 핑계를 대라고요!"


나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크리스토프의 난감한 처지는 미안하지만 알 바 아니다.

내가 난감한건 아니잖아?

이런 기질을 달고 살라고 그랬어.


"그래요, 그것만 알려주세요 앤이라는 이 사람을 찾으면 뭘 하려고 하는데요? 이미 여기저기 손들이 갔을건데 우리쪽에서는 아무런 메리트도 없어요. 분야 자체가 가요라서 이쪽 방면은 아예 무관심할게 분명하고요."


"그냥 제 이름을 대고 제가 찾는다고만 전해줘도 상관 없어요. 일주일 안에 답변을 가져오세요. 2주차도 전부 스케쥴 취소할거에요."


"예에? 엘사? 엘사, 잠까, 잠깐만요! 링컨 센터에서 공연이 바로 있는거 알고 있죠?"


"그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시고요."


머리를 쥐어뜯는 크리스토프를 뒤로 하고 다시 연습실 문을 닫았다.

꼭 만날거야.

나는 안나를 다시 만나면 무슨 감정일지 나도 몰랐다.

그간의 원망스러움일지.

너무 그렸던 반가움일지.

왜 멋대로 선 긋고 연락도 끊어버리고 헤어진건지.

그러면서 자기도 나를 좋아했던건 왜인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건 안나의 연주를 틀어놓고 같이 연습하는 것이다.

안나를 만난다면 반드시 같이......

또 다시 한 번 같이 음악을 즐기고 싶다.




"그 앤이라는 사람한테 완전히 씹혔어요."


달갑지 않은 시작이다.

나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크리스토프를 노려봤다.

그런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았어.

지금 장난하자는거야?

거의 잡아먹을 기세로 부라리자 크리스토프가 고개를 쪼그린다.

덩치답지 않게 소심해져서 목소리가 작아지길래 화를 가라앉혔다.


"계속해봐요."


"연락이 닿긴 했어요. 그런데 역시나 이미 다른 회사랑 계약을 진행중인가봐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엘사! 제가 찾는다고 말했어야죠!"


"그것도 당연히 말했어요...!"


내가 책상머리를 쾅 두드리자 크리스토프는 지레 겁을 먹는다.


"그런데? 그런데도 뭐라고 해요?"


"엘사라는 사람은 알지도 못한데요. 그게 누구냐고 해서..."


"나를 모른다고요!"


"왜 저한테 화를 내세요!"


"어떻게 나를 모를수가 있어요! 피아노의 여제! 지금 시대의 로베르토! 아니, 그것도 모자라서 고등학교 시절을 쭉 같이 지낸 친구인데 어떻게 모른다는 대답이 나왔냐고요!"


"낸들 알아요!"


나는 가슴을 팍팍 두드리며 답답함을 달래봤다.

개뿔 하나도 달래지지 않아!

너무 쎄게 쳐서 오히려 가슴이 멍들거 같아!


"그, 그보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평범한 가요 엔터에서는 이쪽 방면을 모르는게 당연......"


"우리는 알잖아!"


"원래 흔히 우리 같이 고급 음악이라고 하는건 훨씬 적은 층이 즐겨요! 그러니까 제 말은...일반적으로 모두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라는거죠. 회사에서 쓸데 없는 짓하지 말고 엘사 씨 케어만 집중하라고 얼마나 잔소리 들었는데요!"


"회사로 연락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게 아니면 연락도 안닿고 읽씹당했을걸요! 그보다 결과가 이러나 저러나 똑같았을거에요!"


진정이 안된다.

왜 이렇게 흥분하게 될까?

왜 이렇게...제기랄! 미쳐버리겠어!

처음써보는 쌍욕들이 마구 터져나온다.

마치 내 지난 27년의 인내심 주머니가 터졌나보다.

줄줄새는 평정심을 어디서부터 막아야할지 감이 안왔다.

왜 그렇게 멋대로야!!!

왜에에에에!!!!!!!

가슴속에서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는게 목끝까지 나올뻔했다.


"왜, 왜 나를 모른다고하지? 뻔히 나랑 같이 만든 노래로...나를 부르고 있잖아. 내가 알고나면 찾을것도 알고 있었을거면서...!!!"


"엘사......"


나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마도 커티스 오디션이 열흘쯤 남았던 그 때 이후로 처음.

안나와 마지막을 붙잡고 싶어서 울던 그 모습처럼.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더 벅찬 감정의 눈물이다.

크리스토프는 나의 그런 모습이 처음이라 어쩔줄 몰라했다.


"엘사...아무리 친구였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이제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어요."


항상 듣는 말들.

나 스스로도 번지르르하게 내뱉는 그런 위치들.

이럴떄면 내가 너무 혐오스럽다.

내가 여태까지 쌓아올린 탑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

거기서 내려다보는 너무 멀리 떨어진 점점이 찍힌 평범함들이.

작은 바람조차 너무 쎄게 느껴져서 흔들거리는 위태로움들이.

순간 머릿속에 다 포기하자는 달콤한 유혹이 또 들이찬다.

스스로 이 탑을 무너뜨리고 떨어지는거다.

그러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거지?

평범함게 안전한 그물망 위에 사뿐히 떨어지는게 아니야.

나를 갉아먹으려고, 시기하고 제껴보려는 경쟁자들이 입을 쩍 벌리고 있을거다.

그게 너무 무서워서 떨어지지도 못한다.


"다른 엔터 회사에서 데뷔한다면 나중에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때가서 다시 시도해봐요."


"...나중은 필요없어."


"링컨 센터에서 할 연주회에 은사님도 초청했다면서요. 멋진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감정을 휘두르는건 딱 이 집에서뿐이다.

나는 비틀거리며 크리스토프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컨디션이 최악이야.

최악이다.


달리 할 말이 없다.


정말.....최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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