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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피스물의 관계 어때? 8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9.21 15:01:35
조회 792 추천 25 댓글 6




이번 주말은 운이 좋았다.

안나는 오랜만에 평화에 오후까지 잠을 청했다.


이번 한 주는 유달리 회사에서 살다 싶이 한거 같다.

일 때문이 아니라 엘사의 지독한 집착 때문에.

안나는 이런 상태라면 이번 주말이 오지 않기를 바랬다.


엘사는 토요일 날에는 멋진 만찬을 들자고 했었다.

이번 일을 모두 잊어버리자는 의미로.

만찬이라 함은 고급 호텔이나 프라이빗 레스토랑이지.

술은 반드시 먹을거고.

아마 그대로 어딘가 방을 잡고 밤새 당할 예정이었다.


안나는 그것만은 버틸수가 없었다.

회사에서의 엘사의 광공은 그나마 애교스럽다.

둘만의 공간에서는 온갖 도구들도 쓴다.

스트랩온, 안대, 끈이나 마사지건.......


그때는 엘사의 본 모습이 보인다.

완벽한 이면에 있는 추악한 모습.

감정적이고, 통제가 없는 그런 엘사.

너무 공허해서 보는 사람까지 허기를 느끼게 하는.

아마 사람에게 가뭄이 든다면 그런 모습일거다.


그랬었다.

이번 주말도 그랬을건데!

하늘이 도왔을까?

엘사는 수요일날부터 안나를 거들떠 보지 못 했다.

눈치가 대단하신 아그나르 사장님 덕분에!


아그나르는 공공연하게 엘사가 자기 딸이면 좋겠다고 한다.

그만큼이나 총애하는 인물이니까.

엘사가 물꼬를 튼 의류 디자인 프로젝트가 잘풀렸다.

새로운 로고 변경건까지 더해서 완벽한 프로젝트였다.


엘사의 엑셀링 덕에 회사의 인지도도 몇 년전과 차원이 다르다.

시장 점유율도 점점 좋아지고 있었고.

덕분에 한 패션 페어에도 초대받을 수 있었다.


사전에 페어 관계자들의 심도 깊은 검토가 있었다.

그런 그들이 아그나르를 만나 제일 먼저 한 질문은.


"이 회사에 현직 모델보다 더한 사람이 있던데요?"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엘사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페어 진출에 사할을 건 아그나르의 반응도 당연히.

아그나르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원래보다도 훨씬 더 요란스러워졌달까.


그만큼 또 당연했지만 엘사는 끔직하리만큼 저기압이었다.

원래도 일이 밀리거나 예정에 없던 걸 싫어하는데 좋을리가.

이런 갑작스러운 변수는 더더욱.

엘사의 팀원들은 전부 알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 페어에 반드시 동참하라는 사장님의 지시.

그것도 모델이면서 동시에 회사 일의 진두지휘자로서.

아그나르와 엘사는 누가 사장님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였다.


결국 다음주부터 열흘 넘게 진행되는 페어.

엘사는 강제로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


엘사는 모든 업무를 전면 수정했다.

방정식처럼 빼곡하고 빈틈 없던 일정도.


"복잡한 일은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거니까 그대로만해."


목요일 아침 엘사의 브리핑은 단 한마디였다.

팔짱을 낀채 싸하게 내려앉은 표정.

안나는 그저 고개를 꾸벅이고 말았다.

안나가 느끼기에는 아이가 토라진 느낌이었다.

원하는 일이 안될 때의 좀 머리 튼 아이.


안나에게 또 다른 행운은 엘사는 일에도 열심이란거다.

결국 싫은 티는 팍팍 나지만 엘사는 맡은 일을 시작했다.

하루에 절반은 아그나르와 붙어 있었다.

아주 간간히 나는 시간.

안나는 그 옆에서 속성으로 일을 배워야 했고.

그러니까 둘 사이에 다른게 생길 시간이 없었다.


페어 출발을 앞둔 날.

엘사는 마지막으로 페어 기간 동안 회사내의 일을 정리했다.


"팀원들한테 다 얘기했지만 나 없는 동안 네가 총괄해. 몇 번 해봤으니까 잘하잖아?"


"네...물론이죠."


"그리고 사실상의 팀장 대행이니까. 마음 좀 잘 잡아. 분명히 나 없이 이때라고 숨 트고 싶은 사람 있을건데 난 절대 그 꼴 못봐. 안그래도 이번주 시작부터 그것 때문에 예민했거든."


안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이번주 시작은 상상하기 싫다.


"그러고보니 우리도 아직 덜 끝났는데."


엘사는 섬짓한 미소를 지었다.

안나가 잡은 마우스 위에 손이 포개진다.


"내가 없어지니까 자유 시간이겠네."


"자유요?"


엘사의 손은 마우스에 막혀도 꾸역꾸역 손틈새로 파고왔다.

손등 전체를 덮는 엘사의 손에 꾸우우욱 하고 힘이 들어간다.

반대쪽에서는 안나의 어깨에도 엘사의 한 손이 걸쳐졌다.


"그, 그날은 사고였어요."


"아하. 사고였지. 네가 들이받은건 아니지만. 근데 내 옹졸한 마음이 또 사고칠까봐 걱정이네."


"팀장님. 정말이에요. 저는 그때는 조용히 지나가길 바랬어요. 서로 아직 때가 아니라 생각해서...제가 먼저 화냈으니까.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딱 두 잔만 마실 생각이었고요...또..."


"그래, 알고있어. 나의 안나."


엘사는 이질적인 말로 힘을 풀어주었다.

엘사는 뺨을 비빌듯이 안나에게 다가왔다.

아까까지 강압적이던 손이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게 변해있었다.


"다녀오면 못했던 일을 하자. 오래 참고 오면 못 견딜거 같아."


안나는 자기도 모르게 떨고 있었다.

파티션 아래 가려져 있었지만 엘사는 그 자리에서 안나의 뺨에 입 맞춘다.

정도를 넘어서 자기쪽으로 당겨오더니 입술까지 섞었다.

안나가 기겁하는 바람에 잠깐이었지만.

엘사는 그 잠깐에도 만족하는거 같았다.





안나는 자신의 집이 낯설었다.

편안한 옷차림과 따뜻한 온기도.

그 기분 자체가 굉장히 어색했다.

집이 낯설다니.

안나에게 요근래 익숙한 광경이 뭐냐고?

밤새 차갑게 식은 벌거벗은 몸.

덕분에 가득찬 한기와 어디 갔는지 모를 옷들.

옆에 누워 있는 엘사와 축축한 부분이 닿는 이불.


안나는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오래전에는 혼자 살면서 모닝 커피를 마시는 야무진 꿈을 꿨다.

실상은 그냥 냉수 패트를 벌컥이는 현실이지.

그렇게 하고 버릇처럼 핸드폰부터 확인한다.

메일이 쌓여있는게 있을지.

엘사의 지시가 왔을지.

주말이지만 핸드폰은 안쉬는 법이거든.


다행히 아무것도 없다.

읽음 표시로 되있는 메일창들은 깔끔했다.

지금 페어에 도착하고 있을 법하니 당연한가.

안나는 일이 없다면 더 자고 싶었다.

커튼을 좀 더 확실하게 쳐서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고.

다시 잠이 들때까지 짧은 무료함이라도 달래줄 넷플릭스나 킬.....


"반가워요."


"주말인데 늦게까지 자고 있나봐요."


"또 만나고 싶어서 연락했는데."


안나는 그제야 메신저에 사적인 내용들을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에 온 프로필은 기억이 확 살아나게 만들었다.

에리사 리글렛!!!!!

안나는 그대로 잠이 달아나 다시 침대 위로 벌떡 앉았다!


"제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어요!"


답장은 수 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서야 일어났어요? 다행히 기억은 하나보네."


안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보다 머리가 와장창 복잡해.

당장 패트병을 꺼내 다시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원나잇하고 이렇게 추근덕대지 않는데. 유달리 기억에 남아서요.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안나의 심박수가 미친듯이 요동쳤다.

체한 기분이 들어 가슴을 탁탁 내리칠 정도로.


"한번만 더 만나볼래요? 난 그러고 싶은데."


안나는 그제야 자기 연락처에 저장된 에리사를 확인했다.

낯간지럽게 끝에 하트 모양도 있었다!

안나는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이다.

기억이 없을만하지!

안나가 기억하는건 오직 욕구였으니까!


"행사장 도착했어. 주말에 미안하지만 밤까지 우리쪽 인보이스 체크 한 번 해줘.누락 있으면 수정할 마지막 기회니까 꼼꼼하게. 지금부터 준비하려면 빠듯해. 사장님 뒤치다거리 하려면 월요일날 아침부터 인쇄물도 준비해서 이쪽에 보내."


"헉!"


안나는 입을 가리며 식겁한 비명을 질렀다.

엘사에게서 온 연락이 메신저 상위로 올라간다.

바로 밑에는 에리사가 있었고.

그제서야 안나의 머리가 심각하게 돌며 동시에 굳어갔다.


평화의 주말은 안나가 잠에서 깬 5분 사이에 무너졌다.

머리가 핑 돌다가 아찔하게 멈춘다.

꿈인가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해요. 오늘은 갑작스러우니까 내일. 바에서 6시 정각에 있을게요. 그때 안오면 어쩌다 마주치더라도 무시하고. 그때 온다면 가벼운 만남이라도 허락하는걸로."


안나는 자신에게 도대체 무슨 마가 꼈나 싶었다.

자뻑이 아니라 무슨 매력이 있을까 싶기도.

그런데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를 않잖아!

끔직해서 순간 모두 다 때려치우고 시골로 은닉하는 삶도 상상했다.

머리가....돌아가지가 않아.


안나는 결국 묵혀두었던 커피 머신의 플러그를 연결했다.

사두고 쓰지도 않았던 캡슐의 포장도 벗긴다.

강제로 모닝 커피 마시는군!

모닝도 아닌 시간인가.

어쨌든! 카페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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