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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피스물의 관계 어때? 16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03 18:23:27
조회 469 추천 21 댓글 4



무리한 오르가즘은 사람을 탈진시킨다.

심리적으로 유대 못하는 관계라면 더욱.

안나는 자신이 일방적이게 당한다고 생각헀고 엘사도 그랬다.


"엉덩이 더 조여."


호화로운 스위트룸 호텔.

그 넓은 장소에 안나에게 허락된건 작은 의자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바로 앉지도 못한채 두 무릎으로 아슬하게 매달려있다.

엘사를 원망으로 노려보던 눈은 몇 차례의 오르가즘에 꺾여 있었다.

지금은 그저 지치고 힘들뿐이다.

의자 등받이가 안나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받침대였다.

맥 없이 간신히 붙잡고 있었지만.


"흐음, 이건 어떨까?"


"으읏응...!!!"


"기분 좋지? 네 소원대로 회사 밖이잖아. 편하게 즐겨 안나. 널 위해 배려해준거니까."


안나의 다리 사이에 꼿힌 바이브가 최대 강도로 진동한다.

진동이 떨려와 안나의 전신을 흔들 정도로 강했다.

안나는 다시금 등받이를 움켜쥐었다.

쾌감에는 익숙함이 없다.

익숙하다고 착각한 오르가즘이 차오르는게 반복된다.


"떨어뜨리지마. 그게 빠지면 내 기분이 많이 상할거 같으니까."


엘사가 리모컨을 멈추자 진동이 멈춘다.

물을 흘려대며 오르가즘 바로 직전이었다.

안나는 숨이 차올라 헉헉대면서도 허벅지와 엉덩이에 힘을 풀지 못했다.

조금만 더 했다면 하는 아쉬운 여운.

그 여운에 맞서서 머리로는 참아내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잘 버티고 있어. 아주 기특하게. 지금 그런 태도 마음에 든다고."


잠깐 몇 초의 쉬는 시간.

엘사는 리모컨의 세기를 아주 미세하게 올리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내 성향도 괴팍해지고 있다니까. 어떻게 생각해?"


"으윽....그, 그마아....가, 가기 싫어...욧!"


"어떻게 생각하냐니까?"


대답할 여유 따위가 없었다.

안나는 죽어가듯 풀린 눈동자를 최대한으로 찌푸렸다.

거기에 엘사는 눈을 희번뜩하게 뜨며 어이없는 콧방귀를 뀐다.

합당한 벌로 리모컨의 강도를 가차 없이 최대로 올린다.

안나는 이제 신음이 아니라 비명을 질렀다.

온 몸을 부르르 떠는 바람에 의자가 위태롭게 흔들렸고.


"잘 버텨. 더 자존심을 세워봐야지? 얼마든지 버틸 수 있잖아! 그따위 자존심 최대한 세워보라고!"


"으응...! 으그읏....! 아, 아아....! 앗 그만!"


이를 악물고 버티던게 애달프게 바뀌어간다.

한참을 그렇게 혼자 견뎌내던 안나는 힘 없이 의자에 고꾸라졌다.

질척이게 적셔진 바이브는 그 다음에 떨어졌다.


"자존심 값이 엄청 싼편이네. 역시 그래봐야 싸구려 자존심이야."


엘사는 바닥에 떨어진 바이브를 주웠다.

남은 손은 의자에 늘어진 안나를 잡아당겼다.

안나는 사실상 거의 질질 끌리듯 이끌려가 침대에 엎어졌다.


"내일 연차냈어. 너랑 나랑."


"뭘...멋대로..."


"멋대로? 그럼 이건 뭘까!"


엘사는 안나의 핸드폰을 눈앞에 들이밀었다.

1시간전쯤.

안나가 두, 세번쯤 절정하며 허우적대고 있을 때였다.

두 사람에게는 최악의 타이밍.

에리사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건 엘사였다.

전화는 금방 끊어졌다.

엘사가 끊어버렸으니까.

그 다음은 안나를 잡아먹을듯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 망할 여자는 누구야? 멋대로 군다고? 너야말로 잠시라도 한 눈 팔면 멋대로 몸을 못 굴려서 안달이 난거 아니었어?"


"헤윽...! 시, 싫어!"


"그래서 내가 만족시켜주고 있잖아! 또 느끼고 있겠지? 반드시 몸을 놀려야 하는 주제에 무슨 자존심이야!"


엘사는 안나가 떨어뜨린 바이브를 다시 마구 쑤셔댔다.

안나가 옆으로 비척이려 들자 억지로 잡아놓고 다리도 강제로 벌렸다.


"멋대로? 네가 감히 멋대로 한다고 말해? 감히!"


엘사는 그 자리에서 끝까지 밀어넣었다.

안나의 허리가 꺾이고 괴로워하며 눈물을 짜낼때까지.

아무리 피해보려도 몰아치는 오르가즘을 못 참고 다리를 들썩였다.

신음을 내는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격해졌고 엘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썼다.

얼마 안가 안나는 진동하는 바이브의 세기에 허벅지가 부르르 떨리며 물을 쏟았다.


녹초가 된채 땀 범벅이 된건 두 사람 모두 똑같았다.

엘사의 셔츠는 늘 완벽하게 자로 잰듯 펴져 있었다.

머리도 마찬가지로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그런 셔츠가 흠뻑 젖은채 여기저기 구겨지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안나는 말할 것도 없이 엉망진창이었지만.


"누구야 이 망할년. 그때 너랑 술 마시고 놀아난 그년이겠지?"


엘사는 흥분과 분으로 말투가 거칠었다.

그만큼 이성적인 판단이 잘 서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사실 엘사도 대답을 바라는건 아니다.

그냥 폭발하는 분노를 쏟아내면서 망가뜨려 버리고 싶을뿐.


"누구냐고 묻는데 대답해!!! 말을 하라고 안나!!!"


엘사는 안나의 위로 올라타 목을 두 손으로 움켜졸랐다.

수척해져 탈진한 안나의 목은 가냘프게 얇았다.

얼마나 연약한지 이대로 엘사가 조금 더 조이면 부러질거 같았다.

엘사는 딱 안나의 숨을 반쯤만 조였다.


"두 번째는 실수가 아니지. 그러니까 용서를 구해봐. 이번에는 말로 말고 개처럼 엎드려서 싹싹 빌어 너답게!"


"컥, 에, 엘사...켁!..으그극...!"


"그 여자, 반드시 알아내서 죽여버릴거야."


"모, 목을...자, 숨, 숨이 막혀...엘사앗..!"


엘사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생각 안했다

지금 당장 안나가 굴복하기만 생각했다.

어떤 말이든, 어떤 행동이든 할 요량이다.


엘사는 눈물도 못 내고 헐떡이는 안나를 보고 손에 힘을 스르륵 풀었다.


"에리사 리글렛. 하? 하트 표시까지? 잘도 내가 돌아왔는데 피해서 만나고 다녔네. 쥐새끼처럼 그러면 안 잡힐거라 생각했어? 내가 너라면 적어도 바람 피는 입장에서 전화나 문자는 먼저 하지 말라고 정해놨을거야."


엘사는 다시 안나의 핸드폰을 집었다.

그리고 연락처 목록을 해집고 에리사의 연락처 삭제 창을 올려놨다.


"너 스스로 눌러. 그 다음에 누구인지 어떻게 만난건지 네 입으로 낱낱히 보고해. 마지막은 전부 그 빌어먹을년이 잘못한거라고 핑계대면서 잘못했다고 비는거야. 그렇게 하고 나면...다시 생각해줄게."


안나의 눈빛이 완전히 색을 잃어 있었다.

이렇게까지 몰리고서야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엘사가 무서운 것도.

절정에 허우적대며 몸무림치는 것도.

안나는 이 순간에 다음 말을 어떻게 골라도 마찬가지임을 알았다

엘사의 말에 따르든, 아니든.


잠깐 몸을 추스렸다.

결심을 세울 때까지.

이윽고 안나는 연한 미소를 올렸다.


"싫어요."


안나는 몸이 졸려져 까끌까끌 갈라지는 목소리로 쥐어짰다.

그 한 마디에 엘사의 표정과 눈빛이 심하게 요동쳤다.


"어차피 번호도 다 외워놨는걸요...해햇."


엘사는 침묵했다.

언제나처럼 엘사가 최대로 분노한건 얼음장 같은 분노다.

싸하게 식어내려가는 엘사를 보고 안나는 오히려 히죽였다.

열이 오를대로 올랐던 엘사가 식어가는게 자신이 주도권을 쥐는 것만 같다.


"에리사랑 연락하는게 어때서요? 제 애인인데...엘사랑 전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


"아무 사이......."


"비즈니스 관계니까."


안나는 무미건조하거 비릿한 비웃음을 자아냈다.

엘사에게서 보고 배우던 그것과 똑같이.

엘사도 놀란거 같았다.

적어도 안나가 볼 때 그런 엘사의 표정은 처음이었으니까.

뭐라 말하기 힘든 얼굴이었다.

한참을 그런 얼굴로 있던 엘사는 손에 들린 안나의 핸드폰을 벽에 내던졌다.


"감당할 자신은 있으니까 도발한거겠지?"


"제 핸드폰이나 물어내주시면요..."


"하?"


"이번이 끝이에요. 이제 엘사랑....읍!"


"끝? 누구 맘대로."


엘사는 다시 안나의 목을 조이며 벌어지는 입에 키스했다.

안나는 격하게 몸무림쳤고 금방 엘사를 떨어뜨렸다.

다 죽어가던 몸에서 나온 힘이라고는 너무 격해서 엘사도 당황스러웠다.


"키스는 안된다 이거야? 웃기지도 않아. 멋대로 끝? 넌 네 하고 싶은대로 몸 굴려놓은 주제에 뭐가 끝이야!"


"당신이 불쌍해."


엘사는 또 벙쪄서 그 얼굴 표정이었다.

'당신'이라며 선을 그어버리는 호칭이 낯설어서일까?

한 번도 나오지 않던 반말 어조 때문일까?

무엇보다 표독스럽다 못해 한이 맺힌 안나의 눈빛 때문이기도 했다.


"그나마 내가 좋아했었던게 마지막일거야. 일에 미쳐 사는 것도 다 그런거잖아! 아무도 사랑해주지 못하는 고장난 인간이니까! 나 때문에 괴팍해졌다고 핑계 대봤자 그냥 엘사라는 인간이 고장나버린거라고!"


"닥쳐!"


"꺄아악!"


엘사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안나의 뺨을 후려쳤다.

손이 나가고, 안나의 얼굴을 떄리고, 그 얼얼한 감각이 손에 고스란히 남았다.

슬로우 모션처럼 지나간 그 잠깐.

그러고 나서야 엘사는 벌어진 현실을 파악했다.

엘사도 놀라서 힘이 쫙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눈에 들어온건 얼굴을 부여잡고 몸이 돌아간 안나.


"아, 안나?"


"......"


"아니야, 이건...잠깐만 안나!"


엘사는 황망히 안나의 상태를 보려고 허둥댔다.

그런 엘사의 떨리는 손이 닿기 무섭게 안나는 혐오스럽게 쳐냈다.

안나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당할대로 당해 엉망인 몰골에 뺨을 맞으며 날아가며 머리카락이 완전히 산발이었다.

안나는 그 상태로 침대를 나와 옷을 챙겨 입었다.


"안나, 기다려. 얼굴 좀 봐. 이, 이건 실수야."


"손 대지마요."


"그, 그만했으면 됐잖아. 그러니까 네가 먼저 나를...!"


"그만 좀!!!"


옷을 입는다기보다 몸을 가린다는게 맞는 표현일거 같다.

안나는 그만큼 서두르게 셔츠와 치마를 입고 액정이 박살난 핸드폰도 주웠다.


"어딜 가는거야! 그 에리사라는 여자가 그렇게 좋아? 기다리라고 하잖아!"


엘사는 끈질기게 달라붙어 간신히 출입문 문고리에서 안나의 손을 잡았다.

그 거리가 되서야 본 안나의 얼굴은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울며불며 쾌락을 쥐어짜이느라 불어튼 눈.

방금 전에 맞은 오른뺨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

눈가의 화장이 번져 검게 흘러내린 화장 자국도.


"내일 연차, 더 연장할게요. 일주일 정도로."


"웃기지마. 그만큼씩을 허락해줄거 같아?"


"그럼 퇴사하고요."


"안나!"


안나는 여전히 혐오스럽다는 투로 엘사의 손을 물렸다.

그리고 자기 몸만 빠져나갈 정도로 연 문 틈으로 재빨리 밀어넣고 나가버렸다.


"아...아니야...난..."


엘사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고장난 인간이란 말이 앵앵거렸다.

그 역린에 한마디 뻥긋도 못 하고 손을 내질러버린 비참함.

엘사는 표정을 구기며 억지로 마음을 잡으려 했다.

이를 악물고 부정해보는게 있었기나 했나.

엘사는 이런 감정과 상황이 처음이라 혼란스러워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힘든건 한번도 못 느껴본 허무함이다.

엘사 안에 억지로 치워 외면했던 덩어리가 이렇게 커져 있었다는거다.

완벽한 인간이란 허울 속에 감춰둔게 들켜버린 기분.

발가벗겨져 약점을 드러낸거 같아서 손이 나가버렸다.


아직도 손이 덜덜 떨려왔다.

아니 온 몸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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