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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피스물의 관계 어때? 17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04 19:06:17
조회 638 추천 20 댓글 7




엘사는 처음으로 아슬하게 출근했다.

정시에서 5분전쯤에.

그 낯선 광경은 분명히 모두가 처음 보는 일이었다.

평소와 다른 초췌한 모습은 덤.

투박하고 짜증 가득한건 여전했지만.


"안나씨는 쉬기로 했어요. 휴직은 아니고 일주일만."


아슬하게 도착한 엘사는 다 모이라는 말도 없이 말했다.

알아서들 들으라는 눈치로.

이런적도 처음이라 다들 어련히 빨리 자리에 모여 귀를 열었다.


"일주일 동안 원래 안나씨가 담당하던 일들 다시 분장할거니까 그렇게들 알아요. 메일 보낼거니까 바로 시작해요."


엘사는 기껏 다 모인 팀원들에게 손을 휙휙 털었다.


"저, 근데 안나씨는 무슨 일로 쉬는거죠?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엘사는 눈치 없게 끼어드는 크리스토프에게 눈빛을 부라렸다.


"그게 뭐 중요한가요?"


"아, 아니요!"


"알아서 안나씨한테 개인적으로 연락해보세요. 오늘 좀 늦어서 예민하니까 다들 어련히들 하죠."


엘사는 크리스토프에게 면박이란 면박은 다 쏟아냈다.

괜한 한마디를 눈치 없이 끼어들어서 매우 불쾌한 심정임이 노골적이게.

팀원들은 불만이 있어 보였다.

아침부터 짜증을 받아내는 것도.

느닷없이 일주일을 쉬겠다는 질투도.





"오늘까지 쉬기로 한다더니."


"전산에 철회는 넣었어요. 안나가 일주일 쉰다고 해서 저라도 나와야겠다 하니까."


오전 회의가 끝나고 아그나르는 엘사를 불러세웠다.

아그나르는 고개를 주억였다.

아그나르는 엘사의 출근은 엘사보다 훨씬 더 신경쓰는 편이었다.


"일주일씩이나? 갑자기 무슨 일로?"


"모르겠네요. 저도 직전에 연락 받은거라."


"안나에게 무슨 일 생긴건가? 허 이런, 이번 위크 진행때도 대행으로 고생하는거 같더니 병이라도 났나 싶네."


아그나르는 끝 없이 물어왔다.

예정에 없이 일주일의 연차는 누가봐도 이상하니까.

엘사는 아그나르까지 안나를 기억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물론 크리스토프에게처럼 쏟아내지는 못 하니까 속에 삭힌다.


"글쎄요, 어디 병이라도 났나봐요."


엘사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하려고 발버둥치고 싶기도 했고.


"한 번 연락해서 심한건 아닌지 체크해봐. 관심 있게 보고 있는 후임자 아니겠어. 다음 승진 대상은 사실상 내정이기도 하고. 네 추천인이잖아."


"알겠어요."


"혹시 엘사, 네가 쥐어짜내서 번아웃인건 아니겠지?"


아그나르의 농담조에 엘사는 눈빛을 찌릿거렸다.


"팀원들 무슨 일 나면 잘 챙기라고 하는 말이야. 그쪽에는 유능한 인재가 많아서 한 명이 아까우니까."


"알아서 잘할거에요."


"또 알아서란다. 아무튼간에 연락해서 몸 상태도 알아보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엘사는 그냥 훽 돌아섰다.

안나 얘기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하루종일 다들 그게 궁금한가?

게다가 팀내에서는 안나만 일주일을 쉬는 것에 불만도 있어 보였다.


연락을 해보라니.

엘사는 안나의 핸드폰을 자기가 박살내버린걸 떠올렸다.

그런데 무슨 연락.

그보다 후임자라고?

엘사는 가당치도 않다고 합리화했다.

안나는 그냥 많고 많은 직원들 중 한 명일뿐이니까.


"일주일 연차 넣었으니까 다음 월요일에 말끔히 다시 출근해."


엘사가 안나에게 보낸 메시지는 아직도 읽음 표시가 사라지지 않았다.

일부러 안 읽고 있는거겠지.

엘사도 대충 예상했기에 알림으로 보이게 한마디만 보낸거였다.

그래도 역시 읽지도 않고 답장도 없는건 불쾌하기 짝이 없다.

또 이 문자를 보낼때 은근히 출근해주길 바란것도 떠오르니까 더더욱.


"하아아 짜증나."


엘사는 그러려니 하면서도 핸드폰 가격을 찾아봤다.

망가뜨린건 보상해줘야지.

그 정도면 할만큼 하는거 아니겠는가?






"자, 새핸드폰."


에리사는 지난달에 출시된 새핸드폰을 내밀었다.

안나의 핸드폰은 액정 반이 보이지 않았다.

반쯤 날아간 핸드폰을 위해 안나도 반쯤 술을 밀어넣고 있던 참이었다.


"갑자기요?"


"듣고 있으니 짠하잖아, 사흘간 술만 마시는 꼴도. 내 탓이기도 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준비한 뇌물이야."


"누구 탓이 아니에요. 제 탓이지."


안나는 거침 없이 칵테일을 넘겼다.

쓴맛을 삭히는 모습에 에리사는 빙그레 웃었다.


"줘봐. 안에 있는 메모리 다 옮겨야지. 이런것도 해왔어 어때?"


"그게 뭐에요. 센스 진짜 별로네."


에리사는 깨진 안나의 핸드폰을 가져다가 메모리를 옮겼다.

더해서 에리사는 핸드폰 케이스를 꺼냈다.

케이스는 검은 크로커스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안나와 에리사가 있는 이 바의 시그니처로.

에리사는 친절한 미소와 손짓으로 새핸드폰을 마음껏 구경시켜줬다.

마무리는 둘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배경을 올려놓는걸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할까.

절대 술기운 탓이 아니라 에리사에게 기대고 싶어졌다.

안나는 바로 옆에 있는 에리사의 어깨에 고개를 걸쳤다.


"고마워요."


"너야말로 갑자기?"


"정말이에요. 그냥 다 고마워요."


"후훗, 애교 떨어도 핸드폰 값은 다 받아낼거야."


안나는 농담에 마음 편히 웃었다.

가식 떨며 억지로 쥐어짜낼 필요 없이 편하게.


"술값 내면 되잖아요."


"그건 너무 싸게 먹으려는거고."


"어떻게 할까요? 밤새도록 하면 계산이 맞아요?"


"술 마시니까 솔직해지네. 그래야 계산이 되지."


에리사는 스스럼 없이 안나에게 입 맞췄다.

오히려 기다렸다는듯 안나가 더 달라붙는다.

안나는 입에 담긴 칵테일을 에리사의 입으로 옮겼다.

타액에 섞여 흘리는게 더 많아 옷이 젖지만 아무렴.


"나갈까?"


"어디로요?"


"네가 날 미친듯이 따먹어줄 수 있는곳?"


"그럼 제가 더 비싼 값 내는거 아니에요?"


"자, 여기는 내가 계산. 이제 너도 계산해주겠지?"


에리사는 바로 지폐를 꺼내 팔랑거리다 바 테이블에 올려놨다.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안나는 에리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간다.

일주일간의 휴일은 황홀하고 완벽한 날이 될거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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