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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피스물의 관계 어때? 22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17 17:23:11
조회 480 추천 18 댓글 7




언제나처럼 6시에 잠을 깼다.

엘사는 첫 일주일을 여느때처럼 보냈다.

정해진 시간까지 씻고.

준비를 마치고.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거울 속을 들여다본다.


출근길을 지나치는데 꽤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이대로 출근해 속 편해지면 좋을걸.

어젯밤에 세운 계획대로 옛날에 살던 동네를 찾았다.

엘사가 기억하던 구닥다리 싸구려 집은 없어졌다.

대신 그 자리에는 새로 리모델링한 완전한 새집이 있었다.


기억을 잊지 못할 바에는 그냥 마주보기로 했다.

위탁모에게 얻어 맞던 쓰라린 기억들.

욕이란 욕을 다 먹고 숨이 막히던 그 기억들.

지금 그곳에는 한 중년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여쁜 딸과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문득 위탁모였던 그녀는 어떻게 됐을지도 궁금해졌다.

용서하거나 가엾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결말을 맞았던지 빌어먹게 끝장났기를.


지금와서야 같은 어른이 됐으니 이해는 한다.

위탁모였던 그녀에 대해서.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며 스트레스가 가득했겠지.

그녀는 어디에서도 대접 못 받는 하류였다.

그녀보다 더 낮은 사람은 어린 엘사였고.


그래서 끝 없이 엘사에게 퍼부었던 것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고마워요.'


엘사는 그렇게 비꼬았다.

당신의 그 저주의 반발로 이렇게 달라졌다고.

당신 말대로 쓸모 없고 하찮은년이 아니였다고.

기억속에 작은 엘사는 마당 차고쪽에 웅크려 있었다.

어떻게 하면 도망칠 수 있을까.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한 꼴일까.

나는 정말 쓸모 없고 한심해.


'후...'


엘사는 그 작은 엘사를 끝내 지우지 못하고 돌아섰다.




남는 시간은 전부 문화에 할애해봤다.

박물관도 돌고. 미술관도 돌고. 전시회도 돌고.

저녁 뮤지컬도 감상해보고, 오페라도 감상해보고.

영화를 보기도 해보고, 맛집을 찾아보기도 해보고.


그떄마다 엘사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음에드는 문화 생활이 몇 없었다.

대부분 엘사의 반응은 이딴 걸 왜 돈줬지 하는 후회였으니까.

흥미가 돋는게 없었다.

손대고 손대다 밤이 된 집에서 포르노를 시청하고 있었다.

기가막힌 일일지도 모르곘다.

탁 트인 거실의 70인치 되는 스크린으로 포르노를 보는 것은.


역시 그것도 감흥 없이 꺼버렸다.

고급스러운 것도 저급한 싸구려도 거기서 거기였다.


한 주가 막을 내렸을 때.

엘사는 취미거리를 마구 뒤적여봤다.

일하며 아이디어를 짜고 배치를 맞추고, 리뷰를 할 때와 똑같이.

이번에는 모든걸 업무와 동일한 프로세스처럼 해봤다.

어떤걸 해내든 무리 없이 해냈다.


운동을 해도, 공예를 해도, 요리든 독서든 뭐든!

나름 시간은 잘 갔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 이상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없었다.

취미라고 하는 것 일부는 이미 하는 것이기도 했고.


엘사는 다시금 핸드폰을 확인했다.

새로 걸어본 통화목록.

안나에게 한 번만 더 전화를 걸어봤었다.

역시나 결과는 부재중.

안나는 휴가 기간내의 연락은 전부 모른채 하기로 결심한거 같다.


"하, 진짜."


엘사는 자조적이게 웃었다.

하긴 전화를 받는다한들 할 말도 뚜렷히 없군.

근데 왜 전화는 계속 해보고 있지?

엘사는 쓰라린 자존심을 삼켰다.


모든 하루의 끝에서.

정해진 시간 잠들기 위해 누운 침대에서.

엘사는 유일한 일탈과 쾌감의 종류는 딱 하나라고 여겼다.


스텐드 불을 끄고 커튼도 완전히 가렸다.

엘사는 괜히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그리고 침대의 이불속에 들어가 포르노를 떠올리며 몸을 예열했다.

서서히 몸을 달래가며 눈을 감고 상상한다.

지금 움직이는 이 손이 내 손이 아니라고.


"으음...흣..."


엘사가 떠올린 포르노속 인물이 안나로 변해간다.

허나 입장이 반대되어 있다.

엘사는 자기 스스로 위안하며 본인을 괴롭히는 엘사를 떠올리기 힘들었다.

지금 제 자신이 안나의 입장이 되고 움직이는 손가락만 엘사로 둔다.


안나의 입장에서 신음하고 그만하라며 애원하고.

다시 스스로의 입장이 되어 강압적이게 탐한다.


그러다 이런 자극에 더 달아오르지 못하는걸 느꼈다.

이런 강도 낮은 걸로는 만족을 못하나?

엘사는 자세를 조금 바꿔봤다.

멀뚱히 누워서 있는게 아니라 옆으로 틀었다.

등 뒤에서 탐해지는 느낌으로.


이번에는 조금 이미지가 그려졌다.

누군가 뒤에서 감싼채로 괴롭히는거다.

아, 저속한 말을 해주면 좋겠어.


'느끼고 있네? 아까보다 훨씬 더.'


"으음...더..."


엘사는 손가락을 한 마디 더 집어넣었다.

아직도 모자르다.

뭔가 더 충족해볼게...


엘사는 이불을 걷어내고 아예 엎드렸다.

손가락이 더 잘 움직일 수 있게 엉덩이를 치켜세운다.

이런 저속한 모습을 보이는게 싫어서 주변을 가려놓았던거다.

엘사는 자기가 평소에 안나에게 했던 모습을 상상했다.

고개를 처박아 두고 엉덩이만 최대한 올리게.


그래도 부족했다.

엘사는 그 순간 어떻게 해야 만족할지 알고 있었다.

억지로 제 자신을 안나의 입장에 밀어넣는게 아니야...

만약 안나에게 이런 꼴을 보인다면...?

그런 생각을 아주 조금이라도 하는 순간 엘사는 오르가즘이 차올랐다.


"아....."


엘사는 맥이 빠져 주르륵 무너졌다.

한참의 여운이 가시고 엘사는 수치스러워 이불을 끝까지 덮었다.


"미친..."


엘사는 바로 후회했다.

깊은 무기력증을 느끼며 방금 일을 깨달았다.

무슨 상상을 했던건지.


"하, 섹스리스야."


엘사는 자신을 자평하며 술을 찾았다.

자위 행위를 얼마만에 해본건지.

그냥은 감이 서지 않아서 몰입했을 뿐이야.

안나처럼 당하는쪽이 되는게 쉬우니까.

엘사는 그렇게 합리했다.

그냥 그렇게라도 여기지 않으면 인정이 안될거 같다.


'그냥 출근이나 했으면.'


엘사는 이 모든 일들이 괴롭게만 느껴졌다.

거의 고문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정말 최악은 방금의 자위 행위였고.





문이 열리고 닫힐때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경첩 부분이 낡아서 내는 소리였는데 에리사는 그걸 그냥 뒀다.

원래 바의 문을 열고 닫을 때는 백그라운드가 있어야지.

서부극의 영화에서도 그렇잖아?

에리사는 바를 들어온 엘사에게 접객하는 종업원을 물렸다.

이후는 다리를 흔들거리며 여유롭게 한 모금 넘길 뿐.


"또 같은 말을 하러 온건가요? 아니면 응징하러? 지난번의 최후 통첩을 잘 지켰는지 안 지켰는지 말이죠."


엘사는 쫑알거리는 에리사를 무시했다.

의자 하나 정도 차이를 둔채 옆자리에 앉기는 했지만.

바 안에 있는 종업원이 신기하게 두 사람을 훑었다.

너무 닮아서 놀랐다는게 역력하다.


"맨해튼."


"여왕님이시네."


엘사는 닥치라는식으로 눈빛을 쐈다.

에리사는 능청 맞게 눈빛을 피했지만.

이내 나온 맨해튼은 겉보기는 똑같았다.

한 입 마시자마자 인상을 구기게 되는 맛이었지만.


"이제 들어온지 얼마 안된 새내기에요. 마음에 안들면 환불해줄 수 있는데요."


"말 걸지마."


"그럼 왜 오셨는데요?"


"널 보려고 온게 아니야."


"흐음, 안나? 그 생각은 상책이 아닐건데요."


"......"


"터프하네요 정말. 저도 궁금해지는데요?"


엘사는 맨해튼을 홀짝거렸다.

이건 그냥 술 잡탕이군.

지켜보던 에리사는 단번에 맛이 별로라는걸 알았다.


"살짝만 피워봐요. 불법 아니니까."


엘사의 자리로 데구르르 굴러온 막대기 하나.

엘사는 담배처럼 생긴 외관의 그걸 보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이산화질소가 담긴거에요. 풍선에 담으면 해피벌룬이고요. 그런류인데 허가 받은거니까 걱정하지마요. 안나는 담배를 안 피니까 없을 때 잠깐 하는 용도에요. 원래 의료용으로도 쓰는거고 그건 제가 특별히 주문 제작해서 흡입량도 조절되니까 믿을 수 있어요."


"미친년."


"고마워요."


엘사는 그렇게 말하고서도 그 이산화질소 담배를 집었다.

에리사는 얼른 입에 가져다 보라는 시늉을 한다.

평소라면 입에도 안 댔을거다.

하지만 뭐든지 하고 싶은 일에 목마른 지금은 궁금했다.

엘사는 아주 살짝만, 반의 반모금만 경계하며 흡입했다.


"풋! 겁쟁이였네."


그 말에 쭈욱 삼켜넘겼다.

엘사는 크게 숨을 넘기고 바로 어지럽게 휘청였다.

머리가 아찔해지는 환각 작용에 테이블을 잡고 멈춰다.

잠시 후 머리가 조금 도는거 같더니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입가심을 위해 잡탕 맨해튼을 삼키니까 신들이 마시던 넥타의 맛으로 느껴진다!


"이제 돌려줘요."


"젠장, 가져가!"


엘사는 그 담배를 아무렇게 굴렸다.

오조준한 탓에 바 테이블 너머로 떨어져버린다.

엘사는 바 너머의 종업원이 다르게 보였다.

두번째 위탁 가정에 있던 한 살 위의 다른 그녀.

순수했던 엘사가 언니라고 믿었던 그 여자였다.

아주 짧았던 환각 작용은 금방 멀쩡해졌다.


"어땠어요?"


"말 걸지마. 안나를 보러 온거지 네 장난 받아줄 기분이 아니니까."


"연락을 안 받으니까 직접 온거겠죠? 곧 올거에요. 나도 갑자기 궁금해지네. 안나가 어떤 반응일지."


에리사는 아예 엘사쪽으로 몸을 돌려 놓았다.

뻔뻔한 태도와 여유만만한 모습으로 술잔을 음미한다.

엘사는 아직 완전 가시지 않은 환각을 깨느라 맨해튼을 비웠다.

한 잔 더 주문하려는 때 에리사가 또 끼어든다.


"이 사람은 계산 받지마. 원하시는대로 마음껏 드려. 물도 놓아드리고."


"여기서 제일 비싼 위스키로."


에리사는 끄덕이며 그 새내기 종업원에게 허락을 전했다.

이내 맥캘란 레드 컬렉션의 한 시리즈가 나왔다.

엘사는 그제야 자기한테 맞는거 같은 맛을 충분히 느꼈다.

엘사가 위스키를 두 잔째 따르고 있을 쯤.

7시 조금 못된 시간이었다.

퇴근한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던 때였다.

대부분이 조금 지친 얼굴을 숨기지는 못 했다.

그 속에 아주 미묘한 여흥을 기대할뿐이지.


그 사이에서 해맑은 얼굴로 급해보이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다.

엘사는 처음에 문을 안 보고 있었다.

에리사가 등받이에 기대며 손을 들어 까닥거린걸 먼저 봤다.

아직도 이산화질소 환각 작용 탓인가?

엘사는 느릿느릿하게 움직여 고개를 돌렸다.

에리사를 보고 반가워하며 다가오던 안나의 미소가 싹 사라진다.


"안나."


"......엘....사."


안나는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가엾게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하는거 같아 보였다.


"내 옆으로 앉아, 안나. 괜찮을거야."


에리사는 엘사와 자기 사이에 남은 한 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그제야 안나는 걸음을 옮겼지만 엘사에게는 시선을 떼지 못한다.


"기다려 안나."


"이, 이러지마세요!"


그러다 엘사를 바로 지나치는 순간 엘사는 덥석 안나의 팔을 잡았다.


"아무것도 안해. 그냥 얘기라도 하러 온거야."


"에, 에리사...."


"음, 으흠."


에리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나를 감싸 안았다.

아주 기품 있는 동작으로 엘사가 잡은 팔을 떨어뜨렸다.

엘사가 인상을 구기기 전에 눈빛을 교환한다.

잠깐만 있어보라며.


"안나.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있잖아."


"......."


에리사는 안나의 머리를 정리해주고 이마 위에 입맞췄다.

곁눈질로 본 엘사는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에리사는 그걸로 그치지 않고 이마를 맞대며 안나를 격려하곤 돌려세웠다.


"잠깐 나가자."


"여기서 말해요."


"나가서 얘기해."


"앗."


엘사는 에리사를 의식했다.

안나를 놓아준 에리사에게서 안나를 갈라쳐 빼앗아온다.

그리고 버티려 하는 안나를 확 잡아 당겨 바를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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