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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갓난아기 때 썰 풀어주는 세 살 언니 엘사앱에서 작성

ㅇㅇ(175.125) 2021.12.18 01:02:31
조회 595 추천 21 댓글 7



"첫째들은 동생이 생기면 사랑이 뺏긴다고 생각해서 미워하기도 한다던데, 엘사는 어땠어? 음,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안 나지?"

"음... 기억나. 동생이 생길 거라고 해서 엄청 기뻐했었어."

"나 듣기 좋으라고 꾸며내는 거 아냐?"

"진짜야. 내가 어머니 배에다 대고 소곤소곤 얘기도 해주고 동화책도 읽어줬는데?"

"잡았네요, 거짓말쟁이씨. 그때 엘사 세 살이었잖아. 무슨 동화책을 읽어줘."

"나 세 살때부터 글 읽을 줄 알았어. 못 믿겠으면 카이나 겔다한테 물어봐."

"엘사는 천재였지, 참. 내가 잊고 있었네."

"그 정돈 아니고... 어쨌든, 응, 엄청 좋아했어. 빨리 나와서 같이 놀자고 했었는데, 어머니랑 아버지가 그럴 때마다 빨리 나오면 안된다고 말리셨지."

"세상에,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예정일도 안 됐는데 빨리 나오라니!"

"그땐 몰랐지. 세 살 짜리가 조산의 개념 같은 걸 알 리가."

"그 말이 현실이 아니게 돼서 다행이네."

"그러니까 말야. 와, 나 지금 너 태어났던 날 생각났어."



나랑 아버지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고, 어머니는 방 안에 계셨지. 어머니가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게 다 들려서 무서웠었어. 아버지는 아이를 낳으면 다 그런 거라고, 괜찮아질 거라고 하셨는데... 본인도 걱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게 다 보여서 딱히 설득력은 없었던 것 같아.

그래서 아버지 옷자락만 붙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 시끄럽다가 조용해지더니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렸어. 방문이 열리자마자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달려가셨지. 나도 따라 들어가려고 했는데, 겔다가 말려서 그렇게 못했어. 아마 내가 너무 어려서 충격 받을까봐 그런 거 같아. 어쨌든 다 정리를 하고 나선 나도 방 안에 들어갈 수 있었어.

내가 너무 작았으니까, 아버지가 날 들어올려서 어머니 품에 안긴 널 볼 수 있게 하셨던 거 같아. 정말, 정말, 조그마했는데. 눈도 못 뜨고 꼬물꼬물 움직이던 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머리가 불그스름한 게 가장 신기했어. 아마 널 보고 말한 첫마디가 그거였을 거야. '우와, 머리가 정말 밝아요. 밤이 되면 빛나는 건가요?'



"아마 너도 나처럼 뭔가 마법을 지녔을 거라고 생각했나봐."

"Awwww 조그만 엘사가 눈을 빛내면서 말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귀여워!"

"너 아기 때가 진짜 귀여웠지. 아기 침대에 누워서 울고 있으면 내가 의자 놓고 올라가서 반짝거리는 눈송이를 뿌려줬는데, 그러면 바로 울음을 그치고 까르륵 하면서 웃는 그 모습이 너무... 너무 사랑스러웠어."

"역시. 난 언제나 엘사의 마법을 좋아했다니까."

"맞아, 넌 항상 그랬어. 같이 놀 때면 나한테 하도 뭔갈 만들어달라고 해서 널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진땀 뺐던 기억이 나."

"정말? 난 엘사가 뭐든 쉽게 만드는 줄 알았어."

"어렸을 땐 마법을 정교하게 다루는 게 어려웠으니까.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긴 거고."

"아직도 그 일로 미안해하는 건 아니지? 엘사, 나 괜찮아. 이렇게 멀쩡하잖아?"

"그때 감정이 떠올라서 그래. 마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게 다루는 방법인 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으면 부모님도..."

"엘사, 그건 사고였어. 절대 엘사 때문에 그런 거 아냐. 자책하지 마, 응?"

"자책하는 거 아냐, 그냥, 아쉬워서 그런 거야. 그날 이후로 한 번도 부모님을 안아드리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네가 이렇게 잘 성장한 걸 부모님께서 보셨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셨을지, 그게 안타까워서 그래."

"그래, 두 분께서 살아계셨다면 좋았겠지. 당신들의 첫째 딸이 그 모든 일을 헤쳐나가서 끝내 진실을 알아내고 평화를 얻어냈다는 걸 알면 정말 자랑스러워 하셨을 거야."

"그러셨을까?"

"그럼! 내가 그러니까, 두 분은 더 그렇겠지! 이리 와."



그리고 엘사를 꼭 안아주겠지.



"윽, 안나, 나 숨 막혀."

"내가 두 분 몫까지 안아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엘사는 따뜻한 포옹을 좋아하잖아, 그치?"

"... 맞아. 좋아해."



복도에서 들려오는 쫑쫑거리는 가벼운 발소리. 그리고 들리는 익살스러운 목소리.



"허어어?! 따뜻한 포옹 하는 중이구나!"



아기 눈사람이 눈을 빛내면 엘사도 안나도 킥킥 웃음이 터지고, 안나가 이리 오라는 손짓을 하겠지.



"올라프도 같이 할래?"

"좋아!"



그렇게 family hug 하는 게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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