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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엘산나 보고싶다 feat. 엘탄절 /1화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22 01:50:27
조회 714 추천 15 댓글 5



https://gall.dcinside.com/snowpiercer2013/1099511


이게 원본이야!

보다보다가 너무 취향이라서 회로가 팍팍 돌길래 엘탄절이랑 억지로 엮어서 짧게 써보려고 픽 쪄봄....







개같은 인생.

개같은 겨울.

개같은 업무.

개같은..........


안나는 시계를 보다가 세기를 그만뒀다.

개같은 연장 씨발 근무.

시계가 고장난게 아니다.

정확히 12시간 한 바퀴를 돌았을뿐.

그동안 정확히 안나의 뇌도 너댓바퀴 돌았더랬다.


저녁이 지나서 다시 아침이라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난다.

온종일 앉아 있어서 허리도 아프고 허벅지 뒷햄스트링도 땡긴다.

이쪽 업계 선배들이 왜 맨날 근육통을 앓고 사는지 알만하다.


안나는 드디어 고된 일과가 끝난 새아침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켰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집가기를 포기한채 하루 더 숙직을 하려는 선배들도 있었다.

사실...안나도 그럴 요량인가 싶다.

새로 켠 업무에는 또 다시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있으니까.

정말인지 개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당장인데!

크리스마스는 개뿔 할 것도 없지만!


"좋은 아침이요."


"안녕하세요. 어이구, 개발팀은 또 상태들이 심각하네."


안나는 의자에 최대한 쭈그리고 웅크렸다.

어지간하면 마주치기 싫은 회사 인간들이다.

인삿말이라고 건네는게 다 비아냥 같고 놀리는거 같고.

심사가 뒤틀린 지금은 뭘 들어도 기분이 나아질거 같지 않으니까.

게다가 하루 걸려 엉망된 얼굴 상태의 초췌함.

애초에 깔쌈한 옷차림에 폼 나는 모습은 아니다.

그럼에도 추하게 망가진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게 여자 마음이니까.


"다들 오늘 정리하고 있어요. 오늘 일은 옆팀에게 패스하고 우리는 퇴근해야지. 연말이라 쉬엄쉬엄하면서 체력들 조절해요. 곧 몰려오니까."


'지금도 몰려와서 죽어버릴 예정인데요? 쉬엄쉬엄했으면 오늘 또 하고 있어야 했을걸요? 업무 과중으로 노동청 신고 하고 싶은걸 연말 보너스랑 야근 수당치는걸로 수명 갈아서 돈 벌고 있는 중인걸요?'


라고 안나는 생각만 하고 말은 안 뱉었다.

다행히 유도리 있으신 책임님이 수완이 있으시다.

눈을 비비니까 눈꼽이 걸려 틱하고 빠진다.

거울 안봐도 현상태를 알만하겠군.

그래도 퇴근이 그려진다.

안나는 기지개를 피며 코코아나 마시러 일어났다.

회사에서 겨울이라고 탕비실을 조금 바꿨다.

달달한 마시멜로 담긴 스위스미스 코코아가 새로 들어왔으니까!

당충전이나 하면서 마시멜로만 골라 퍼다가 잔뜩 먹어야지.


이동할 때는 최대한 작은 몸짓으로 시선을 안끌어야 한다.

안나는 적당히 눈치보다가 인사를 나누며 새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틈을 비집었다.

주머니에 손을 쏙 집어넣은채 보폭은 짧고 빠르게.

마치 어릴때 본 닌자 영화속 닌자들처럼.


"아, 안나씨?"


'망할!'


안나는 이름을 듣자마자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휙 고개를 돌렸다.

흰 스웨터가 목까지 덮인 깔끔한 옷차림.

손목시계도 하고 있고 화장도 말끔.

꾸밀건 다 꾸미고 있어 보인다.

괜히 입가에 훔치는 손짓은 뭐지.

손목시계 새로 한거 자랑하는건가.

손목시계는 원래 했고 그 옆에 얇은 팔찌 같은건가?


하여튼간에.

안나에게 인사한 사람은 엘사였다.

인사팀에서는 꽤 오래 일하고 있고.

연차로 따지자면 안나의 선배다.

회사에서 최대한 숨죽이는 안나에게는 나름의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우선 엘사는 안나의 집 근처에 살고 있었다.

안나의 집은 다운타운 근방의 월세집.

엘사도 그 옆의 월세방을 구했다고 했다.

그 동네 목이 출퇴근이 좋긴 하지.


가장 큰 연결점이 생긴 계기는 지하철에서 헤프닝이었다.

키도 멀대 같이 크고 차갑고 도도하게 생겨서는 완전 허당이다.

최소한 안나가 보기에는 아주.....여리고 천상 여자 같다.

엄한 부랑자에게 잡혀서 꽤 지독하고 적극적인 구걸을 강요 받고 있었다.

성희롱 몇 스푼은 덤.

얼굴은 알고 있던 사이기도 했고 답답하게 굴고 있길래 번쩍 나서줬다.

그 이후로 마주치면 말을 거는데.....타이밍이 최악이야.


"조, 좋은 아침이죠?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안나는 약간 다급한투로 발을 동동 굴렀다.

스위스미스 코코아. 마시멜로 잔뜩.

언제 먹을 수 있지.


"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 겨울인데도 푸근하고 그렇지 않아요?"


"네? 밖은 날씨가 좋은가봐요? 어제부터 퇴근을 못하고 있어서."


"아, 아아....그, 그럼 지금 퇴근하시는....구나."


"몰라요. 책임님이 잘 얘기가 되면 퇴근이고 아님 말고. 반반이죠."


"개발팀은 늘 바쁜가봐요 연말이면 특히."


"아, 원래 항상 그래요. 칼퇴하는 부서들은 잘 모르지만."


"그, 그래도 돈 많이 벌잖아요."


안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머리를 못 감아서 슬슬 떡지는 감각이 드는데.

돈은 많이 번다는건 뭔 소리일까.

하긴 그걸 대가로 수명 갉아 먹으며 일한다고 생각은 한다.

근데 영 달갑게 들리진 않는다.

유쾌한 인사말 같이 주고받는건 아니니까.


"아, 죄송해요. 이상한 뜻은 아니고요. 너무 고생하신다고....혹시 기분 나쁘셨나요?"


"아니요. 기분 나쁜거 없어요. 그냥 퇴근 못해서 표정이 안 좋은데. 사실 표정 말고 다 안 좋거든요. 제가 좀 부끄러운 상태라고 해야 하나. 더러운 상태라서요."


"사실 인사 말고 제안드릴게 있는데요. 저, 저희 집이 바로 근방이잖아요? 월세가 비싸지 않나요? 아무래도 다운타운 가까이라서 교통은 편한데..."


"다른 곳에 비하면 조금 비싼 편이죠."


"그래서 혹시 안나씨만 괜찮다면 쉐어 투룸 같은 곳에 같이 룸메이트를 해보는건 어떨지.....훨씬 경제적이지 않을까 해서요...."


안나는 룸메이트는 딱 질색이었다.

이전에 있던 12명이 사는 쉐어에서는 그야말로 생지옥이었지.

퇴근하면, 지옥, 출근하면, 지옥.

지옥과 지옥을 오가는 지옥철과 지옥버스.

단테도 이 시대에 태어났으면 코퀴토스까지 못 갔어.

그냥 그 자리의 단칸방 쉐어하우스에서 신곡을 완편냈을거다.


겉보기만 본다면.

또 일처리 하는 꼼꼼함을 본다면.

엘사는 적어도 막 어지르고 그런 타입은 아닐거다.

쉐어를 하는데 아마 가장 괜찮은 룸메이트 타입일지도.

깨끗하고, 정리정돈 철저하고, 배려심 있고.

그래도 안나는 내키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건 조금 생각해봐요. 제가 지금 나온 방은 혼자 지내려고 하는거라서."


"아.....혼자가 더 좋으시구나."


"근방에 다른 사람들도 많이 지내는거 같아요. 그 사람들한테 제안해봐요. 거기다 하필이면 제가 개발팀이라 밤에 갑자기 퇴근해 들어올 때도 있고. 엘사 선배는 어드민이라 매번 칼퇴근 할건데 그렇게 출퇴근 어긋나다보면 서로 불편할거라서요. 그보다 저는 이제 가봐야 할거 같은데."


"네, 네! 그냥 룸메이트 물어보려고 그랬었어요!"


"안녕히계세요."


"네, 안녕히.....아, 아, 그, 그러면 안나씨?"


안나는 정중히 고개를 꾸벅 숙이고 돌아서려다 말았다.

반쯤 돌리던 몸을 다시 반꺾어 돌아서 엘사를 마주본다.


"그게...사실 돌아오는 주가 크리스마스잖아요...?"


"그런데요?"


"사실 그 앞에 21일이 제 생일인데...그...집, 집도 가까우니까 같이...생일겸 크리스마스 연휴 기념이라도...아, 아무래도 어색하시면 어쩔 수 없지만요...그, 그냥...저는 왠지 혼자라서..."


안나는 재빨리 최고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이런 부탁을 받을때 3초 이상 넘어가면 애매해진다.


1초....

거절할 말부터 찾아본다.

'연말이라 바쁠건데요. '

하지만 회사에서도 크리스마스 연휴는 챙겨준다.

'다른 일이 있어요.'

개뿔!!! 당장 짜내라고 해도 없잖아!


2초....

좋아요, 그렇게해요.

잠깐만 단둘인가?

또 달리 초대할 사람은 있었던가?

어색하지 않을까?

그보다 왜이렇게 나랑 친해지려고 하지.


3초....


"네, 좋아요. 그렇게해요."


"네?"


"연휴날 할거 없으니까 조촐하게 생일이라도 챙기자구요."


"아아...네! 네네!!! 꼭 그렇게 해요 안나!"


안나는 내심 안나씨라는 회사 동료간 호칭은 어디갔나 싶었다.

별게 다 눈에 차지만 그냥 말기로 한다.

좋아라하는 엘사와는 꾸벅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탕비실로 가면서 생각한다.

왜 맨날 마주치면 이상하니 두루뭉술한 말로 시간 낭비시킬까.

선배인데 묘하게 후배처럼 굴어서 더 대하기도 어렵다.

원래 말씨가 저렇게 어버버 조금 해매는 타입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원래 인사팀은 다 효율적이지 않나?

일처리 말고도 생활 습관부터가.

다 모르겠다.


지금 안나가 알고 있는건 코코아에 마시멜로 3배였다.

엘사 만나기 전에는 2배였는데 지금 막 괜한 수락을 한 기분에 3배로 올렸다.

그리고.......


망할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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