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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 혐관같지 않은 혐관에 오피스

설갤러(96.20) 2024.03.08 12:17:55
조회 192 추천 13 댓글 5


대기업 아렌델 회장 아그나르와 이두나의 첫째 엘사, 둘째 메가라. 엘사는 부모님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자랐음. 

뭐든지 잘 해서 부모님의 자랑이었지만 동생과 사이가 안 좋았음. 동생 메가라는 항상 언니인 엘사와 비교당해서 열등감이 있었음. 


반면 고아로 자란 안나. 아주 어릴적 부모님이 사고를 당해 친척집을 전전하다가 고아원에서 자람. 부모가 없었지만 나름 잘 지내던 안나. 엘사와 안나는 고등학교때 처음 만남. 엘사는 안나를 진심으로 좋아했고 안나는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엘사에게 별 관심이 없었음. 엘사는 안나를 계속 쫓아다녔지만 안나는 엘사를 받아주지 않음. 

엘사에게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집안, 재력, 환경 너무 차이가 나다 보니 안나는 그냥 엘사를 외계인 정도로 생각하기로 함.


그래도 엘사는 안나를 포기하지 않음. 매일 연락은 기본이고 안나의 알바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데려다주곤 함. 안나는 그게 부담스러워서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그만큼 엘사가 더 다가옴. 그러다 조금씩 엘사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안나. 그 사실을 알고 은근슬쩍 부모님에게 말을 흘리는 메가라. 

부모님은 엘사와 안나를 떼어놓기 위해 엘사를 유학보냄. 그렇게 안나와 엘사는 헤어짐.


세월이 흘러 어느 중소기업에 입사하게 된 안나. 가끔씩 엘사가 생각났지만 별 문제 없었음. 그 사이 엘사는 메가라의 결혼식 때문에 돌아옴. 메가라는 벨과 결혼했는데 벨 역시 대기업의 자제였음.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가는 도중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엘사와 안나. 엘사는 안나를 잊은적이 한번도 없었음. 

안나 역시 반가웠음. 엘사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자신을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음. 하지만 두 사람의 배경 차이는 꽤 컸기에 안나는 좋은 친구를 다시 만난셈 치기로 함. 하지만 엘사는 열심히 안나에게 들이대고 돌아온 김에 아예 쭉 있기로 함. 가업을 잇기 위해 아렌델에 입사한 엘사. 이번엔 어떻게든 안나를 자기 곁에 두고 싶어서 자기 부모님한테 안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함.


엘사네 부모님은 당연히 난리남. 떼어놓기 위해서 유학보냈더니 오자마자 결혼하고 싶단 소리에 안되다고 함. 하지만 엘사는 끝까지 고집피우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나의 뒤를 캐는 아그나르. 엘사에게 도움이 될만한게 아무것도 없었음. 메가라 역시 저런 엘사가 이해가 안 됨. 하잘것없는 애랑 왜 결혼을 하겠다는 건지 노이해. 탐탁치 않아하는 부모님과 억지 부리는 엘사를 보며 안나가 불쌍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음.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결국 허락한 엘사네 부모님. 문제는 안나였음. 엘사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자 안나는 말도 안 된다며 거부함. 

딸이 거절당하는 걸 볼 수 없었던 부모님은 안나의 회사를 사버리고 반강제적으로 안나와 엘사를 결혼시키고 안나를 강제로 아렌델 기업으로 데려옴.


안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함. 마치 인형이라도 된 듯 안나에겐 선택지가 없었음. 안나가 할 수 있는건 엘사에게 상처를 주는일 뿐이었음. 결국 이 모든 건 엘사의 고집 때문에 일어났고 평범한 안나의 일상에 태풍을 몰고 온 격이었음. 엘사 역시 그걸 모르지 않았지만 상관없었음. 그저 안나가 옆에 있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할수 있었음. 안나는 모든 것을 엘사의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해야 했음. 일부터 결혼식까지 전부 안나가 고를 수 있는건 없었음. 결국 안나는 엘사를 차갑게 대함. 심지어 결혼식 당일에도 엘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키스도 그저 볼에 하는 걸로 마무리함.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음.


물론 엘사가 미웠던 이유도 있지만 결혼 전에 아그나르가 안나를 불러 얘기함. 설령 결혼하더라도 애를 갖거나 엘사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보상은 섭섭하지 않게 할테니 언젠가 엘사가 원하면 이혼해주라고 함. 아그나르는 엘사의 이 감정과 행동이 한때의 치기라고 여겼음.

그 말에 안나는 또 상처. 자신은 그저 부속품에 불과한 느낌이었음. 그 이후로 안나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림.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벌써 일년이 지났음. 안나는 아그나르가 원하면 더러운 일의 뒤처리를 하거나 심부름을 해야 했음. 애초에 쓰고 버려질 용도였기 때문에 안나는 묵묵히 따름. 엘사는 그동안 안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를 썼음. 아무리 엘사가 다가가도 안나는 다가오지 않았음. 스킨쉽도 없었고 방도 각자 따로 씀. 같은 회사에서 일했지만 엘사는 이사였고 안나는 대리에 불과했음. 거기다 층도 달라서 정확히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름.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음. 거기다 자신의 가족까지 안나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걸 알기에 최선을 다해 안나를 지키려고 함. 그렇게 위태위태한 결혼 생활을 이어감.


시간이 흘러 엘사의 생일날 아그나르와 이두나는 가족들을 전부 불러 엘사의 생일을 축하하기로 함. 안나에게 연락해 엘사와 같이 오라고 함. 안나는 그저 시킨대로 엘사를 데리고 감. 자리엔 아그나르와 이두나, 메가라와 벨도 있음. 다들 엘사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선물을 줌. 안나는 줄 것이 없다고 하려던 찰나, 엘사가 안나는 미리 선물을 줬다면서 고맙다고 함. 안나를 가족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었음. 안나는 무표정으로 더이상 대답하지 않음.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안나는 발코니에 서서 겨우 숨을 돌리고 있었다. 모두가 행복해하고 있지만, 그 모두에 안나는 없었다.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처럼 답답한 공기에 겨우 찬 바람을 쐬는 것이 다였다. 


“그래서 선물은 뭐로 줬어요?”


진한 향수 냄새가 턱밑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미적지근한 반응에 메가라는 와인이 담긴 잔을 들고 천천히 옆으로 다가왔다. 안나는 굳이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메가라의 미소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했고 그가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다 아는 것 같은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요?”


건조한 대답에 메가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와인 잔을 비웠다. 안나와 엘사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답이었다. 아마 안나는 오늘이 엘사의 생일인지도 몰랐을 가능성이 컸다. 엘사는 배려한다고 말을 하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안나에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 참으로 지독한 관계였다. 엘사는 안나를 사랑하고 안나는 엘사를 사랑하지 않는다. 서로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주는 완벽한 관계였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항상 피해를 보는 쪽은 정해져 있었다. 더 사랑하는 쪽이 아닌 더 힘이 없는 쪽.


“나중에 꽃이라도 사 가요. 엘사는 당신이 뭘 줘도 좋아할테니까.”


“충고인가요?”


“좋을 대로 생각해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메가라는 빈 잔을 내려놓고 돌아섰다. 비참한 안나를 위한 조언이기도 했고 불쌍한 엘사를 위한 조언이기도 했다. 

불행히도 생일에 가장 받고 싶은 사람에게선 아무것도 받을 수 없을테니까. 게다가 엘사는 안나가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을 것이 분명했다.

최소한 안나도 부부행세를 이어갈 수 있으니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


“조언 고마워요.”


안나의 말과 함께 메가라는 서서히 멀어져갔다. 안나는 메가라가 남긴 잔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오늘이 엘사의 생일인지 몰랐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게다가 안나를 감싸기 위한 엘사의 거짓말은 오히려 더 안나를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다. 문제는 좋든 싫든 두 사람은 부부였고 서로에 대한 의무가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안나는 고개를 들었다. 찬 공기가 금방 폐에 닿았다 사라졌다.

이제 현실 같은 지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 고요했다. 마치 말하는 방법을 잊은 것처럼, 도로를 달리는 차의 소음만 간간이 들렸다. 안나는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고 엘사는 그런 안나의 눈치만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면 감히 안나에게 뭐라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 어쨌든 생일을 미리 말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고 가족들의 무례한 태도는 상처가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입을 열지 못했다.


안나 역시 엘사가 자신과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모른 척했다.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일이고 이제 와 달라질 것은 없다.

 애초에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무의미한 일에 신경을 쏟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전부 지나가길 바랐다.


마침내 집 앞에 도착해서야 길었던 침묵이 깨졌다.


“먼저 올라가요. 주차하고 바로 올라갈테니까.”


“..응, 알았어요.”


무미건조한 말에 엘사는 애써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같이 올라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물러나는 엘사를 보며 안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숨이 턱 막혔다.

가족들과 있는 것이 가슴이 답답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면 엘사와 있는 것은 마치 물속에서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끝없이 무겁고 커다란 무언가가 폐를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특히 엘사가 저런 표정을 지을 때면 더더욱. 괜찮은 척 애써 웃는 얼굴.

그때 근처 건물에 있던 간판의 불빛이 얼굴을 덮었다. 안나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커다란 한 글자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깜박이고 있었다.






안나가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엘사는 손을 씻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묶여있던 머리는 한쪽 어깨로 길게 늘어져 있었고 타이트하게 달라붙는 짙푸른 드레스는 여전히 엘사의 몸매를 드러내고 있었다. 화장도 지우지 않아 붉은색 립스틱은 여전히 입술에 남아 있는 채였다. 엘사는 안나를 보자 오늘 고마웠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늘..고마웠어요, 미안해요. 미리 얘기 안 한 건..”


“됐어요. 이미 지나간 일이고..”


“...... .”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조금의 망설임과 함께 안나는 꽃다발을 내밀었다. 크진 않았지만 푸른색 장미와 흰 안개꽃이 어우러져 있는 꽃다발이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으나 이번 생일은 메가라의 조언을 따랐다. 싫고 좋고를 떠나서 엘사와 자신은 엄연히 부부였고 부부로서 의무가 있었다.


엘사는 예상치 못한 선물에 입을 가리며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꽃다발을 받았다. 정말 고맙다며 행복해하는 엘사는 울고 있었다. 울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목멘 목소리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안나가 선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타의에 의한 것들이었다. 비서가 준비한 것이나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준비했던 것들. 안나 스스로 무언갈 엘사에게 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이 꽃다발은 엘사에게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안나는 엘사를 안아줄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그러지 않았다. 대신 조금씩 떨리는 엘사의 어깨를 어색하게 두드리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아주 작은 스킨쉽조차 안나에겐 여전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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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썼던건데 앞으로 계속 이어쓸것 같진 않아서 그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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