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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54-1

재키브라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19 23:22:58
조회 139 추천 11 댓글 6


*영알못. 의역 오역 범범. 완전 엉뚱하게 번역 했을수도 있으니 이 글은 대충 참고만 하고 원문으로 다시 읽는 걸 추천. 농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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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4*: A Little Bit of Both



테 레오는 안나가 지금까지 배우려고 했던 언어 중 가장 어려웠다. 마오리족의 젊은 세대조차도 구문의 세세한 모든 것을 알지 못했고, 사용된 자음에 비하자면 모음의 수는 완전히 역기능을 하는 것 같았다. 폴리네시아어는 로망어나 게르만어와는 전혀 달랐다. 구조적으로나 음소적으로나, 언어로서는 엉망진창이었다.

그 건설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현장 관리자는 곧 세워질 건물에서 20야드는 떨어져 있는 파란 색 방수포 위에 2x4 사이즈 목재를 쌓아두는 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나와 대학 자원봉사자들은 널빤지를 찾아오기 위해 언덕을 내려가 진흙과 웅덩이를 헤쳐 나가야 했고, 돌아올 때는 미래의 고아원 벽에 사용될 자재들을 싣고 와야 했다. 얼굴에 강렬한 문신을 한 에테라라는 갈색 피부의 남자가 감독의 고함에 놀라 몸을 돌리며 보드를 휘둘렀고, 봉사단의 절반을 거의 쓰러뜨릴 뻔했다. 다행히도 단원들은 급히 몸을 숙여 피했고, 안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더럽고 축축해진 채로 일어났고, 뺨은 진흙 범벅이었지만 얼굴 가득 쾌활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늘 작업복 입고 싶은 삘이 와서 다행이네.

안나는 나흘 전 가까스로 봉사단에 합류했다. 많은 사기들이 그러듯, 이 이야기 역시 심플했다: 그녀는 교환학생으로 온 대학생이었고,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지진이 난 후 엉망이 된 도시를 위해 인도주의적 활동에 나섰다. 그녀는 방랑벽이 있고 문화 연구에 관심 있는 롱 아일랜드 출신 학생의 프로필을 만들어냈고, 뉴질랜드 정치 뿐 아니라 마오리 문화에 대한 일종의 사전 조사도 마쳐두었다.

이제 안나가 할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한낮의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동안 휴식 시간을 맞은 안나는 쿨러 근처의 인부들 무리 속에 서 있었다. 뉴질랜드의 11월은 남반구의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기온이 괜찮은 날이더라도 격렬한 노동 현장에서는 주의가 필요했다. 크라이스트처치 외곽의 고아원은 안나와 다른 봉사자들이 3일 전 도착했을 때 이미 기초 공사가 끝나있었다. 이제, 단풍나무 색의 뼈대는 피존 나무와 너도밤나무로 이루어진 듬성듬성한 숲과 낙농지에 둘러싸인 적당한 언덕 위에 우뚝 서있었다. 커다란 흰색 표지판엔 보라색 글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아렌델 어린이들의 집이자 자갈길 운전이 시작되는 곳. 건설 중인 건물에서 뻗어나간 도로는 안나가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큰 고속도로로 이어졌다. 도로는 내리막 언덕을 넘어 교외까지 뻗어 있었고, 켄터베리 대학 부지를 돌아 시내 중심가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 도로 위를 말도 안 될 정도로 위험하게 빨리 달리는 검은 색 포르쉐 911 컨버터블의 운전석 뒤에서, 백금발이 반짝이며 빛을 내고 있었다.


제인이 이렇게 빨리 도착할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안나는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졌다. 어쩌면 일과를 마치고 현장 관리자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 받기 위해 들른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나가 넘어져서 축축하고 지저분한 상태에선 오면 안 됐다. 땀으로 흠뻑 젖은 작업복을 입고 허리에 달린 고리에 망치를 튀어나오게 걸고 있는 상태에선, 중지에 붙여둔 반창고가 맥없이 나풀거리고 있는 상태에선 안 될 일이었다.


급정거한 차의 조수석에서 머리숱이 적고 코가 큰 풍채 좋은 중년 남자가 나왔고, 안나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안나는 그가 운전석으로 재빨리 걸어가는 것을 보았지만 문은 이미 활짝 열려있었고, 너무도 확실하고 우아하게 차에서 튀어나온 그 별빛의 머리칼을 본 안나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터트릴 것 같았다.


"괜찮아요, 카이. 고마워요."

"예, 미스 아렌델. 전 윌리엄스 씨를 찾으러 가보겠습니다.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 걸 반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는 제가 몰래 숨어들어와서 비밀스럽게 평가하지 않았단 사실에 기뻐해야 해요. 그쪽이 훨씬 더 제 스타일이죠."

"여기서 기다리시죠."

"제가 언제 가만히 있던가요? 저도 갈게요."


그곳에 제인이 있었다. 진주빛 보라색 선드레스를 입고, 도자기 같은 어깨에 얇은 끈을 두른 채 플랫 슈즈를 신은, 엉성하게 머리를 말아 올린 제인이 있었다. 머리 뒤로 넘기지 않은 앞머리가 얼굴 주위에 나른히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제인이었지만, 어쩐지 더 편안해 보였다. 바람에 날려 풍겨오는 습기와 톱밥 냄새처럼, 더 부드러웠다. 안나가 그 장면의 익숙함을 깨달을 때까지는 잠시 시간이 걸렸다: 특정한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은, 제인. 뷔스티에 상의와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채 푸르고, 화창한 풍경에 둘러싸여있는 모습의 제인. 안나가 세인트 존에서 골라준 것과 같은 스타일의 드레스였지만, 색은 달랐다: 더 시원하고, 차분하고, 또 발랄했지만, 전문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여전했다.


"저 여자가 보스야." 에테라가 안나 옆에서 물을 마시며 말했다. 그는 튼실한 팔뚝으로 입가를 쓸어내렸다. "아렌델. 뉴욕에서 온 거물이고, 아마 나라 하나 살 돈쯤은 충분히 있을걸. 그리고 나랑 겨우 두 살 차이밖에 안 나!"

"멋지네." 안나는 담담히 말했다.

"맞아. 근데 그렇게 빤히 보진 마. 너 꼭 벼락 맞은 것 같다."

"나 저 여자 알아."

"지랄."

"진짜야!"

"사람들은 모든 미국인들이 서로를 알 거라 생각하지 말라던데." 에테라를 콧김을 뿜었다. "세상은...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셨더라? E kore e pera nui te ao."

"무슨 뜻이야?"

"세상은 그렇게 크지 않아. 네가 진짜 그녀를 알고 있을 경우엔 특히나 그렇겠지." 에테라가 제인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고, 그 순간, 제인은 펼쳐진 청사진 너머로 안나와 눈을 마주쳤다.

제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렇게, 뉴질랜드에서의 추수감사절엔, 세상은 그렇게 크지도, 압도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두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안나는 우주가 아직도 터지지 않은 게 놀랍다고 생각했다.


"난 좀..." 안나는 공사장 경계에 있는 나무를 향해 애매하게 손짓했다. "앉아서 쉬어야겠어. 오늘 남쪽 벽을 세워야 하고, 곧 전기공들도 올 테니까."

"전기공들은 점심시간 지나서 올 거야." 에테라가 덧붙였다. "교환 학생이라고 더 쉴 생각은 하지 마!"


안나는 공사 현장의 가장자리에 쌓여있던 다른 학생들의 물건 더미에서 자신의 배낭을 찾았다. 그녀는 그것을 집어 들고 흩어져 있는 미장 칼과 수평계, 방수포로 덮인 판석 더미, 임시 테이블로 쓰기 위해 합판을 얹어 둔 작업대를 피해 골조 건물의 뒤편으로 올라갔다. 안나는 뒤집혀있는 양동이를 발견하고 그 위에 앉았다.

안나는 기다렸다.


제인은 현장 관리자인 윌리엄스 씨, 그리고 대학생 봉사 단장인 바틀렛 씨와 정중히 악수를 나눴다. 그녀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시기에 고아원 건설 자금을 지원한, 미국에서 온 아름답고 쌀쌀 맞은 부자 소녀를 노골적으로 멍하니 바라보며 주위를 맴도는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 풍채 좋은 신사가 윌리엄스 씨를 바라보며 허공에 삼각형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제인은 언제나처럼 우아한 모습으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제인의 작은 미소는 뒤집어진 양동이 위에서 기다리는 소녀의 모습을 눈으로 살피며 울퉁불퉁한 땅을 헤치고 다가가는 동안 잦아들었다. 합판 테이블이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었다.


안나는 과거 그들을 갈라놓았던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다이아몬드 목걸이, 그림, 매트리스, 술, 신뢰, 거짓말, 관계. 그렇기에 제인이 작업대를 피하고 자갈 위를 고상히 걸어 안나에게서 몇 인치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두 손을 깍지 끼는 모습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어쩌면 더 이상 그렇게 갈라져 있지 않은 걸지도.


"안녕."

"안녕." 안나는 머뭇거리며 반쯤 미소 지었다. "네 차 맘에 든다."

"고마워." 제인이 대답했다. "내가 카이한테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 같아."

"초치기는."

"그러게."


제인은 입술을 깨물었고, 안나는 패션을 위해 스니커즈를 포기한, 플랫슈즈를 신은 제인의 발을 살폈다. 안나의 발은 발끝이 강철로 덮인 작업화를 신은 채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완전 진흙투성이였다.


"널 보니까 정말—"

"정말 보고 싶었—"

"미안." 안나가 말했다. "먼저 말해."

"아니, 네가... 미안," 제인이 말했다.

"그냥—" 안나는 입술을 빨아들였고, 눈꺼풀 뒤로 느껴지는 뜨겁고, 축축한 기운을 없애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즐거운 추수감사절이 되길."

"즐거운 추수감사절이 되길 바래." 제인이 답했다.

"저 사람들에겐 여느 목요일과 다를 게 없겠지만 말이야." 안나는 건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짓했다. 몇몇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몇몇은 사과와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몇 명은 망치로 판자를 두드리고 있었다. "풋볼이랑 칠면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아니네."

"뭐, 우리가 전통적인 뭔가를 해본 적이 없는 거랑 비슷하지. 명절도 그렇고." 제인이 대답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안나가 말했다. "넌... 많은 부분에서 맞아."


박자가 가라앉자 안나는 앞선 발언에 대한 설명을 망설였다. 왜냐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게 언제나 안나의 방식이었으니까. 예민한 문제에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 직설적인 말과 노골적인 적대감으로 일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을 때면, 예의와 소극적인 공격은 잊어버렸다. 하지만 제인은 그녀와 달랐다. 제인은 차분한 우아함과 기교를 갖췄고, 대개는 어떤 것이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제인은 직설적이면서도 외교적이었고, 그렇기에 건설 현장 외곽에서 매우 감정적인 대화에 뛰어드는 건 안나가 아닌, 제인이 주도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안나는 얌전히 입을 다물고 제인의 확실한 반응을 기다렸다.

석 달을 기다렸는데, 몇 분쯤 더 기다리는 게 뭐가 힘들겠어?


"우리가 지금 뉴욕이 아닌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어." 제인이 말했다. "퍼레이드 혼잡이나 뭐 그런 것들 있잖아."

"그치." 안나가 동의했다. "퍼레이드는 정말 좋아하지만... 모르겠어. 추위 속에서 같이 앉아 있을 사람이 없으면 볼 가치가 없잖아."

"오, 뭐—"

"난 그렇게 말할 생각이— 미안, 너무 빨리 입을 열었네."

"안나—"

"마-미안해." 가슴 속의 불안이 굳어가자 안나는 말을 더듬었다. "난 그럴 생각이... 난 그냥... 난... 사과하고 싶어." 그녀는 말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허둥거렸다. "그냥 말할 게. 나— 난 정말 엿같은 일을 저질렀어. 너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음, 너... 넌 내가 그걸 마주하게 해줬어. 나 자신을 직면하게 말이야. 그렇게 해준 것에 감사해. 그래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

...

...

"사과 받아줄게." 제인이 답했다. "그리고, 뭘 그런 걸로."

안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제인의 손을 흘긋였다.

"장갑은?" 안나가 물었다.

"노력 중이야." 제인이 말했다. "많이 좋아졌어. 컴퓨터를 다시 안정적으로 쓸 수 있으니까 더 쉽더라."

"술은?"

"끊었어. 다음 주 화요일이면 세 달 째야."

"축하해." 안나는 앞쪽 바닥에 던져둔 배낭의 지퍼를 만지작거렸다. "네가 자랑스러워. 그동안 바빴어? 그러니까, 물론 그래 보이지만." 안나는 아직 얘기를 꺼내지 않기로 한 무언의 합의를 어기게 될 까봐 걱정하며 공사 현장을 향해 애매한 손짓을 했다.

"맞아." 제인이 밝아졌다. "난 정말 기대 중이야. 걱정이 많지만, 그래도 정말 희망적이야. 카이는 국제적인 경로를 협상하는 데 없어선 안 될 사람이야. '재택근무' 같은 상황에서 난 책임자 역할을 맡았고, 그는 연락책이지. 아직 법적인 문제에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다른 나라로도 확장 시킬 생각이었어서 좀 걱정스러워. 언어 장벽까지 더해지면 이 일이 얼마나 더 어려워질지 상상도 안 돼."

"넌 잘 해낼 거야." 안나는 용기를 내서 말했다. "넌 정말 똑똑하니까."

"난... 고마워. 나... 안나... 우리... 우리 조용한 곳으로 갈래?"


제인은 언어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금발의 눈은 땅에서 안나, 건설 현장, 봉사자들, 나무, 그리고 다시 그녀의 깍지 낀 손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몇 초 간의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무겁게 짓눌렀다.


"저 사람들이 널 그리워 하지 않을까?" 안나가 물었다. "팀원 중 하나가 네가 책임자라는 걸 알고 있더라. 널 '보스'라고 부르던데."

"카이한텐 말해뒀어. 현장에서 처리할... 개인적인 문제가 좀 있다고 말이야. 그는 오후 내내 윌리엄스랑 있을 거야. 날 그렇게 그리워하진 않을 걸."

"좋아."

"그래."


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배낭 끈을 잡고 어깨에 걸쳤다. 안나는 여전히 머뭇거렸고, 제인이 손을 잡고 나무 사이의 더 깊은 곳으로 자신을 끌어당길 때 턱과 뺨에 퍼지려는 미소를 참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이끼로 뒤덮인 축축한 통나무와 양치류를 넘어 힘겹게 이동하는 동안 제인은 침묵을 지켰다. 이건 꼭 세인트 존 파트 2 같았다. 제인을 따라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안나. 그때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컴퓨터와 지각 있는 홀로그램으로 가득 찬 오두막을 마주했고, 제인은 전자기기가 표준이 되고 인간들이 그녀를 무능하게 만드는 장소에서 나른히 거닐어 다녔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안나는 제인을 따라 미지의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흥미나 호기심 때문이 아닌, 위험할 정도로 신뢰에 가까운 무언가로 인해서였다.

신앙 같은 믿음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안나는, 그간 무엇을 배웠든, 여전히 안나였다. 실없는 헛소리가 시작됐다:

"이름을 바꿨네." 안나가 말했다. "진짜 바꾼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맞아, 스펠링을 바꿨지. 맘에 들어. 다른 게 싫었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 이름이었잖아. 알지? 그래도 약간 비틀긴 해야 했겠지. 너무 대놓고 드러나지 않게 말이야. 네가 파일에서 이름을 전부 지웠으니 굳이 바꿀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그래도 넌 언제나 철저했지. 난 네... 뒤처리가 감탄스러워. 좋은 자질이야. 특히나 네가 기업의 수장이 될 생각이라면—"


포옹은 순식간에 안나를 진정시켰다. 그 포옹은 지난 몇 달간의 배움과 포용, 치유, 그리고 어쩌면 약간의 용서까지 더한 성취의 정점이었다. 축축한 나무가 빽빽이 자란 작은 숲 한가운데에서, 보라색 선드레스를 입은 제인이 데님을 입은 진흙투성이 안나를 가까이 끌어당기자 안나는 자연 발화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인은 손바닥으로 안나의 어깨뼈를 눌렀고, 꽉 쥐었다가 놓아주며 두 발짝쯤 적당히 물러났다.


"미안." 제인이 부드럽게 말했다. "근데 너무 횡설수설 말이 많았어."

"알아." 안나가 대답했다. "난 그냥... 말하잖아, 알지? 어렵거나, 불안할 때 말이야."

"나 때문에 불안해?"

"아니, 정확히 너 때문은 아니지. 그보단... 네가 할 말들 때문에?"

제인은 자세를 잡는 동안 팔을 몸통 위로 교차시키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는 배꼽 바로 아래에서 두 손을 깍지 낀 채 잡았다.

"사실, 할 말이 많긴 해." 제인이 말했다. "아마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을 거야. 앞으로 몇 년간 우리가 계속 얘기하게 될 것들이지."

"우리... 우리가?"

"그래, 난... 안나, 넌 알아야 해..." 제인은 나무 숲의 차양 아래에서 눈을 반짝이며 말을 시작했다.

"제발 울지마." 안나는 한발짝 뒤로 물러났고, 최대한 위협적이지 않은 몸짓으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제발, 그건... 난 정말 널 울리고 싶지 않아."

"아냐, 이건 그런 게... 젠장, 연습했는데." 제인은 손가락으로 뺨을 얌전히 쓸며 말했다.

"너... 연습했어?"

"알잖아, 감정적인 로봇한테 뭘 기대했어?"

"넌 로봇이었던 적 없어." 안나가 말했다. "그렇게 불러서 미안해."

"사과 그만해."

"그치만 해야 해. 그게 옳은 거니까."

"하지만 난 네가 그러지 않으면 좋겠어." 제인이 말했다. "왜냐면 우리 둘 다 너무 잘못했으니까, 안나. 그리고 난 그에 지쳤어. 내가 잘못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판단 받는 것에도 지쳤어. 난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어. 난...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법을 배웠어. 극복하는 방법을 말이야. 너도 그랬지. 네가 내게 해준 말들을 보면, 요 몇 달은... 네게도 마찬가지로 강렬하고— 사고가 바뀌는 시간이었다는 걸 알아. 난 아마 절대... 난 너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없었을 거야."

"나? 제인, 난 아무것도 안 했어."

...

...

...

"내가... 우리가 그 병원 옥상에 있던 날, 내가 너한테 엿같은 소리들을 많이 했지."

"그래, 난... 기억나." 안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신경은 후두를 향해 이상한 수축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안나는 정상적인 사람처럼 숨을 쉬고 삼키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왜냐면 제인이 나아졌으니까. 나도 나아졌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전보다 나아졌다면, 그걸로 충분하길 바래야지.


"그건 미안하지 않아." 제인이 말을 이었고, 차분한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군 건 사과하고 싶어. 모든 게 너무 격해졌고, 네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널 떠났어. 그 점에선, 미안해."

"고마워. 그리고... 용서할게."

"난 널 비난했어." 제인은 간청하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날 위해 해준 좋은 일들은 무시했어. 그전까진 다뤄본 적도 없는 판단의 잣대를 들이댔어. 술, 스파크, 죽음과 격리 같은 모든 나쁜 일들이 좋은 것들을 짓밟고 있었지. 어떤 식으로 보든, 어둠은 더 어두워질 뿐이었어."


안나는 지난 석 달간 열심히 키워온 인내심을 발휘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어둠은 절대적인 게 아니야. 정말로. 추위가 열기의 부재 때문인 것처럼, 어둠엔 빛이 없을 뿐이지. 그리고 안나..." 제인은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가, 생각을 바꿨다. 그녀는 손을 떨어뜨리고는 손가락을 다시 깍지 낀 채 여동생을 똑바로 응시했다. "난 어둠을 알고 있어. 외로움, 불만, 무감각함도 알아. 하지만 왠지... 내가 자주 갇혀 있었던 밤에도, 내가 계속해서 돌아가던 어둠 속에서도... 난 어떻게든 여전히 빛을 반사하고 있었어. 그 빛은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았고, 난 그걸 털어낼 수 없었어. 그리고 내가 그 빛이 떨어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 이전엔 결코 가져본 적 없던 희망에 내가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었다는 걸 말이야.

"안나, 만약 내 삶이 네게서 받은 희망의 반영일 뿐이라면, 삶은 이전까지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질 거야. 널 아는 건 위험했고, 너와 함께하는 건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일이었어. 하지만 그와 동시에 황홀하고, 열정 가득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럽기도 했어. 그래서 내가 하려는 말은, 내가... 네게서, 우리에게서, 내가 원하는 건, 이 모든 것들이야. 어둠과 빛, 위험과 모험. 그리고 가끔은 나쁜 짓을 이용한 선한 일도 하고 싶어." 제인은 고아원 부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공기가 너무나 고요하고 습도가 높아 그들은 꼭 루이지애나의 습지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안나는 아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위해 다음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내 생각엔—" 제인이 계속했다. "—네가 나와 함께 해주면 좋을 것 같아."

"제인—?"

"널 용서할게, 안나. 그리고 내게 용서할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해. 내가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울고, 웃고, 배울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감정 없는 중립 상태로 있는 건 존나 지긋지긋했거든. 난... 네가 날 좀 밀어주지 않았다면 난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었을 거야. 넌 촉진제였어. 가끔은 사랑이 절실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어. 내가 사랑할 가치가 있단 걸 알기 위해선 뭔가 과감하고, 절박한 행동이 필요했던 것 같거든. 극단적인 삶을 살다 보면 극단적인 것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법이지. 그리고 난 네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알아. 난 받아들일 거야. 널 받아들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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