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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산나위크/판타지) 엘쨔는 심심해요 4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5.05.05 16:47:00
조회 1023 추천 35 댓글 9

용사 안나는 숲을 헤쳐서 겨우 꼭대기까지 올라왔어. 살갗을 파고드는 눈발은 꼭대기에 다다르니 언제 휘몰아쳤냐는 듯이 공중을 느릿하게 부유해. 보스 스테이지다. 이거군. 안나는 잔뜩 회쳐진 늑대의 피가 가득한 칼을 흔들었어. 피는 눈밭에 스며들어.


얼음성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는 끝을 알 수 없는 절벽이야. 조심조심 소리없이 올라간 안나는 커다란 문 앞에 섰어. 밧줄도 없고, 어떡한담. 검으로 찍어 올라가면 마왕이 눈치챌텐데. 가엾은 버섯 안놔가 인질로 잡혀서 목숨이 위험해질거야. 안나는 개구멍이라도 찾으려는지 문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분주하게 움직여.


구구궁. 침입자가 눈 앞에 있어. 듬직한 얼음성의 문지기는 조금씩 움직이더니만 두 팔부터 바닥에 찍으면서 일어나더니 하늘색 눈을 번쩍였어. 개구멍을 찾으려 몸을 수그리는 안나의 등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왔어. 흠칫. 안나는 빙글 빠르게 몸을 돌려 그림자와 마주해.


"작은 버섯아. 그러지 말고 하나 먹어봐, 이거 맛있어." 문지기와 만난 용사님이 또다시 고군분투하는 사이 마왕은 안놔와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야. 특별히 꿀을 바른 얼음을 하나 내어줘도 먹기 싫다고 고개를 돌리니, 머리에 하나씩 음식을 이고 온 작은 눈사람들은 헛고생 한 꼴이 돼버렸지.


"찌러! 뫄왕이 주는 건 안 먹을거야!" 안에 뭐가 들었는 줄 알고 날콩 받아먹겠어. 안놔도 자존심이 있는지 격하게 반항해. 미인계?에 탁월한 마왕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지 몰라. 안놔가 뒤를 돈 것도 바로 이 이유였지. 안놔는 다시 제 앞으로 가져와진 달콤한 얼음을 저 멀리 던져버렸어.


엘무룩. 마왕은 지쳐버렸어. 작은 눈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와 토닥여주는데, 뒤를 돈 안놔에겐 어림없었어. 재미있는 버섯이 눈 앞에 있는데 친해질 수 없다니. 마왕은 곧이어 두 다리를 모으고 고개를 파묻는데 깜짝 놀란 작은 눈사람들이 하나하나 모여들었어. 훌쩍. 훌쩍.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안놔는 뒤를 돌았어. 어느새 쬐그만 눈덩이들이 잔뜩 모여있단 말이지. 창조주가 슬퍼서 같이 쳐진건지 작은 눈사람들의 표정이 안 좋아. 다들 안놔를 쳐다보는 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져. 몇몇 눈사람들은 안놔를 뒤에서 밀어 마왕의 발 앞까지 데려다놨어. 네가 울렸으니 네가 달래라! 라는 뜻인가봐.


"뫄왕아 울고있쪄?" 안놔는 뿌챡. 훌쩍거리는 마왕의 앉은키 높이 만큼 뛰어. 작은 눈사람들도 창조주가 걱정이 됐는지 하나하나 같이 뛰기 시작했지. 주변이 소란스러운지 말든지 마왕은 못된? 버섯 때문에 상처받아서 울기 바빴지. 이거 누가 악당이고 영웅인지. 안놔는 헷갈리기 시작해.


"울지뫄! 뫄왕아! 나는 나쁜 버쪗이 아니야!" 안놔는 뿌챡뿌챡 마왕의 주변을 돌면서 흑흑 우는 마왕을 달래려 애써. 도망가려니 작은 눈사람들이 못 가게 막지, 마왕은 울음을 안 그치지. 버쪗균생 최대 위기야. "이거! 이거 맛있쪄!" 마왕이 갖다준 차가운 얼음들을 입에 넣은 안놔는 와드득 까드득 씹어대며 먹어치워. 작은 눈사람들이 가져온 얼음 음식들을 정말 많아. 안놔는 난감해졌어.


"...정말이야?" 마왕이 고개를 들었어. 정말 울고 있었는지 눈에는 눈물이 가득이야. 으닛! 우는 미인! 안놔는 겨우 심쿵사를 면했어. 마왕은 폭신폭신 말랑말랑 보드라운 안놔의 몸뚱아리를 잡고 꼬옥 껴안았어. 마왕을 헤아려 주는 작은 버섯은 분명 좋은 친구가 될 거야.


"작은 버섯은 참 착하구나." 안놔는 할 말이 있는지 바둥거렸어. "작은 버쪗? 이 몸은 작은 버쪗이 아니야!" 작은 손이 퍼덕퍼덕 움직여 팔뚝을 때리는데, 마왕은 안놔와 마주봤어. "이 몸은 용쨔야! 이름은 안놔고!" 안놔는 기세등등하게 말했어.

"용쨔?"
"용쨔가 아니라 용쨔야!"
"용쨔가 뭔데?"                    
"뫄왕이는 용쨔도 몰라? 봐보 뫄왕이네!"

안놔에게 시옷발음은 참 어려워. 마왕은 자칭 용사라는 작은 버섯 안놔와 이야기를 나눠. 마왕의 주변에 있는 작은 눈사람들은 다시 해맑은 얼굴로 돌아왔어. 안놔를 데려온 무리들은 신나서 발이 녹도록 방방 뛰어댔지.


그시각, 안나는 거대한 문지기와의 전투끝에 문지기를 절벽 밑으로 떨어트리는 것으로 승리했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시무시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기다려 안놔! 내가 구해줄게! 부디 늦지 않길 바라며 용사 안나는 커다란 문을 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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